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문의도 실천하는 치매 예방법 - 9가지 치매 원인을 이기는 하루하루 생활 습관
엔도 히데토시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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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관련 도서들만 보면 마음은 복잡해지고 생각은 단단해진다살면서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싶지만하지 않아야할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실상이니 피할 수 있는 것고칠 수 있는 것들을 알고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35년 경력의 전문의가 들려주는 예방백신도 치료법도 없는 치매예방법을 업무 보듯 진지하게 읽었다가장 큰 원인이 생활습관이라고 하여 희망적이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자가테스트 결과는 절망적이진 않다.



그중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발병율이 높아진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중 75%이다이는 뇌질환이며 베카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며 신경세포를 파괴해서 생기는 병이다. 40대 후반부터 쌓이기 시작해서 치매증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20-30년 걸린다.



알츠하이머형 치매환자에겐 당뇨고혈압스트레스흡연비만 등 지병이 있다내 지병은 스트레스저혈압도 좋은 건 아니지만치매예방에 좋다는 음식들은 건강에 좋은 음식들로 바꿔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카레*와 감귤**을 좋아하니 억지로 섭식을 추가할 필요는 없겠다정확히 예방 가능한 분량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맛있게 잘 먹기로 한다.

 

쿠르쿠민강황에 함유폴리페놀(몸 속 유해산소 무해하게 바꾸는 기능물질)의 한 종류항산화항염증 작용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을 막는다.


** 노빌레틴폴리페놀의 일종항산화항당화항염증 작용신경변성질환을 막는데 도움.

 

그 외에도 다양한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일수록 치매 위험도가 낮아진다는데 육류 권장이 없어 눈도 마음도 시원하다해조류와 생선을 무척 좋아했지만 방사능과 미세플라스틱으로 꺼려진 지가 오래다식품 목록을 보니 한편 암담하다위험과 불안에서 자유롭게 즐겁게 맛있게 먹기 힘들어진 세상대기토양물을 모두 오염시키고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하다.



줄여야할 식품에 쌀과 술이 있다쌀은 뭐섭취량이 적고 현미이니 더 줄일 필요가 없고 술여름이 거의 지났으니 맥주를 잠시라도(?) 끊으면 좋을 듯폴리페놀 식품에 와인이 있으니 가지가 들어간 커리 요리와 와인홍차를 가을겨울에 자주 먹어야겠다.

 

음식 말고 다른 예방법들로는,


걷기 운동 일주일에 3별일 없으면 계단이라도 오르내리니 거의 매일 실천 중.

사회활동 거의 불가대신 스트레스 쌓이는 직장활동 중

봉사활동 농촌에 일손이 없어 고생하신다고 해서 잠시 참가 고민해봤으니 쓸모없는 몸으로 가서 폐 끼치지 말라는 주변의 조언(?)으로 포기판데믹 시절엔 클릭’ 봉사활동 해시태그와 소액후원 만 하는 중.

마작 보드 게임 마작하고 싶다잘 배우고 싶었는데보드 게임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몹시 불공정한(!) 게임이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수영하기 하루 종일도 좋으나 실내 수영장도 야외도 막막... 개별 풀이 있는 호캉스가 답인가...

요리하기 여름엔 뭐라도 가혹했던 요리하기. 15분을 넘기는 요리/조리를 거의 하지 않아도 힘들었다그러고 보니 베이킹 안 한지가 꽤 되었네.

 

부모님 걱정이 많이 되지만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조상들을 두셨고어쩌면 가장 주의해야할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한다이번에도 다른 방법은 없다할 수 있는 건 하며 필요하다면 정기검진을 받으며 사는 수밖에혹시 치료법이 개발될 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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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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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미스터리 작품 제목으로는 상당히 평범하고 단편들이라 더 부담이 없고단편들의 제목마저 일상적이라 너무 느긋하게 읽었다엄청...... 무섭다친숙하고 평범한 것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의 강렬한 공포가 대단하다귀신이나 유령을 무서워하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내게는 극강의 공포소설이다.

 

본인도 타인도 사회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어두움추악함두려움공포심부조리함그리고 이기심그것들이 실물감을 가진 일상의 소재들에 빙의하니 안전장치가 모두 사라진 세계에 난입한 듯 소름 끼친다. 12월에 이사갈까 했던 생각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 열쇠를 손에 잡고 넣어 찰칵돌려서 문을 열어본 경험이...... 너무 오래전이다이 단편 때문에 내부를 노출한 열쇠 구멍이 무서워졌다집 안에 있는데 밖에서 누가 찰칵찰칵 열쇠를 돌려 문을 열려고 한다면이사하려고 간 집 벽에 난 무수한 구멍!

