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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ㅣ 창비 노랫말 그림책
이두헌 지음, 최은영 그림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지만
, 어릴 적 풍선은 왜 그렇게 정서를 간질였는지 모르겠다.
정말 풍선을 잡고 둥실~둥실~두둥실~
날아오르는 상상을 해서 아련하고 그리운 것이었을까.
아님, 땅에 발붙이고 사는 생명체의 숙명은 그렇게 가볍고도 가볍게 떠오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동경할 마음의 준비가 유전자에 각인되어서였을까.
어쨌든,
날고 싶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 간절함 덕분인지 꿈으로는 자주 꾸기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 말고도 높은 곳에서 멀리 넓게 보고 싶었을 터이다.
더 넓은 세상이 많이많이 궁금했을 터이다.
그래서 결국 공항 음식에 구역질이 날만큼 지구를 (다는 아니지만) 마구 날아돌아 다니는 한 시기를 보냈다.
그래도 매번 비행기 창가 잠시의 풍경은 좋아라했다.
양심에 너무 깊이 걸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할 때까지
비행도 풍선도 끈질기게 잡고 놓지 않았던
부끄러운 삶이 과거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환경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인해 풍선은 결별하고,
비행은 최대한 가능한 자제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노란풍선이 더욱 아련하고 반갑다.
혹시 다섯손가락의 <풍선>이란 노래를 아는 독자라면, 음악을 플레이하고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좋은 창비의 그림책이다.
우리집 꼬맹이는 그림책의 삽화 그리기에 매번 푹 빠져 드는데, 혼자 그 그림들에 감동의 눈물을 삼키는 나로서는 그림책들이 언제나 반갑고 감사하다.
나도 저렇게 맑고 발랄하게 따라 그려볼 수 있을까, 미즈 피카소로 귀결되는 결말은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새삼스럽지만 생각해보면 노란 것, 동그란 것들 중에
내가 좋아했던 것,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다.
노랗고 동그란 달,
동그랗고 반짝이는 비눗방울들
, 노랗고 따끈한 튜브
, 노란 민들레,
노란 병아리,
여름의 레몬 아이스크림 한 스쿱,
노란불빛 현관등......
가끔 길 가다 높이 멀리 날아가는 풍선을 보게 되면, 서서 오래 바라본다.
그렇게 나를 세운 것은, 저 풍선이 터지면 환경이 오염되는데......라는 걱정이 다는 아닐 것이다.
언제나 다소 무책임한 로망이 실려 간다.
*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들은 촬영해서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원본이 어떤 식으로든 손상되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부디 행복하게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