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 과학과 친해지는 책 24
이지유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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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습지로 둘러싸인 만야라 호수,

세계 최대의 칼데라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킬리만자로간 서쪽, 사마나 지대의 중심에 있는

탄자니아 최대의 국립공원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여행입니다.

 

그 광대함에 야생동물을 만나기 전에 감탄이 듭니다.

 

30대에 아프리카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생각에,

알러지 반응이 두려워 포기했는데,

이렇게 상기할 일이 생기면 늘 후회로 남습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한 우리 가족들이

위안 삼아 함께 읽고 함께 부러워한 책입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상식들이 많았답니다.

(물론, 우리 가족이 동물학에 특별히 무지한 것일 수도 있지만...ㅎㅎ)

아래 인용은 가족들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인상 깊게 느낀 내용들입니다.

 

여전히 사전예방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 못했지만,

마치 고향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가끔 들면서 아프리카 가보고 싶네요.


이 책은 201812, 친구들과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 국립 공원,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만야라 호수를 여행한 뒤 썼어요.(...)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을 보는 내내 이 멋진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4


아프리카 북부에 사는 북부흰코뿔소는 20183, 마지막으로 남은 수컷이 숨을 거두면서 사실상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어요 5


지구상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생물에 대해 잘 아는 거예요. 잘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찰해야 해요. 6


아이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야생 동물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17


사파리 가이드와 함께 하는 사파리 투어 전문 차량이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인 이유를 아시나요?


동물들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빨간색이나 파란색처럼 초원에는 없는 화려한 색을 동물들이 볼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초원의 주인은 동물이고 우리는 그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손님이니 동물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겠지요? 사파리 투어 차를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으로만 칠하는 것은 동물에게 예의를 지키는 거랍니다. 22


믿기 힘들겠지만, 아프리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길게 갈라지고 있어요. 몇 만년 뒤에는 두 조각이 나고 말거예요.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부룬디, 탄자니아를 거쳐 말라위와 모잠비크까지 아프리카 동쪽이 완전히 갈라져 나가는 거지요. 28-29


보존 지구와 국립 공원에서는 드나드는 사람을 꼼꼼히 확인해요. 그중에 불법으로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긴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뿔이나 가죽을 빼앗는 사람들이 정문으로 들어오진 않겠지요. 밀렵꾼에 대한 우려가 아니더라도, 혹시나 공원에 들어간 사람이 동행과 떨어져 길을 잃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드나드는 사람을 철저히 확인하는 거예요. 30-31


기린은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훨씬 더 길었어요!(...) 줄리아 아줌마는 앞다리가 더 길어야 길고 무거운 목과 머리의 무게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을 잡기 쉬워지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 민지는 기린의 오른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 한쪽 방향의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는 거예요. 민지는 같은 네발 달린 동물이라도 걸을 때 움직임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놀라웠어요. 34


세렝게티(Serengeti)’는 마사이족 말로 끝없는 평원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세렝게티는 옛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탕가니카의 땅이었어요. 탕가니카의 탕가(Tanga)’항해라는 뜻이고, ‘니카(nyika)’야생에서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치면 길들여지지 않은 땅에서 항해한다.’라는 뜻이죠. 그 이름에 걸맞게 세렝게티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과 마사이족이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었어요. 39-40


세렝게티가 독일의 식민지였던 1913, 미국인 사냥꾼 슽어트 에드워드 화이트는 세렝게티에 와 본 후 나쁜 마음을 먹었어요. 이곳을 부자들을 위한 사냥터로 만들어 큰돈을 벌 속셈이었던 거예요. (...) 화이트가 세렝게티로 데려온 부자 손님들은 닥치는 대로 동물을 잡았어요. 그들을 비롯한 서구인들은 죽은 동물의 머리를 잘라 박제한 뒤 거실에 걸어 두는 것을 즐겼어요. 또 동물의 가죽과 뿔만 거두어 팔기도 했지요. 결국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히 망가지고 말았어요. 41


세렝게티는 이 모든 동물과 식물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훌륭한 생태계예요.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유네스코는 1981년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한 수탈의 역사를 뒤로 하고 거의 복원되었어요. 자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망가진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죠. 43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나아안츠 매인냐! 마바치 치바바!'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 남아프리카 흑인 민족 줄루족의 언어. <라이온 킹>


빅 파이브’(big five)는 표범, 사자,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 이렇게 다섯 종의 동물을 이르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크다라는 뜻인 영어 단어 (big)’만 보고 몸집이 큰 다섯 마리의 동물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빅 파이브는 사냥하기 힘든 동물 다섯 종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54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에요. 동물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죠. (...) 이 모든 노력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따름이에요. 60-61


오래된 질문, 다들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걸까,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걸까?”


