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습지로 둘러싸인 만야라 호수,
세계 최대의 칼데라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킬리만자로간 서쪽, 사마나 지대의 중심에 있는
탄자니아 최대의 국립공원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여행입니다.
그 광대함에 야생동물을 만나기 전에 감탄이 듭니다.
30대에 아프리카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백신 접종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생각에,
알러지 반응이 두려워 포기했는데,
이렇게 상기할 일이 생기면 늘 후회로 남습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한 우리 가족들이
위안 삼아 함께 읽고 함께 부러워한 책입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상식들이 많았답니다.
(물론, 우리 가족이 동물학에 특별히 무지한 것일 수도 있지만...ㅎㅎ)
아래 인용은 가족들이 새롭게 알게 되거나 인상 깊게 느낀 내용들입니다.
여전히 사전예방 백신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 못했지만,
마치 고향을 그리는 것과 비슷한 심정이 가끔 들면서 아프리카 가보고 싶네요.
이 책은 2018년 12월, 친구들과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 국립 공원, 응고롱고로 보존 지구, 만야라 호수를 여행한 뒤 썼어요.(...) 아프리카 사바나에 사는 동물들을 보는 내내 이 멋진 동물들이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4
아프리카 북부에 사는 북부흰코뿔소는 2018년 3월, 마지막으로 남은 수컷이 숨을 거두면서 사실상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어요 5
지구상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보호하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 생물에 대해 잘 아는 거예요. 잘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찰해야 해요. 6
아이들은 우리에 갇힌 동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야생 동물을 만나러 가는 거예요. 17
사파리 가이드와 함께 하는 사파리 투어 전문 차량이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인 이유를 아시나요?
동물들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은 다르지만 빨간색이나 파란색처럼 초원에는 없는 화려한 색을 동물들이 볼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초원의 주인은 동물이고 우리는 그 동물들을 만나러 가는 손님이니 동물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되겠지요? 사파리 투어 차를 옅은 갈색이나 초록색으로만 칠하는 것은 동물에게 예의를 지키는 거랍니다. 22
믿기 힘들겠지만, 아프리카는 동아프리카 지구대를 따라 길게 갈라지고 있어요. 몇 만년 뒤에는 두 조각이 나고 말거예요.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부룬디, 탄자니아를 거쳐 말라위와 모잠비크까지 아프리카 동쪽이 완전히 갈라져 나가는 거지요. 28-29
보존 지구와 국립 공원에서는 드나드는 사람을 꼼꼼히 확인해요. 그중에 불법으로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긴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뿔이나 가죽을 빼앗는 사람들이 정문으로 들어오진 않겠지요. 밀렵꾼에 대한 우려가 아니더라도, 혹시나 공원에 들어간 사람이 동행과 떨어져 길을 잃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에 드나드는 사람을 철저히 확인하는 거예요. 30-31
기린은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훨씬 더 길었어요!(...) 줄리아 아줌마는 앞다리가 더 길어야 길고 무거운 목과 머리의 무게가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균형을 잡기 쉬워지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 민지는 기린의 오른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어요. (...) 한쪽 방향의 다리로 체중을 지탱하며 걷는 거예요. 민지는 같은 네발 달린 동물이라도 걸을 때 움직임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놀라웠어요. 34
‘세렝게티(Serengeti)’는 마사이족 말로 ‘끝없는 평원’이라는 뜻이에요. 원래 세렝게티는 옛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인 탕가니카의 땅이었어요. 탕가니카의 ‘탕가(Tanga)’는 ‘항해’라는 뜻이고, ‘니카(nyika)’는 ‘야생에서’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치면 ‘길들여지지 않은 땅에서 항해한다.’라는 뜻이죠. 그 이름에 걸맞게 세렝게티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과 마사이족이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었어요. 39-40
세렝게티가 독일의 식민지였던 1913년, 미국인 사냥꾼 슽어트 에드워드 화이트는 세렝게티에 와 본 후 나쁜 마음을 먹었어요. 이곳을 부자들을 위한 사냥터로 만들어 큰돈을 벌 속셈이었던 거예요. (...) 화이트가 세렝게티로 데려온 부자 손님들은 닥치는 대로 동물을 잡았어요. 그들을 비롯한 서구인들은 죽은 동물의 머리를 잘라 박제한 뒤 거실에 걸어 두는 것을 즐겼어요. 또 동물의 가죽과 뿔만 거두어 팔기도 했지요. 결국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히 망가지고 말았어요. 41
세렝게티는 이 모든 동물과 식물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훌륭한 생태계예요. 이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유네스코는 1981년 세렝게티 국립 공원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세렝게티의 생태계는 처참한 수탈의 역사를 뒤로 하고 거의 복원되었어요. 자연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망가진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죠. 43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나아안츠 매인냐! 마바치 치바바!'
