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 알레비의 <철학적 급진주의의 형성>을 읽기 시작했다. 포스타입에서 강유원 선생님이 해설을 곁들인 통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포스타입을 이용하고, 여기서는 옮긴이 서문의 몇몇 부분을 옮겨본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엘리 알레비의 <철학적 급진주의의 형성>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중심으로 영국에서 철학적 급진주의가 태어나 형체를 갖춘 과정을 추적한 연구다." 알레비는 이 책에서 벤담의 삶을 세 기기로 나누어 서술하는데, 이는 벤담의 삶의 궤적과 철학적 급진주의의 형성이 동일한 궤적을 그림을 시사한다.

제1권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까지 벤담의 젊은 시절" "공리주의의 발상에 그가 도달하게 된 배경" "공리주의가 그의 마음 속에서 어떻게 해서 법철학과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경제적 문제들에 관해 애덤 스미스에게서 받은 영향" "개혁운동의 갈래들 중에서 어떤 위치를 점했는지" 등을 다룬다.

2권에서는 "1789년에서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1815년까지 벤담의 중장년기이자 유럽이 격렬한 사회변동을 겪기 시작하는 시기에 버크, 페인, 고드윈, 맬서스 등 정치와 경제에 관해 활발히 주장을 펼친 동시대 개혁가들과 벤담으 주고받은 영향, 그리고 특히 제임스 밀을 통해서 벤담주의가 맬서스의 경고와 결합함으로써 마침내 철학적 급진주의가 탄생하는 사연"을 다룬다.

제3권에서는 "벤담의 노년기를 배경으로, 벤담과 그 추종자들이 꿈꿨던 사회의 기본 질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교육에 관한 그들의 이념이 정형화되는 바탕에 인간의 지식과 행동에 관한 어떤 견해들이 있었는지, 다시 말해 그들의 인식론과 심리학"을 탐구한다.

1~2권이 사상사적 탐구라면, 3권은 인식론과 심리학을 탐구하는 구성을 취한 것이다. 옮긴이인 박동천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공리주의와 벤담의 사상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제거하고 그 사상적 풍부함을 음미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해는 대략 다음 네 가지와 같다.

  1.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벤담의 파놉티콘이 교도소 체제에 그치지 않고 마치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중앙에서 감시하는 사회체제를 시사한다는 듯이 과장해 놓은 투사(投射)가 있다."

  2. "존 롤스가 <사회정의론>에서 그리고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치 공리주의가 도덕을 무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듯이 그려놓은 이분법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이야말로 벤담이 공리주의를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벤담은 도덕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도덕의 명령이란 이익들을 균형에 맞추면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결과'라고 봤다."

  3. "공리주의가 사회주의를 배척하고 자본주의를 편든다는 생각이 있다...철학적 급진주의는 맬서스의 비관론에서 큰 영향과 많은 영감을 받아 탄생한 사회개혁 이념으로서, 자본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게 대항세력을 정부의 정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봤"다.

  4. "대를 위해 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발상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는 권력의 행사를 공리주의와 혼동하는 풍조가 있다." 벤담은 "'언제가 필요한 경우인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을 잊지 않았다...아무때나 대를 위한다는 핑계로 소의 희생을 강요하는 논법은 권력자의 편의에 굴종하는 어법에 불과한 반면에, 벤담은 권력자의 편의를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통제할 수 있는 어법으로서 공리의 어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벤담을 비롯한 공리주의는 단순히 '대를 위한 소수의 희생'으로 도식화될 수 없는 개혁 사상이었다.


