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민이 별것 아니게 되는 아주 작은 심리 습관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전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밤잠을 제대로 못자서 몸은 더 아프고 정신은 무겁다커피 한 모금에 한 숟갈 정도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지금 상황에서 이 책의 제목은 엄청나게 유혹적이다. ‘모든’ 고민이라는 것이 제일 궁금하고 끌린다생활 밀착형 지혜라니 생활에만 밀착될 시간에 잘 되었다.

 

내용 중에 2장 내 안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4장 금세 떠오르는 부정적인 사고 뒤집기, 5장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마음 만들기는 수험생처럼 열독해야겠단 결심을 한다.

 

망설여질 때는 일단 행동한다.”

 

내가 잘 하는 것이다목표와 계획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닐 지라도 일단 어떤 이유로도 몸을 움직인다하던 대로 하면 되겠다기쁘다.

 

문제를 최대한 잘게 분해한다.”

 

이것도 늘 하는 것이다분석과 해제는 특기이다기본과 최초를 해결하면 큰 덩어리로 보이던 문제가 스르륵 풀리거나 녹기도 한다내가 아는 방법들이 나오니 기분이 개인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일수록 습관화한다.”

 

살짝 기분이 이상하다세 번 연속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만큼 일상을 수월하게 산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이것도 내가 이를 꽉 물고 기계처럼 수도승처럼 무조건 해치우는 일과이다루틴을 지키지 않으면 곧 일상이 재난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 겁쟁이라 쌓이기 전에 매일 조금씩 해치우는 방법을 택했다.

 

습관화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짧으면 18일에서 길게는 254일까지로 폭이 넓은데 첫 2주에서 3주가 가장 중요하므로 이때는 절대 자신의 응석을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루틴에 집착하는 경험자로서 팁을 보태자면평생 이렇게 산다생각하고 하는 거다얼마가 지나면 습관이 형성되어 편해지겠지라고 하면 기간을 세어보게 되어 힘이 든다평생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하는 것이다.

 

남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현실에서 누군가를 잘 지켜보기란 여러 모로 힘든 일이다이럴 땐 책이 최고다책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찬찬히 만나본다모두가 나보다 훌륭하고 멋진 이들이라 심정적으로 겸손해지는 효과도 있고생애 주기를 모두 지켜볼 수 있어서 삶에 대한 시선과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여러모로 최선의 방법이다.

 

아로마 오일을 가지고 다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연꽃lotus, 장미rose, 파츌리patchouli 오일이다지인들이 자꾸 민트를 권하는데 민트는 치약을 떠올리게 해서 정말 효과가 없다통계를 벗어난 인간이니 이제 그만 권하길.

 

고맙습니다를 입버릇처럼

 

의식을 못했는데 고맙습니다보다 감사합니다를 사용하고 살았다딱히 한자가 더 고상한 표현이란 생각은 없는데아마 빈번한 표현이 익숙하니 서로가 더 많이 사용하는 듯하다감사합니다를 고맙습니다로 바꿔 사용해보려고 더 의식적으로 노력해보고 싶다고마운 이들은 엄청 많다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고마운 이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녹는다.

 

싫은 인간관계를 반면교사로 삼는다

 

젊을 적엔 꽤 했는데 이젠 안 보고 안 만나고 사는 쪽이 더 낫다뭘 자꾸 배우는 것도 지겹다가능한 열심히 피해본다.

 

부정적인 것에서 눈을 돌린다

 

부정적인 것이 무엇인지각자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나는 부정적인 말을 일단 안 하기로 결심했다나이가 들수록 인내심은 더 적어져서 가끔 이러다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는 거 아닌가하는 두려운 예감을 할 때도 있다있는 힘껏 안 해보려 한다비난과 욕은 하고 나면 기분이 말할 수 없이 나빠진다쾌락보다 고통이 크다.

 

거짓으로라도 밝은 미래를 상상한다

 

: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 아무 효과가 없을 듯하고나는 진심으로 믿는 밝은 미래를 상상해볼 것이다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소개한 것 이외의 제안들은 많다바로 따라할 수 있는 것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뭐든지 도움이 되는 건 다 해보시길오늘도 무탈하게 지내시길따로 또 함께 버티고 견딥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 구글 검색부터 유튜브 추천, 파파고 번역과 내비게이션까지 일상을 움직이는 인공지능 이해하기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 반니 / 202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디지털 세계와 인공지능의 현황에 대해서 읽고 배워도 잊는 게 더 많지만 계속 읽어본다이 책은 소재와 주제는 유사해도 내용은 이전 책들과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연구와 산업이 밀착되었다고는 해도 학자의 글과 현장 전문가의 글은 달라야 하니까.

