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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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볼 시간보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진 나이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서, 이제 그리운 시간 속 풍경은 언제나 완벽한 날씨였다고 느낀다.

 

돌아보면삶은 길고도 순식간이다. 모든 순간이 한번뿐인 그 시간의 일부를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구경꾼이 되어 살았던 적도 있다. 끝날 때까지 오롯이 일인 주인공 역할만이 주어진 생이 버거울 때도 없지 않으니까.

 

를 채우고, 넘치는 나를 좀 버리고 - 싶어도 잘 못 버리면서, 유순하고 부드럽고 여유롭게 살 지는 못했다. 서두른 순간들이 빼곡하고 우울과 불안은 절친처럼 익숙하다. 그러니 시인의 글을 천천히 읽는 것이 좋다. 필사는 더 느리게 읽는 방식이라서 더 좋다.

 

바쁘게 급하게 부지런히 산 태도가 후회가 될 거라는 생각은 당시엔 전혀 못했다. 마무리와 완수가 시작의 유일한 도착지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 시간이 이렇게 길 줄은 몰랐다. 불편하고 피곤한데도 여전히 속도를 늦출 수가 없어서 괴롭다. 주체가 아니라 노예로 사는 기분.

 

시인 덕분에 나도 탄자니아를 엿보았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는 아주 가까워서 막상 가는 부담은 없었지만, 온갖 예방 접종과 알러지와 귀국 후 금지 활동이 늘 결심을 부수곤 했다.

 

이미 물이 부족한 땅에, 비가 더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래저래 낭비하는 다른 곳의 상황이 초래한 목마른 비극이다. 앎과 삶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대충 할 수 있는 약간의 참여형 삶이 죄책감이 되어 뜨거운 갈증을 유발한다.

 

시인처럼 나도 겨우 겨우 한권씩 읽어낸 한강 작가의 소설들, 그러고도 기록조차 남기기 어려웠던 작품들... 따로 마련한 책장 벽면에 모셔둔 책들... 혹시 제주 다크투어를 가게 되면 한 권 집어 동행하고 싶다.

 

짧은 시 두 편을 따라 적어본다. 완치라는데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손목은 유독 손글씨는 못 하겠다고 뻣뻣하다. 시를 읽고 필사를 한 이 시간도 언젠가 돌아보면 겨울 천국처럼 화창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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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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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기고서야 겨우

1월 내내 새해맞이에 허덕이면서 겨우

소설보다 2025를 계절을 거꾸로 만나며 겨우

읽기 시작했다.



 

참 오랜만의 단편 소설들,

한 입에 요리의 모든 진미가 들어오는 듯한

짜릿함과 풍미와 텍스처

재밌고 즐겁다.

 

감상이랄 건 없지만

기분 좋은 시간을 기억으로 삼으려

기록을 남긴다.

 

감탄한 작품 하나,

흥미로운 작품 하나.

 

.........................

 

아무래도 갖는 건 점점 쉬워지지만, 되는 건 점점 어렵다는 걸 아니까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코끼리를 좋아합니다. 눈은 온순한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도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글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계속해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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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5 소설 보다
서장원.이유리.정기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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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이 시리즈를

제 계절에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표지의 가을 무화과를

먹으며 읽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서장원 작가의

아직 쓰지 못한 장편 소설이

너무나 읽고 싶어지는 인터뷰...

 

나도 하고 싶은 것들 대신

다른 일들에 치여 지치는 시간이

줄어야 할텐데...

혹은 줄여야 할텐데...

 

온전히 집중하거나

가뿐히 무용하거나

완전히 텅 빈 시간으로

살고 싶은데

 

그런 건 너무나 사치스러운

늘 호흡이 가쁜

한국 사회...

 

그러니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음.”

 

사람들은 대개 비슷하고, 저이는 좀 다르다 싶었던 사람들도 의외로 아무것도 없어, 특별함에 대한 믿음은 언제나 시간의 흐름에 삼켜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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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5 소설 보다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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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표지의 여름 포도를 그리워하며

오랜 기억 청포도를 떠올리며

여름호를 읽으니...

여름의 열기가 뇌에 서서히 스며드는 듯하다.




 

그 사람들이 저보고 적이라고 그랬어요.”

 

여름엔 나만이 아니고

다들 뇌가 끓어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지겹도록 두텁고 무거운 열기처럼

세상을 뒤덮은 적의와 공격성...

 

우리는 구원을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적을 기다리는 걸까(...)”

 

올 해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보다 늘 두려움이 먼저 도착한다.

확신이란 종종 위협적이고 폭력적이라서

나는 더 비겁한 사고만 하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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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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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딸기가 제철을 찾기를 바란다.

딸기는 겨울 과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먼저 하고 펼친 마침내 봄



 

아득한 과거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마침내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곳에서 마음의 상처는 대면하고 맞서 싸워야 할 적이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었다.”

 

봄은 존재가 드러나는 계절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작품들의 소재가 기막힌 드러남들이다.

봄호를 지난 해 바로 읽었다면

어떤 감상이었을지가 몹시 궁금해서

읽지 않은 시간이 무척 후회된다.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저 지금 이승만 광장에 있어요. 아주 좋은 사람들과 함께요.”

 

알 수 없지만, 아주 좋은 하루였어요.”

 

짧은 분량의 단편이 이토록 짐작 불가하고

기막힌 반전의 전개를 펼치는 것이 경이롭다.

2025년 소설보다 시리즈의 봄호를

아주 열렬히 추천하고 싶어졌다.

 

..................................

 

어쩌면 소설을 쓴다는 건 무심결에 흘려보낸 기억의 틈을 더듬더듬 메우는 일인지도요. (...) ‘내가 만든 세계의 진실을 믿고 그 믿음의 내력을 그때그때 구축하면서요.”

 

그럼에도 인간을 이해해보려는 필사의 과정이 우리를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들어준다고는 생각합니다.”

 

작가란 사회의 통증을 함께 앓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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