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졌어요! 마리앤미 그림책 5
로드 클레멘트 지음, 김선희 옮김 / 마리앤미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질환이 없어도 매일 기운이 약해지고 늙어 가시는 부모님은 가끔 바로 보기에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아프다정리도 잘 하시고 기억력도 나쁘지 않은 분들이지만 종종 사소한 물건들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신다매년 치매 검진을 받고 있는 것으로 1년을 유예하고 살지만일상의 불편함이 줄어들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물건도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이 없어지면 무척 곤란하고 불편한데틀니라니할아버지의 충격과 놀람은 비할 바가 없을 것이다이 그림책 제목은 무척이나 심각한 비상 상황으로 들린다더구나 스위스 장인이 만든 완벽한 틀니’. 언젠가 나도 틀니가 필요한 나이가 되면 스위스 장인을 알아봐야하나... 잠시 생각해보았다.

 

하여간 가족들 모두가 그 틀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침대 밑 풍경과 바퀴벌레들이 너무 무섭다... 할아버지... 방 청소해 드려야겠네...

 

일은 점점 더 커지고경찰과 형사가 찾아오고단서를 찾고틀니 몽타주를 붙인다사라진 틀니는 수배 중!

 

그 다음부터는 아주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동네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억지로 웃고 있다덕분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입 속 사실(?) 혹은 사정들이 드러난다나는 이제 생각이 몹시 복잡해진다분실물을 찾기 위해 타인들이 원하지 않는 사정들을 공개시켜도 되는 걸까.

 

틀니는 아직도 수배 중이다. ‘웃어야만 하는’ 극도로 불편한 상황들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두렵게 해서 이제 외출도 싫어진 사람들은 결국 대책 회의를 한다할아버지가 틀니를 새로 살 수 있도록 모금을 하기로 결정한다.

 

처음으로 할아버지는 틀니를 한 모습으로 말을 하는데... 틀니가 두 개다!

 

다시 이야기는 다른 분위기로 급격하게 변해서 뭉클해지고타인의 형편을 잘 볼 줄 모르고 알아도 가장 필요한 도움은 줄 줄 모르는 스스로를 생각해본다.

 

문학 작품의 소재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틀니는 단지 정확한 소통을 위한 보조공학만이 아니구나.

 

그래서 할아버지 틀니는 어떻게 된 거냐고?

 

범인은 잡았냐고?

 

그림을 다 보고 글을 다 읽었음에도 마지막까지 몰랐다면... 더 재밌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에 나무 마음별 그림책 18
코리나 루켄 지음, 김세실 옮김 / 나는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게 무엇이건... 세상에 나 말고 좋아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 사람은 자신도 좋아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다소 무리한 생각을 해본다과학적으로야 빅뱅에서 분리된 원소들의 결합과 분리로 형태만 바꾸는 다 같은 존재들이니... 일단 말은 된다.
 
나무를 무척 좋아해서나무숭배교가 있으면 종교를 가져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죽고 나면 의식consciousness도 사라지겠지만 기왕이면 나무로 다시 태어나면 좋겠단 생각도 한다휘청 걷다가도 나무가 바람을 만나 싸아아아말소리를 내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작가는 여전히 나와 나무가 분리된 수준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나무 한 그루씩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그 설레는 이야기를 환상적인 그림으로 전해준다황홀하고 신비한 색들을 사용하니 정신이 없어서정신없는 상태가 또 좋아서 뭐든 다 믿고 싶어진다.
 
봄이고... 연두빛은 잠시 빛나다 진해지고 있고... 비바람에 꽃잎들이 다 떨어져 날아갔지만... 나무의 계절이다걷다보면 아주 가혹한 환경에 자리 잡은 나무들도 보인다뿌리만 내리면 문제없이 산다고... 불안이나 걱정 따위는 없어 보인다.
 
