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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찾는 중입니다 - 2021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키아라 메잘라마 지음, 레자 달반드 그림, 이세진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북토크를 두 개나 시청하고 이미 지친 목요일을 에너지 레벨 깜빡깜빡으로 장식했다. 강연을 아주 잘 하시는 분들의 유쾌하고 유익하고 선입견과 가짜정보까지 바꿔주는 엄청난 품격의 영상이 아니었다면 완시청의 힘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박김영희 대표의 이야기는 모든 순간이 대한민국 장애인, 장애여성의 역사이고 서사였다. 몇 십 년씩... 우산도 펼 수 없는 악력과 근력으로 농성과 점거를 이어가며 애써 왔는데, 어떤 이들의 반응은 “우리 그동안 뭐했지?” 싶게 예전 그 자리이다.
두 시간이 넘는 북토크를 듣고 나자, 세상에 편견과 차별이 더 선명해진다. 숨 막힐 듯 공고하고... 다들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힘들고 아픈 사람들 이야기는 가차 없이 안 듣는다는 슬픈 생각이 커진다. 당신은 절대 늙지 않고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나요...
기운이 쭉 빠져서 무기력해지는 내게, 이 책은 아직 오늘이 남았어! 라고 웃으며 손을 잡아당기는, 더 놀자고 하는 고마운 친구 같다. 일단 알록달록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어릴 적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듯 진지하게 유리구슬 속을 한참 바라보던 생각도 나고.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겹겠지만... 인간은 모두 다르다. 외양만 다른 게 아니라 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좋세상에 반응하는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행복감을 느끼는 기분, 존재감을 형성하는 과정... 남자/여자 이렇게 나누면 안 된다. 옳지 않고 맞지도 않다.
이 책의 주인공 발랑탱도 한국 아이였으면 지금쯤 욕을 능숙하게 말에 섞고, 페미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색깔’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을 이해받을 수 있었을까.
탁, 탁, 드륵, 드르륵, 드르르르륵……
나는 써본 적 없는 재봉틀을 능숙하게 사용해서 실을 움직여서 조각들을 잇는다.
“너무 좋지 않나요? 벌어진 흉터를 꿰매는 것 같잖아요.”
페르시아 문명의 후손들 - 이란 출신/거주 작가들 - 이라서 일까. 사람의 내면을 화려하고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자기 자신으로 불행하지 않게 살아가는 데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 것도 같고, 생각보다 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같다. 남과 다른 아이를 불안해하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 알아봐주는 엄마, 부드럽게 힘을 보태주는 아빠, 함께 살아가는 친구.
박김영희 대표는 “사회적 약자들이 항상 자신을 증명하고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사회는 비문명 사회”라고 했다. 나는 공감함으로 속상하다. 타인의 인권이 지켜질 때에만 나의 인권도 위협받지 않고 지켜진다. 다른 방법은 절대 없다.
서로의 인권을 단단히 지켜내고 그래서 좀 더 안심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왜 그토록 혐오스러운 일인지, 자신의 마음에서 빛나는 색깔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연둣빛이 찬란하고 꽃들이 빛나는 계절이다. 다 같이 진짜 봄을 만나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