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나무자람새 그림책 1
다비드 칼리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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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만화, 소설도 쓰는 이탈리아 작가... 글이 안 읽히는 날이구나 싶은 날에도 흥미가 동한다. 얼마 전에 움베르토 에코 책 함께 읽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새 기억이 까맣게 사라졌다. 이 정도면 기억력 손상이 심한 듯도...

 

토리노 출신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보며 또 익숙한 우울한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앞으로는 어떤 꼴로 살다 죽는 건가. 유럽은 불타고 호수에 뛰어 들어 사망하는 사람들도 수십 명이고, 겁보인 나는 이런 상황에서 비행을 할 생각은 불가능하다.

 

젊고 건강할(?) 때도 내부순환하는 공기가 미치도록 싫었고 늘 병이 나서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고 과민스럽게 굴었다. 그러니 내 집 말고는 모두가 먼먼 나라가 된 기분... 여전히 갇힌 기분... 메타버스의 세계로 가야하는 건가...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은 함께 한다는 것의 기쁨과 행복을 펼쳐 보여준다. 평온하고 아름답다. 물론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를 이젠 알기 싫어도 세세히 다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단조롭고 평화롭게 살려면 준비와 능력과 노력과 기타 등등...이 강력하게 필요하다.

 

하루 종일 자기 탁탁이를 탁탁 타다닥 두드리기만 하는 작가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잠옷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작가

먹는 것 조차 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쓰는 지 알 수 없는 작가

줄곧 글만 쓰는 작가

 

얼마나 럭셔리한 삶인지!

이렇게 살려면....

 

사랑스러운 장면들은 빼고 소개해본다.

심술이다...




 

휴가라서 사치스런 기분 속에서 살고 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완전히 다르다.

휴가를 끝낼 용기가 매일 사라진다.

 

지겨울 때까지 장기 휴가 상태이고 싶은데...

어떤 묘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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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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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가 된 아이들과 드디어 청소년문학을 같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미리 기뻐할 때마다... 기대처럼은 성사되지 않았다청소년은 청소년문학에 관심이 없고 덕분에 나 홀로 독서 시간이 늘어가다 마침내 자발적인 중독자가 되었다.

 

고등학교가 초등학교보다 더 빨리 방학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도 기대가 커지는 즐거운 날이다휴가로 인해 자애로워진 기분으로 데이트를 즐겼다<위저드 베이커리> 함께 읽기를 권하느라 현실 베이커리에서 너무 큰 소비를 했다뭔가 잘못되었다...

 

책을 사줄 수는 있으나 읽게 할 수는 없다오늘도 내가 읽는다지난달에 선물 받은 베이킹용 다크 초콜릿이 자꾸 눈에 걸리고거듭된 권유 실패에 입맛이 쓰고익히 아는 작품의 내용 또한 여전히 다크dark하고 씁쓰레하다.

 

신화에서 건너온 듯 설레게 하는 푸른빛의 표지와 제목은 달콤한 판타지를 기대하게 하지만이 책은 오히려 철학과 문학과 사회과학의 절묘한 반죽에 더 가깝다유치하고 말랑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경애하는 구병모 작가의 격렬하고 황홀한 작품 세계이다.

 

[노 땡큐 사브레 쇼콜라 No thank you Sablé Chocolate]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다면이걸 대답으로 주세요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범죄와 희생을 줄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일 것이므로어디서 판매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나의 최애 메뉴이다마법 주문을 넣을 능력이 없어서 기분은 초라하지만휴가 중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독하는 시간이 아니면 언제 할까더 완벽한 베이킹 타이밍은 없다.

 

모든 마법은 자신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동의합니다 ☑️아니요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답은 이전과 같다. “동의합니다.” 별별 말 같지 않은 이유로이유랄 것도 없이 할 수 있으니 자신보다 약자를 공격하고 해치고 죽이는 일들이 하루도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마법의 대가가 더 클 것이라 믿지 않는다.

 

모든 강렬한 충동은 후각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어머니의 죽음아버지의 재혼성추행이라는 누명도망... 환상 문학 속엔 피난처가 있지만현실은 어떤가집에 머물라는 판데믹 용 행정명령이 두려울 사람들의 처지가 나는 두려웠다가정이 안전하지 않다면바이러스에 확진되는 것보다 가정폭력에 죽을 확률이 더 높다면.

 

게으름과 부족한 식욕 덕에 먹는 게 그리 즐겁지 않는 나로서도 빵이 지겨워지는’ 상황이 안타깝다먹고 싶어서맛있어서그리움과 행복으로 기억되는 음식이 아니라가족과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호구지책이었으니.

