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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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서로를 위로하는 이름만 들어도 좋은 15인의 여성 인터뷰집. 반갑고 설레고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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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 두려움과 편견을 넘어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에 대하여
이예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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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상대를 미워하지 않는다. 각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서로를 위로하는 이름만 들어도 좋은 15인의 여성 인터뷰집이다. , 반갑고 설렌다.



 

하나씩 빼먹는 게 아까운 과자상자처럼 그 맛에 정신없이 홀리면서도 줄어든 만큼이 아쉬워 울적해하며 읽었다. 조금 알았는데 많이 알게 된 기분이 드는 이도 있고, 전혀 몰랐는데 아는 것처럼 착각한 이도 있다. 흥미롭게 읽었지만 여전히 낯선 이도 있고, 좋아했는데 열광하게 된 이도 있다.

 

요즘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다 여자예요. 변화하고 있고 실제로 변화된 세상의 시작이죠.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는 거예요.” (정서경)

 

저는 소녀들이 저 사람처럼 나도 내 일을 저렇게 오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저 사람이 되고 싶어요.”(김윤아)

 

저는, 그냥 저를 믿어요. 현장에서 믿는 구석은 늘 저 자신이었어요. 항상 그래왔고 (...) 이건 선택이 아니에요. 저에 대한 믿음은 저 자신의 일부니까요.”(전도연)

 

눈을 감고 편하게 사는 것보다, 늘 긴장감을 지니고 세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하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은희)

 

옆에서 보고만 있으면 정말 괴로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그냥 제가 고개를 처박고 오체투지를 하는 게 낫지, 남들이 하는 걸 지켜만 보는 건 더 괴로워요.” (정보라)

 

행복하게 끝없이 할 수 있을 것처럼 필사를 많이 하고, 최종 기록을 남길 문장들을 고르면서, 남은 문장들을 애도하는 심정을 맛보았다. 영민하고 예민하고 섬세한 지성들이 전하는 결기 같은 이야기들인데, 어떤 내용에서는 불쑥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같이 기억하는 문장들이면 좋겠다 싶어서. 간절해서.

 

공감과 연대는 여성의 피해만을 봐 달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성도 규정됨으로써 모든 다양성을 배제한다. 수십 년 전 여자도 인간이다라는 구호를 처음 보고 웃었던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인간으로 살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에 자주 소름이 돋는다.

 

여성은 이미지도 무균실의 보호 대상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도 아니고, 언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복잡성과 교차성을 지닌 인간이다. 상처를 입히고 유해하고 가해를 가하기도 하는 인간이다. 그저 덜 유해하고 더 다정해질 방법을 누군가들이, 누군가들과 함께 고민할 뿐이다.

 

제가 봤던 다정한 사람들은 오히려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이었어요. 자신이 그러하니, 역지사지로 다른 사람들 또한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요.”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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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말 장례식 문학동네 동시집 96
김성은 지음, 박세은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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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정말 오랜만입니다. 문득 뾰족해지고 불쑥 튀어나오려는 제 안의 못된 말들을 동시의 힘을 빌려 또(?) 보내드려야겠어요.



 

동시는 어린이를 안고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고자/들어서고자 한다.”

 

동시를 적게 읽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선입견과 왜곡된 잔상만 남았던 건지, 동시 최초로 읽는 독자처럼 놀라고 낯설어서, 흥미와 긴장과 반성을 반복하며, 멋진 그림들에 감탄하며 천천히 읽었습니다.

 

노력은 해본다고 했는데, ‘어린이라는 축출된 개념이 여전히 제 안에 공고하다는 통감도 합니다. 밀도 높은 시어들이 반성의 시간을 농밀하고 강렬한 경험으로 체험하게 돕습니다. 문학... 시의 역량을 절감하는 시간입니다.



 

[말 꼬치]란 시처럼, 시어처럼, 가만히 읽다보면 생각이 간결해집니다. 첨언 부연하던 어지러운 내 말들을 나도 빼 먹고 말해 볼 결심을 해봅니다. 솔직한 표현의 힘에 의지해서, 미사와 포장을 빼 먹어 볼까 하는 용기가 납니다.

 

[바람이 보았다] 덕분에, 안전한 공간에서 시를 읽는 내 시간에, 높고 위태롭고 어렵고 어둡고 힘겨운 곳에서 목숨을 맡기고 일하는 이들을 떠올립니다. 동료 시민들이 못 보는 동안, 바람이 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지켜보는 그런 풍경.



 

[시간이 멈춘 집]에서 살고 계신 내 할머니도 만나봅니다. 꿈에서 만나는 일조차 드문 분을 시 안에서 왈칵 만나는 일이 뜨겁고 아픕니다. 여전히 기억이 생생해서 다행이고, 체취도 온기도 사라진 유품이 아쉽습니다.

 


오래 입원 중인 고모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럼 괜찮고말고하며 웃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매번 집에 도착하면 당연한 듯 대신 주차 해주시던, 고모 오빠, 내 아버지도 기어이 울면서 만나봅니다.


사람이 늙으면 심장 근육이 줄어들고 약해져서 죽는 게 아니라, 커지고 커지는 그리움에 심장이 천천히 녹아 사라져서 죽는 게 아닐까, 동시를 읽으며 실컷 눈물을 흘리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린이가 아닌 독자가 읽은 동시의 시간은 울음 범벅이네요. 우리 집 십대들은 어떤 시를 찬찬히 읽고, 어떤 체험과 체득을 하게 될까요. 아무튼, 동시를 읽으면 못된 말은 힘을 못 쓰고 쏙 빠지거나 녹아 사라지는 게 맞나봅니다.

