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미래보고서 2025 - 미래 비즈니스를 지배할 부의 키워드
야마모토 야스마사 지음, 신현호 옮김 / 반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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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삼사십년 전에 세계의 부를 논의하면 2:8이라는 비율이 사용되었다. 실물경제보다 금융과 투자의 기술이 더 많은 자본을 증식하는 구조가 확립되자, 세상에 물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과 비례하지 않는 통계로 금융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자본은 몸집은 불리고 작은 투자자본을 가진 기업들은 실패하거나 합병되면서 세계의 부는 금세 1:9 정도의 비율로 편성되었고, 며칠 전 보고서를 보니 세계적인 대기업이라 할 만한 기업들의 수도 100개 단위에서 10개 단위로 줄어들었다.

 

종족주의가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건 정치사회공동체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기업에서는 이미 모든 다른 경계가 무의미해진 빅테크 기업들 주도의 세계가 구축되고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11개 기업들과 첨단 기술들은 이제 인류의 삶을 재편성할 것이다.

 

저항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나, 불편함은 언제나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었으니 일상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수용하고 따르는 일은 불가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 더구나 판데믹으로 모두가 개인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시절에는.

 

“이커머스가 확산하면서 실제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감했다. 매장에서는 제품의 분위기나 작동 상태만 확인한 후 실제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프라인 매장은 점점 설 땅을 잃어버릴 것이다.”

 

의외로 이미 다 사용하는 기술과 회사명들이 많아서, 미래에 머리에 장착하는 홀로렌즈, 가상 세계가 융합된 혼합 현실, 원격 회의, 구글 줌 화사 회의, AI의 실시간 통역, 클라우드 보안 컴퓨터... 등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물류에서는 아무래도 사고 발생이 잦으므로 운전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생각해도 자동화와 무인화를 하는 게 이점이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분명히 물류 사업의 자동화에 머무르지 않고 그 경험을 로보택시나 그와 유사한 다른 사업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다.”

 

아무리 도덕성에 비판을 가한다고 해도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며, 애플 역시 아이폰을 가능한 촘촘한 사회적 신경망처럼 연결할 것이며, 이미 빅데이터 분석으로 취향을 맞춰가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동향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주고 분석해준다. 주제와 논점은 예상한 대로이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도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 신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다른 기업에서 인수하고, 확장된 데이터는 다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으로 활용된다는 것.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3년 후에 이 11개 기업들이 그대로일지, 더 줄어들지, 어떤 새로운 동향이 생길지 정확히 모를 일이다. 독자들의 전망은 어떨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임파서블 푸드.... 이 기업들을 벗어나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상상하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궁금하다.

 

“임파서블 푸드는 앞으로 세계의 먹거리 산업을 바꿀 것이다. 농가의 고용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리하게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뿐 아니라 국가도 불행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앞으로 인구 폭발로 식량 부족이 심각해질 텐데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그려볼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 현재 예측할 수 있는 최대치라면, 분명 매순간 새로운 미래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뭐라도 한다는 것은 절대 0이 아닌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구축된 시스템과 거대자본이 대단하지만, 어쨌든 기업은 소비자가 있어야 존속이 가능한 것이니까.

 

! 5년 후 특히 위험한 8개 업계 : 소매업, 에너지, 금융, 게임, 시스템 통합 사업자, 가전, 모빌리티와 대면 교육

 

! 5년 후 꼭 필요한 5 가지 : 영어, 파이낸스, 데이터 사이언스(딥러닝), 프로그래밍(피이썬), 비즈니스 모델 해석 능력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고 한다. 살게 될지, 얼마나 삶에 큰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미래를 엿보고 혼란과 두통을 겪는 나와는 달리, 자신의 삶과 현실로 다듬어가는 세대의 이해와 행동은 다를 것이라 믿는다. 기대 이상 상상 이상이길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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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ㅣ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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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가 편지에서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을 인용한 것을 일부 변경.

 

고민해서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혼자서 풀 수 없는 난제를 오래 생각에 담고 있다가 심리적 탈진에 이른 듯하다. 어리석은 일인 줄 알지만, 결국엔 결정해야할 문제를 최대한 미루고 사는 중이다.