 

낮에는 빵을 먹고 저녁에는 쿠키를 구우며 진절머리 나는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간 마법사의 레시피를 상상해본다제빵사가 건네준 오븐처럼 따뜻했을 집 열쇠의 온기를 생각한다살기 위해 도망가는 이들에게 마법도 없이 나는 무엇을 건네줄 수 있을까.

 

인간이 거주하는 곳곳이 불타고 있고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기후대로 기온이 상승하고머리가 뜨거워지면 생각도 말도 어긋나서 서늘함이 늘 필요하지만아무리 작은 형태라도 함께 할 내 연대의 손길은 필히 따뜻했으면 한다.

 

그 대가가 내 상상을 넘어서는 마법이었으면 하고 바란다내 불안과 염려는 모두 틀렸기를 바란다미래가 늘 후회와 동시에 떠오르는 두려운 시절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우리가 나눌 시선도 손길도 말도 행동도 모두 인간답고 따스하기를.

 

베이커리 바깥은문학 바깥의 현실은 어느 계절에도 춥고 어둡고 잔혹하다도저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어디로도 피할 수가 없어서 절망과 죽음으로 귀결되는 일도 흔하다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마법조차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첫 만남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내게 닿은 구병모 작가의 메시지는 한결같다슬픈 현실이 변하지 않았고 나도 그리 변절하지 않았다내 선택은 동일하다소중한 것을 대가로 고통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다선택지 N은 우리가 서로를 아프게 응원하는 방식이다.

 

지금껏 잘 견뎌 왔다앞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 누군가 씹다 뱉어 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 얼마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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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는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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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앨리스와 도로시와 클라라를 죽이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하드SF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장르만 봐서는 짐작이 어려워서 외출 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편을 얼른 읽어본다.

 

오전에 바다와 수영이야기를 읽기도 했고 표제작이 늘 가장 궁금하니 [바다를 보는 사람]을 골랐다. 바다를 보다란 행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과학에 묵직한 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이고, SF와 미스터리는 작품 세계의 규칙이 강해서, 설정을 이해하며 따라가지 않으면 이해도 재미도 어려울 수 있다. 긴장한 것에 비해 잘 읽혔다.



 

그리움과 슬픔과 안타까움이 주요 정서여서일까. 독특한 세계관이 이상하지 않았다. 영원한 것도 믿음도 사랑도 현실에서는 많이 희석되었다고 느껴서일까... 작가가 사랑을 강조하느라 이어지지 않고 합치될 수 없는 간극을 최대한 공고하게 만든 것처럼 읽혔다. 강조의 역설...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같은 연도를 살지만 모두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비동시성은 개인 내부에도 사적 관계에도 사회에도 어디에나 혼재되어 있다.

나는 인간의 불화가 기본 값이고 합의에 이르는 일은 사건이나 기적이라 여긴다.

 

나갈 시간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며,

남녀 주인공들처럼 잠시 스치고 부딪히고 교차하는 것이

어제, 오늘, 내일의 삶의 모습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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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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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며

 

책 속 여행을 마무리하기가 싫어서 마음이 우물쭈물... 저항이 거세다책은 고스란히 내 옆에 머물 것이니 힘을 내어 이 책을 동네방네 알리기 위해서내 별로인 글이라도 하나 더 써보자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도쿄를 큐레이션한 이 책의 마지막 기록은 돈을 줘야 살 수 있지만 돈만으로는 못 사는돈만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이야기로 정한다신화시대 이야기처럼 들리는멸종 직전인그래서 그립고 귀한 방식의 인류가 살아 보기도 했던 이야기.

 

내가 보수꼰대라서 과거와 가치를 미화하는 것이라 하면 그런 평도 그냥 받으련다산책을 하면서 인류는 기대수명은 늘렸지만 실제 삶은 점점 더 짧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먼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걱정하지 않고계획하지 않고지킬 가치가 있는 것들에 따라 살지도 않는다.

 

덕분에 현실이 미래가 비상이다과학자들은 티핑포인트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는데긴장도 위기감도 변화도 충분히 절박하고 빠르지 않다여전히 자본수익창출이 중요하고물가지표는 원유가격이 기준이다마지막까지 수익이나 창출하다 멸종되는 생물이 될 것 같다.

 

먼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으니 시간에 있어 무척 인색하다내 얘기다결과나 품질보다 처리시간을 더 줄일 수 있는 방식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그러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매일 삶을 낭비하는 주제에 아껴서 뭐하려는 것인지가 불명이다.

