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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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늘 무언가를 박살내는 작가...

내가 만난 사강은 그랬다.

끝까지 냉정하고 단호하게 부정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태연하게 한다.

 

BRITISH HOMEOPATHY를 전공한 친구가

오렌지색이 치유의 색이라고 오래전에 알려 주었다

뭘 해도 가라앉지 않는 두통에 지쳐

지극히 아름다운 표지의

책을 가만 쓸어본다.


“당신은 어딘가로 걸어가는 중인 것 같은데,

실은 어디로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단 말이지.

일종의 갈망은 있는데,

아무것도 소유하려 들지 않고 말이오.

영원히 명랑할 것처럼 경쾌한데 막상 쉽게 웃지는 않고,

알다시피 사람들은 늘 사느라 바쁜데,

당신은 당신 때문에 바쁘단 말이지.”

 

“사람들은 점점 두려운 거예요.

늙는 게 두렵고, 가진 걸 잃을까봐 두렵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봐,

삶이 지루해질까봐,

자기가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늘 불안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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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9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iesis 2022-01-13 15:56   좋아요 1 | URL
짧은 몇 문장이라도 기록하길 참 잘했습니다. 프레이야님의 단상의 계기가 되었다니, 저도 제대로 읽지 않고 슬쩍 펴보기만 하는 이 책을 더 찬찬히 얼른 읽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년에는 망중한! 즐겁게 바쁘신 중에도 무탈순탄한 일들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참새 ㅣ 정호승 동시집 1
정호승 지음, 모예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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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끈지끈 두통...

미세먼지가 뇌혈관으로 잔뜩 들어온 상상을 하다

얼른 생각을 털어버린다.

방독면을 쓰고 살 수는 없는 일...


집중과 몰입 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책을 쪼개 읽는 버릇이 들었다.

늦게 온 사(생각 사)춘기인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오늘은 두통 핑계로

이상한 재료들을 모아 이상한 베이킹을 하며

인터벌 - 베이킹은 의외로 중간 타임이 많습니다 - 에 

책들을 뒤적인다.


좋아하는 작가가 참새들 사진을 찍어 보여 주셔서

<참새>를 펼쳐본다.

동시집인데...

읽을 때마다 쿡... 찔리고 부끄러운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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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님은 핵인싸 - 21세기 훈장님의 인생수업!
강경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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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는 두 분의 훈장님이 계시다. 한 분은 어릴 적 천자문을 처음 배우던 분이셨다. 동몽선습(童蒙先習)부터 읽어라 하셨는데, 아이 동자가 들어간 책이 내키지 않아 고집을 부렸다. 첫 네 글자, 천지현황(天地玄黃)을 배우고 왜 하늘이 검다고 한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훈장님도 다른 어른들도 당시의 내가 납득할 대답을 해주시 않아 아주 오래 의문이었던 질문으로 기억한다.

 

다 지난 후에 생각해보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다. 인간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는 시대를 나는 살아서 우주의 대부분의 암흑물질Dark Matter이고 빛은 어둠의 잠시 부재라는 것을 배웠지만, 옛날 옛적 사람들은 어떻게 우주가 검다는 것을 알았을까,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감탄을 했다. 다 오해와 오독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 분은 30이 넘어 한국어를 너무 몰라서 좋은 한국어문학을 많이 읽으면 좋았을 것을...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았다. 하다보니 한자공부도 필요해서 한자능력시험도 보았다. 어리석은 일이었지만 놀라운 한자강사분을 만날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에너지 레벨과 활용도가 적어도 나의 세 배는 되는 분이었고, 무엇보다 한자 설명이 놀랍도록 재미있었다.

 

물론 한문은 한자와는 다르다. 한글 자모를 다 안다고 해서 한글 문학 문해가 모두 가능한 것이 아닌 것처럼. 사서삼경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 이해하는 - 것은 공자의 <논어>이다. 깔끔한 문장, 섬세한 고찰, 비교적 짧고 쉬운 문장. 굳이 비유하자면 친절한 사회과학 서적 같았다. 경력 20년이 넘는 훈장님이 이 책에서 어떤 고문들을 담아 주셨을지 기대하며 즐겁게 읽었다.