 

스트레스를 덜어보고자 이런 저런 무관한 일에 웃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의미를 찾기도 하다 이제 그것도 지쳤다. 뇌에 뿌연 연기가 들어찬 듯, 새해도 주말도 한 줌의 힘이 되지 못할 때 철학책이 있어 다행이다. 제목이 정면으로 눈을 마주하고 구술시험을 보는 느낌이다. 대답을 해야 하는.

 

“삶에서 최소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이 거실의 색이 되었든, 소파의 위치가 되었든 간에 기본적으로 마음을 먹어야 하고, 마음을 먹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를 향한 이런 결심이 자유를 위한 근본적 행위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벨기에서는 철학박사가 이런 라디오방송도 해주니 부럽다. 3-4분량의 50가지 주제들, 비장한 태도로 펼쳐 든 것이 무색하게 재밌고 편안한 위안이다.

 

이미 과거의 사실이 되어버린 상황들도 있고, 따지면 무관한 건 없지만 상당히 내 삶과는 먼 내용도 있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모든 주제 모든 문장이 지금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면 나는 곧 죽거나 해탈하거나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 사유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자유를 향한 행위이다. 동굴은 안은 포근하며, 맹목적인 것은 편리하다. 포근함과 편리함의 포로는 탈출을 꿈꾸지 않는다.”

 

익숙해져야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철학적 숙고를 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내 문제를 누군가 이런 식으로 해결해주면 좋겠단 망상이 스쳤다. 역시 ‘인간은 습관의 노예’ 아니 나는 그런가보다.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꿈을 이룬다’는 영어 표현은 한 가지가 아니다. 우리가 교과서로 배우는 것은 realise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내게 온 카드에는 actualise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 의미를 배우고서 평생 가장 철학적인 카드를 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책에서 ‘공감’이란 단지 느낌을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한 상황을 바꾸고 공감한 상대를 도우려고 나서는 일까지 포함된다는 내용을 만났다. 일맥상통, actualise란 꿈을 이루는 방식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꿈의 목적이 다른 것. action을 이끌어내어 세상을 바꾸는 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2022년이 오긴 왔는데, 달리기 출발선에서 나는 아직 발을 떼지 못하고 서 있는 기분이다. 아무도 내 발목을 잡고 있지 않으니 온전히 내 탓. 변화가 힘들고 싫고 어렵고 성가시다. 어쩌면 나이보다 더 늙고 낡았나보다.

 

“낡은 세상은 죽어가고, 새로운 세상은 아직 태동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희미한 이때 괴물들이 등장한다.”

 

안 보이면 좋겠는데 희미한 현실에 각종 괴물들이 존재한다. 힘이 세고 더 힘을 탐낸다. 모르고 괴물에게 힘을 보태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나쁜 짓이다. 철학은... 이 책은... 둘 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유denken의 노란빛을 비추고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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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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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도 기억이 안 나는 오래 전이지만, 처음으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들었을 때의 당황했던 기분은 또렷하다. 하마터면 뭐라고 하셨나요... 되물을 뻔했다. 무작위의 완전한 타인을 사랑한다고 매일 거듭 말해야 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땠을 것인가. 물론 견뎌야했던 혹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것 말고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내 일이 아니라 그런 멘트는 그만둬야한다는 의견에 동참한 것 외에는 아는 바도 깊은 공감도 한 기억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전문의로서 10년 간 콜센터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분석을 하였다. 절이라도 하고 읽어야할 듯 기분이 엄숙해진다. 세상에는 이런 일을 해내는 이들이 있다.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는 그 동안 숱하게 받은 “왜 하필 콜센터를 연구하나요”란 질문에 “낮은 임금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이들의 건강을 조금씩 빼앗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고정 관념마저 재생산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노동 강도를 견디며 국가의 산업 육성에 참여하고 부모가 다 감당하지 못한 가정도 책임지고 동생들 혹은 오빠들을 먹이고 공부시킨 수많은 살림밑천, 맏딸 혹은 누이동생들은 산업 역군이 아니라 공순이로 더 많이 불렸다.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된다는 협박용으로도 쓰였다.

