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직한 검이 되려 했는데 1
시이온 지음 / 사막여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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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 우리 집 십 대 아이들은 이 작품이 웹툰으로 론칭이 되고 엄청 기뻐했습니다. 덕분에 어깨 너머로 구경하던 제가 가장 오래 읽은 팬이 되었네요.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여주인공이 흔한 건 아니니까 취향에 맞으면 더 반가운 작품입니다.


 

나름 동생 육아(?)에 자신이 기여한 바가 많다고 피로감을 느끼는 큰 아이는 특히 여동생을 돌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도 유지하는 여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심하게 했습니다. 제 시선으로 보면 주인공은 정의의 사도라 불릴 만한 유형입니다.


 

사는 일에 지쳐 타인을 돕는 일에 무심한 기성세대로서 잠시 반성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이 정도로 대서사가 이어질만한 관심은 따라할 수도 없겠지요. 주인공만 가능한 능력! 덕분에 흥미롭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자로서 재미있게 즐깁니다만.

 

문득 큰 아이가 동생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는 괜한 염려를 하며 계속 읽습니다. 의지가 될 남자 주인공이 흐릿하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다들 도움을 받는 존재군요. 좀 현실적이기도! 단행본이 주는 몰입감과 집중도가 멋지고 좋습니다.


 

살면서 자발적으로 용병이 되어 아픈 동생을 지키는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좀 더 소중해집니다. 판타지나 로맨스가 과장되고 작위적이진 않을까 했는데 뜻밖에 가족의 의미와 계산 하지 않는 사랑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대화를 열 좋은 계기도 되어 줍니다.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고 살 것인지... 흥미로울 수도 있는 대화가 될 것입니다. 1권은 연재 회차 기준으로 88화까지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단행본을 즐겁게 읽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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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수채화 캘리그라피 - 개성 가득 140개의 작품들
김희숙 외 지음 / 밥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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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혹 수채화 시작하신 분들 계신가요. 저는 여태 새롭게 뭘 하는 건 없고 아는 분들 중에 수채화하시는 분도 계신가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양한 컬러링, 스케치, 펜화, 조각, 소묘, 디지털아트, 미디어아트... 많은 분들이 생각나는데 수채화하시는 분만 안 계시네요.

 

그건 제가 유화에 더 익숙하고 끌렸기 때문일지도, 학창시절 의무처럼 그려야했던 수채화 경험 때문에 멀어진 거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종종 그림 카드를 직접 만들거나 한 장의 큰 그림을 그리고 무자비하게(?) 조각조각 잘라 친한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붓을 잡은 적이... 생각이 잘 안 납니다. 10년은 더 된 듯. 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물건 정리하려 애쓴 지가 몇 해인데 올 해도 내게 더 이상 유용하지 않아 나누거나 기증한 물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10년간 말라있던 고체물감과 팔레트를 찾았으니 다행.


 

이 책은 수채화만이 아닌 캘리그라피까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그림보다 글씨가 제겐 더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오래 곁에 있겠지요. 참여한 작가는 7명이고, 작품은 140점입니다. 각자의 분위기가 다르니 재밌게 구경합니다.

 

일단계로 수채화를 그리고, 글씨를 아니 메시지를 선택하고, 그림과 글씨의 배치를 구상하고, 완성시킵니다. 채색과 글 모두에 감각이 있는 분들이 제가 모르는 세상에 가득하겠지요. 어떤 필체를 따라할지 고민한다면 이 책이 무척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많은 연습이 필요...



 

유머코드를 건드리는 재밌는 작품도 있고, 당장 따라하고 싶은 작품도 있습니다. 가장 반가운 건 쉽게 차용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들입니다. 색감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겠습니다만. 물을 잘 사용하는 법도 다시 배워야할 듯.

 

소위 도안이란 무궁무진, 규칙과 결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최고로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오래 하신 즐기시는 분들이 점점 더 부러워집니다. 작은 종이에 간단한 그림도 멋질 수 있으니 무기력한 새해에 움직거릴 기회로 삼을까 생각합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일단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읽은 시의 튤립이 아플 만큼 인상적이라서 튤립을 그려보려 했는데... 색감이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그러다 지치니 일단 오늘은 이만... 이라고 선언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유화가 더 쉬워요...ㅠㅠ


 

그래도 색이 물을 만나 빛처럼 번지고 겹치는 모습은 지루해지지도 싫어지지도 않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마법입니다. 죽은 색감을 어떻게 극복해보고 다시 주제를 정해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새로운 시도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2월의 첫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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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리얼 - 복원본
실비아 플라스 지음, 진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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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사부작 꼼지락 만지작

안간힘과 한숨 가득한 1월이 갔다.

