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 (여름 한정 에디션)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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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해서 헷갈리던 봄,

여름을 표지에 가득 담아 잠시나마 한껏 설레면 책이다.

​​​​​​​

 

움츠러든 일상은 한 여름임에도

휴가를 여름에 낼지 가을에 낼지도 못 정하고

남들 휴가 다녀온 얘기만 듣고 있다.

 

모마 미술관이 책이 되어,

내 방안에서 미술관도 연주회도 펼쳐 주는 마법!

그림과 예술이 있어 우리가 인간임을 거듭 확인하는 뭉클함.



 

작품들의 특징과 의도를 다채롭고 영리하게 설명해준다.

지루하지 않아 눈을 떼기 어렵지만,

천천히 궁금한 작품과 정보를 찾아보며 읽으면

더 오래 더 벅차게 즐길 수 있다.

 

덕분에 텍스트 안에서도 종이 위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행복하다.

미술관 가기 전 필독서!

 .

.

오래 전 영국의 어느 도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방에서 오후의 해가 스러질 때까지 작품들과 함께 머물렀다.

자연광이 각도를 달리해서 보여주는 작품들의 공연과 변주에

잠시 다른 생을 산 듯했다.

 


Chichester Cathedral, West Sussex, England_Jules & Jenny



Christ Church Cathedral in Oxford, England_Lawrence OP



St John’s Cathedral in Norwich, England_Ian Dinmore



St Peter and St Paul Church in Lavenham, England_Dean Morley


이 책과 동행한 여행에서도 그럴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

.

그나저나 장 미셸 오토니엘의 <정원과 정원>은 꼭 가야 하는데...

푸른 강만 들여다보다 오면 좋겠는데...

Firozi, 구릿빛 푸른색, 이집션 블루, 라피스라줄리, bleu...


 

봄부터 이런 저런 전시회들 다 배웅만 잘 하고 살았다.

근력운동을 바짝 더 해야 하나...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무기력...

눈에 책 말고 다른 것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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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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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구의 쓰임새는 그것을 쥔 자에게 달렸다.”

 

오용된 경우가 너무 많아, 어쩌면 오용되지 않은 경우가 더 적을 것 같다. 이 문장은 영원한 진실일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말을 꺼내봐야 그 때문에 또 처벌과 비난을 받을 뿐이라면, 왜 말하겠는가? 혹은 무의미한 말인 것처럼 무시될 뿐이라면? 선제적 침묵시키기는 이렇게 작동한다.”

 

본보기를 거듭 보이고, 협박을 하는 방식이 선제적 침묵시키기이다. 정확한 연대를 추정할 순 없지만 침묵이 금이다’ ‘아는 게 병이다’ ‘튀어 나온 돌이 정 맞는다등등 수많은 경험들이 있었을 것이다. 가만히... 입 다물고... 시키는 거나 하라는. 그래야 편하고 좋은 쪽의 선동광고다.

 

목소리를 가진다는 것은 그저 발성할 수 있다는 동물적 능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자신이 속한 사회에, 자신과 타인들의 관계에,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치는 대화들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오늘 읽은 책에서 말이 줄고 글이 늘었다는 현상을 언어학자가 지적하였다. 달리 말하면 비대면의 시간이 늘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우리가 더욱 쪼개지고 있다는 것, 달리 말하면 우리의 주의를 산만하게 분산하는 계획이 성공적...일 것 같다는 불안...

 

그래서 느슨하지만 쉽게 망가지지 않는, 질긴 연대의 랜선망이 필요하다. ‘도구는 쓰는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훨씬 더 자주 잘 보호했고, 직장 성희롱이든 학내 강간이든 가정폭력 사건이든 늘 입을 연 피해자를 처벌하고 모욕하고 겁박했다. 그 결과 범죄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피해자는 세상이 그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세상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최근에 충격과 분노를 함께 느낀 적이 있다. 성폭력 범죄가 발생했을 때 한국사회에서 편성 예산이 쓰이는 방식이었다. 가해자 회복을 돕는 치료에 예산이 배정된 줄을 처음 알았다... 그래, 범죄 예방에 효과가 증명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그게 합리적일 지도.