 

[수납장포장이사라 하더라도 이사의 고됨을 아는지라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 짐은 정체를 알기도 전해 끔찍하다더구나 엄마와 함께 지내던 사람이 죽고항상 급하게 쫓기듯 이사를 하는 엄마를 보며 느끼는 불안감이 함께라면!

 

[책상] 청각으로 전해지는 공포감이 상상력을 날카롭게 긁어대는 기분이다문제의 원인은 회사인가남편인가.

 

[상자] 이번엔 회사가 이사를 간다그런데 꼭 필요한 상자가 사라졌다문제는 상자 실종이 아니라 인간성 실종인 듯너무 많은 스포일까.

 

[] 나의 옆집에서 가정폭력을 짐작할 수 있는 소리들이 들려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매일 의심 가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해하고 잠도 못자는 이들에게 공감하느라 몰입이 심했다폭력과 관련된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 전개인가 했는데 엄청 기발한 놀라운 설정이다감탄!

 

[] 연작으로 마무리해주는 마지막 작품이다덕분에 이사는 안 가기로 한다뭐랄까이사도 일종의 무서운 체험 중 하나 아닐까요?”

 

다크미스터리를 일본식으로는 이야미스イヤミス라고 부른다 한다읽고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작품을 뜻한다작품으로서는 불평할 바 없이 멋졌다강렬하고 힘차고 단편임에도 충분한 복선과 반전그래도 이사는 (한동안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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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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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은 제목이기도 하지만 무척 대담하게도 합성 약물의 이름이다의존성은 강하나 인체에 해가 없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평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완전한’ 약물이다.

 

진짜였군? (...) 당신의 최후의 레시피가 만들어내는 하얀 약물은 오로지 순순한 평온만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눈스노우가 근래에 부정적이고 위험한 변형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나와 조금 우울하다.

 

이 도안은설국의 아이들이 쌓인 눈 위에 누워 팔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어 만드는 눈의 천사와 모습이 매우 비슷합니다.”

 

완전하지 않고 인체에 해가 있는 약물도 현재 전 지구상에서 폭력 조직과 부유층 사이에 활발히(?) 거래되는 현실이 어쩔 수 없이 겹쳐 떠오른다더구나 이 작품의 배경은 2017,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이다.

 

올림픽이란신의 축복을 기도하는 제사인 것이다그리고 천사는 이제 곧 날아오른다성스러운 땅기요스에서…….”

 

이 약물을 독점 유통해 전 세계에서 부를 모아 권력까지 잡으려는 의문의 조직과이를 저지하려는 이들 간의 대결 구도이다.

 

특이한 것은 저지하려는 이들이 그 과정에서 어떤 범죄라도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는 점이다그 중 전직 형사 진자이 아키라는 특히 더 어두운 캐릭터다.

 

뭘 하든저희가 당신을 고발하는 일은 없습니다살인 이외에는.”

 

사람을 죽인 적 있죠?”

 

의존 약물도박드러나지 않은 범죄 조직거침없는 저지세력어느 하나 밝고 긍정적인 면은 없는 어둡고 잔인한 복수와 배신이 뒤엉킨 전투와도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상화 해주면 대작이 될 듯한 영화 시나리오와 같은 작품이다캐릭터의 강렬함과 이야기의 구성완전히 낯설지도 식상하지도 않은 설정들이 오로지 스릴을 더하는 효과를 내며 음모를 밝히는 재미를 더한다.

 

약물을 합법화하면 이번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매상을 올리려 들 테니까담배나 술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정착해버릴 거란 말이죠요컨대 국가란 놈은어떤 국가든 국민의 건강보다는 돈이 중요한 거예요.”

 

지금 이미 종말을 맞아 살고 있는지아직 시간이 남았는지미래는 뜻밖에 희망적일지 알 수 없는 시절에 읽기에 처참하도록 동조하는 작품이다.

 

<데블 인 헤븐>의 프리퀄이라고 하는데 단독 작품으로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사회파 미스터리를 편애하는 나의 평가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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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 조선 7인방이 고백한 교과서 밖 ‘찐’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문부일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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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에 일곱 분이 계시는데 청소년 교양 역사서이니 청소년들은 일곱 분 다 찬찬히 읽고 배우면 좋겠습니다초중등생이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고 합니다이야기 구성은 가상의 유튜버가 이분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입니다.