2월은 늘 헷갈린다 무엇이고 어디일까.

 

 

벌들이 날고 있다.

그들은 봄을 맛본다.

 

The bees are flying.

They taste the spring.

 

<겨울나기 Wintering>


 

모욕처럼 느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타인의 편집.

복원된 시와 시인을 경애하는 시인이자 철학자의 번역으로 만나는 설렘

상상 가능한 최상의 콜라보, 2월의 첫 날을 다독이며 누려본다.

 

눈이 아닌 귀를 위해 쓴 시

음악적인 시집이 되기를 원한 시인의 의도에 따라 번역

마침표 위치에 특히 주의하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이해하지 못해도 즐거울 수 있다.

언어가 두 종류니 소리가 다채롭다.

타닥타닥 들리는 소리는 상상인지 오래된 영화 속 타자기인지.

 

새롭게 복원된 이 판본은 그 순간의 나의 어머니이다


 

시집 서문은 딸인 프리다 휴스가 썼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간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볼 수 있는,

시인의 의도에 맞게 시를 복원한 작업을 존경한다.

 

어머니는 <에어리얼>의 원고를 '사랑Love'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Spring'이라는 단어로 끝나게 만들었다.”

 

문장에 반감은 없지만, 사랑과 봄에도 고통, 분노, 슬픔은 있다.

그늘을 드리운 아프고 솔직하고 대담한 시어들에 여러 번 덜컹거렸다.

심장이 세게 뛰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를 거야, 얼마나 자유로운지---

Now I have lost myself I am sick of baggage---

 

밋밋하고, 우스꽝스럽고, 오려놓은 종이 그림자 같은 나를

And I see myself, flat, ridiculous, a cut-paper shadow

 

<튤립 Tulip> 🌷


 

선명하고 날카로운 것은 다른 무엇은 아니라 해도 통쾌하다.

오래 전 잘 모르고 만난 영화 속 시인을

소비자인 나도 편집, 곡해, 오역, 재생산한 적이 있다.

 

미안함을 담아 사과의 뜻으로 튤립을 그려보았다.

오래 굳어 고집스런 물감처럼 기억도 손가락도 잘 안 움직인다.

튤립 닮은(았다고 우길) 무엇 하나?

 

 

내 흉터들을 보는 데는, 요금이 있습니다

내 심장 소리를 듣는 데도 ---

그게 정말 뛰고 있네요


 

어떤 욕망은 늙었는데 아직 따라다니는 욕망은 젊다.

시를 읽는 것은 사는 동안 또 (___) 해보자는 의식

새해라는데... 나는 내가 무엇이고 어디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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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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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유럽의 납작하게 내려앉은 무거운 겨울을 여러 해 살았다.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의 체코에서 삶은 두꺼운 회색빛이었다. 독극물을 삼키고 떠난 외과 의사, 추방당하고 거부당한 세월은 서늘하고 건조한 정보로 남았는데, 정지돈 작가는 기어이 피를 돌게 만들었다. 그 노고가 뜨거워서 잊을 수 없었다.


 

기대와 희망이 소멸한 서러운 기분을 들 때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계속 삼킨다. 무례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소연이나 하고 있을 때도 지면과 시간과 삶을 내어주시는, 가려지고 지워지고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오명을 뒤집어쓴 이들을 살려내고 실체적 진실을 기록해내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지면보다 더 긴 추적을 따라가며 자꾸 명치가 조이고 속이 긁힌 듯 쓰라렸다. 무심하게 잡초를 뽑아 던지듯 사람을 어디에도 발 딛지 못하게 하고 모함하고 죽이고 버리고 지워버린 역사를 대면했다. 그러는 동안 제 이익들을 살뜰하게 챙긴 이들은 권력과 이익에 취했으니 죄책감 따위 잠시라도 있었을 리 없다.


 

마타하리라니! 1903년 하와이에서 출생한 첫 번째 한국 아이, 민족주의 독립운동가 현순의 딸, 19193.1운동 이후 연락 임무를 맡은 독립운동가, 조선총독부 관리가 된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출산한 여성, 노동조합운동과 미국공산당 활동을 이어가며 이상주의자들의 열정과 시대정신을 공유한 동지, 미군단 민간통신검열단 부책임자, 재미조선인 민주전선 활동가였다. 그런 그가 존재할거라 믿었던 모국, 북한에서 1956년 처형당한 근거는 30여 년 전 사진이었다.


 

후대를 사는 나는 현대과학의 지식으로 우주의 실체와 세상만사를 배운 듯 굴기도 한다. 그래도 새해인데 기분도 기운도 안 난다고 견딜만한 일상을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니 지금 이 속쓰림은 복잡하고 뜨거운 감정 반응의 실체적 현상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행동의 길을 찾지 못한 분노와 혼란, 조금씩 옮겨 온 몰랐던 현앨리스의 상흔.

