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기호로로 - 5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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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척 좋아하는 산미가 확실하게 선명해서 매일 한 잔의 기쁨이 큽니다.
재주문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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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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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이유보다 속물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책이 있다내용이 그런 효과를 낸다는 것이 아니라이 책처럼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스페인 최고 권위의 나달 수상 작가,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란 평가와 더불어 스페인 내전이라는 중대한 근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일 경우이다.

 

나는 21세기가 되어서야 안전한 시공간에서 이 전쟁에 대해 배웠다특히 인상 깊었던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 프리덤LAND AND FREEDOM>은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 없이 쏙 빠진 영국에 대한 영국인의 속죄처럼 고증의 깊이도표현의 강도도철학적 배경도 탄탄하다.


영국 유학 당시 교직원과 동기들과 함께 보고 영화 매체에서 전무후무하게 15분 이상의 토론 장면으로 등장한 아나키즘에 대한 토론회에 참가한 기억이 있다왕정주의자아나키스트스페인 왕가의 후손카탈로니아 독립에 찬성하는 철학 교수 등등... 신기하고 놀라운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함께 한 자리라 뇌 속에 불꽃이 펑펑 터지는 논쟁의 향연이었다.

 

어쨌든 원인도 주체도 승패에 따른 결과도 모두 남성들이 전유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 책은 여성의 목소리로 전쟁의 흥분과 승패가 아니라 이후의 삶을 보고 기록하고 창작한 작품이니 참혹하면서도 새롭고 의미 있는 통찰들이 기대된다. 23세의 작가 카르멘 라포렛의 첫 작품이다.

 

거무튀튀하게 때가 낀 벽마다 거친 손자국들과 절망에 찬 절규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 찌그러진 수도꼭지에는 광기가 미소 짓는 것 같았다. (...) 이제 온갖 불결한 것들 가운데 나 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외부환경이 참상에 다름 아니고 폭력은 도처에 가득하니 시절을 견디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끊임없이 심리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다독여야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질문은 가득하고 감수성은 예리하다원제 Nada는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제서야 나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역경보다 오히려 일상의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난관들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부가 망가졌거나 모두 텅 비어버린 인물들이 끝없이 등장한다불안과 좌절과 고통 속에서 다들 얼마간 미쳐 살지 않았나 싶은 잔인한 시절이다몇몇 서사에서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긴장감이 느껴져서 시절이 야만스러울 때 인간이 존재한다는 일 자체가 어떤 고통인지 쓰라린 기분이다.

 

낡아빠진 옷깃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도처절한 곤궁함이 자아내는 슬픔도이 구질구질한 집이 주는 소리 없는 두려움도하지만 나에게 가해지는 강압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외부에서 후대에서 본 스페인 내전은 이념과 정치의 격돌이었다그와 대조적으로 이 작품이 갖는 독보적인 위치는 정치적 암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철저하게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 1인칭으로 적나라하게 고발된 글이다때론 기록과 창작현실과 허구를 구별하기가 불가능한 장면들이 등장한다그래서 이 작품은 1인칭이지만 에세이가 아닌 소설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생을 향유하기 위해 태어나고또 어떤 이들은 죽도록 일하기 위해 태어나고또 어떤 이들은 그저 인생을 지켜보기 위해 태어나는가 보다나라는 사람은 그 관조자의 역할을그것도 아주 미미한 역할을 하도록 타고 난 것 같았다도저히 그 역할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결코 그 역할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 같았다그 순간 날 사로잡은 유일한 현실은 바로 어마어마한 비탄이었다.”

 

읽다 보면 이야기속 안드레아만이 아니라 저자 카르멘 라포라의 목소리인 것처럼 느껴지는 구절이다갑자기 고아가 되어 찾아간 할머니의 집에서 나와 자신만의 삶을 살아 보기 전에는 먼지처럼 우울한’ 주변의 인물들을 피하지도 못하고 끝없이 지켜봐야했으니까.

 

저 아래층은 침몰하는 배라고나 할까. (...) 우리 모두는 차올라 오는 바닷물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가엾은 쥐새끼들이고 말이야. (...) 너도 길 잃고 넋 나간 어린 생쥐 신세가 되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니 그리 불행하다고까지는 할 게 없겠지.”

