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일하는 나와 글 쓰는 나 사이 꼭꼭 숨은 내 자리 찾기
하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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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한 번쯤은 공들여 말하고 싶었다.”

 

계획대로만 산 삶은 아니지만, 익숙하고 협소한 삶만 편안하게 여기는지는 경계하려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의 반경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인생의 테두리가 좁아지는 걸 살피려 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확장 기회를 주는 고마운 경험이다. 좋은 에세이는 비로소 인지 가능한 새로운 우주를 만나게 한다.

 

바쁜 사람이었던 나는 점점 나쁜 사람이 되어갔다. (...) 누구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절실했다.”

 

마트 노동자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삶을 상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직장을 다니며 혹은 다니다 작가로 데뷔(?)하는 일이 드문 것도 아닌데, 모두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면 이후의 생활은 어떻게 해나가는지를... 제대로 궁금해 하며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나에게 가까워질수록 세상은 내게서 조금씩 멀어졌다.”

 

당연한 듯 2-3인분의 과중 업무를 20대 노동자들에게 부과하는 방식의 고용, 그렇게 소모되는 방식이 아닌, 하고 싶은 글 쓰는 시간이 경력 공백이 되는 사회, IMF 시기의 마트 소비자 가족이 13년 후 마트 노동자로 근무하는 현대사의 흐름, 공간들로 구분되는 마트의 물리적 세계... 모르는 세상이 참 많다.

 

모녀로서 또한 마트 노동자로서 이해하고 짐작하는 엄마의 삶, 노동 시장이 아줌마라는 집단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작가의 시선으로 만나는 순간들, 상상을 뛰어넘는 진상 손님들, 마트의 고용 형태의 복잡성, 그리고 동료들. 많은 장면들이 2014년 영화 <카트>의 장면들을 소환하고 더 다채롭게 만든다.

 

무엇을 소비하고 무엇을 소비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은 한 사람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 마트는 그렇게 일상적인 공간인 동시에 정치적인 공간이 된다.”

 

독자일 뿐이라서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부터 한다. 작가로서의 삶을 지속시키는 바로 그런 일이 마트 노동이라면, 너무 고되거나 오래 일하지 않고도 생활을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이 이어지길 바라게 된다. 하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을 것이고, 꼭 계속 글을 써주시면 참 좋겠다.

 

퇴근과 함께 끝나는, 절대 집까지 따라오지 않는 일. 작가로서의 삶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런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낯설면서도 생생하기 그지없어서 잘 읽히고, 달라서 많이 배우고, 솔직하고 예민한 관찰과 기록에 한참을 생각하며, 읽는 나의 삶을 살펴보는 하현 작가의 글을 또 만나고 싶다. 강건과 건필을 힘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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