 

“‘어린이는 연령상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이 지나온 어린이의 시간과 장소를 포함하면서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든 소수자의 이름을 통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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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 창비청소년문학 140
단요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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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허가를 받았다지만 한국인 대접은 받지 못하는 사람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간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아는 이가 없어도 민망하다. 단요 작가님 작품인데, 청소년 문학이라고 또 느긋하게 펼쳤다가 혼쭐이 제대로 났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전체 출생아의 6%를 이미 넘었다는데, 친한 이웃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무지하고 막연했다.

 

경험과 사유와 고민이 부족한 채로, 관련 문제는 또 적지 않게 알고 있다는 자만과 자기 오해가 더해진 상태로 살았으니, 사람 사는 일은 숫자나 이미지와는 이렇게 다르다고 포장 없이 보여주는 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부끄러운 자각에 호흡을 고르며 읽은 문장이 무수하다.



 

그런 말이 차별이고 혐오 발언이라는 건 모두가 알지만 세상일은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기껏, “한국인 다 됐네등의 무신경한 발언 정도 안 하고 살면서, 온라인에 익명으로 조롱하지 않는 정도로 살면서, 너무 안도하며 살았다. 다문화 교육의 상세 내용에 어떻게 상세하게 상처를 입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는지 아냐고 묻는 대화에 짐작과 현실의 괴리가 한없이 멀어졌다.

 

중립 기어란 없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조차 일종의 선택이다.”

 

2년 전,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이란 작품을 판타지 문학처럼 재밌고 신기해하며 읽는 순간만 봐도, 나는 타인의 사정을 참작하고 공감할 능력이 있다고 나는 상상했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얼마나 노력해야 자기 문제가 아닌 것들도 자기 문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려운 일일지, 불가능한 일일지.

 

캐리커처란 제목에 내가 떠올린 것은 유쾌한 풍경이다. 그런데 작가가 차용한 의미는 가면이다. 심리학에서, 어느새 일상의 여러 분야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페르소나혹은 마스크.” 원하지 않아도 생존하기 위해 사회 속에서 갈아 써야 하는 슬프고 아프고 불편한 탈들.’

 

이 나라 사람들은 소속감 없는 상태에 소속된 사람들 같다. 돈만 잘 벌면 되는 나라라는 건 그런 의미 같다.”

 

위계가 공고하고 돈 되는 일이면 부끄러움도 죄책감도 법도 아랑곳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역할로 포장된 계급과 계층은 아주 촘촘하게 배격적이다. 한국 만큼 법의 제재와 보장 없이 각종 차별이 난무하는 잘 사는 - 돈 많은 - 사회도 드물다. 그래서 친구, 호의, 위안, 고마움, 다짐... 같은 온기 있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온전히 반갑지 못하고 서글프다.

 

이렇게 또 혼이 나고 정신이 반짝 차려지는 작품을 만난 시간이 고맙다. 또 잊고 또 방만해질지라도, 한동안은 결코 타인의 심판하려 들지 말아야지, 가능한 많은 질문을 생각해내야지, 나 자신도 이 세계도 더 차분히 바라봐야지... 덕분에 그런 결심을 새롭게 한다.

 

당사자들을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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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오랫동안
조지 오웰 지음, 강미경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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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제공 도서 리뷰입니다.

 

모든 인간은 우리에게 가장 큰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30여년 만에 읽어보는 정치 소설입니다. 20대에 한글 번역본과 영어본으로 한 번씩 읽었으니 완독이다, 라고 생각했지요. 다시 읽어봐도 전체주의의 여러 특징들에 대해 참 간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우화입니다.

 

느낌이있는책 출판사의 오랫동안시리즈로 네 번째 번역본으로 출간한 책입니다. 한글본과 영어본이 모두 수록되어있고, 해설과 설명도 보충되어서, 처음 읽는 독자와 전체주의 사상과 역사를 잘 알지 못해도 독서와 문해에 어려움이 적습니다.





 

모든 인간은 우리의 적이고 모든 동물은 우리의 동지입니다.”

 

20대엔 재미로 읽었고, 지금은 전체주의 사회가 사라지지 않고 일상으로 더 깊이 침투한 듯해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괴로워하며(?) 읽었습니다. 적개심이 의무가 되고, 관료제 권력이 굳건해지고, 특정 계급이 다른 모두를 지배하는 사회...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어째서 인간은 아름다운 이상을 상상하고 추구할 능력을 지닌 동시에, 반드시 왜곡시키는 특질도 가질까요. 위계와 권력 집중이 없는 집단생활이 불가능하다면 타락은 당연한 귀결일까요. 내면화된 전체주의적 사고와 말과 행동을 우리 각자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정말로 모두가 전체주의를 반대하나요.

 

동물은 어느 누구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사상주의가 되는 과정과, 소수의 집권 세력이 외부의 위협을 더 두렵게 가스라이팅해서, 거듭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 내용이 여전한 현실이라서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저항하고 기록하며 애쓰는 모두의 노력으로 인간은 어제보다 나은 분별력을 키워간다고 낙관하고 싶습니다.

 

이미 어떤 게 어떤 것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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