 

사람답게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전쟁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상흔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 시절을 읽는 것을 통해 목격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안드레아의 할머니 집의 풍경이지만 당시 전후 스페인의 푸른빛이 음울하게 떠도는 시절이라 중상을 입은 국가가 겹쳐진다.

 

아리바우 거리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내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통스럽고 불편하고 불쾌한 자극들을 만나야 하고 꺼림칙한 인물들을 지켜봐야 한다이런 일상을 문학 작품에서 만나기는 드문 일일 것이다.

 

저자 자신과 일체화된 이야기는 작품으로서의 일체성도 지극해서 읽게 되면 엄청나게 몰입하게 된다그러니 체력 소모와 피로감 또한 대단하다그래도 읽고 싶었던 읽어서 다행인 경이로운 작품이다시간이 더 지나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책을 덮고 안드레아와 카르멘의 이야기에서 나와 며칠 전 읽은 책의 파블로 네루다를 다시 떠올린다스페인 내전 중에 해외 도피를 시도한 스페인들을 구하러 배를 동원한 칠레의 주스페인 영사배에 탈수 있는 모든 이들을 구하겠다고 한 시인.


그리고 전 세계에서 무기를 들고 스페인으로 모인 당대의 지성인들기자로 종군한 헤밍웨이붓을 들어 학살을 고발한 피카소그리고 폭탄을 퍼부어 수많은 인명을 해친 히틀러의 독일군을 함께 생각해본다인간종이 만든 세상은 언제 봐도 이해불가 기묘한 부조리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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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비구름 그림책봄 17
김나은 지음, 장현정 그림 / 봄개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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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가지 못하는 일상의 위로처럼 44작품이 이야기와 함께 담긴 그림책이 왔다. 천변만화하는 상상 이상의 풍경이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시되는 곳이 늘 머리 위에 있다. 고개를 들어 자주 보면 좋으련만, 자꾸 잊고 산다.

 

여름의 초입에는 여름뭉게구름에 두근거리며 매일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뭐가 또 적당한 변명이었기에 그만두었을까.

 

분홍 구름, 노란 구름, 초록 구름, 파란 구름, 네 구름이 소곤소곤, 투닥투닥하는 책이다. 기분이 번지듯 색이 화악~ 때로는 파악~ 퍼지는 느낌이다.

 

십 대의 어느 날 색colour이란 파동이 다른 빛이 인간의 가시영역에서 목격하는 산란이라는 원리를 배우고 귀가하는 걸음이 꽤나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재미가 줄었구나, 하는 서운한 느낌

 

 

걱정 이하로 원리를 알아도 여전히 세상은 현상과 현존만으로 아름답고 귀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처럼 개성 강하고 꿈도 다른 구름들!

 

네 구름은 서로 사이좋게 보였지만, 몰래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어.”

 

그래서 서로 다투다 번지다 흘러내리는 색들이 한 면에서 다른 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들은 빛에서 태어난 후손들이 아니었나.

 

세상은 점점 더 어지럽고 얼룩덜룩하고 까매졌어.”



 

색채에 대한 이해보다 신화를 즐기는 상상력이 있다면 더 재밌고 즐거운 감상이 될 듯하다.

 

울림이 큰 교훈을 찾고 싶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뒤섞이면 무엇이든 어두워질 거란 생각 외에는.

 

대신 커다란 전지를 사다 욕실 벽에 붙이고 물감을 던지고 뿌리며 놀고 싶은 마음이 쑥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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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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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기다린 기분의 책실제로는 석 달이 좀 못되었다정말로 아프리카에서 온 작품이란 느낌이다상상하기에도 부족한 지식경험정보를 가지고 최대한 열심히 짐작하면서 나이지리아 아쿠레 마을에 머물렀다.

 

심장 속 심실에는 피가 고여 있다우리 집의 두 심실이아버지와 어머니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심실을 찌르면 집안 전체에 피가 흘러넘친다형들 이텐나보자오벰베 과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본 사람들관찰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아름답고 신비롭게 등장한다이런 평범한 장면에도 이런 문장을 사용하다니내가 모르는 어떤 장치나 복선이 있는지 의아해서 자꾸 다시 읽어 본다.

 

일요일 밤이 내릴 때쯤에는 빵 부스러기 같은 정보가깃털이 풍성한 새의 깃털 한 뭉치처럼 어머니의 독백으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 아버지는 어머니가 하는 모든 말을 들었다.”