애덤 스미스, 토머스 페인, 맬서스, 윌리엄 고드윈, 에드먼드 버크, 엘베시우스, 체사레 베카리아 등 수많은 사상가들과의 상호작용을 밝힌 부분은 그 자체로 18~19세기 지성사를 위한 하나의 좋은 참고문헌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역자 박동천 교수의 꼼꼼한 각주와 치밀한 해제가 덧붙여져 개념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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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셔절 감독의 대표작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는 유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언뜻 보아서는 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위플래쉬>는 교육방식에 관한 영화처럼 보이고 <라라랜드>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달콤쌉싸름한 사랑 영화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는 다른 위대한 영화들처럼 다방면으로 해석될 수 있고, 교육과 사랑을 핵심으로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해석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주제들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인물의 대사 및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면 두 영화는 사실 똑같은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주제란 꿈과 일상세계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위플래쉬>부터 봐보자. 명문 음악학교에 다니는 네이먼은 고전 재즈 명인을 동경하며 그들처럼 되고자 노력하는 학생이다. 네이먼의 꿈은 일류 드러머가 되는 것이다. 어느날 그는 빌 플레쳐 교수의 눈에 들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다. 빌 플레쳐 밴드는 학교에서 매우 실력 있는 학생들만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네이먼은 자신의 꿈에 한발짝 다가가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들뜬다. 드디어 첫 리허설 날, 여러 기대를 품었던 네이먼의 예상과 달리 그는 플레쳐에게 인격 모독 수준의 비난을 받는다. 플레쳐는 연주에 관한 한 지독한 완벽주의를 품고 있어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실수를 하는 학생에게 폭언과 욕설을 내뱉고 가혹한 폭력도 사용한다. 이 폭력적인 교육방식은 네이먼의 내면을 뒤틀어버린다. 이 왜곡된 내면과 꿈의 결과가 재즈 패스티벌에서의 네이먼이다. 그는 플레쳐의 인정을 받고 뛰어난 연주를 선보였다. 어쩌면 그가 원하던 꿈에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을 버렸다.

이렇게 보면 플레쳐의 잘못된 교육이 네이먼을 망쳐놓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더욱 복잡하다. 친척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네이먼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이미 그에게는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그는 버드 리치를 예로 들며 젊은 나이에 죽더라도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대한 성취를 남기는 것이 평범하게 행복한 삶을 살다가 모두에게 잊히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의 가치관이다. 그에게는 꿈이 최우선이며 다른 것은 꿈을 이루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이다. 네이먼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학생의 실력만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빌 플레쳐를 만나면서 그 야망이 뒤틀린 형태로 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대사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나는 위대해지고 싶어. 그런데 그러러면 시간이 더 필요할 거고, 그래서 우리는 사귀면 안 될 것 같아." 이런 말로 그는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꿈을 이루는 데 방해된다면 가차없이 잘라낸다. 네이먼의 세계관에서 꿈과 일상세계는 양립할 수 없다. 하나(꿈)를 추구하면 다른 하나(일상)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는 애인을 버리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아버지도 버리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마저 잃었버렸다. 다르게 본다면, 네이먼이 가족, 사랑을 선택했다면 음악의 꿈을 버렸을 수도 있다.

