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리커버)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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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본으로 다시 읽으니 더 좋다. 지금의 나는 2020년의 독자와 다르니까... 묵직해진 것도 가벼워진 것도 섞여서... 집에 대한 애정도 생각도 모두 달라졌다. 참 좋은 사유과 문장들... 경애하는 하재영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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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인 내가 어느 날 직장인이 되었다
전은영.김소라 지음 / 동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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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이야기에는 늘 마음이 따끔거린다. 기분만 그런 게 아니라 읽다보면 말하다보면 쓰다보면 명치 쪽이 아파온다. 뇌신경이 내장에 아주 많이 퍼져있으니 별난 일은 아니다. 이유는... 호불호 탓이 아니라 명예남성처럼 살아온 나 때문이다.

 

인생사를 펼치고 싶진 않지만, 자기 방이 있는 여성들, 존경 혹은 대접받는 여성들, 폭력적이지 않은 남성들을 보며 성장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딸에게 목적지향적인 큰 야망(?)이 없음을 가장 크게 걱정하셨다. 오랫동안 다른 현실도 모르고 눈치도 없이 살았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라서 친구들도 비슷비슷했다. 여성성을 계발하여 드러내거나 재능이 있는 친구들도 없었고, 남성성을 과시하는 악당(?)같은 이들도 없었다. 페미니즘은 교양과 상식으로 공부해야하는 사상이라고 믿었지만, 경험한 텍스트들에는 삶과 밀착된 실천으로 이어질 동기와 고리가 아주 약했다.

 

명예남성으로 살다가 삶의 경계가 넓어지면서 수많은 모순과 차별과 불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 표현들을 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혔는지 모른다. 적지 않았을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이었을지 전혀 모른다.

 

자각이 생기고 나서 다시 접한 혹은 새롭게 만나는 페미니즘/페미니스트 관련 책들은 언제나 통증을 동반한다. 모르고 하는 건 제대로 된 사과는 아니지만, 죄송하고 거듭 사과드린다. 2022년 여성들이 맞서는 참담한 현실에 기여한 책임이 있을 거라고 느껴서 괴롭다.

 

이 책에도 명예남성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사회부 기자인 주인공이 직장에서 생존기술로 선택한 방식이다. 제목으로 상상한 내용과는 상당히 달랐다. 오래 전 학내 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재빨리 고발과 진상규명과 퇴학으로 이어진 조처가 내 망상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다.


 

취업 면접에서 이런 질의응답이 오고간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위험부담 없이 직장 내 성희롱할 상대를 구하는 자리인가.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나?"

 

덕분에(?) 오래 전 선배의 면접 일화가 기억났다. 함께 유학 갔다 남편이 먼저 다른 지역의 대학에 취업했다. 그런 개인사를 묻는 것도 의아했는데, 기막힘의 절정은 그 다음 질문이었다고 한다. 근심어린 표정과 더불어...

 

당신이 서울에서 취업하면 남편 식사는 누가 차리나요?”

 

분명 실화입니다. 그 일화를 들으며 우린 신나게 비웃었고, 자리에 함께 있던 선배의 남편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끼니 걱정을 그렇게 해줄지 몰랐다고 황당해했지만, 이런 종류 혹은 더 저열한 질문들이 당시의 만행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 보니 괴롭다.



 

외모와 교양을 갖춘 꽃이 되라 요구하면서 남성화장실까지 여성들에게 청소를 시키고, 여성답지만 불편할 정도로 예민하거나 똑똑하면 안 되고, 털털하고 성격 좋아야 하지만 충분히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사회적응을 위해서 자아든 정체성이든 찢어발긴 다중인격체가 되어 분열을 감내하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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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도 허전하지 않습니다 - 줄일수록 뿌듯한 제로 웨이스트 비건 생활기
이소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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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관련 도서는 우선 무게가 아주 가볍다. 이 책 역시 손가락 두 개로도 집어 올릴 수 있다. 종이 냄새도 촉감도 반사 없는 색감도... 녹색평론을 처음 만난 날과 같은 그리운 기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감사함.

