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어리얼 - 복원본
실비아 플라스 지음, 진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9월
평점 :
겨우겨우 사부작 꼼지락 만지작
안간힘과 한숨 가득한 1월이 갔다.
2월은 늘 헷갈린다 무엇이고 어디일까.
✍
벌들이 날고 있다.
그들은 봄을 맛본다.
The bees are flying.
They taste the spring.
<겨울나기 Wintering> ⛄
모욕처럼 느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타인의 편집.
복원된 시와 시인을 경애하는 시인이자 철학자의 번역으로 만나는 설렘
상상 가능한 최상의 콜라보, 2월의 첫 날을 다독이며 누려본다.
‘눈이 아닌 귀를 위해 쓴 시’
‘음악적인 시집이 되기를 원한 시인의 의도에 따라 번역’
‘마침표 위치에 특히 주의하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이해하지 못해도 즐거울 수 있다.
언어가 두 종류니 소리가 다채롭다.
타닥타닥 들리는 소리는 상상인지 오래된 영화 속 타자기인지.
“새롭게 복원된 이 판본은 그 순간의 나의 어머니이다”
시집 서문은 딸인 프리다 휴스가 썼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간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볼 수 있는,
시인의 의도에 맞게 시를 복원한 작업을 존경한다.
“어머니는 <에어리얼>의 원고를 '사랑Love'이라는 단어로 시작해서 '봄Spring'이라는 단어로 끝나게 만들었다.”
문장에 반감은 없지만, 사랑과 봄에도 고통, 분노, 슬픔은 있다.
그늘을 드리운 아프고 솔직하고 대담한 시어들에 여러 번 덜컹거렸다.
심장이 세게 뛰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얼마나 자유로운지, 당신은 모를 거야, 얼마나 자유로운지---
Now I have lost myself I am sick of baggage---
밋밋하고, 우스꽝스럽고, 오려놓은 종이 그림자 같은 나를
And I see myself, flat, ridiculous, a cut-paper shadow
<튤립 Tulip> 🌷
선명하고 날카로운 것은 다른 무엇은 아니라 해도 통쾌하다.
오래 전 잘 모르고 만난 영화 속 시인을
소비자인 나도 편집, 곡해, 오역, 재생산한 적이 있다.
미안함을 담아 사과의 뜻으로 튤립을 그려보았다.
오래 굳어 고집스런 물감처럼 기억도 손가락도 잘 안 움직인다.
튤립 닮은(았다고 우길) 무엇 하나?
✍
내 흉터들을 보는 데는, 요금이 있습니다
내 심장 소리를 듣는 데도 ---
그게 정말 뛰고 있네요
어떤 욕망은 늙었는데 아직 따라다니는 욕망은 젊다.
시를 읽는 것은 사는 동안 또 (___) 해보자는 의식
새해라는데... 나는 내가 무엇이고 어디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