<라라랜드>는 한층 더 풍부한 묘사와 섬세한 연출로 이 주제를 변주한다. 미아는 배우, 세바스찬은 재즈 뮤지션으로, 미아는 배우로서 성공하는 것으로 세바스찬은 재즈 클럽을 열어 전통 재즈의 맥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막막하다. 미아는 오디션에서 번번이 낙방하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세바스찬은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반대되는 음악을 한다. 그나마 얻은 일자리에서도 사장의 명령을 어겨 바로 해고된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만난 둘은 꿈에 대해 얘기하면서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미래가 어찌될지 장담하지 못하지만, 매우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둘은 서로의 꿈을 지탱하고 응원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영화에서 'City of Stars'는 두 번 나오는데, 이때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면 둘의 관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장면에서 세바스찬은 부두를 거닐며 이 노래를 읊조린다. 거기서 느껴지는 정서는 별들이 정말로 자신을 비추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여기서 별은 꿈을 상징할 것이다. 자신의 꿈이 정말 이루어질지에 대한 회의와 의문에서 첫 번째 노래는 끝난다. 하지만 미아와 듀엣으로 부르는 두 번째 장면에서는 "이 도시가 이렇게 밝게 빛났던 적이 없었지"(You never shined so bright)로 끝이 난다. 둘은 서로를 비추는 별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시작된 사랑은 역설적으로 둘의 사랑이 꿈을 이루는 장애물이 되면서 균열이 일어난다. 여자는 망설이고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꿈을 포기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반대되는 음악을 한다. 미아는 재즈에 대한 세바스찬의 열정에 이끌려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아와의 사랑을 위해 그는 꿈을 포기하였다. 미아의 역할은 그런 그를 다시 원래의 꿈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세바스찬의 역할 역시 미아가 주저 앉지 않고 배우의 꿈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둘의 사랑의 성격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며 역설적으로 그 역할을 다한 순간 사랑 역시 끝이 난다. 미아의 오디션이 끝난 뒤 마지막 대화에서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합격하면 파리에 가서 너의 모든 것을 다하라고 조언하고 자신은 여기에 남아 나의 계획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 장면은 '영원히 너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을 위해 노력하기에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별의 고백이다. '우리'로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서로를 비추는 별은 이제 자신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마지막의 플래쉬백 장면은 가장 달콤하고 로맨틱하지만 더불어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상상으로 진행되는 이 플래쉬백은 둘이 영화관 의자에 앉아 스크린에 영사되는 상상을 보는 식으로 전개된다. 즉, 이 상상은 일종의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는 과거의 행복한 순간을 보여주지 않고 둘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지를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그 영화 속에서 둘은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결혼하며 행복한 삶을 산다. 그 영화 속에서 끝나지 않는 춤을 춘다(둘의 사랑이 시작된 순간에도 춤을 추었음을 상기하자). 또는 영화 속에서만 둘은 춤을 춘다. 둘의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었으니까, 혹은 이 영화의 세계관 자체가 그러하니까. 결국 여기서도 감독은 꿈과 사랑은 동시에 추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꿈을 추구하여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것은 포기하게 된다. 아니 포기해야만 한다. 이 결론에서 두 영화는 다르지 않다. <위플래쉬>는 이 결론을 극단적으로 들려주고, <라라랜드>는 달콤하게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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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보게된 글인데 내용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Redman 2023-02-13 17: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참조: 장 자크 루소, 김영욱 옮김, 사회계약론, 후마니타스, 2018, ‘옮긴이 해제

 

서신을 제외하고 장 자크 루소가 쓴 저서에는 다음이 있다. <학문예술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 <신 엘로이즈>(1761)) <에밀> <에밀>(1762) <사회계약론>(1762) 그리고 <폴란드 정부론>(1770) <고백록>(1782) <대화: 루소가 장 자크를 판단하다>(1780), 마지막으로 미완성 유작인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다. 이런 저술들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학문예술론>에서 루소는 당대의 문명에 대해 급진적인 비판을 전개했다. 루소에게 계몽주의의 지성 흐름과 발전한 문명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였다. “학문예술의 빛이 지상에 떠오르니 덕은 도망친다.”(우노 시게키 <서양 정치사상사 산책>에서 인용)

 

이러한 루소의 급진적 문명 비판은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바탕을 이루며 이후 루소의 모든 저술의 밑바탕을 이룬다. 루소는 <보몽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나는 말하자면 악함의 계보를 추적했으며, 본래적 선함의 연속적인 변질에 의해 어떻게 인간이 결국 지금의 자기 자신이 되는가를 보여주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자연상태의 인간이라는 추상적인 인간을 가설한 다음, 이 자연상태의 인간과 대비되는 사회상태(etat de societe)의 인간을 비판한다. 이 책의 주제는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의 이행, 자기애(amour de soi)에서 자기편애(amour-propre)로의 변질, 그리고 그로 인한 자아의 분열이다.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이라는 본래적 선함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그 계보를 추적한 것이다.

 

자연상태의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 그러나 사회상태의 극단적인 결론은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정치이다. 정치는 인간의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변형이 이르게 된 필연적 결과이며, 이성의 발달과 인류의 역사란 타락의 역사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와 평등의 부정으로서의 정치를 인식하게 된 것은 인간이 정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사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루소는 사회상태로 인해 초래된 억압적 정치의 해결책이 자연상태로의 회귀라고 보지 않았다. 문명은 비가역적 과정이기에 타락의 역사로 얻게 된 능력과 자원을 활용하여 정치의 토대와 형식을 바꾸어야 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인류학적 역사는 루소 철학의 전제일 뿐만 아니라, 체계의 각 요소들이 배치되는 역사적 지평이다. 이후 저술된 <신 엘로이즈> <사회계약론> <에밀>은 현재의 인류와 사회 상태의 조화 불가능성/가능성을 탐색한다. <기원론>의 역사적 지평을 이어받은 세 저작은 각각 가족, 국가, 개인의 특수성에 기초하여 인간의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변형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사회상태가 분열시킨 개인의 마음을 통합하려는 세 가지 기획이다. 각기 다른 방식의 세 통합 기획의 학문적 바탕에는 근대인의 정념론, 정치학, 철학적 인간학이 놓여있다.