 

출판사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표지의 흠집을 이유로 반품 회수 비율이 올라간다고 한다. 글쎄... 책은 내게 완성품이기도 하지만 - 그래서 줄도 안 긋고 접지도 않는다 - 그렇다고 흠집 때문에 같은 내용의 책으로 교환하지는 않는다. 기분은 이해하지만 아깝고 아쉽다.

 

“1.5.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이 이 숫자를 넘기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그때가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조차 아무 소용이 없어지겠지.”

 

인류의 앞날은 뿌옇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찮은 것이라도 실천하며 나의 존재를 느끼고 희망의 조각들을 모은다.”

 

모르지 않은 생태주의/비건의 삶에 대해 쓴 에세이라 알 듯한 건방진 기분으로 읽었나 보다. 워낙 솔직하고 재밌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출중하신 분이라 막 웃다가 읽은 분량이 넘어갈수록 앞부분의 에피소드는 모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작전(?)이었단 낭패감을 느꼈다.

 

지옥의 형벌장에 내가 버린 쓰레기의 방이 있다면, 나는 분명 빵 봉지와 빵 끈이 가득한 방에 가게 될 거야.”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거 하는 내 맘대로 하자’ (...)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들은 정보들이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붙어, 먹을 것에서 즐거움보단 슬픔을 먼저 봤다.”


 

이미 여러 해 실천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존경스러운 분이었다..고군분투의 목록들에는 나는 흉내도 못낼 일도 있다 - 사계절 자전거 출퇴근, 텃밭농사 등등. 내가 더 오래 한 건 노푸(노샴푸)와 비건(플렉시테리언 수준이라 이도 애매하다) 밖에 없는 건가...

 

주방 조리대를 보니 수확해 놓은 파와 가지, 하나 겨우 건진 단호박이 놓여있다. (...) 물끄러미 밥상을 바라보니 상반기에 옥상을 오가며 흘린 땀방울이 보였다. (...) 지난 몇 개월의 희로애락이 떠올라 무엇 하나 허투루 씹어 넘길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분명 어떤 의미가 있었다. (...) 먹고 싶은 걸 참는 게 아니라 맘 편히 내가 원하는 걸 먹는 것, 이것이 나의 채식 생활의 모토다.”

 

! 수박을 몽땅 먹어치우는(?) 일화가 가장 충격적.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남길 거면 유기농 수박 왜 샀나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날, 어딘가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직 형언할 표현을 못 찾은 연대감이... 그곳은 이상한 나라, 상상 속 해방구, 우정으로 만든 연대와 철학의 공동체 같았다. 금방 원하는 세상이 올 거라 믿음 20대로 돌아간 듯했다. 잠시지만.

 

미안함과 희망이 범벅된 감정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오늘 속 시원히 말하니 대나무 밭에 가서 임금님 귀의 생김새를 외쳤던 신하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둘러보면 다들 초식동물 같은 선한 외모에 고운 목소리로 랩을 하고 있었다. 그래, 초식동물들이 무리 지어 있으면 무시무시하다고!”

 

조천호 교수님 강의 내용을 인용해 주어 또다시 폭풍 감동... 기회가 되심 여러 동영상 자료가 있으니 많이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엄청 다정하고 낙관적인 분이시니 겁 내지 마시길.

 

인류는 작은 습관을 고치기도 너무 어렵고, 모순 역시 많아 완벽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서로 공감하고 함께 믿게 될 때 세상을 무시무시한 힘으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소개하고픈 내용을 다 적자면 끝이 없어서 그냥 이렇게 마칩니다. 지역 도서관 신청해두시고 기분 좋게 웃고 싶으실 때 만나보셔도 참 좋을 멋진 책입니다. 가방에 넣고 다녀도 아주 가볍습니다.

 

우리가 행복을 얻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더 불행해지지 않았는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오늘 나의 편의는 다른 존재의 무엇을 착취한 것일 수도 있음을. 그것이 내 의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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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 색깔 먹는 하마 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류미원 지음, 이경석 그림 / 마술피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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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똥구리!

 

아이들의 똥과 방귀 사랑은 언제 멈출까 가끔은 궁금하지만, 뭐든 크게 즐겁게 웃을 일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기쁜 일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표지부터 믿음직하게 웃겨줍니다. 더구나 색깔 먹는 하마란 얼마나 궁금하고 흥미로운 존재인가요.