얼룩말이 수정란 상태에서 온전한 개체로 자랄 때까지의 과정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얼룩말의 피부는 원래 검은데 그 위에 흰색 줄무늬가 생긴 거라고 해요. 75-76


얼룩말의 줄무늬가 쇠파리 때문에 생긴 거라지 뭐예요? 쇠파리는 소나 말의 살갗을 파고들어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파리과의 곤충이에요. 얼룩말은 털이 짧아서 쇠파리나 모기처럼 다른 동물을 무는 곤충의 공격에 취약한데, 쇠파리가 줄무늬를 싫어해서 얼룩말을 물지 않는다는 거예요. 78


그럼 쇠파리는 왜 줄무늬를 싫어할까요? (아직도 답을 모르는 문제!)


요즘 아프리카에서는 상아 없이 태어나는 새끼 코끼리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상아를 탐내며 상아가 있는 코끼리를 죽이고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살려 두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상아가 없는 유전자를 가진 코끼리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걱정하고 있어요. 상아는 코끼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101-103


만약 지내던 웅덩이가 마르면 하마는 밤사이 열심히 걸어가 새로운 물웅덩이를 찾아요. (...) 하마가 어떻게 물웅덩이를 찾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과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어요. 106


하마는 끈적끈적한 붉은색 땀을 흘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바로 이 붉은 땀이 하마의 피부를 지켜주는 거랍니다. (...) 인간들이 햇빛 차단제와 항생 연고를 바르고 있을 때 하마는 땀샘에서 차단제와 연고가 나오는 거지요. 인간에게는 왜 이런 능력이 없을까요? 108-109


2015년 케냐의 한 동물 연구 센터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백여 마리의 개코원숭이 무리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 우두머리 수컷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놀랍게도 원숭이들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어요. 196


왜 동물들은 인간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 오는 걸까요?(...) 인간의 거주지 근처에 먹을 것이 많아 동물들 사이에 먹이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하지 않으면 다른 동물과 적이 될 필요가 없어요. 경쟁에 쓰는 에너지가 줄고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열중한다는 거죠. 서로를 돕는 방향으로 말이에요. 201


그러니 지구상에 배고픔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당연해요. 이미 충분히 먹은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고요. 배고픔이 사라지면 모두 함께 더 나은 문화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늘어날 거예요. 동물들은 이처럼 당연한 일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도 그런가요? 201


다른 동물들은 모두 무서워하는 진한 알칼리성 호수 한가운데 알을 낳다니, 정말 신기하죠?(...) 바로 홍학의 먹이인 붉은색 미생물이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기 때문이죠.(...) 홍학의 긴 다리는 강알칼리에도 타지 않는 튼튼한 비늘로 덮여 있거든요.(...) 홍학은 맑은 물이 없으면 소금 호수의 물을 조금 마시기도 해요. 홍학의 머리 부분에는 소금만 걸러서 밖으로 배출하는 특수한 땀샘이 있어요. 211


앞에서 이야기했듯 홍학이 먹는 몇몇 미생물은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아요. 알칼리성 호수에 사는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양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의 평균 광합성 양의 16배나 된답니다.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알칼리성 호수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에요. 홍학은 이 붉은 먹이를 먹고 붉은 색으로 물드는 거예요. (...) 다른 먹이를 먹으면 금세 붉은 물이 빠져 흰 색이 된답니다. 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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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함께 였던 것같아, 정확히 가이한 연도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느덧 20주년! 많은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승승장구를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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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창비 노랫말 그림책
이두헌 지음, 최은영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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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지만

, 어릴 적 풍선은 왜 그렇게 정서를 간질였는지 모르겠다.

 

정말 풍선을 잡고 둥실~둥실~두둥실~

날아오르는 상상을 해서 아련하고 그리운 것이었을까.

 

아님, 땅에 발붙이고 사는 생명체의 숙명은 그렇게 가볍고도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동경할 마음의 준비가 유전자에 각인되어서였을까.