 

저자는 카카오의 챗봇다음의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현대자동차 AI팀 리더로 일하는 인공지능 엔지니어다이론과 수식 대신에 활용 중인 AI 이야기와 300컷 넘은 그림이 좀 더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일러스트레이터도 개발자였던 IT전문가이다.

 

원리를 잘 아는 사람의 글과 그림은 역시 간명하다스마트 스피커에 날씨를 묻거나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영상들을 보는 일이 없는일상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가능한 멀리 하고 사는 독자이니 더 잘 보일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전혀 이용 안하고 자력 자연인으로 사는 건 아니다목차를 보고 구글 검색네이버 파파고내비게이션유튜브 알고리즘 등등 여러 분야들 중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것들의 AI 기술 원리를 고른 후아주 친절하게 설명된 내용을 재밌게 읽어 보시길!

 

기술 파트는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읽고 역사와 뒷이야기는 재밌게 즐겼다젯밥 유형의 독서가 되었나 싶기도 하다가장 놀란 내용은 1770년 오타가 아니다 - 18세기에 인간을 이긴 최초의 체스 기계메케니컬 터크의 존재였다거칠게 번역하면 오스만 제국의 기계인간’ - 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의 내용이다스포일러 방지와 이 책의 재미를 망치지 않기 위해 내용을 밝히진 않겠다기계인간에 대한 진실을 알고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내가 알고 있는 1770년이 다시 과학사에 자리 잡는 기분이다.

 

그런데 1980년대에 이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시작되었다니... 영화 <터미네이터>는 상상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현실 반영이었단 생각을 한다즉 40여 년 동안 기계는 무수한 변칙을 포함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강력해졌다.

 

현재 의미 있는 방식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구글은 이 영역에의 투자와 성과에 있어 큰 성공을 거둔다기술의 원천 기술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막대한 투자비용 - 7000억 을 들여 알파고를 출시한다시가총액은 천문학적으로 - 58조원 늘었다.

 

그나저나 야후yahoo를 좋아하고 익숙하게 사용하는 나는 구글에 밀린 사연도 재밌게 읽었다야후의 디렉터리 편집을 사람이 직접 했다니... 엄청난 업무량과 대응 속도에 괴로웠겠단 생각을 한다부디 무사히 잘 살고 계시길!

 

많은 분야와 내용 중에도 기계언어는 무척 흥미롭다. ‘기계번역이란 용어 자체는 1949년에 등장했다고 한다지금에야 일상적인 일일지도 모르지만나도 젊은(?) 시절심층 문법 관련 학회에서 정확한 번역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를 논의한 시간이 있었다.

 

내가 궁금한 신경망 기반 기계번역 체계는 2010년부터 활용되었다. ‘문장을 단어처럼 통째로 번역하는 일인데번역이 더 자연스러워진다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1950년대부터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의 확보이다기계번역은 문장 내 중요 단어를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과학교양서인 책들은 많다비전문가라도 읽다보면 수위나 수준의 파악 정도는 가능해진다이 책은 비전공자 독자인 내 기준에서는 무척 충실하고 친절한 정보가 풍성한 교양서이다기초적인 기술 정보가 머릿속에 자리 잡아 가는 느낌이다무척 재밌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색 여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리 셸리의 팬이라 <프랑켄슈타인>을 한 번 더 읽을까 했는데 이 시리즈를 계속 읽고 있다. ‘고딕gothic’한 분위기를 무섭지만 궁금해 하는 독자에게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을 찾는 이에게도 중독성이 강한 장르이다<회색 여인>은 단편 소설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단편 <회색 여인>은 꼼짝없이 붙들려 끝까지 다 읽게 되는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어째서 회색인지가 무척 궁금했는데 짐작에서처럼 두려운 이유가 있었다목가적으로 다채로운 색들로 표현되는 풍경과 상징적 대비가 멋지다.

 

셰러 부인이 그러는데이 백합 같고 장미 같은 예쁜 여인이 공포로 얼굴색을 완전히 잃어서 '회색 여인'이라 불렸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대.”

 

거대한 비밀은 말로 전하기 어려운 법이다딸에게 남긴 편지를 액자식으로 구성한 것도 아주 좋다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장면이 전환되는 순간 내 심장이 유독 빨리 뛴다서로 다른 시공간을 자신의 침묵으로 격리시켰다가 그 침묵을 깨면 시공간도 연결되는 전개는 최고다.

 

어제 북클럽에서 PTSD 관련 대화를 나누다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질환에 대해 무심코 회화하거나 말버릇처럼 부적절하게 사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재결심했다아나 셰러에게 과거의 공포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그것을 들추는 일에는 어떤 용기가 필요했을까.