 

휘몰아치는 시대를 피하지 않고 거센 흐름에 휘말렸다 해도, ‘나다움의 무엇도 잃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람 속에서도 눈을 뜨고 끝까지 걸어 나갔던, 속고 희롱당해도 항복한 적이 없는 분들이 있다. 이익 외에 아무 것도 믿지 않고 원하지 않는 한줌의 권력은 차곡차곡 만든 길을 한순간에 뭉개버리는 환영을 전시하지만 그런 권력이 오래 이기는 결말은 없다.


 

뭐라 평할 수 없이 귀한 이 연구 결과를 더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한다. 짧은 글로 이 책이 복원한 역사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학과 미디어의 창작예술가들이 수많은 현앨리스들을 다시 살려내셨단 소식을 고대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증언이 필요하고, 나는 이야기와 기록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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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ESG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 HOW TO COOK DIGITAL ESG
장혁수 지음 / 드림위드에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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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새로운 용어 같기도 하고 이미 다 알고 있을 지도 모를 단어입니다. ESG. 저는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을 합니다. 공부하고 논문 쓰던 2006년이라서. UN에서 처음 채택된 용어인데 현실에 반영된 정도보다 관련 논문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단 씁쓸한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다 실행되길 바라는 기도처럼 다시 정리해봅니다.

 

E : Environmental 기후변화, 탄소 배출, 환경 오염, 환경 규제, 생태계, 생물 다양성, 자원고갈, 공해, , 산림파괴, 청정기술개발 등

 

S : Social 데이터 보호, 프라이버시, 인권, 성별 평등, 다양성, 지역사회 관계, 노동환경개선, 아동문제 포괄

 

G : Governance 투명한 기업 운영, 이사회 및 감시위원회 구성, 뇌물 및 반부패, 기업윤리, 경영진 보상, 정치적 로비 및 기부, 조세전략 포괄

 

, ESG란 비재무적non-financial 가치를 중시하며,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 가능 경영의 관점에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하는 투자, 경영 방법입니다. 제발 꼭 투자 기획 단계에서 폭넓은 검토가 있기를 바랍니다. 일단 상품이 결정되고 판매가 되고나면 수정이 지난합니다. 직접 조사를 해보았더니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하는 상점들이 더 많다는 결과 보고를 보았습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행정부가 뭘 하는지 행정이 매일 이뤄지고 있는지도. 어쨌든 한국 정부도 이전에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는 했습니다. ESG 정보 공시와 탄소 중립에 관해서는 년도도 지정했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란 점에서 기대를 해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소비라는 건 환상에 가깝다는 일차적 비판이 십 수 년 전에 있었고, 그래서 지금 언급되는 경영과 관련된 지속가능성은 초기 단언들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문제는 이론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점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인식의 확대는 분명 가시적입니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만을 바랍니다.


 

배출권 거래제와 작년 말에 일부 개정되어 시행이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충분히 빠르고 많은 배출 감소가 이루어지면 얼마나 기쁠까요. 어린이들 눈치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릴 때마다 정책 시행 현황에 대한 조바심이 커집니다.


 

대중교통시스템이 부족해서 한국은 지방으로 갈수록 자가용이 더 필요해지는 안타까운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밀집된 서울 경기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이 혁신적으로 변화하면 분명 절감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탄소배출도 문제지만, 타이어 마모로 인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끔찍합니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은 최근 기사로도 접했습니다. 부럽지요. 저는 기차티켓을 한번 사면, 기차를 놓쳐도 하루 종일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예전에 부러웠습니다. 도시에 설치된 트램은 장애인 이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너무 모욕적이고 아파서 응원도 힘든 한국의 장애인이동권 현실은 어떤 돌파구를 가질 수 있을까요.


 

뉴노멀을 한 목소리처럼 말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의 제안들은 노멀이 되었는지도 문득 궁금합니다. 벌써 여러 해 전이지만, 정재승 교수와 유시민 작가가 AI와 인간 노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내용이 생각납니다. 힘든 노동은 AI가 다하고 인간은 소비자와 창작자와 자율적 연대의 참여자로만 사는 미래는 올까요. 어쨌든 막기 어려운 흐름입니다. 이미 한국은 면적과 인구 밀집도에 있어 로봇수가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지금은 몇 차까지 기획되었는지 모를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산업안전재해로 여전히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 괴리가 참 서늘합니다. 여러 진지하고 실행 가능한 해법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수행하는 산업 분야, 정책, 법률에서도 존엄한 결정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2월엔 좀 더 기쁜 새해다운 현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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