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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평점 :
28개의 고전문학을 언급하거나 발췌해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인 글일 거란 생각을 했다. 목록을 보고 고전이라 분류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생각을 오래할수록 더 모르겠다.
데미안, 오즈의 마법사, 말(사르트르), 달과 6펜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린왕자, 좁은 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위대한 개츠비, 연금술사, 지상의 양식, 그리스인 조르바, 파우스트, 노인과 바다, 인간의 대지, 구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변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네의 일기, 마지막 잎새, 이반 일리치의 죽음, 싯다르타, 고도를 기다리며, 여자의 일생,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대성당
내가 하는 일이 적어도 구할은 청새치 잡고 돌아오는 노인의 마음 같다는 생각에 30여 년 만에 다시 읽어 볼까, 하고 생각한 <노인과 바다>도 있다. 십 대에 읽은 책 표지가 떠오르지 않으니 리커버판에 그냥 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어린 고전들도 포함된 책을 고전 독자가 되어 읽어 본다.
“걸어가면 돼. 아주 긴 여행이 될 거야. 이 나라를 지나가다 보면 때로는 즐겁겠지만 어떤 때는 무섭고 끔찍한 일도 생길 거야. 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마법을 동원해서 너를 지켜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 “에메랄드 시로 가는 길은 노란 벽돌 길로 되어 있단다.” <오즈의 마법사>
: 이 책 때문이었나, 나는 아주 오래 도로의 노란 중앙선을 걸어 보고 싶었다. 거리로 나가 투쟁하는 - 가투 - 유형이 전혀 아님에도 언젠가의 거리에 나선 건 그 이유로 중앙선을 실컷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제야 고백한)다. 그때 내가 그 길을 걸은 것이 한편으로는 이 작품의 인물들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도전을 한 것인가. 다 늦게 감상적인 기분이 든다. 갑자기 토네이도에 휘말려 날아와 떨어진 집에 깔려 죽은 동쪽 마녀의 명복을 빈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는 것이 뭐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달과 6펜스>
: 좋아하는 것들이 많을수록 더 자주 기쁠 것이다. 이만큼 간절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는, 발견한 사람은 그저 부럽다. 퍼즐 조각 맞추듯 정확한 모양을 찾고 선택에 따른 쾌락과 감수할 대가를 재빠르게 계산해서(즉각적인 반응이라 스스로 말려 볼 수도 없었다...는 변명) 무척 잘 포기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지라 궁금하고 부러운 삶이다. 6펜스를 잘 챙기고 가끔 달을 올려다보는 삶에 자족하는.
예술 작품에는 그 화가의 경험과 지혜가 대단히 정교하게 축적되어 있으며, 화가만의 언어로 독특하게 표현되어 있다. 예술은 말이나 글처럼 쉽게 표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화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화가의 삶, 미술에 관한 예비지식 그리고 감수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 음악을 듣고 감정이 움직이는 일은 적지 않다. 그에 비해 그림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거나 감정적인 표현을 하는 이들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별로 없다. 회화란 친해지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소통을 즐기지 않는 상대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뭘 이해해보겠다고 공부란 걸 하는데, 그렇게 막 분석하고 나서 알게 된 지식정보가 과연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인가, 하는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슨 일 있나?”
“네?”
“전봇대처럼 서 있잖아.”
마리오는 고개를 돌려 시인의 눈을 찾아 올려다보았다.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
“아니,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
네루다는 문손잡이를 놓고 턱을 어루만졌다.
“마리오, 내게는 『일상 송가』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들이 있네. 그리고 온갖 메타포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야.”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며칠 전 세계문학에 속해 있고 알고 보니 나 빼곤 다 영화를 본 것 같은 작품을 뒤늦게 읽었다. 그 이야기 속에 네루다가 등장한다. 어느 나라의 쿠데타 세력이든 그 천박함은 아주 꼭 닮아 있다. 네루다의 장례 장면에서 한 문장 마다 한숨을 몇 번을 쉬었는지. 관 속의 네루다 역시 내내 한숨을 지었을 듯하다. -> 이런 것도 메타포라면 문장의 뜻은? 😅
첫째,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 둘째, 사랑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셋째,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는’ 지속적 상태, 혹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혼동한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의 책을 조금 읽다 포기하거나 집어 던지고 그 여파로 프랑크푸르트학파 전체를 미워하게되는 사람들이 ~라테는 적지 않았다. 소위 연애세포가 사멸한 지 오래라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닌 것이 반가울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힘껏 응원하지만, 정말 모두가 사랑이 필요한 것인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지 않는 상태를 못 견디는 것인지 등등 여러 의문은 든다. 물론 막 물어보거나 하진 않는다. 쉽다는 사람이 없으니 부디 다들 힘내시길!
문손잡이를 잡으며, 타인의 얼굴을 보면서, 바닷가에서 주운 돌멩이에서,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맥주잔을 쥐면서, 아돌프의 연보라색 멜빵을 보면서, 땅에 떨어진 종이쪽지를 집으려고 하면서 주위의 곳곳에서 구토를 느낀다. 구토감에서 유일하게 해방되는 순간은 바로 카페에서 낡은 축음기로 틀어주는 〈섬 오브 디즈 데이스(Some of these days)〉라는 노래를 들을 때다. <구토>
: 존재하는 이유가 없다면, 우연히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부조리인가. 그렇다면 우주 자체가 거대한 부조리일 것이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스산하고 무감하게 기계운동을 반복하는. 로캉탱이 도서관과 카페만 오가는 고독하고 단조로운 시간이 더 이상 내 현실에서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시절이다. 나는 구토는 아니지만... 간혹 멀미가, 어지럼증이, 흉통이 느껴진다.
좋아하거나, 의미가 있거나, 새롭거나,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다면 저자의 덧붙임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나란히 적어보는 일도 좋겠습니다. 저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