 

아나가 탈출을 결정한 순간부터 나는 더 두려워졌다남아도 해결되는 것은 없겠지만 탈출 후 안전해질 거란 보장도 없으니까생명의 위협을 느껴 스스로 활동을 제약하고 축소된 세상에서 사는 모습이 슬프고 화가 났다여성이 자기검열을 하도록 위협하는 야비한 전략은 여전히 활용 중이다.

 

내 아내가 내 일에 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게 되는 때가 온다면그날이 아내의 제삿날이 될 거야.”

 

여자는 딸은 해지기 전에 집에 오라는 말도밤늦게 다니니 그런 일을 당하지라는 말에도 19세기와 다를 바 없는 공포의 전략이 깔려 있다이런 유의 위협을 한 개인이 극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아나는 살해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두 번째 작품 <마녀 로이스>의 배경과 소재는 1962년 실제 마녀사냥을 했건 세일럼이다묘하게도 북클럽의 질문과 다시 겹친다누가 마녀인가즉 우리는 누구를 손쉬운 비난과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공격하는가.

 

원주민의 땅을 빼앗은 이방인인 자들이 종교를 이유로 손쉬운 다른 제물들을 찾아 죽인다진짜 이유는 두 목사 간의 세력 싸움일 뿐이다싸우고 싶은 이들끼리 싸우는 대신 관련 없는 이들을 죽임으로써 제 힘을 보이려 한다욕망과 악의는 아주 쉽게 협력한다.

 

상상력은 변질되었다공포심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까지 피하게 했고누가 그런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사람들을 두렵게 했다.”

 

인간이 저지른 악행들은 중단되고 역사 기록만 남았으면 좋겠으나 2022년에는 더 천박하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중이다근거가 너무 저질스러워 전의를 세우기도 힘이 든다목적은 19세기와 다를 바 없는 제가 챙길 계산된 이익이다돈과 권력.

 

그때도 지금도 제 욕심에 휘둘리는 인간들 말고 다른 이들은 모두 제정신으로 그들을 비웃었으면 하지만현실은 절망스럽게도 집단을 이룬 무지한 자들의 광기가 전염병처럼 날뛰고 있다. 2022년에 반칙이 난무하는 정치 스포츠의 주제는 거짓과 혐오이다.

 

2세기가 아무 것도 아닌 듯 여성들이 경험하는 여전한 공포와 두려움에 싸늘한 분노가 인다여성작가의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이 스스로의 힘으로다른 여성과의 연대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지 않았다면희생양이나 도움을 요청만 하는 캐릭터들이었다면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척 재미있지만 마냥 즐기면서 빠르게 읽고 말 책이 아니었다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쿵하는 소리를 들을 지도분노와 공감으로 눈물이 핑 돌 수도계속 떠오르는 예전 영화*를 찾아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 Thelma & Louis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석류의 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번째 단편을 읽고 잠시 멈춤 했다생각을 처리하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기 보다는... 무서웠다전형성과 극적인 면을 벗어난 평범한 일상이 드러낸 짙은 어둠이현실적이고 기시감이 강할수록 내 것이 아님에도 비밀을 들킨 듯 놀라게 된다.

 

가난이 힘겨울 때 미래를 염려한다그 가난이 벗겨지고 여유가 생기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가난이 위협하는 건 생계이고 여유가 망치는 건 삶이다관계와 진실이 짝을 이룰 때는 뭐가 튀어나오든 가벼울 리 없다.

 

“'거짓말 위에 세워진행복은 언제나 무너졌고그 폐허 밑에 주제넘은 건축가를 묻어버렸다그녀가 여태껏 읽은 모든 소설의 법칙에 따르면그녀를 이미 한 번 속인 적이 있는 디어링 씨는 반드시 계속해서 그녀를 속일 것이다.”

 

인상적인 작품 영화를 보듯 텍스트를 읽었는데 장면들이 마치 화면에서 본 것처럼 생각 속을 떠돈다섬세함은 때론 독자의 뇌 속에서 또 다른 몰입의 세계를 만들기도 하나보다아름다운 것들이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리지와 샬럿의 광기와 분노와 함께 커져간 괴물이의심과 불안과 충격와 혐오 모두를 삼키고 실체화된 존재가 작품 속 모두를 집어 삼킬 듯해서 신경이 당겼다설명도 대답도 없이 입을 다문 남편의 행동에 내가 합리화한 과거의 나들이 불려온다무언이라는 칼날 같은 폭력...


첫 단편에 한껏 휘둘렸는데 <석류의 씨>는 감정을 잡아 당기는 힘이 더 크다현실에의 어려움이 거대해서 의식하지 못한 채로도 예의 바른(?) 편안한 작품들만 읽어 오다 갑자기 어딘가로 확 끌려 나온 기분이다공포분노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상실... 괴롭다.

