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야라 AA TOP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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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처음 내린 커피에서 상쾌한 과일향이 가득했다. 좋아하는 산미가 향으로 먼저 올라오는 기쁘고 즐거운 아침을 맞았다. 독특하고 기분 좋은 향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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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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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는 도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독서는 방황이다.”

 

이 문장들에 의지하면서도 낯설었다. 나는 단선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도착지에 가까워지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목적지 지향이 아닌 독서는 도전이었다. 그건 풀이 과정을 거쳐 답에 도착하는 자연과학 전공자이기 때문일 듯도 하다.


 

그래도 더듬대며 읽는 과정이 의외로 즐거웠다. 뭔가 이해할 듯한 문장들에 즐거웠다(오독 확률 높음). 비언어적 방식의 소통이 어렵고 제발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늘 커서 반가웠을 지도.

 

언어는 로고스라서 감정이 휘몰아칠 때도 생존 수단이나 의지가 된다. 아무도 물어뜯지 않고 살아가는 예방책이지 않을까. 내 언어에는 부재하지만 어둑한 시절에 빛처럼 만난 다른 이들의 언어의 아름다움이라니.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모르는 것은 들리지 않고 들리지 않는 건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기회다. 어릴 적 첫 언어학습 과정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언어가 문화로 사회로 이어지고 학습자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언어는 인간의 유일한 사회이며(재잘거림, 치장, 가족, 계보, 도시, , 수다, 노래, 학습, 경제, 신학, 역사, 사랑, 소설), 그로부터 해방된 인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나는 문학인이 아니고, 언어의 절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키냐르가 상정하는 본원 세계 - 언어가 삶에 개입하기 이전 인간 육체의 경험 - 에 대한 욕망과 추구를 모른다(모를 것이다).

 

언어로 걸러지지 않은 것, 그것이 미지다. ‘이라는 말은 그저 최대치의 고유명사일 뿐이다.”

 

오래 전 영국에서 추천받은 책*에서 만난 경계가 흐린 포괄 언어inclusive language throughout가 떠올랐지만, 키냐르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더 본원적이고 경계를 한 분석과 진실이다.

 

* <Language Older Than Words> Derrick Jensen

 

나는 사색적 수사학의 과거를 되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박해받은 한 전통의 기록을 정리하려는 것이다.”

 

내 이해 정도와 무관하게 박해받은 전통은 적어도 기록되기를 응원한다. 문자 언어와 로고스와 윤리를 가진 쪽이 박해한 것이라면, 문학은 때론 윤리일 수 밖에.


 

문자사文字史는 밝혀진 것만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간다. 시간의 바닥에서 쏘아 올린 화살을 찾는 일이 읽기라고 생각하니 아득하고, 모르던 모든 것이 더 모를 일이다.

 

언어가 갖지 않은 것을 제공하는 언어, 그것이 수사학이다. 투자누스는 그것을 추정conjectura이라고 명명한다.”

 

이전에 알고 있던 정의와는 무척 다른 키냐르의 수사학이고, 그 점이 읽는 내내 편안한 안도감을 주었다. 망각과 불가지를 호쾌히 인정하고 나서 여전히 읽는 시간은 무겁지 않고도 진지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었다.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언어를 알고 나면 언어를 잊어라. 언어가 악기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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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터보와 바닷속의 성 톰 터보 시리즈 4
토마스 브레치나 지음, 기니 노이뮐러 그림, 전은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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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브레치나처럼 나도 큰 아이도 어린 시절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를 엄청 좋아했다. 인형극으로는 못 보았지만, 지금도 좋아한다. 새로운 번역본을 만날 때마다 처음인 듯 반갑고 기쁘다.

 




톰 터보 시리즈는 이제 완간이다. 신간에는 일러스트가 멋지다. 분량이 아주 많아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어른 독자인 나로서는 예전에 상상해보던 내용을 그림으로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비밀 작전이란 말이 붙으면 익숙한 게임도 더 즐거워진다. 지금도 무척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도, 수수께끼도 엄청나게 몰입하게 된다. 즐겁다. 오늘 본 영화가 바닷속 이야기라서 바닷속 보물찾기가 영화의 연장 같다.