 

가족의 삶이 완연히 충격적으로 변모할 전개가 필연적이라당시 역사와 시대상과 나이지리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와중에도 문장들을 꼭 붙드는 기분으로 읽는다조마조마하고 불안한 시간이 저자의 유려한 묘사로 막을 수 없는 기세로 막힘없이 흐른다.

 

아버지는 결국 떠났다일종의 협박과 용돈을 두고전근이라는 형식이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하려는 일에 올라타고 남은 가족은 부재를 견디며 생존해야한다미래가 희망이 상승이 그려지기 힘든 상황힘든 일이 이어지겠구나마음을 졸이게 된다무람해서 낯선 지명들이 거듭 아프리카를 상기시켜준다.

 

잘 구축된 궤도 위에서 살아간다는 안전한 기분일 때 일상은 기억할 가치를 상실한다현재도 미래에도 돌발 보다 예측이 우위를 점하니 시간표대로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정신의 여유는 상상의 자유를 허락해서 그런 시간 우리는 여러 공상과 꿈을 떠올리며 느긋할 수 있다.

 

그러다 아버지가 떠난 것과 같이판데믹과 같이상황을 뒤바꾸는 계기를 만나면 이후의 시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일과일상계절과거가 중요해지고 현재는 후회와 불안에 잠식되기 쉽고미래는 흐릿해진다예정된 날짜가 있는 삶의 안온함이 그립니다.

 

아프리카 내부의 종족과 문화간 분쟁서로에 대한 격렬한 적대감은 소설 속 나이지리아 한정이 아니다알음알음 듣기만 하던 전쟁 난민의 문제와 환경 재난으로 인한 난민의 문제가 지구현실이 되고 있다.

 

디아스포라의 삶이 무엇인지 관련 책을 살펴보는 중이라 인간이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적대와 폭력으로 낭비하는 그치지 않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지 막연한 생각만으로 지친다.

 

어린애들이 닭처럼 죽어나갔어!”

 

마을의 다른 아이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는 형제들은 저주받은 강으로 향하고낚시를 하다 예언자와 마주친다아주 끔찍한 예언을 들은 형제들은 그 예언이 원인이 되어 사이가 멀어지고 이별하고 두려워한다.

 

네가 너 자신에게 이 모든 짓을 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야네가 네 두 손으로 일구고 가꾼 두려움 말이다이켄나이켄나너는 미친 사람쓸모없는 인간의 환시를 믿기로 선택했어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은 사람을 말이다.”

 

예언의 세계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나는 늘 경고만 남발하고 대책을 이야기해주지 않는 이 능력이 반갑지 않다믿지 않으면 좋으련만 듣고 말았으니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을 테지확신은 현실이 된다비극인 경우에는 참담한 현실이.

 

그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생각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이상하고도 낯선 생각이었다죽음에 대한 생각.”


어설픈 스포가 될 지도 모른단 이유와 이 책의 아름다움과 치열함은 떼어낸 문장들로는 소개가 어렵단 생각에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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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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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의 고전문학을 언급하거나 발췌해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인 글일 거란 생각을 했다목록을 보고 고전이라 분류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잠시 혼란스러웠다생각을 오래할수록 더 모르겠다.

 

데미안오즈의 마법사(사르트르), 달과 6펜스네루다의 우편배달부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어린왕자좁은 문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위대한 개츠비연금술사지상의 양식그리스인 조르바파우스트노인과 바다인간의 대지구토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변신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안네의 일기마지막 잎새이반 일리치의 죽음싯다르타고도를 기다리며여자의 일생나르치스와 골드문트대성당

 

내가 하는 일이 적어도 구할은 청새치 잡고 돌아오는 노인의 마음 같다는 생각에 30여 년 만에 다시 읽어 볼까하고 생각한 <노인과 바다>도 있다십 대에 읽은 책 표지가 떠오르지 않으니 리커버판에 그냥 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어린 고전들도 포함된 책을 고전 독자가 되어 읽어 본다.