 

삶과 세상을 보는 여러 틀이 있는데 그것들 모두가 내가 살면서 배우고 획득한 내 것들이라 해도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가장 설명이 합리적인 하나를 고르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세상은 인류가 오랜 세월 알아낼 정보들의 짜깁기로 드러난 퍼즐 같다고 생각한다. 이해와 설명 방식은 많을수록 좋다.

 

그런 점에서 새해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번 공전하는 것뿐이고 그래서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공전주기조차 정확히 365일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은 우리가 만들어서 정한 약속일뿐이다. 그럼에도 마무리와 시작을 위한 계기로 삼기로 했다. 지구가 백번을 돌기도 전에 나는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더 큰 숫자조차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사필귀정은 귀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야할 정의이고 미래여야 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어야 살아보자고 살아볼만 하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한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



원망을 덕으로 보답하는 일은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원망이란 것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남을 탓하는 것일까. 욕하는 것일까. 남을 원망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믿기가 무척 어렵다.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원망 말고 정확히 지적하고 필요하면 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도 내가 여러 상황에서 곧은 사람, 덕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어릴 때 어른들은 무척 멋진 존재들이라고 느꼈다.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확신을 가진 존재. 선생님과 훈장님에 대해서는 더한 신비감이 있어 존경심도 높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어른들이 많으실 거라 믿는다. 단지 내가 그런 사람이 못 되었을 뿐.

 

이 책의 저자인 훈장님 이야기를 읽다보니 무척 계획적인 방식으로 살며 많은 독서를 하고 - 새벽 독서 시간이 무릉도원 같은 천국이라고 하심 - 고집스럽던 자신을 잘 알지만 순한 사람으로 살기고 결심하고 낮게 스스로를 낮추는 분으로 느껴진다. 높은 뜻은 없고 에너지와 시간이 늘 모자라고 아까워서 가능한 갈등 상황을 피하려는 나와는 동기가 사뭇 달라 부럽다.

 

<중용>에는 앎의 세 단계가 나온다.

 

“첫 번째 단계는 성인과 같이 배우지 않고도 태어나면서부터 깨닫는 사람인데 이를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위인들처럼 배워서 앎에 이르는 사람이다. 이를 학이지지(學而知之)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고생하면서 공부한 끝에 앎에 이르는 사람을 곤이지지(困而知之)라고 한다.”

 

지혜를 얻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첫째 방법은 사색에 의한 것으로 가장 고상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모방으로 가장 쉬우나 만족스럽지 못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경험을 통해 얻는 방법으로 가장 어려운 것이다.” (...)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없는 것이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앎과 지혜를 고래로부터 분리해서 인식했다는 것이 흥미롭고 유용한데... 안다고 아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늘 아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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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통은 보이지 않아 - 우리가 다스려야 할 마음의 상처에 대하여 ㅣ 빨간콩 1318 1
루실 드 페슬루앙 지음, 주느비에브 다를링 그림, 박언주 옮김 / 빨간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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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만 10세에서 19세, 혹은 15세에서 24세까지로 두고 자해와 자살에 관한 조사와 통계를 낸 결과들을 찾아봅니다. 찾기 전에도 불안하고 참 싫은 일입니다. 싫다고 안 보는 걸로 없던 일이 되는 거면 좋겠습니다만.

 

전 세계 순위 따위로 경각심이 더 강해질 것 같지도 않고 원인들을 분석한 것과 가족들, 주변인들, 가해인들(해당 범죄)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읽어 봅니다. 복잡합니다.

