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버스 - 2022 서울 강남구·종로구·서대문구 올해의 한 책 선정, 2022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바람그림책 122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집을 나서서 버스가 가는 곳까지 이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좋다. 지하철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승강기 안에 오래 있는 것도 힘들고 동굴 구경 같은 건 안 하고 싶은 심정적 폐소공포증이 있다. 어지럼증과 약간의 호흡 곤란도 있다.
 
제목에 설레기도 하고 내용도 모르면서 조금 슬퍼지기도 하는 이 책에는 마을버스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나온다. 부럽다. 내가 만나는 이웃은 승강기 안에서 예의바른 인사를 나누거나 우연한 화제가 생겨 짧은 의견을 나누거나 정기적으로 소독과 검침을 하는 분들만 떠오른다.
 
마을과 이웃이 이미 가진 온기에 마음을 더하면 어떤 풍경과 이야기일지 기대되었다. 장애로 이동이 힘든 이들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시설과 설비를 권리로 요구하는 일을, 미리 정책화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 대신 혐오와 차별과 모욕을 가하는 현실이라 더 기대된다.
 
슬픈 마음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아 생각과 상상과 감상을 위한 시공간이 남겨진 그림책을 가족과 함께 읽어본다. 세상에 그림책이라는 존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론도 철학도 아닌 ㅁ과 ㄹ을 가지고서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 정도 차이일 지도 모른다고 자연스럽게 책장이 넘어가듯 전해주는 작가가 고맙다. 마을버스를 탄 사람들의 무표정과 마음버스를 탄 사람들의 대화...
 
누구나 다 그렇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고, 종종 그런 딱딱한 마음은 가볍게 건네는 인사에도 말랑해진다. 먼저 말을 건네는 이가 고마울 때도 많다. 마음을 표현하고 관심을 갖고 그런 시간이 쌓여 이웃이 되고...
 
안 보고 뭘 같이 안 하니 상대를 모른다. 모르면 오해하고 미워하기가 더 쉽다. 그래서 장애인이 각자의 집 안에 격리생활을 하지 않도록, 비장애인과 함께 다니고 일하고 놀고 뭐든 같이 해야 인사도 나누고 이웃도 되는 것이다.
 
인간인 곰 아저씨와 반달곰 아빠가 참 많이 닮았다. 버스를 같이 타고 살자는 제안이 뭐가 그리 무리한, 나쁜 생각이고 말인가. 먼저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면 안 될 일이 무엇인가.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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