 



무지개를 먹는 미식가(?) 하마, 무지개떡을 사달라는 우리집 웃긴 녀석, 꼬맹이...

 

파브르 곤충기에서 만난 소똥구리와 말똥구리 남매가 활약하는 이야기입니다. 옛 이야기 속 혹황상제님도 반갑고,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도 귀엽습니다. 조건이 어마어마합니다. 사건을 백 개나 해결해야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조건 없이 평생 사람으로 살아도 된다니 안심입니다.

 





사건 내용은 다 아시지요? 해결 과정이 무척이나 다양하게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한시도 눈을 못 떼고 여러 미션을 해결하려 집중합니다. 추리도 재밌고, 숨은그림찾기, 수수께끼, 암호 풀기, 미로찾기... 정말 재밌습니다. 어른인 저도 이런 책만 읽으며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3편도 얼른 출간해 주세요!

시리즈 소식을 오래 듣고 싶습니다.

멋진 활동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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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 제3판
앤서니 기든스 외 지음, 김봉석 옮김 / 동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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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중

#단상기록



 

하나의 주제에 사회학 개념들이 분류되어 있다. 68, 잘 배워서 기본 개념 정도는 가닥을 잡고 싶다. 소개, 설명, 비판, 현대적 의미까지 통시적으로 내용이 전개되어서 생성과 변화와 논쟁 중인 요소까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일독으로는 내용 이해가 어려워서 다음을 기약하는 개념들도 있지만, 그건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내 탓이지 이 친절하고 깔끔한 책 때문은 아니다. 설레는 제목이다. 일독 후에 사회학의 핵심개념들을 한번씩 만났다고 자랑(?)할 수는 있으니.

 

일부 사회학자들은 우리가 탈근대성postmodernity이 아니라 '후기late' 혹은 '성찰적reflective' 근대성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논의한다(Giddens, 1990)”

 

근대성의 핵심적 특성 중 다수는 단지 부분적으로 완결됐을 뿐이며, 포기되기보다는 심화될 필요가 있다. 의미 있는 민주적 참여, 사회계급 간 생활기회life chance 의 평등화, 진정한 젠더 평등의 달성, 기타 등등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다. 요약하자면, 근대성은 고사되어서는 안 되는, 마땅히 추구할 가치가 있는 미완의 기획인 것이다.”

 

1990년대 학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이 격화될 때에도 나는 속이 답답했다. 근대를 경험하지도 못했는데 탈근대라니, 나는 살면서 너무 이성적인 사람을 만나 괴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무속 루머와 혐오 작전 세력과 동반 중인 현 정부를 보고 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에서 사회 개념은 사회학자의 자아 정체성에 근본적인 것이다. (...) 국민 국가로 지칭되는 한정된 영토 내에 존재하는 대규모 공동체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지구화는 그것이 실제적인 정도만큼 불평등하며, 현존하는 불평등과 불균등한 권력 기회를 재생산한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 자유 이동global free movement의 경우, 이동이 가장 덜 필요한 사람들(부유한 엘리트들)이 가장 자유로운 반면, 이동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가장 가난하며 부의 핵심과 떨어져 있는 이들)이 가장 제약 받고 있다는 것이다(Martell, 2017: 251)”

 

베버는 합리성을 실용적practical, 이론적theoretical, 실질적substantive, 형식적formal이라는 네 가지 기본 유형의 측면에서 논의한다(Kalberg, 1985)”

 

계급 체계는 전반적 임금수준의 상승, 경합하는 정체성 유형(젠더나 민족집단 같은), 신종 직업 및 고용 창출의 결과로 상당히 변동해 왔다. 그러나 계급 체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태어나며, 사람들의 생활기회life chances는 계급 체계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사회구조와 개인 행위의 문제는 사회학 내에서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에게 성찰성은 단지 사회를 연구하는 일에 접근하는 방식의 일부로서 자신의 편견bias과 이론적 가정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념은 구성물이다.”

 

자기 것은 이념, 남의 것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오래된 전통(?)도 있지만, 계산을 떠난 학문적 구분 기준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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