 

걸어가면 돼아주 긴 여행이 될 거야이 나라를 지나가다 보면 때로는 즐겁겠지만 어떤 때는 무섭고 끔찍한 일도 생길 거야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마법을 동원해서 너를 지켜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 “에메랄드 시로 가는 길은 노란 벽돌 길로 되어 있단다.” <오즈의 마법사>

 

이 책 때문이었나나는 아주 오래 도로의 노란 중앙선을 걸어 보고 싶었다거리로 나가 투쟁하는 가투 유형이 전혀 아님에도 언젠가의 거리에 나선 건 그 이유로 중앙선을 실컷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제야 고백한)그때 내가 그 길을 걸은 것이 한편으로는 이 작품의 인물들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도전을 한 것인가다 늦게 감상적인 기분이 든다갑자기 토네이도에 휘말려 날아와 떨어진 집에 깔려 죽은 동쪽 마녀의 명복을 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는 것이 뭐가 문제겠소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좋아하는 것들이 많을수록 더 자주 기쁠 것이다이만큼 간절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는발견한 사람은 그저 부럽다퍼즐 조각 맞추듯 정확한 모양을 찾고 선택에 따른 쾌락과 감수할 대가를 재빠르게 계산해서(즉각적인 반응이라 스스로 말려 볼 수도 없었다...는 변명무척 잘 포기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지라 궁금하고 부러운 삶이다. 6펜스를 잘 챙기고 가끔 달을 올려다보는 삶에 자족하는.

 

예술 작품에는 그 화가의 경험과 지혜가 대단히 정교하게 축적되어 있으며화가만의 언어로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다예술은 말이나 글처럼 쉽게 표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화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화가의 삶미술에 관한 예비지식 그리고 감수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음악을 듣고 감정이 움직이는 일은 적지 않다그에 비해 그림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거나 감정적인 표현을 하는 이들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별로 없다회화란 친해지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소통을 즐기지 않는 상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그러니 뭘 이해해보겠다고 공부란 걸 하는데그렇게 막 분석하고 나서 알게 된 지식정보가 과연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인가하는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슨 일 있나?”

?”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마리오는 고개를 돌려 시인의 눈을 찾아 올려다보았다.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아니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네루다는 문손잡이를 놓고 턱을 어루만졌다.

마리오내게는 일상 송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들이 있네그리고 온갖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그게 메타포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며칠 전 세계문학에 속해 있고 알고 보니 나 빼곤 다 영화를 본 것 같은 작품을 뒤늦게 읽었다그 이야기 속에 네루다가 등장한다어느 나라의 쿠데타 세력이든 그 천박함은 아주 꼭 닮아 있다네루다의 장례 장면에서 한 문장 마다 한숨을 몇 번을 쉬었는지관 속의 네루다 역시 내내 한숨을 지었을 듯하다. -> 이런 것도 메타포라면 문장의 뜻은? 😅

 

첫째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 둘째사랑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셋째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는’ 지속적 상태혹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혼동한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의 책을 조금 읽다 포기하거나 집어 던지고 그 여파로 프랑크푸르트학파 전체를 미워하게되는 사람들이 ~라테는 적지 않았다소위 연애세포가 사멸한 지 오래라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닌 것이 반가울 뿐이다사랑하는 이들을 힘껏 응원하지만정말 모두가 사랑이 필요한 것인지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사랑하지 않는 상태를 못 견디는 것인지 등등 여러 의문은 든다물론 막 물어보거나 하진 않는다쉽다는 사람이 없으니 부디 다들 힘내시길!

 

문손잡이를 잡으며타인의 얼굴을 보면서바닷가에서 주운 돌멩이에서자주 가는 카페에서 맥주잔을 쥐면서아돌프의 연보라색 멜빵을 보면서땅에 떨어진 종이쪽지를 집으려고 하면서 주위의 곳곳에서 구토를 느낀다구토감에서 유일하게 해방되는 순간은 바로 카페에서 낡은 축음기로 틀어주는 섬 오브 디즈 데이스(Some of these days)라는 노래를 들을 때다. <구토>

 

존재하는 이유가 없다면우연히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부조리인가그렇다면 우주 자체가 거대한 부조리일 것이다이유도 목적도 없이 스산하고 무감하게 기계운동을 반복하는로캉탱이 도서관과 카페만 오가는 고독하고 단조로운 시간이 더 이상 내 현실에서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시절이다나는 구토는 아니지만... 간혹 멀미가어지럼증이흉통이 느껴진다.

 

좋아하거나의미가 있거나새롭거나흥미로운 작품들이 있다면 저자의 덧붙임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나란히 적어보는 일도 좋겠습니다저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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