 

그런데 피해자와 관련해서 얼마나 섬세하고 신중한 대책과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최초의 신고부터 대처, 처벌, 단죄, 언론 대응, 사후 가해, 사회적 방치 혹은 따돌림... 열거하기가 무참한 일련의 일 처리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말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워주겠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볼테르

 

인류는 언제 이 단계에 이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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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에 - 인터넷은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바꿨을까?
그레천 매컬러 지음, 강동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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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S체제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던 세대이다윈도우가 사용되었을 때 이제 글 모르는 바보도 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지금으로선 옳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이들이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앞서가던(?) 교수님 한 분이 방학 동안 학과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수업 계획서진도자료성적을 올리겠다고 선언하셔서 다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져야했다전산 관련 동아리에 학생들이 모이고개인 홈피를 직접 만들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40년쯤 흘러서 지금은 태어나보니 SNS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고글 모르고 심지어 말도 못하는 영유아기 아이들도 영상 자료와 게임 즐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물리적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의 공간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이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류 문명은 혁명의 수준으로 변모했고사람들도 달라졌다특히 시공간 제약이 약해지면서 늘어난 소통으로 인해 별도의 문자 대화 방식과 유행도 바쁘게 명멸했다변화가 워낙 다양해서 어떤 끼리끼리의 말투와 유행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 언어생활을 돌이켜보니어느 순간 문자 없는 이모티콘을 잔뜩 사용하고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그걸 또 찰떡같이 알아듣고 이모티콘 답장을 보내는 친구들그러니 기존의 언어’ 문자만 텍스트 언어라고 더 이상 주장하긴 힘들다특히 사적 영역에서는.



 이런 변화는 1. 인터넷 속에서 인간의 언어가 오용되고 파괴된 것일까 혹은 2. 인간 언어가 가진 능력을 입증하는 언어학적 변화일까표지가 재밌고 귀여워서 내용도 그럴까 했는데기대 이상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깊이와 넓이 모두 즐기기에 좋은 충실한 분량이다.

 

형태가 어떻게 달라진다 해도 언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건 변할 수 없다자판 포맷이 비슷하거나 같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책을 통해 본 문자로 사용된 표현들이 여러 언어권에서 유사한 것이 두루두루 발견된다.

 

단어 끝에 물결표 ~를 붙이면 말 자체의 늘임과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데신기하게도 동남아시아 전체일본중국한국 모두에서 인기이며타갈로그와 싱가포르어에도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나저나 말줄임표는 왜 연령이 높을수록 많이 쓰는 걸까...

 

1984년 연구에서는 인터넷이 친구 사귀기와 같은 언어의 사회적 사용에 부적절한지’ 고민하고, 2008년에도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소외를 일으키고 충족감을 못 준다고 했지만통신으로 만나 친구가 되고 결혼한 사람들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았다.

 

실제로 그렇게 살지만 언어학자가 정리해주니 더 분명해진 사실은... 말이 줄고 글이 늘었다는 점이다인류의 상호 작용 방식에 실시간 문자 교환의 비중이 늘었다그리고 언어란 사용자가 늘수록 사용에 더 편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연적이다.




패턴화된 언어의 형태와 이유에 대해 학자가 가이드하는 언어학의 설명 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배운다고 다 사용하진 못하겠지만뜻밖에 문장 부호의 역할이모티콘 관련 최신 언어학을 공부하였다. ‘인터넷은 언어 파괴의 주범이라는 공격적인 단죄 보다 훨씬 더 유익한 연구다.

 

사실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트위터를 데이터 기반으로 삼은 분석 연구이고더 궁금한 것은 앞으로 변해갈 전망이라서인터넷 최강국이자 활동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 유사한 연구 결과가 머지않아 출간되면 더 재미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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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iesis 2022-07-14 22: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도 십 대 아이들에게 자주 물어봐야 알 수 있는 표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문자 언어... 글쓰기를 우리가 많이 하고 산다는 걸 새삼스럽게 놀라며 인지했습니다. 분량도 내용도 쉽진 않은데 맛이라도 봐서 좋았습니다. 여름 내내 무탈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
 
Spiroglyphics 스파이로글리픽스 : 음악의 영웅들 스파이로글리픽스 1
토마스 패빗 지음 / 로이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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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전시회들 소식에 설레고, 가능한 많이 가보고 싶었다. 문제는... 주중에는 6시에 끝나고 주말에는 집에서 나가기가 무척 괴롭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5월부터는 한 주도 안 빼고 주말 일정이 있었다. 이미 있는 일정만으로도 지쳐서... 원하는 다른 일정을 만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다 같이 랜선 전시회를 볼 때와는 또 기분이 많이 달랐다. 이 소외감... 가끔은 책 말고 다른 것도 눈에 넣어주고 싶지만, 책과 산책이 가장 효과적인,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치유해주는 의지책들인가 한다.