 

덕분에 한 차례 격해진 감정이 가라앉는 시간 동안 작품이 아닌 현실에서 쌓인 격노도 함께 식어갔다뭐가 더 충격인지무엇이 더 불안했는지 모르게 된 것도 좋다사는 일이 이렇게 위태로웠던 적이 있었나 싶게인류가 만든 구조물의 단점들이 자꾸 눈에 걸린다.

 

살인을 고백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확인시키고 싶어 하는 그래니스의 집요한 실존주의적 욕망이 계속해서 거부당하고 좌절되는 모습은 인간의 보편적 공포나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어둡다그래서 편안했다혐오와 전쟁과 기후격변 속에서 이도저도 경쟁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시절에 현실적 공포를 잠시 잊게 하는 감정적인 공포를 만날 수 있어 고맙기도 하다이럴 땐 인간의 뇌가 한 번에 하나의 고통만 느끼는 것이 확실한 행운이라 믿게 된다.


자기기만 없이 냉혹한 삶의 진실을 직시한다면어떤 형태의 삶도 쉽게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김잔디 지음 / 천년의상상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릿속에 혼선이 온 듯 불쾌한 소식을 들은 날나는 가해자로 지목된 박원순 시장의 답변을 애타게 기다렸다행방불명 소식이 들릴 때도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대한민국 수도의 3선 시장이자시민운동가인권변호사로 살아온 삶을 걸고 답변을 주기를 기다렸다.

 

그가 생을 끝냈다는 확인 보도가 나왔다들끓던 머릿속도 불안하던 마음도 의미를 상실하고 쓰디쓰게 폐기되었다나는 그날을 이렇게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어떤 자살은 가해였다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시선으로부터정세랑

 

<김지은입니다>는 잠시의 마음 다지기를 한 후 걱정보다 무난히 완독했고 육성이 담긴 오디오북을 들으며 편히 눈물도 나왔다그에 비해 이 책은 너무 아파서 자해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읽기가 쉽지 않았다눈물이 아니라 땀이 흘렀다.

 

분노로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체증처럼 답답하고 위가 아팠다손가락을 문장에 대고 옮기며 꾸역꾸역 읽었다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걱정하는 후폭풍과 끈질기게 힘들게 할 미래의 계산보다 당사자가 전하는 진실이다읽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마음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어떤 악의가 있어야 그럴 수 있을까그것은 부주의한 게 아니었고 의도적인 것이었다사람들의 야만적인 이기심에 가슴이 쓰라렸다나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인가나의 피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인가나는 그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다.”

 

감사하게도 피해자가 살았기 때문에 나는 읽기 전보다는 힘이 붙은 마음으로 이 책을 통해 인지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성폭력 사건이 본질이지만읽을수록 내 분노는 다른 내용에도 옮겨 붙었다실은 <김지은입니다>를 읽으면서도 동일하게 느낀 점이다.

 

김잔디(가명)씨는 서울시 공무원이다그러나 노동환경은 한숨이 모자랄 정도로 봉건적이고 종속적이다김지은김잔디 두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참모진들이 비슷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고발이다예외이길 바랄 정도로 열악하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휴일에도 수시로 연락받고 지시받는다사적인 것공적인 것이 뒤섞이고 업무량 자체도 과도하다단언컨대 이 불법 관행은 유구한 역사가 있을 것이다아프고 충격적인 것은 인권변호사였던 시장의 이력이다노동과 인권과 여성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을까.

 

서지현 검사의 미투와 김지은씨의 고발 이후 불어온 변화의 바람이 어디가로는 꽁꽁 막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너무 쉬운 희망을 그렸다는 것이 고통스럽다가해자 스스로의 개과천선은 없다는 것범죄는 고발과 처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본인이 바라는 모습으로 잘 사시길밝고 즐겁게 사는 삶이 힘이 되어 한국사회의 음습한 것들을 우리도 더불어 물리칠 수 있길 응원한다공무원이었던 김잔디씨조차 피해사실 고발에 애를 먹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반드시 개선시켜야 한다.

 

표현한 적은 없지만고소장이 접수되기도 전에 피의자 측에 그 사실이 알려졌다는 반칙을 두고도아주 잠시 전혀 모르던 당신을 의심했던 것어쩌면 거짓이나 조작이길 바랐던 마음에 대해 이 글을 통해 깊이 사과드린다.

 

이번 파고는 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이 끔찍한 비극을 누가 만들었는가. (...) 우리는 지금보다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우리는 조금 더 살 만 한 사회를 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