 

어쨌든,

날고 싶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 간절함 덕분인지 꿈으로는 자주 꾸기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 말고도 높은 곳에서 멀리 넓게 보고 싶었을 터이다.

 

더 넓은 세상이 많이많이 궁금했을 터이다.

 

그래서 결국 공항 음식에 구역질이 날만큼 지구를 (다는 아니지만) 마구 날아돌아 다니는 한 시기를 보냈다.

 

그래도 매번 비행기 창가 잠시의 풍경은 좋아라했다.

 

양심에 너무 깊이 걸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할 때까지

비행도 풍선도 끈질기게 잡고 놓지 않았던

부끄러운 삶이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인해 풍선은 결별하고,

비행은 최대한 가능한 자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노란풍선이 더욱 아련하고 반갑다.

 

혹시 다섯손가락의 <풍선>이란 노래를 아는 독자라면, 음악을 플레이하고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좋은 창비의 그림책이다.

우리집 꼬맹이는 그림책의 삽화 그리기에 매번 푹 빠져 드는데, 혼자 그 그림들에 감동의 눈물을 삼키는 나로서는 그림책들이 언제나 반갑고 감사하다.

 

나도 저렇게 맑고 발랄하게 따라 그려볼 수 있을까, 미즈 피카소로 귀결되는 결말은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새삼스럽지만 생각해보면 노란 것, 동그란 것들 중에

내가 좋아했던 것,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다.

 

노랗고 동그란 달,

동그랗고 반짝이는 비눗방울들

, 노랗고 따끈한 튜브

, 노란 민들레,

노란 병아리,

여름의 레몬 아이스크림 한 스쿱,

노란불빛 현관등......

 

가끔 길 가다 높이 멀리 날아가는 풍선을 보게 되면, 서서 오래 바라본다.

 

그렇게 나를 세운 것은, 저 풍선이 터지면 환경이 오염되는데......라는 걱정이 다는 아닐 것이다.

 

언제나 다소 무책임한 로망이 실려 간다.

 

*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들은 촬영해서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원본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되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부디 행복하게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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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거미 잭슨과 전갈 -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김동석 지음, 나오미 G 외 그림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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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은 이 문구로 인해 읽기도 전해 사랑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물론 직업 작가들을 한없이 경애하지만, 나는 내 친구들이 문득 적은 가 세상 가장 좋을 때도 분명 있고, 특히나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창작 활동은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비뚤어진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션 하나하나 미소를 담고 오래 쳐다보았다. 줄거리 구성도 기성세대보다 훨씬 과감하고 발랄하다. 그러면서도 눈물과 감동이 가득하다. 이렇게 세상의 정의와 선함을 믿는 미래세대의 바람대로 사회가 움직여 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어느 시기부터 기성세대인 나는 늘 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현실의 장면들이 많다.

 

제목을 보면, 의인화되어 잭슨이란 인간스러운 이름을 가진 거미와 전갈이 주인공이고 뭔가 기기묘묘 흥미진진한 서커스 공연이 벌어지나 싶지만, 실제로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인물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쟌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야생 동물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쟌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에서 잭슨 쇼를 하는 것도 야생 동물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쟌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죽어 가는 야생 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쟌이 잭슨 쇼를 통해 돈을 버는 이유는 시장에 있는 야생 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사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쇼를 시작했어요.


대왕 거미 잭슨에게 곤충을 먹이로 던져 주면서 돈을 버는 쟌을 많은 사람들은 곤충 학대자 또는 생태계 파괴자라고 야유를 하고 고소까지 했어요. 하지만 뉴스를 통해 쟌이 하는 일을 알게 되면서 많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잭슨 쇼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생겼어요. 58-59

 

다른 먹을거리도 넘쳐 나는데 굳이 식량으로 먹어 치워지는 동물들과 그것도 아니고 그저 기념품으로 포획되고 수집되는 동물들에 대한 얘기도 편지글을 통해 세련되게 잘 보여 주고 있다

.

그런데! 인식과 상황의 대전환을 가져 오는 일이 생기게 된다.

 

 

. 지금 잭슨 쇼에 먹잇감으로 들어가 있는 전갈도 살려서 사막으로 돌려보낼 수 없나요?”(...)

너무 슬퍼요. 지금 싸우고 있는 전갈도 살고 싶을 것 같아요.”

순간 쟌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어요. (...)