‘여기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
- 남아프리카 흑인 민족 줄루족의 언어. <라이온 킹>
‘빅 파이브’(big five)는 표범, 사자,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 이렇게 다섯 종의 동물을 이르는 말이에요. 사람들은 ‘크다’라는 뜻인 영어 단어 ‘빅(big)’만 보고 몸집이 큰 다섯 마리의 동물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해요. 하지만 빅 파이브는 사냥하기 힘든 동물 다섯 종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54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동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는 점이에요. 동물들이 사라지면 인간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죠. (...) 이 모든 노력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따름이에요. 60-61
오래된 질문, 다들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는 건가요?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걸까,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걸까?”
얼룩말이 수정란 상태에서 온전한 개체로 자랄 때까지의 과정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얼룩말의 피부는 원래 검은데 그 위에 흰색 줄무늬가 생긴 거라고 해요. 75-76
얼룩말의 줄무늬가 쇠파리 때문에 생긴 거라지 뭐예요? 쇠파리는 소나 말의 살갗을 파고들어 피를 빨아 먹고 사는 파리과의 곤충이에요. 얼룩말은 털이 짧아서 쇠파리나 모기처럼 다른 동물을 무는 곤충의 공격에 취약한데, 쇠파리가 줄무늬를 싫어해서 얼룩말을 물지 않는다는 거예요. 78
그럼 쇠파리는 왜 줄무늬를 싫어할까요? (아직도 답을 모르는 문제!)
요즘 아프리카에서는 상아 없이 태어나는 새끼 코끼리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상아를 탐내며 상아가 있는 코끼리를 죽이고 상아가 없는 코끼리는 살려 두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상아가 없는 유전자를 가진 코끼리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걱정하고 있어요. 상아는 코끼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101-103
만약 지내던 웅덩이가 마르면 하마는 밤사이 열심히 걸어가 새로운 물웅덩이를 찾아요. (...) 하마가 어떻게 물웅덩이를 찾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채 과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어요. 106
하마는 끈적끈적한 붉은색 땀을 흘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바로 이 붉은 땀이 하마의 피부를 지켜주는 거랍니다. (...) 인간들이 햇빛 차단제와 항생 연고를 바르고 있을 때 하마는 땀샘에서 차단제와 연고가 나오는 거지요. 인간에게는 왜 이런 능력이 없을까요? 108-109
2015년 케냐의 한 동물 연구 센터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어요.(...) 백여 마리의 개코원숭이 무리는 어딘가로 이동할 때 우두머리 수컷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놀랍게도 원숭이들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어요. 196
왜 동물들은 인간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 오는 걸까요?(...) 인간의 거주지 근처에 먹을 것이 많아 동물들 사이에 먹이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하지 않으면 다른 동물과 적이 될 필요가 없어요. 경쟁에 쓰는 에너지가 줄고 체력과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도 사회성을 기르는 데 열중한다는 거죠. 서로를 돕는 방향으로 말이에요. 201
그러니 지구상에 배고픔으로 허덕이는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당연해요. 이미 충분히 먹은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하고요. 배고픔이 사라지면 모두 함께 더 나은 문화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늘어날 거예요. 동물들은 이처럼 당연한 일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도 그런가요? 201
다른 동물들은 모두 무서워하는 진한 알칼리성 호수 한가운데 알을 낳다니, 정말 신기하죠?(...) 바로 홍학의 먹이인 붉은색 미생물이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기 때문이죠.(...) 홍학의 긴 다리는 강알칼리에도 타지 않는 튼튼한 비늘로 덮여 있거든요.(...) 홍학은 맑은 물이 없으면 소금 호수의 물을 조금 마시기도 해요. 홍학의 머리 부분에는 소금만 걸러서 밖으로 배출하는 특수한 땀샘이 있어요. 211
앞에서 이야기했듯 홍학이 먹는 몇몇 미생물은 알칼리성 호수에서만 살아요. 알칼리성 호수에 사는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양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의 평균 광합성 양의 16배나 된답니다. 미생물들이 광합성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알칼리성 호수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에요. 홍학은 이 붉은 먹이를 먹고 붉은 색으로 물드는 거예요. (...) 다른 먹이를 먹으면 금세 붉은 물이 빠져 흰 색이 된답니다. 213-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