따져보자면 할 수 있는 것들할 줄 아는 것들도 많은데오늘도 제 발로 걸을 수 있는데 왜 늘 비척거리는 것인지내가 비척거리면 내 안의 나무는 어떻게 되는 건지... 덕분에 나무 친구가 생겼다무슨 나무일까무슨 색일까이름을... 지어줘야 하나 물어봐야 하나.
 
내 안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하늘도 있다고그래서... 그렇구나...
 
비가 오기도 하고진흙탕이 생기기도 해요.”


 
인간들이 만나서 서로의 나무 이야기를 하며 살면 좋겠네...
 
그림책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깔을 찾는 중입니다 - 2021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키아라 메잘라마 지음, 레자 달반드 그림, 이세진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북토크를 두 개나 시청하고 이미 지친 목요일을 에너지 레벨 깜빡깜빡으로 장식했다. 강연을 아주 잘 하시는 분들의 유쾌하고 유익하고 선입견과 가짜정보까지 바꿔주는 엄청난 품격의 영상이 아니었다면 완시청의 힘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박김영희 대표의 이야기는 모든 순간이 대한민국 장애인, 장애여성의 역사이고 서사였다. 몇 십 년씩... 우산도 펼 수 없는 악력과 근력으로 농성과 점거를 이어가며 애써 왔는데, 어떤 이들의 반응은 우리 그동안 뭐했지?” 싶게 예전 그 자리이다.

 

두 시간이 넘는 북토크를 듣고 나자, 세상에 편견과 차별이 더 선명해진다. 숨 막힐 듯 공고하고... 다들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힘들고 아픈 사람들 이야기는 가차 없이 안 듣는다는 슬픈 생각이 커진다. 당신은 절대 늙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나요...

 

기운이 쭉 빠져서 무기력해지는 내게, 이 책은 아직 오늘이 남았어! 라고 웃으며 손을 잡아당기는, 더 놀자고 하는 고마운 친구 같다. 일단 알록달록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어릴 적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듯 진지하게 유리구슬 속을 한참 바라보던 생각도 나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겹겠지만... 인간은 모두 다르다. 외양만 다른 게 아니라 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좋세상에 반응하는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행복감을 느끼는 기분, 존재감을 형성하는 과정... 남자/여자 이렇게 나누면 안 된다. 옳지 않고 맞지도 않다.

 

이 책의 주인공 발랑탱도 한국 아이였으면 지금쯤 욕을 능숙하게 말에 섞고, 페미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색깔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을 이해받을 수 있었을까.

 

, , 드륵, 드르륵, 드르르르륵……

 

나는 써본 적 없는 재봉틀을 능숙하게 사용해서 실을 움직여서 조각들을 잇는다.

 

너무 좋지 않나요? 벌어진 흉터를 꿰매는 것 같잖아요.”

 

페르시아 문명의 후손들 - 이란 출신/거주 작가들 - 이라서 일까. 사람의 내면을 화려하고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자기 자신으로 불행하지 않게 살아가는 데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 것도 같고,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같다. 남과 다른 아이를 불안해하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 알아봐주는 엄마, 부드럽게 힘을 보태주는 아빠, 함께 살아가는 친구.

 

박김영희 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이 항상 자신을 증명하고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사회는 비문명 사회라고 했다. 나는 공감함으로 속상하다. 타인의 인권이 지켜질 때에만 나의 인권도 위협받지 않고 지켜진다. 다른 방법은 절대 없다.

 

서로의 인권을 단단히 지켜내고 그래서 좀 더 안심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왜 그토록 혐오스러운 일인지, 자신의 마음에서 빛나는 색깔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연둣빛이 찬란하고 꽃들이 빛나는 계절이다. 다 같이 진짜 봄을 만나봅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모스 할아버지가 버스를 놓친 날 - 어린이도서연구회 새로 나온 책 (추천 도서)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2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픈 날, 버스를 놓친 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아모스 할아버지의 세상은 더 넓고 아름다워진다. 무탈한 일상에서는 자신에게 집중하다가도 아프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누군가에게 생기면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돕는 이상적인 세계의 모습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내 집 밖에서 누굴 도우려면 마스크부터 단단히 착용하고, 상대도 나만큼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라고, 그래도 조금은 불안하게 타인을 만나는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 판타지는 없을 것도 같다. 한 때 우리도 그랬는지... 그립기부터 하다.

