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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때문에 - 인터넷은 우리의 언어를 어떻게 바꿨을까?
그레천 매컬러 지음, 강동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6월
평점 :
DOS체제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던 세대이다. 윈도우가 사용되었을 때 “이제 글 모르는 바보도 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지금으로선 옳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이들이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앞서가던(?) 교수님 한 분이 방학 동안 학과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수업 계획서, 진도, 자료, 성적을 올리겠다고 선언하셔서 다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져야했다. 전산 관련 동아리에 학생들이 모이고, 개인 홈피를 직접 만들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40년쯤 흘러서 지금은 태어나보니 SNS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고, 글 모르고 심지어 말도 못하는 영유아기 아이들도 영상 자료와 게임 즐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리적 세계가 아닌 가상 세계의 공간이 엄청나게 확장된 것이다.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류 문명은 혁명의 수준으로 변모했고, 사람들도 달라졌다. 특히 시공간 제약이 약해지면서 늘어난 소통으로 인해 별도의 문자 대화 방식과 유행도 바쁘게 명멸했다. 변화가 워낙 다양해서 어떤 ‘끼리끼리’의 말투와 유행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내 언어생활을 돌이켜보니, 어느 순간 문자 없는 이모티콘을 잔뜩 사용하고 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그걸 또 찰떡같이 알아듣고 이모티콘 답장을 보내는 친구들, 그러니 기존의 ‘언어’ 문자만 텍스트 언어라고 더 이상 주장하긴 힘들다. 특히 사적 영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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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1. 인터넷 속에서 인간의 언어가 오용되고 파괴된 것일까 혹은 2. 인간 언어가 가진 능력을 입증하는 언어학적 변화일까. 표지가 재밌고 귀여워서 내용도 그럴까 했는데, 기대 이상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 깊이와 넓이 모두 즐기기에 좋은 충실한 분량이다.
형태가 어떻게 달라진다 해도 언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건 변할 수 없다. 자판 포맷이 비슷하거나 같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책을 통해 본 문자로 사용된 표현들이 여러 언어권에서 유사한 것이 두루두루 발견된다.
단어 끝에 물결표 ~를 붙이면 말 자체의 늘임과 감정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동남아시아 전체, 일본, 중국, 한국 모두에서 인기이며, 타갈로그와 싱가포르어에도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말줄임표는 왜 연령이 높을수록 많이 쓰는 걸까...
1984년 연구에서는 ‘인터넷이 친구 사귀기와 같은 언어의 사회적 사용에 부적절한지’ 고민하고, 2008년에도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소외를 일으키고 충족감을 못 준다’고 했지만, 통신으로 만나 친구가 되고 결혼한 사람들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았다.
실제로 그렇게 살지만 언어학자가 정리해주니 더 분명해진 사실은... 말이 줄고 글이 늘었다는 점이다. 인류의 상호 작용 방식에 ‘실시간 문자 교환’의 비중이 늘었다. 그리고 언어란 사용자가 늘수록 사용에 더 편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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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화된 언어의 형태와 이유에 대해 학자가 가이드하는 언어학의 설명 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다. 배운다고 다 사용하진 못하겠지만, 뜻밖에 문장 부호의 역할, 이모티콘 관련 최신 언어학을 공부하였다. ‘인터넷은 언어 파괴의 주범’이라는 공격적인 단죄 보다 훨씬 더 유익한 연구다.
사실 나는 잘 사용하지 않는 트위터를 데이터 기반으로 삼은 분석 연구이고, 더 궁금한 것은 앞으로 변해갈 전망이라서, 인터넷 최강국이자 활동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 유사한 연구 결과가 머지않아 출간되면 더 재미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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