 

당시의 구로공단은 어느새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뀌었고 콜센터에는 상담사들이 자신들을 콜순이라 자조하며 예전과 다르지 않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이 책에 묘사되 업무 풍경은 읽으면서도 숨이 막힌다. 경쟁은 상담원들끼리 붙이고, 실적이 좋으면 ‘경주마’가 되어 따로 관리된다. 총체적 노동 통제!

 

화장실은 관리자가 정한 시간에 간다. 진상 고객 얘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모욕적이다. ‘지금 전화 받는 사람은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피라이팅이지만 가해는 고객으로부터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도 주변에도 흡연을 하는 이가 없어 잊었다가 깜짝 놀란 부분은 상담사들의 흡연이었다. 갖가지 종류의 부당하고 폭력적인 감정을 받아내고 나면 짧은 시간 흡연을 하며 한 숨을 내쉰다. 이렇게 요약하니 평범한 일 같기도 하지만 세찬 충격을 받은 현실이 적혀 있었다.

 

“거듭된 사과에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민원인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마침내 통화가 끝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생각나는 건 오로지 담배 뿐이다. ‘닭장’ 같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건물 옥상으로 향한다. 연기를 내뿜는 건지, 한숨을 내쉬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천국이다. 하지만 불과 4분짜리 천국이다. 조만간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또 해보지만 민원인의 ‘욕받이’ 노릇을 한 직후 옥상에 올라가면 떠오르는 선택지는 둘 뿐이다. 뛰어내릴 것인가, 피울 것인가.”

 

회사에서 금연을 권하는 이유는 ‘자궁을 가진 존재로서 임신을 위해’. 쓸모도 없는 감정만 들끓는 나와 달리 김관욱 교수는 10년간의 현장 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의 집대성을 통해, 갑질 논란이나 감정 노동만이 아닌 산업체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다. 여성 노동과 인권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이다.

 

언론에서 뽑아내는 제목 이상의 것을 궁금해 하지 않고 산 탓에 몇 가지의 요약으로는 표면조차 긁어낼 수 없는 이들의 노골적인 노동 환경에 대해 배웠다. 하청구조나 정규직 전환의 구호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안다고 생각한 것은 다 무지였다.

 

의사로서 한 직군에서 도드라지는 유병률을 보고 병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유발하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환자의 건강과 안녕을 10년간 물어온 의사이자 학자가 수고한 연구의 집약체이다.

 

사회적 의제를 다루고 정리한 완성도가 높다. 2016년 기준 200만 명이 넘는다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된 사회 여러 분야의 의제들도 포함되어 있다. 관련법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수화기 너머에 ‘얼굴과 몸을 가진’ 사람이 있다.”

 

“여성 노동자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부당한 노동 때문에 질병을 앓는 이웃이 없는 사회가 오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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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어떻게 하나요? 아인슈타인
김성화.권수진 지음, 정진호 그림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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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멀리 우주를 봤어요.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냈어요. 아인슈타인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가본 적이 없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볼 때 필요한 건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묶음, 그리고 머리뿐이었어요!”

 

100년도 더 전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작은 방 안 작은 책상 위에서 종이와 연필로 우주에 대한 생각을 적었습니다.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학논리적으로 오류가 없고 수리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지가 중요했지요.

 

맞다고 해도 결국엔 물증을 찾아 입증해야 물리과학적 사실이 됩니다. 그러니 오랜 세월 이론theory이 아니라 가설hypothesis 혹은 정리theorem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망원경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상상이 닿은 우주의 모습을 실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라운 과학 발견의 순간입니다. 일간지에도 보도된 것을 보고 무척 뭉클했습니다.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1121601006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411002018&wlog_tag3=naver

 

‘상상’과 ‘과학적 상상’은 아주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습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식이라 이론이나 과학정보가 아니라 어떻게 정확한 과학적 상상을 하는 훈련을 하는지, 그런 접근을 해보면 과학이 조금 더 흥미로워질까요?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책 중에 가장 재밌고 친절하고 그림이 많은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오히려 자연이나 우주에 관심이 더 없을 수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념 이해가 쉽지 않으니 재밌게 친숙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머리가 크고, 바이올린 연주자, 초코아이스크림 파는 사람 - 제 꿈 중의 하나 - 이 되고 싶었던 인류의 지성을 덕분에 웃으며 만납니다. 몇 개의 선들로도 존재감이 확실하니 예술이란 참 대단한 소통 수단입니다.