 

역사서는 늘 새롭고 재밌는 신기한 분야입니다저자에 따라 중점 내용이 다르고 간혹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굉장한 삶을 전해줍니다저는 너무 아는 모자라 부끄럽고 새로운 분들 두 분에 대해서 글을 남기려 합니다.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의 딸로 태어났는데집안 분위기가 막막하지는 않습니다아버지는 딸들의 공부와 독서를 권하고 어머니도 책 읽기를 즐깁니다자연스럽게 딸들도 많은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워갔겠지요.

 

조선 시대에 소설을 읽는 주 독자층은 여성이었어요한글 소설은 여성들로부터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저도 어머니를 통해 소설에 빠졌어요소설 속 여성들은 주체적이고 당당했습니다이야기에 몰입해 감탄하고 감동하면서소설 속 여성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 좋은 소설의 힘 아닐까요?”

 

소설은 현실을 돌아보게 하잖아요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현재의 삶이 갑갑해지죠현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지배층은 곤란해지니 소설을 읽지 못하게 한 거예요.”

 

그리고 열네 살에 남장을 하고 금강산으로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대단합니다무슨 책들을 읽으시면 이렇게 용감해지나요여행을 하며 경험한 것배운 것을 담은 여행기이자 시집도 있습니다<호동서락기>입니다처음 들었습니다읽고 싶어지네요.

 

여럿이 여행을 가면 대화하느라 주변을 관찰할 시간이 없어요그 지역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도 없습니다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존해 버릇하면 독립심이 생기지 않습니다여행은 가장 고독하면서 즐거운 세상 공부인데 (...)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 모두 공부예요.”

 

여행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줄 알아야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도 의미가 있어요.”


 

“1792(정조 16)부터 4년 동안 제주도에 심각한 흉년이 들어서 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었어요그때 육지에서 쌀을 사다가 나누어 주었을 뿐인데 지금까지 칭찬을 받으니 머쓱합니다. (...) 저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것은 솔직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사회가 힘들 때마다 자신의 재산을 선뜻 기부하는 부자가 많았다면 저를 기억할 필요가 없었겠죠.”

 

양인으로 태어나 12살에 전염병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척집에 살다가 기생출신 아주머니 수양딸로 들어가서 춤과 노래를 익혀 관청 기생이 되었습니다그것이 먹고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지요이후에 객주를 운영하기 위해 원래 양인이었다는 신분을 증명해 줄 사람을 찾아 관기의 삶에서 빠져 나오게 됩니다.

 

제가 기생이 아닌 양반집 여성이었다면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도전하는 힘은 기득권층보다 약자변방에서 나올 때가 많으니까요.”

 

단지 이론적인 고착으로 인해 신분제도 완고했다고 생각했는데조선 시대에서 상업을 중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설명되어 흥미로웠습니다


상업을 하며 사람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지역을 이동하면 신분을 파악하기 어려워 신분제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게다가 농사지을 땅이 가장 중요하고 거의 유일한 생산 수단이라야 노비가 도망을 못 치는데상공업이 발달하면 큰돈을 버는 사람들로 인해 양반 권력이 약해진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김만덕은 상업과 유통이 중요성을 잘 이해하여 상인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산이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기부가 아니라 환원한다는 개념으로 흉년에 곡식을 사서 나누었지요김만덕으로부터 배운 바가 없었던 것인지상공업에 관한 한 도리어 엄청난 퇴보를 한 시대를 사는 기분입니다.


인터뷰한 대화 형식이라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술술 읽히는 역사책입니다탐구노트에는 배운 내용을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질문과 빙고가 있으니 재밌게 활용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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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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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직후부터 이어진 지인들의 눈물바람에 당혹하고 조바심이 낫지만 두렵기도 한 마음에 미루다 이제 읽는다간신히 숨만 쉬도록 하는 통증을 동반하는 병증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나의 밝은 밤에 최고의 동반책이다.

 

나는 증조모를 단 한 번 뵈었다고 들었다기억은 없지만 사진은 남았다그 조우를 상상할 때는 늘 서로의 눈을 떠올린다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애정과 신뢰와 반가움을 담은 시선과 몸짓그렇게 기억하기로 정했다.