 

<신 엘로이즈>는 가족 공동체라는 소우주를 통해 근대인이 겪는 정념과 이념의 대립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사회계약론>은 국가라는 장치를 통해 구성원 각자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개인을 변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밀>은 교육을 통해 아이가 고독한 개인으로서 내면의 자유를 보존하면서도 사회의 도덕과 충돌하지 않게 하여 개인과 사회의 조화 가능성을 입증하려고 한다.

 

이 세 저작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학적 체계를 구축했다. <신 엘로이즈>는 과거에 대한 지향성을 간직한다. <사회계약론>의 중요한 결론은 루소가 이상적이라고 본 정치사회의 원리와 루소가 사는 현재의 근대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이다. 정당한 권리와 국가의 가능성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만 가능했으며, 사회상태의 문제점을 해결할 유일한 논리적 가능성은 역사의 전개를 통해 불가능해졌다. 그리하여 <에밀>의 개인은 동시대에 서서 <기원론>이 묘사하는 정치사회의 묵시록적 파국을 직시한다. 그가 하는 일은 이 파국 속에서 자족적인 현자의 윤리에 의지하는 것이다.

 

<고백> <대화> <몽상>에서 루소는 자신의 삶과 글을 포괄함으로써 역사적 체계를 구조적으로 완성한다. 루소는 자신의 철학적 토대인 가설적 자연상태를 시적 산문 속에서 체험하고자 하였고, 자신의 사례를 통해 개인의 자연상태로의 복귀 혹은 소멸을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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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소장하고 있는 <오뒷세이아> 번역본 네 종이다. 국내 역본으로는 천병희 선생과 김기영 역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역본으로 Robert Fagles와 Emily Wilson의 역본을 가지고 있다. 에밀리 윌슨은 <오뒷세이아>를 최초로 영역한 여성 고전학자라고 한다.

<오뒷세이아>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 중 하나인 1권 1~10행을 각 번역자는 어떻게 번역했는지 올려본다. 혹시 어떤 번역본으로 읽을지 고민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김기영 역이나 천병희 역 어느 것이든 좋은 번역이니 아무것이나 읽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오뒷세이아 1권 1~10행 번역 비교


- 천병희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 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시들을 보았고 그들의 마음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을 귀향시키려다

마음속으로 많은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토록 애썼건만 그는

전우들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못된 짓으로 말미암아

파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바보들이 헬리오스 휘페리온의

소 떼를 잡아먹은 탓에 헬리오스 신이 그들에게 귀향의 날을

빼앗아버렸던 것입니다. 이들에 관해 아무 대목이든,

여신이여, 제우스의 따님이여, 우리에게도 들려주소서


- 김기영

한 사내에 대해 노래하소서, 무사 여신이여. 웅변에 능한 자로

그는 많이도 떠돌아다녔구나. 트로야의 신성한 도시를 정복하고 나서

많은 사람의 도시들을 보았고 그들의 성향을 알았지만

바다에서, 제 마음속 두루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자기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의 귀향을 도우려 했거늘.

그렇게 애썼으나 전우들을 구하지는 못했구나.

그들 자신의 무도한 행위로 전우들이 파멸한 것이라

어리석은 자들, 천상의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서

포식하다니. 헬리오스가 그들의 귀향날을 빼앗았구나.

어느 대목이든, 제우스의 따님 여신이여, 우리에게도 노래하소서.

- Emily Wilson

Tell me about a complicated man.

Muse, tell me how he wandered and was lost

when he had wrecked the holy town of Troy,

and where he went, and who he met, the pain

he suffered in the storms at sea, and how

he worked to save his life and bring his men

back home. He failed to keep them safe; poor fools,

they ate the Sun God’s cattle, and the god

kept them from home. Now goddess, child of Zeus,

tell the old story for our modern times.