 

어쩌면 상대성 이론이나 블랙홀에 대해 우주의 모양에 대해 신기해하며 눈을 빛낼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과학자들은 천체 망원경을 싣고 우주가 가장 잘 보이는 천문대로 갔어요. 한 팀은 남아메리카로, 또 한 팀은 남아프리카로! 1919년 5월 29일,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깜깜할 때 과학자들은 우주가 울룩불룩하다는 증거를 발견했어요. 머나먼 우주에서 오는 별빛이 똑바르지 않고, 태양 주변에서 불룩 휘어져서 오는 것을 관측했어요.”

 

혼자 볼 수 있었던 것들에 관심이 있어서 어쩌면 조금은 외로웠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책 읽고, 혼자 상상하고, 혼자 계산하고... 갖가지 불필요한 일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원하는 것에 최고도로 몰입했지만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 쓰는 것을 좋아한 멋진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동네(?)에 이런 과학자들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상상하지 않고, 컴퓨터만 열심히 조사를 하는 시절이 되었나요?

 

저의 최애 물리학자를 만나 잠시 저도 그에게 편지 쓰는 아이처럼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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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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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 작품을 읽으며 사전을 참 자주 찾아봤다. 귀찮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고 이전에 듣거나 본 적 없는 단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백 번을 개정 출간되어도 늘 반가울 이번 책은 ‘여우눈’이라는 단어와 함께 태어났다. 오래 전 사진 전시회에서 북극 여우를 처음 만나 내내 좋아하는 지라 눈 속의 보석처럼 빛나는 여우가 보여 더 반갑고 기뻤다.

 

어떤 모습으로라도 자주 자주 우리를 찾아오시길 늘 바라며 설레며 펼쳐 본다. 내 손으로 어머니의 책장에서 처음 꺼낸 작품부터... 유고 작까지, 써주셔서 감사한 많은 산문들이 보여서, 박완서 글 전시회에 입장한 듯하다.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믿음의 교감이 있기에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믿는다.”

 

책임지고 할 일들은 누구도 데려가 주지 않고 날씨는 매일 근육을 뜯어가는 듯 귀찮고 다 싫은 날들, 반갑고 다정한 책과 작가의 문장들이 밥인 듯 차인 듯 약인 듯 느껴진다.

 

“숱한 꿈은 자라면서 맞닥뜨린 현실에 혼비백산, 지금은 그 편린조차 지니고 있지 않다. 나는 그때 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생각해낼 수 없다. 다만 그 꿈과는 동떨어진 모습이 되어 늙어가고 있음을 알뿐이다.”

 

요란하고 소란스러울 게 뭐 있냐고 타닥타닥 글자를 만들 듯 제일 먼저 할 일을 마무리될 때까지 하라고 살짝 야단을 맞는 기분도 든다.

 

세상에 있어선 안 될 무참한 일을 겪기도 하는 것이 너나없이 사람 사는 일인데, 번거롭고 힘 좀 많이 든다고, 그게 뭐 별 일이라고.

 

“그래, 내가 뭐관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 (...) 사고의 전환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뒤집고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싶지만, 뒤집기 전엔 구하는 게 멀기만 하다.”

 

새해에 기적이 일어날 거란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힘이 안 난다. 갑갑해서 괴롭다. 마음이 편해질 이유는 찾으려면 많다. 일조량의 부족도 운동 부족도 남 탓도.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생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내 코 끝에 조롱조롱 걸린 소소하게 아는 것들을 떠올려보니 웃음이 픽 난다. 감사한 작가님. 내부가 진탕이 된 속을 들여다보인 듯한 부끄러움에 어리광이 저 멀리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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