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전시회들 소식에 설레고, 가능한 많이 가보고 싶었다. 문제는... 주중에는 6시에 끝나고 주말에는 집에서 나가기가 무척 괴롭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5월부터는 한 주도 안 빼고 주말 일정이 있었다. 이미 있는 일정만으로도 지쳐서... 원하는 다른 일정을 만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다 같이 랜선 전시회를 볼 때와는 또 기분이 많이 달랐다. 이 소외감... 가끔은 책 말고 다른 것도 눈에 넣어주고 싶지만, 책과 산책이 가장 효과적인, 많은 것을 견디게 하고 치유해주는 의지책들인가 한다.
이 흥미진진한 스파이로글리픽스는 전시회에 못 다니는 나와 어머니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싶었던 책이다. 나는 음악의 영웅들, 어머니는 세계의 도시들! 그런데 책을 반기셨던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너무 어지러워서 하기가 힘드시다고...ㅠㅠ
나도 계속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눈이 좀 어질하긴 하다. 노화는 여러모로 서럽다. 우리 집 꼬맹이는 아주 술술 신나게 색을 채워나간다. 그래, 젊음이 어림이 부럽다.
이 책의 매력은 도안을 봐서는 완성작이 무엇일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기함 그 자체이다. 더구나 현대 미술 전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관객들의 일정 부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라서, 설치미술을 좋아하던 내 취향과도 맞았다.
그런데... 손이 너무 떨려서일까. 원작 완성품 사진과 비교해보니, 문득 다른 사람처럼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마돈나 언니...ㅠㅠ
내 윗세대와 내 세대가 아는 음악의 영웅들... 아이들은 이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누군지 모르신다.ㅎㅎ 조용히 휴일 오후에 가만히 틈을 채워 나가며 그리운 시절을 마음 따끔거리게 기억해내는 시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