 

그림책 독자들이 안 그럴 리는 없지만 시간을 들여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림을 찬찬히 보시길. 디테일에 감동도 재미도 가득가득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풀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확실해서 하지 못한다. 옷차림, 소지품, 표정도 꼭꼭꼭 다 봐주시길!

 

찬란하고 짧아서 마법처럼 사라지는 연둣빛이 가득한 봄날이다. 현실의 나는 꽃은 피었는데 봄이 반가운 줄 몰라... 철에 맞지 않는 옷을 바꿔 입어가며 저녁거리를 헤매 걸으며 조금의 정신을 챙겨 산다.

 

살면서 받은 수많은 도움들, 다정한 사람들... 신과 우주가 나를 특별히 사랑하여 예비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그런 행운은 세상에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도와줄 이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불편하고 아프다고 하는 이들을 다정한 동료로 서로 도우며 함께 살고 싶은 것이, 202211일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내 소원인가 보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다칠 수 있고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가.

 

모두 고마워. 하루아침에 이렇게 멋진 일들이 많이 생기다니.”

 

연필 스케치와 목판화는 버스를 놓쳐도 두렵지 않은 삶에 대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온기가 담겨있다. 이런 엉망인 사진이 죄송하다. 부디 책으로 만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버스 - 2022 서울 강남구·종로구·서대문구 올해의 한 책 선정, 2022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바람그림책 122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을 나서서 버스가 가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좋다. 지하철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승강기 안에 오래 있는 것도 힘들고 동굴 구경 같은 건 안 하고 싶은 심정적 폐소공포증이 있다. 어지럼증과 약간의 호흡 곤란도 있다.
 
제목에 설레기도 하고 내용도 모르면서 조금 슬퍼지기도 하는 이 책에는 마을버스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나온다. 부럽다. 내가 만나는 이웃은 승강기 안에서 예의바른 인사를 나누거나 우연한 화제가 생겨 짧은 의견을 나누거나 정기적으로 소독과 검침을 하는 분들만 떠오른다.
 
마을과 이웃이 이미 가진 온기에 마음을 더하면 어떤 풍경과 이야기일지 기대되었다. 장애로 이동이 힘든 이들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시설과 설비를 권리로 요구하는 일을, 미리 정책화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혐오와 차별과 모욕을 가하는 현실이라 더 기대된다.
 
슬픈 마음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아 생각과 상상과 감상을 위한 시공간이 남겨진 그림책을 가족과 함께 읽어본다. 세상에 그림책이라는 존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론도 철학도 아닌 ㅁ과 ㄹ을 가지고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 정도 차이일 지도 모른다고 자연스럽게 책장이 넘어가듯 전해주는 작가가 고맙다. 마을버스를 탄 사람들의 무표정과 마음버스를 탄 사람들의 대화...
 
누구나 다 그렇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고, 종종 그런 딱딱한 마음은 가볍게 건네는 인사에도 말랑해진다. 먼저 말을 건네는 이가 고마울 때도 많다. 마음을 표현하고 관심을 갖고 그런 시간이 쌓여 이웃이 되고...
 
안 보고 뭘 같이 안 하니 상대를 모른다. 모르면 오해하고 미워하기가 더 쉽다. 그래서 장애인이 각자의 집 안에 격리생활을 하지 않도록, 비장애인과 함께 다니고 일하고 놀고 뭐든 같이 해야 인사도 나누고 이웃도 되는 것이다.
 
인간인 곰 아저씨와 반달곰 아빠가 참 많이 닮았다. 버스를 같이 타고 살자는 제안이 뭐가 그리 무리한, 나쁜 생각이고 말인가. 먼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면 안 될 일이 무엇인가. 마음이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