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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평점 :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늘 무언가를 박살내는 작가...
내가 만난 사강은 그랬다.
끝까지 냉정하고 단호하게 부정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태연하게 한다.
BRITISH HOMEOPATHY를 전공한 친구가
오렌지색이 치유의 색이라고 오래전에 알려 주었다
뭘 해도 가라앉지 않는 두통에 지쳐
지극히 아름다운 표지의
책을 가만 쓸어본다.
“당신은 어딘가로 걸어가는 중인 것 같은데,
실은 어디로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단 말이지.
일종의 갈망은 있는데,
아무것도 소유하려 들지 않고 말이오.
영원히 명랑할 것처럼 경쾌한데 막상 쉽게 웃지는 않고,
알다시피 사람들은 늘 사느라 바쁜데,
당신은 당신 때문에 바쁘단 말이지.”
“사람들은 점점 두려운 거예요.
늙는 게 두렵고, 가진 걸 잃을까봐 두렵고,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봐,
삶이 지루해질까봐,
자기가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거죠.
늘 불안하고 끝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