쟌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68-69

 

그 후 전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 상상을 뛰어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역시 상상력이 젊습니다.

아주 솔직한 배움과 지혜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좋은 이야기책입니다.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재학생들이,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꿈을 키우는 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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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이면을 보다 - 신용권의 역사기행
신용권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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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늘 부러워 하다가, 그저 나는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는 통사 위주로 독서를 하자, 란 나름의 자포자기를 한 지가 오래다. 그런데, 문제는 이 통사 파악을 통한 전반적 이해라는 목표가 좀처럼 다가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젊은 날, 얼굴이 붉어지는 행태들 중 아직 희미해지지 않는 것들이 꽤 남아 있는데, 그 중 아직도 지켜보리라, 하며 가능할 때마다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이 [조선왕조실록] 읽기이다. 물론, 2,000권이 넘는 기록이니, 아마 이번 생에서는 못 이룰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도 포기를 못하고 그 언저리를 맴돌고는 있는 중인데, 그래서인지 비슷한 주제나 소재를 다루는 여타의 역사서들이 보이면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된다. [역사의 이면을 보다]란 이 책 또한 제목부터 몹시 흥미로웠다. 더구나 역사의 이면을 대신 보아 주셨다니 통찰력이 없는 독자로서 고마울 뿐이다.

 

우선, 참 담백한 화법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담담하고 깔끔하고 균형을 잡으려는,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잘 느껴지는 부담 없는 서술이다. 조선과 일본의 비교 연구, 예시, 해석, 비판 분야는 흥미롭고 쉬우면서도 신뢰감 가는 팩트와 간단한 주장이 잘 어우러진 내용들이다. 예를 들면, 일본은 왜 호전적인지를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주고,

 

조선이 선비의 도를 실천하고 있을 때, 일본은 무사도에 따라 사회를 경영했다. (...) 선비의 도가 성리의 철학적 삶을 중시한다면, 무사도는 힘과 물질의 원리에 따르는 현실을 중시한다. (...) 흔히 일본인의 정신을 표현하는 잇쇼겐메이니라는 어휘는(...) 자구 그대로 풀면 한 곳에 목숨을 걸고이다. 무슨 일을 하건 끝장을 볼 때까지 달려드는 모노즈쿠리와 헤소마가리(외골수) 정신은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국력이 신장되는 시점에는 곧잘 이웃나라침략이라는 폭력으로 표출되곤 한다. 22-23

<em> </em>

(...)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인의 씨를 말리려는 구상을 하게 된다. “해마다 군사를 보내어 그 나라 사람을 다 죽여 빈 땅을 만든 연후에 서도의 사람을 이주시킬 것이니, 10년을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정유재란은 조선인의 몰살 자체가 목표였던 만큼, 임진왜란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하였다. 왜군 한 명당 한 되씩 조선 사람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바치라고 명한 것도 바로 이 전쟁이다. 104-105

 

조선은 왜 위기에서 그토록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는지를 사회를 얽어맨 신분제도를 받아들이던 백성들의 입장에서 풀이해 준다.

 

평안도 안주성에서 감사 윤훤이 병사들에게 나가서 싸우자고 말하자, 병사들은 거꾸로 서얼, 상민, 노비라고 써놓은 호패를 성 위에 쌓아 놓고, ‘너희들이나 나가서 싸우라고 거부했다는 것이다. 안주성이 무너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비 등 각종 신분제로 백성을 옭아맸던 나라가, 위기에 무너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77


도자기 수출로 번 돈은 이후 일본 근대화의 종잣돈이 됐다.(...) 임진왜란 당시 끌려온 기술자 대부분이, 일본에서 삶과 대우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조선 귀환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도 조선 조정은 이들을 괘씸하다고 생각했을 뿐, 기술이나 기술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116

 

그리고 양란보다 더 아픈 식민지 시대에 이르는 과정을, 다른 비판도 가능하겠으나, 내가 느끼기에는 식민지 논리에 따르는 자기 비하가 아니라, 스스로를 파악하고 비판하는 반성의 형태로 전개한다.