 

일본에서 사는 친구가 고가로 이사를 간 후필요한 가구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부럽고 탐이 났다갤러리에 방문해서 4시간 이상 이야기하고집에 찾아와서 3시간 이상 고민하고가구가 단품 상품이 아니라사는 사람의 생활에 녹아들어갈 풍경이라 믿으시는 것 같았다고.

 

신발장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현관에서 1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시더라고신발 보관 방식부터신발장의 추가용도현관 조명나무의 종류 등등... 자신이 알던 가구점이 아니었다고 무척 감동했다고 오래 얘기했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좋은 품질의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쓰기 편하고우리의 시선이 오래 머물고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물들을 만들고 싶을 뿐이지요.”

 

그래도 뭐랄까자연과 친해지고 싶어요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 삶을 살고 싶네요.”



 

30여 년 경력의 디자이너 사루야마 오사무Saruyama Osamu의 물건들과 대화에서도 그런 철학이 세계관이 느껴진다패스트패션플라스틱일회용이 인간도 지구도 얼마나 망쳤는지를 생각하면, ‘편리하고 싼’ 상품을 기획/개발/판매하는 시스템의 얄팍함과 낭비를 느끼게 된다.

 

오랜 시간 탐구하며 만든 것들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 물건은 인간의 정신과 연결되어있다고 믿는다우리의 일상에서 물건이 중요한 진짜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믿는다물건은 인간의 정신과 연결되어있다고일회용을 쓰고 아무데나 버리는 인류는 기어이 인간조차 그렇게 쓰고 버리고 있다하청간접 고용임시라는 명칭으로 소모되다 생명을 잃는 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있었고 내일도 있을 것이다.

 

인류 문명의 큐레이션을 정독해야할 때가 아닐까혹은 이미 늦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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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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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버리지 않아도 돼그곳에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애써 잊은 것들잊지 않아도 잊힌 것들눈을 감은 것들손쉽게 눈을 돌린 것들모른 척 남들이 해결하게 둔 것들모른척했다는 걸 잊은 것들... 삶이 아무리 시시하고 초라해보여도 살아남았다면 수많은 선택과 결단을 하며 붙잡아 둔 것이 또 삶이다.

 

나처럼 게으르고 뻔뻔하면... 이러이러하니 선 넘지 말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다현실을 현실 그대로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용기는 한 번도 없었다그러다보니 계산능력이 더 발달했다현 상황에서 내가 책임질 부분관여할 부분이 정확히 얼마 정도인지 알아야 했으니까.

 

그러면서도 수없이 많은 이들의 도움을 거저 받으며 살았다몇 번인가의 죽을 고비를 모두 모르는 타인들의 무조건적인 도움으로 살아남았다삶의 반환점은 돌았는데아무리 뒤져봐도 나는 누군가에게 대단한 도움을 준 기록이 없어 황망하고 부끄럽다.

 

이야기 속 시선 돌리기눈감기회피에 대한 모든 문장은 즉각적인 공감이 된다반복되는 죽음과 그로 인한 통증 같은 슬픔이 두렵기 때문에 외면해야만 그 시간을 건널 수 있었다하루를 살기 위해서 한 계절만큼의 슬픔을 흘려보내야 할 때도 있었다.

 

살아간다는 일은 이렇게 두려운데남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의논해 보았어야 했어둘러대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그러나 멈춘 자리에서 제 자신의 숨이 멎을 때까지 숨죽이고 머무는 건 아니다끝까지 모른 척하는 것도 아니다작가의 오랜 고민인지작품 속 인물의 것인지 모를 고민들이 긴 시간을 따라 길고 깊게 녹아있다.

 

박지리 문학상 수상작에서 내가 뭘 기대하고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는 건 어렵지만, ‘작품을 만나면 그래 이런 것이라고 가리킬 수는 있다한 문장을 놓고도 세세한 감정과 풍경을 충분히 경험해보는 일...

 

우리는 어쩌면 가장 정확한 단어를 추려내기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조용한 소통옅지만 확실한 감정의 교류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는 관계들의 정면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와 위로가 가능하다는 그런 희망의 이야기삶보다는 덜 힘들어 보이는 죽음...이 위험하고 슬프게 느껴졌지만그 곳에서도 누군가는 성장하고 서로를 구원했다.

 

그곳은 그러라고 있는 장소니까.”

 

여름은 장르문학이지하며 당분간 가볍게만 살고도 싶었는데소곤소곤 묵직한 마음의 결을 전해주는 작품을 만났다표지의 유령마저 이토록 귀여운 모습인데 이야기가 전하는 사유는 휘청거리는 우리를 받쳐줄 진중한 담론이다.

 

언제나 시간이 가만히 흘러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결국 이동하는 것은 나였어그리고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미아가 되지 않는 것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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