- Robert Fagles

Sing to me of the man, Muse, the man of twists and turns,

driven time and again off course, once he had plundered the hallowed heights of Troy.

Many cities of men he saw and learned their minds,

many pains he suffered, heartsick on the open sea,

fighting to save his life and bring his comrades home.

But he could not sabe them from disaster, hard as he strove -

the recklessness of their own ways destroyed them all,

the blind fools, they devoured the cattle of the Sun

and the Sungod bottled out the day of their return.

Launch out on his story, Muse, daughter of Zeus,

start from where you will - sing for our time too.




<오뒷세이아> 관련해서 읽어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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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끝내는'이라는 제목에 낚이면 안 된다. 초중급자를 위한 독일어 교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나, 정말 나 같은 초보에게는 혼자 공부하기 너무도 불편한 책이었다. 


이 책은 간단한 문법 설명, 예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재를 구입하면 무료 mp3 파일과 유료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애초부터 유료 강의를 들을 걸 전제로 만들었는지, 이 책만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독일어 문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몇몇 부분(독일어 부정문 등)은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고 간략하게 제시되어 교재의 설명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예제도 불친절하다. 한국어 해석 없이 독일어 원문만 갑자기 제시하니, 단어 베이스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일일이 단어를 검색해서 공부해야 하는 수고까지 발생한다. mp3 파일은 (아마 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배려 없는 속도의 스피킹이 이어져 리스닝도 안 되는 사람에게는 쉐도잉은커녕 눈으로 쫓아가기도 어렵다. 한 마디로 말해, 어느 면으로나 유료 강의를 들어야 교재의 값을 톡톡히 하는데, 교재만 사주면 됐지 왜 또 유료 강의를 구매해야 하는가? 이 책은 바로 내다버릴 책이다.


차라리 이 책이 더 충실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완전 생초보에게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기초는 있는 사람에게는 독학용 책으로 괜찮다. 현재 내가 이 책으로 공부 중이다.

두껍지만 깔끔하다.











독일어 단어집은 현재 이 두 권을 사서 공부하고 있다.

<독일어 필수 VOCA 2000>은 주제별(날씨, 건강, 취미 등)로 단어를 분류하여 기초 단어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구성이 꽤 괜찮은데,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예문이다. 단어별 예문도 상당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티가 난다.(아닌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리고 간단한 예제와 함께 뒤로 가면 그 챕터에 나온 단어로 만든 가상의 대화 스크립트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더 구체적인 일상 표현을 공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초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독일어를 공부하다보면, 접두사가 붙어 파생되는 수많은 동사들에 좌절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다'라는 의미의 kommen 앞에 접두사 be가 붙으면 '얻다'라는 뜻의 bekommen이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동사의 변화형태가 규칙적인 영어와 달리, 독일어는 딱히 일반적인 규칙이 없어(패턴은 있긴 하다) 동사마다 과거형, 현재완료형, 주어의 인칭과 수에 따른 변화형을 따로 찾아서 외워야 한다. <독일어 필수 단어 무작정 따라하기>는 동사와 그 파생형을 잘 정리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동사의 과거형과 현재완료도 표시해두어 공부하는 사람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

단점이라면 예문이 위 책보다는 약하다는 점이고, 동사 과거형 정리도 되어 있는 것과 안 되어 있는 것이 있어 철저하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이<독일어 주제별 어휘사전>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겠다.


<원전 독문해석>은 유명 철학자들의 명구로 독일어를 공부할 수 있게끔 한 책이다. 사실 문법적 설명은 거의 참고하지 않고, 독일어 원전만 읽고 있다.

성경, 헤겔 <역사철학강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 등의 독일어 원전을 일부 발췌하여 제시한다. 서문 일부 내용을 인용해본다. 

"철학도는 철학적 내용을, 사회과학도는 사회과학적 내용을, 신학도는 신학적 내용을 가진 예문을 통해서 외국어를 접해야 좀더 쉽게 그리고 흥미롭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 이 책은 유명 사상가들의 명문장들을 통해 독일어의 문법과 문장이해, 그리고 원전강독을 하도록 구성하였다."

참고로 원전강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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