 

어린이용 책만은 아닌 것이, 책의 끝부분의 수록된 인터뷰가 추억을 돋게 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그야말로 돌아온 추억의 작품이랄까.

 

아이가 숨겨진 범인도 찾고, 사건도 풀 수 있도록 아무 것도 모른다고 도움을 청했다. 깔끔한 번역이라 읽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풀릴 듯하지만, 정확한 풀이를 원하는 사람은 풀이가 수록되어 있으니 화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이름을 기억하는 게 조금 어려울 듯했는데 역시 재밌게 즐기며 외우니 금방 기억하나보다. 탐정단 대장 클라로의 꿈이 멋지다고 한다. 아침에 이 닦는 게 그렇게 귀찮은가. 하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직접 만들고 싶다고 하면 좋겠다. 아이들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멋진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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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공 도사 나대로 1 : 혼공계에 빠지다! - 초등 공부 수련기 혼공 도사 나대로 1
옥효진 지음, 류수형 그림, 고희정 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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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저자가 지루하지 않게 구성에 변화를 주는 재밌는 학습만화이다. 교과서 내용을 보충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에 중점이 있다기보다는, 학습 방법 자체를 가르쳐 주는 것에 더 효과적이다.




정리된 공부법을 읽으며 공부 방법이 정리가 되어서 좋고, 나대로의 이야기는 무척 재밌고 유익한 스토리텔링 같다. 만화는 본격 구성이라기보다는 적절하게 섞여 있다. 학습동화에 더 가까운 분위기!




호감형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난다. 아이가 즐거워하니 반갑다. 내용 중에는 주 양육자로서 엄마의 역할이 보이는데, 가능하면 부모나 다른 양육자들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배려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


“공부는 네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을 때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는 과정인 거지.”


주인공 이름이 ‘나대로’인 것처럼, 독자들도 초등학생들도 각자의 목표대로, 나대로의 속도에 맞춰서,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루틴이 생기고 습관이 생기면 좋겠다. 혼공도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수련이라고 할 수 있는 혼공계 훈련을 따라하며 독자들이 혼자서도 확인해가며 자신의 공부 수준과 핵심 가이드들을 따라할 수 있어 무척 유익하다.




초등학생들은 이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니까 천천히 자신의 공부 습관을 만들기 위해 훈련하는 거라고 조금은 마음 편히 생각하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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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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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음이란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진행된 것인지 모르겠다. 나의 뇌에 모욕과 충격의 수용체라는 것이 있다면, 상당히 오래 전에 과부하를 넘긴 듯하다. 보고 듣고 읽은 것을 처리하는 속도와 이해 사이 간극이 점점 커진다.


기록은 사건 발생 시의 기억법이자 잊지 않아야할 것들을 저장하는 수단이 되어주었다. 현재를 살 수 밖에 없고 현재에 집중하려 하지만 주춤거리고 멈추게 하려는 힘은 늘 기억하는 과거에서 온다.


그 긴 세월 해본 적도 없는, 현재를 점유하는 일을 대체 어떻게 해낸단 말인가?”


누적된 슬픔과 고통에 더해 거침없이 당당하게 가시적인 전략으로 활용된 차별과 혐오에, 그 차별과 혐오가 권력을 갖는 모습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가족 친구들과 서로를 위로할 힘마저 허망하게 놓치게 한다.


우정이라는 결속을 만들어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자신의 감정적 무능 - 공표, 분노, 치욕 - 을 인정하는 솔직함이다.”


대단한 희생과 노력을 하는 삶이 아니라 내 하소연은 징징거림과 구분이 어렵다. 피해와 가해의 경계가 모호해서, 일상에서 의도하지 않고도 가해자로 사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도, 폭력이 일상성을 확장하는 시절도 견디기 괴롭다.


할 수만 있다면 개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고 싶지만, 집단, 사회, 국가, 집중된 권력 차원의 규정이자 폐해라서 무력함과 무기력은 매일 짝을 이뤄 방문한다. 누구의 일상도 휘두르는 정치 현실이 참혹하다.