 

12세기 남송의 주희가 완성한 성리학을 독점적 지배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은, 양란 이후 오히려 포용력이 더 약화되었다. 양반 사대부의 지배층은 국가기강을 회복한다며,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주자학의 근본주의에 더욱 매몰된다. (...) 논쟁에서 이긴 학파는 도덕적 권위와 함게 권력과 부를 독점했다. 패한 쪽은 권력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목숨마저 잃었다. (...) 구한말의 세계사적 격변기에도 조선은 위정척사의 깃발 아래, 사상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았고, 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상공업을 천시하며, 성리학적 질서를 더욱 강화했다. 148-150

 

흔히 우리나라의 위인들로 지정되고 숭배 받는 이들에 대한 일침도 빠지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가끔 너무 뭔 과거의 인물들을 우상화하는 일은 너무 게으르고 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입장에서 반가웠던 것이 사실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무공으로 상징되는 호국정신을, 북한의 주체사상을 압도하는 지렛대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 덧씌워진 우상의 더께를 벗겨낼 때가 됐다. 2017년 이순신 종가는 현충사 본전에 걸려있는 박정희 친필 현판을 철거하고, 숙종의 사액 현판으로 원상 복구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구했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160


우리는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신일인 5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 그는 겨레의 진정한 스승인가? 성군으로 존경받는 세종은 리더로서의 처신이나,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도 과연 흠결이 없었던가? 훈민정음의 서문에 나오는 그 어린 백성은 누구인가? 178

 

조선 사회의 가치 기준으로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사대부들의 인식이 어떻게 괴리가 있는 지도 지적하는데, 자신들이 태어나 자라고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시대적 한계가 어쩔 수 없었으리라 납득하면서도, 시대를 꿰뚫는 통찰도 불가능하기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하나가 있으면 그것으로 존경한다. 교토의 히예산 비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조우일우 차즉국보’. ‘오직 한 자리만 비추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나라의 보배로 삼는다는 말이다. 181


조선의 가치 기준인 유학은 기본적으로 소인과 군자로 그 인격의 차이를 규정했다. 소인은 물질적 이해를 기준 삼아 공동선에 관심을 두지 않으나, 군자는 이러한 소인을 극복한 인물로 끊임없이 인격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학은 성인이 되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성학이라고 불렀다.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조선 사대부들은, 이재를 쌓는 것을 죄악시했다. 182


10만 평의 논밭과 150여 명의 노비를 가지고서도, ‘10년을 경영해 초려삼간을 지어 낸다고 자신을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 중산층 이상의 재산을 소유했던 그들이 가진 결핍의식(?)’에서 도학정치를 주창했던 그들 조선 사대부들의 부의식과 민낯을 엿보게 한다. 187

 

2019년에도 믿어지지 않게 노론, 소론 타령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실제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의식과 일상 속에서 다른 시대에 사는 것이 사실이다. 동시대에 산다고 모두 동시대인인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유독 반상 구분과 뿌리 깊은 차별의식의 뿌리가 어딜까 안타깝지 그지없던 중에 조선사회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가장 발달된 노예제 사회였다는 대목은 또 한 번의 충격과 놀라움이었다.

 

미국의 문화 사회 학자 올란도 패터슨(Orlando Patterson)은 전 세계적으로 발견된 노예제를 비교 분석하면서, 노예가 출생에 의해 그 신분이 세습되는 방식을 7가지 형태로 나누었다. 그중 부모의 어느 한 쪽이 노예면 그 자식이 모두 노예가 되는 방식이 적용된 코리아에서, 전근대 세계 어디에서보다 가장 가혹하고 발달된 노예제의 하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189-190


이렇게 양반 숫자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반상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이것이 현재 모든 한국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마치 양반의 후예라는 허위의식을 갖게 만든 큰 요인이 되었다. 그 많던 평민과 노비, 그들의 후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191

 

객관적 서술과 비판만이 역사서술가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저자는 담백한 목소리로 자신의 바람을 곳곳에 담아 두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사형 선고(1910214)를 받고도 뤼순감옥 안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했다. 정녕 반일은 쉽다. 남 탓에 그치기 때문이다. 친일 또한 나를 버리고 남에 굴종하는 노예의 길이다. 이제는 거시적 안목으로 동북아 평화를 생각해야 한다. 오늘의 눈으로 역사를 되돌아보고, 역사에서 깨달은 교훈으로 현실의 벽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232-233

 

마침, 25세 젊고 아름다운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다룬 드라마 [이몽]을 부모님과 본 다음 날이라 여러 생각이 떠돌았다. 전쟁과 폭력의 수많은 희생자들과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잃어버린 세월들에 마음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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