 

이 흥미진진한 스파이로글리픽스는 전시회에 못 다니는 나와 어머니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싶었던 책이다. 나는 음악의 영웅들, 어머니는 세계의 도시들! 그런데 책을 반기셨던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너무 어지러워서 하기가 힘드시다고...ㅠㅠ



나도 계속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눈이 좀 어질하긴 하다. 노화는 여러모로 서럽다. 우리 집 꼬맹이는 아주 술술 신나게 색을 채워나간다. 그래, 젊음이 어림이 부럽다.


 

이 책의 매력은 도안을 봐서는 완성작이 무엇일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기함 그 자체이다. 더구나 현대 미술 전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관객들의 일정 부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라서, 설치미술을 좋아하던 내 취향과도 맞았다.



그런데... 손이 너무 떨려서일까. 원작 완성품 사진과 비교해보니, 문득 다른 사람처럼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마돈나 언니...ㅠㅠ

 


내 윗세대와 내 세대가 아는 음악의 영웅들... 아이들은 이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누군지 모르신다.ㅎㅎ 조용히 휴일 오후에 가만히 틈을 채워 나가며 그리운 시절을 마음 따끔거리게 기억해내는 시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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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거짓말
엘리자베스 케이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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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기대가 무럭무럭 자라나다 확산세와 더불어 쪼그라들었다덕분에 7월인데도 언제어떤 휴가를 보낼지 어리둥절한 상태로여전히 무계획으로 살고 있다신간들과 더불어 날 찾지 마시오~’ 선언하고 문자 그대로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무슨 아쉬움이 남은 걸까.

 

어쨌든 그래서 여름까지 즐거움을 미뤄두었던 추리스릴서서스펜스미스터리에 슬그머니 손을 뻗는다모르는 작가첫 번역심리스릴러... 낯설어서 기대도 크지만 어려울 지도 모르는 모험이젠 영국문학책도 번역서로 읽는 게으름 절정...

 

거짓말은 종류가 다양하다뇌가 잘 발달하고 있구나 싶게 사랑스러운 상상력의 표출인 재밌고 멋진 창작 거짓말부터 제 이익을 위해 분명한 악의를 가지고 활용하는 범죄 거짓말그리고 어디쯤인가 프로이트가 말한 소망실현wish fulfillment 용 거짓말도 있다.

 

악의와 범죄가 아니라면 별 거부감이 없다문학은 멋지고 사랑스럽고 재밌는 거짓말투성이들이 아닌가자신이 바라는 바를 아직 실현 못해서 여전히 바라고 있다고 과장을 섞는 거짓말은... 늘 애틋하고 슬프다그러니 아이를 꾸짖거나 슬픈 사람 비난하는 것보다 범죄자들 처벌을 더 확실하게 하는 게 급선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원제도 동일 일곱 번의 거짓말이 등장한다거짓말은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의 능력이라서 게으른 나로서는 일곱 번이나 해야 된다는 것이 극도로 피곤하게 느껴진다거짓말 창조의 노력유지의 노력파생된 갈등 관리 노력... 어휴...

 

짐작한대로 주인공은 후회와 복기를 담은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 않았다면않았더라면...’ 그런데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일로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심각해진다물론 그래야 스토리 빌드업이 되지만응원도 동정도 힘든 캐릭터가 되는 것이 씁쓸하다.

 

이해할 수 없는 틈이 생기면 팩트가 없이도 서사와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다뇌과학이 답을 줘서 편안해진 것도 있지만끝도 없이 반복되겠구나 싶어서 체념하게 된 것도 있다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각과 반성이 더 많이 필요하단 생각...

 

누구나 때론 재미로 이야기를 꾸며 내기도 하고 그럴 땐 거짓말이라는 것을 꼭 밝히고 즐기는 수준에서 끝내는 것이 중요믿고 싶은 이야기라 개연성을 믿음으로 바꾸기도 하고더 보태기도 하고... 그런 일들은 늘 일어난다누구나 할 수 있어서 더 위험할 수 있는 능력이고거짓말과 현실 혹은 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긴다.

 

스포를 할 수 없어 두루뭉술하게 단상들을 남긴다변질되는 감정이 슬프고 변질된 감정이 무섭고애정에 대해 복잡한 기분을 맛본다.

 

괜히 호들갑 떨고 싶진 않지만넌 이 이야기를 알 자격이 있다알 필요가 있다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네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마지막으로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문장들이 ‘1차 번역투라서... 첫 번역 작품이라 응원하고 싶지만 몰입에 방해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느긋하게 즐기기엔 문장과 단어가 툭툭 걸려서 피로감이 듭니다추천 글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비슷한 감동을 느끼지 못해 아쉽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음에 훅 들어왔다매혹적이고 절박하고 오싹하며 중간에 내려놓기가 불가능하다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심리적 서스펜스로 가득한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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