고공관찰자처럼 건조하게 살 자신은 없다. 이론과 삶의 괴리를 봐주지 않는 페미니즘에 따라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 자신도 없다. 내가 나를 설득하지 못할 때마다 나의 강고함을 절감한다.


불경스런 불만이 삶을 끝없이 가로막으리라는 것 - 그것이 바로 이 여정의 의미임을.”


일희일비는 물론 자기합리화의 방식조차 일변하는 나에게 본원적이고 고유한 것이 있을까. 반백년을 살아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윤곽을 겨우 알아차렸으나 지향할 수는 없다. 몸 하나 가방 하나로 지금의 삶을, 관계의 책임과 겨우 마련한 엉성한 사회적 안전망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확실히 할 줄 아는 건 몽상으로 세월 흘려보내기였다. 그저 상황이 달라져서 나도 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만 있는 것.”


포기나 좌절은 마지막에 하면 된다고 하지만, 오래 전 스승이 가르쳐준 걷기 말고는 내외의 적대감과 슬픔을 흩어낼 다른 묘안이 없다. 더 이상 솔직할 수 없는 책을 읽고 내 삶도 대면하려는 야심이 지나치게 가득한 날들이 흘렀다.


산보객이란 대도시의 거리 곳곳을 정처 없이 거니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목적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는 군중과 면밀히 대비된다.”



괴롭다.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서 더 괴롭다. 30년의 간극을 두고 쓴 책을 읽으며, 애착보다 덜 밀착된 관계에 다양한 타인과 우정이 채워지는 삶을 긴밀하게 느낀다. 고닉이 산책길에 공기를 나눠 마신, 스쳐간 누군가의 호흡처럼.


1970, ‘역사의 다음 순간태어나지 않은 딸을 위해 글을 쓴 고닉은 여든여덟에도 다음을 위해 걷고 있다. 저널리즘이 뜨겁고 생생한 목소리로 기능한 1970년 미국을 상상해본다. 항의와 협박은 2023년 내가 목격한 풍경과 놀랍게도 유사하다.


30대 고닉은 무엇에도 쓸려 나가지 않고 다음 순간next moment'으로 나아간다. 그곳은 미처 기록되지 않은 역사로부터 이어진 여성들의 고통과 괴로움이 자유과 인권에 대한 요구로 전환되어 울리는 현장이었다.


취재를 하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촘촘한 사회의 층위들을 더 이해했을 것이다. 목소리와 메시지가 선명할수록 모두가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고닉이 경험하고 기억하고 사유하는 여성이어서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조건들에 대해 이해하고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모임을 하다가 한 친구가 식민지성, 남성성, 백인성 배틀을 해보자고 농담처럼 제안했다. 내가 이길 것 같아서 미리 항복했다. 조건화되고 사회화된 는 완치 없이 재발한다. 진단과 처방보다 재생산되는 환상이 더 빠르게 스며든다.


운이 좋아 학대, 지속적 가스라이팅, 차별과 폭력이 가시적인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명예남성처럼 느끼며 살았다. 페미니즘은 대학시절 시대정신 중 하나로 교양으로 배우면 되는 줄 알았다.


인지도 배움도 연대도 부족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 한국의 페미니스트들도 뜨겁게 모였다 무너지기도 했을 것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해체되고 흐려지고 느슨해지는 연대가 2023년 내 현실에서 진행 중인 듯 불안감이 스쳤다.


1987년 회고록은 2006년 미투운동Me too movement, 2015년 빌리지 보이스 폐간을 지나, 2019년에 문학상을 수상한다. 내가 살아본 적 없던 시절의 고닉은 그렇게 2021년 연말에 내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도착했다.


내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 뉴욕의 거리를 걷는 고닉을 따라 걷는 중년의 나는, 그의 지인들의 소식을 옆에서 귀 기울이듯 읽는다. 그의 부모가 겪은 전쟁과 굶주림과 가난은 잠결에 듣던 내 할머니 어머니의 목소리로 통역된다.