 

오래 전 고등학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출산을 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가족이 어떻게 이때까지 모를 수가 있나. 주변에 도움을 청할 어른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인가. 황당하고 화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원인과 상황이 다양해진 것 말고 근본적으로 대책이 마련되어 점점 개선되고 있는지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진심으로 믿는 바는 ‘마음 가는데 돈 간다’는 것. 진지하게 고려되는 사회문제라면 예산과 인력이 늘어야만 합니다. 그런 변화가 없는 것은 헛소리거나 거짓말입니다.

 

여전히 부모들은 십대 자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누군가 말해주면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아이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아이들은 많고도 많이 방치되고, 종사자들은 인력과 예산으로 지쳐가고, 또래들이 어울리고 접하는 미디어, 문화, 게임들은 분노 조장, 폭력 조장, 자살 조장을 하기도 한다니 조사보고서만 읽다 보면 인류는 벌써 망했습니다.

 

장애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우리 사회의 장애인 표시로 휠체어가 등장하는 것은 가장 가시적이기 때문이지요. 다른 장애는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마음의 상처는 내용도 원인도 다양하지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예방도 관리도 처벌도 보호도 아주 미흡합니다. 가해자가 가족인데 미성년자라 ‘보호자에게 돌려보내는’ 일도 있습니다. 고민과 아픔은 크고 자력구제도 도움요청도 마땅치 않아 무력한 기분이 들고, 그럼에도 마음을 추스르고 견뎌보려하지만 불안과 괴로움으로 자해와 자살로 이어집니다.

 

이 책에서는 정신 건강과 심리적 장애와 관련된 22명의 증언들이 담겼습니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합니다. 불편하지만 마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청소년 독자만이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조용히 위로와 도움을 건네는 책입니다.


쉬운 순간도 쉬운 행동도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받고 청하고 사는 일이 중요합니다. 짐작만으로 두려워하는 것보다 쉽게 현실에서 분명 얘기를 들어 줄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고 믿습니다.

 

매일 보는 가족이, 일상에서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더 힘들다고 느끼면 상담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 믿습니다. 모두 힘든 이 시절, 독립, 자립, 도망이 모두 더 힘든 청소년들의 무탈과 안녕을 힘껏 바랍니다

.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허구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와 내 가까운 지인들, 누리꾼들 사이에 잘 알려진 개인적 경험들로부터 착안한 것이다.

 

유일하지 않은 삶이란 없다.”

 

- 루실 드 페슬루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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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방 ㅣ 고래책빵 그림동화 19
송담 지음, 이민정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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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연령 불문하고 읽는데 텍스트가 적고 상상력이 풍부해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그런 책을 만나면 애를 먹곤 합니다. 현실과 사실에 의지하는 삶이라 더욱 의지적으로 저항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영원의 방>이라는 제목도 제게는 참 어렵습니다. 영원, 을 개념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주 아름다운 삽화들을 보면서도 어느 공간에 있는 것인지 상시 존재하는 것인지 필요할 때 등장하는 것인지... 이런 생각에서 놓여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그 방을 찾아갔다.”



흠이 없는 온전한 시간으로 만들어진 방이라는데, 이 내용도 쉽지 않습니다. 배운 것들이 독서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경우이지요. 어리석은 저만 겪고 초등생 독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럽습니다.


아주 멋진 시 구절로 들립니다.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다 가진 공간이 아니라 그 방이 없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거나 받아야하는 건가 봅니다.



사냥을 나간 왕이 길을 잃었는데 영원의 방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을 보면 특정 장소에 고정된 장소 같습니다. 가슴에 한 팔이 달린 남자를 만나 도움을 받는데 그의 영원의 방은 많이 다릅니다. 타인의 영원의 방에 머물면서 왕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변할까요.



초등학생 창작동화들 중에서도 중의적이고 다면적이고 질문과 생각이 많아질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 우리에게도 ‘영원의 방’이 있나요.

- 있다면 그 방이 왜 필요했나요.

- 없다면 우리는 어디서 가장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나요.

- 혹은 영원의 방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나요.

- 살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요.

-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 폭력이 될 수 있는 동정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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