 

증조모조모모친나로 이어지는 100년이 넘는 책 속 이야기가 멀지도 남 같지도 않다다른 삶을 살았고 생각을 한껏 나눌 기회가 없어 결국엔 서로를 모른 채 헤어졌고 그러하겠지만우리는 타인일 수가 없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나도 그랬으니까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 아무 잘못도 없는데 방어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하곤 하던 내 존재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도 있었던 것 같다.”

 

사진 속에 여든에 가까운 증조모와 오십대 젊은 조모와 서른이 된 모친과 태어난 지 100일된 내가 있다사진은 늙지 않는 줄 알았더니 오십이 다 된 내가 다시 보는 사진 속 우리는 비슷비슷하게 닮아가며 나이를 먹은 느낌이다.

 

보고 싶지.” 할머니는 내가 마치 할머니의 엄마라도 되는 것처럼 한참을 바라보다 입가에 힘을 줘서 웃었다. “보고 싶은 사람이지 뭐.”

 

최초부터 최후까지 유전자를 추적할 수 있다는 모계로 이어 내려온 100여 년을 채운 삶이 회전한 듯 수평으로도 나란히 이어진다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느라 서로 맞닿은 몸들처럼.

 

어쩌면 우리 엄마로부터 이어졌는지도 몰라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그렇게 감탄을 잘하니 앞으로 벌어질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받아들일까 싶었어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우와하면서 살아가겠구나그게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아.”

 

나는 통곡하지 않았다심장이 쿡쿡 통증을 분출했지만 이야기는 눈물바람보다 통쾌하고 서늘하게 멋지다수없이 잃었고 강해졌다책의 말미에 내가 받은 것은 손수건이 아니라 앞을 헤집고 쳐 낼 다른 것이다밖은 어둡지만 살아 있는 모두의 용기로 마음은 밝아온다.


.............................................................

 

"나는 허블 망원경이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찍은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줬다천문학자들이 울트라 디프 필드’*라고 불리는 그 사진을오렌지빛보랏빛푸른빛흰빛을 내는 은하들이 검은 배경에 흩뿌려진 보석들처럼 보였다."


백삼십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그렇게 먼 옛날의 모습을 우리 눈으로 지금 보고 있다는 거야?”

맞아요.”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그 오래전 걸 어떻게 본다는 거야.”

그러게요근데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할머니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네가 하는 일이 그런 거니?”

그렇게 대단한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할머니가 망원경을 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도 지금 태어났으면 너 같은 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

 

내 조모와의 비슷한 추억이 생각나서 읽다가 잠시 멈추었다.

퇴계 직계손이란 이유로 평생을 비녀와 한복을 착장하고 한 여름에도 버선을 벗지 않으셨던,

자손들에게 한 번 목소리 높여 야단도 치지 않으셨던 분.

어떤 무수한 생각들을 품고 질문들을 하며 사셨을까.

 

물리학과를 가고도 늘 천문학의 세계에 머물고 싶었던

자신과 너무도 다르게 사는 자손이 전하던 말들을 들으시며......

어쩌면…… 나와 같은 세대로 태어나셨으면

천문학자가 되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규방가사를 읽어 주시거나 살아온 세월을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기특하게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녹취한 자료들이 잔뜩 있는데

다들 살아라잘 살 거라.” 하고 돌아가신 후

육성을 들으면 열도 못 세고 울음이 터져 정리를 못하고 두었다.

...................................

 

"백정의 자식이라는 말에 그애의 존재를 구겨 넣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백정의 자식이라는 말로 자신이 그애에게서 받았던 모든 느낌을 부정하려 했다는 사실에 그는 한없이 쓸쓸해졌다."

 ....................................

 

보고 읽고 쓸 수는 있었겠지만, ‘백정’* 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사용해본 적이 없다사전을 찾아보니 한자가 이렇다. ‘’, 흰 것은 오랫동안 부재와 부정과 결핍의 의미로 사용된 색이었나 싶다백정백수... 예로 들건 두 개 밖에 없네장정이 아니다란 뜻그런 존재였다.

 

백정 白丁

 

2. 역사 고려 시대에토지를 직접 경작하는 일반 농민을 이르던 말특정한 직역(職役)이 없었다.

 

3. 역사 고려 시대에서인(庶人계통에 속하던 한인(閑人). 단독으로 정호(丁戶)를 구성하여 토지를 가지지 못하였으므로 한 사람의 정()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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