양 팔을 벌려 안아주던 품은 물건을 걷어차고 고함을 맘껏 지르던 가장들을 잊게 해주었다. ‘필요한 순간마다 말없이 알아주는 마음들은 떠나가고 나는 품을 내어주지 못하는 못난 어른으로 살고 있다. 세상이 더 팍팍해진 게 그 품의 부재만큼은 내 탓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헤매고 있는 밑바닥에서는 그 간극이 아주 깊은 골짜기처럼 패어버렸다고.”


고닉이 걷는 방식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지난 시절 이웃들을 떠올리는 마음은 시선이 닿은 자리에 머무는 이들과의 대화로 바뀐다. ‘세상이 이제야 나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고 인터뷰한 때가 여든이 되어서다.


@El_PAIS

A escritora e ensaísta Vivian Gornick durante a entrevista em Nova York. ERIK TANNER


지체된 이유들 중에는 화이트가 아닌 블루 컬러의 사람들과 함께였다는 선택이 있지 않을까. 여든의 그가 말을 거는 이들은, 어릴 적에도 30대에도 뉴욕이란 공간에서 함께 살고 걷던 다양한 군중이다. 그들은 뉴욕의 풍경과 고닉의 정신을 채우는 모자이크 같다.


단 두 권의 책을 읽고 만난 적 없는 저자에게 느끼는 친밀감은 에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언어를 소통 수단으로 삼지만 경험을 통한 진실만을 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면에서 보듯 들리는 문장들이다. 변명도 속임수도 없다.


고닉이 자신의 삶을 분석하면 내게도 잠시 내 삶을 관찰해보는 공간이 뇌의 한구석에 열렸다. 그의 시대와 경험과 감정과 기억이 건네는 질문들이 2023년의 현실에서 곧바로 소환되는 순간들은 쓰디썼다.


모순과 부조리와 불합리는 전성기의 욕망처럼 여전하고, 고단하고 지친 모두의 하소연과 비명은 느긋한 산책에 나선 내 걸음을 멈칫거리게 한다. 꽃은 보여도 봄이라는 감각이 없다. 이쯤에서 주저앉고도 싶고 차라리 되돌아가고도 싶다.



이 응어리진 쓰린 가슴을 달래주는 건 오직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책뿐이었다. 사람들이 계속 인간으로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반백 가지 방식, 변화무쌍하고도 기발한 그 생존 기법들을 거리에서 보다 보면 팽팽했던 무언가가 느슨해지고 넘칠 듯 찰랑대던 게 빠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온 신경종말에서 일제히 날을 세우던 거부감이 슬며시 가라앉는 걸 느꼈다.”


걸을 때도 사람들을 보고 관찰하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고닉은 강한 사람이다. 그가 찾아낸 친구들 모두가 걷게 한 힘이 되었다. 나는 아무리 외쳐도 소음처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악몽을 종종 꾼다. 함께 외쳐야하는데 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여성을 표적 삼은 범죄와 차별을 향해.


내게 없어선 안 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 목소리들이다. 전 세계 도시란 도시에는 골목 돌길이며 허물어진 교회며 유적이 된 건축물마다 민중이 심어있다. 하나같이 몇 백 년 동안 한 번도 파헤쳐진 적 없이 그저 켜켜이 포개어 올려진 것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삶이라는 건 구조물이 아니라 이 목소리들 - 그 어떤 목소리도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지 않고 층층이 쌓인 무수한 목소리 - 을 다루는 고고학과도 같다.”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최초의 모든 기억은 거기에 있다. 어릴 적 기억은 졸려서 눈 감기 직전 불빛조차 생생하다. 도시를 깊이 사랑한다. 그리움이라는 정서와 웃게 하는 감정의 정체성은 모두 도시에 근원을 둔다.


어디라도 사랑은 피었다 허망하게 지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인류의 구원은 우리가 시시때때로 무시한 우정에 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을, 그것 밖에 선택할 수 없는 에너지만 남은 나이가 되어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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