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과 민중반란> '저자 후기'에서 조경달은 자신이 어째서 동학농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얘기한다.

"무슨 이유로 나는 조선인의 피를 타고났음에도 일본에서 태어나야만 했던가. 생각해보면 이것은 나의 소년기부터의 의문이었으며, 나를 조선에 대한 연구로 이끈 원초적이고 소박한 문제의식이었다.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내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주제가 바로 갑오농민전쟁이었다."

이것은 저자가 왜 동학농민운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이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저자가 살아간 생활공간인 일본은 저자의 문제의식과 관심사를 규정하였다. 이것에 대한 고민에서 저자는 동학농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단과 민중반란>이라는 책까지 쓰게 되었다.

강유원의 서평집 <주제>는,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의식과 주제에 따라 장을 나눠, 해당 주제의 책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그 주제들이란 "책과 교양" "역사" "근대" "파시즘" "전쟁" "한국과 동아시아"이다. 왜 이 주제들을 선택했는가. <주제> 서문을 옮겨보겠다. "궁극적으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이는 손에 책을 쥐는 순간이면 항상 답해야 할 물음이다. '책과 교양'에 담긴 게 그것이다. '역사'와 '근대'는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원리를 책에서 깨우쳐 보려는 시도이다. 근대의 가장 두드러지고 절망적인 모습은 '파시즘'과 '전쟁'이다. 나는 독재자 박정희의 유사-파시스트 권위주의 시대에 유아기와 청소년 시절을, 살인자 전두환 정권 시대에 청년 시절을 보냈다. 파시즘은 그침 없이 찾아야 하는 주제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동아시아'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의 소산이다. 그곳을 떠나면 나의 책읽기와 글쓰기는 무의미할 것이다."

강유원의 문제의식은 어디서 생겨났는가? 조경달처럼 그가 살아왔던 시대와 공간에서이다. 근대 이후 한국, 더 넓게는 동아시아에서 태어나 박정희와 전두환 시기를 살아왔다는 겪음이 그의 관심사를 일차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경달은 근현대 한국사를 공부하였고, 강유원은 서양철학과 사상사를 공부하였다. 둘의 공부 영역은 다르지만, 왜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은 비슷하다. 그들에게 공부는 자신이 사는 세계를 바탕으로 나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이렇게 보면, 둘의 전공은 편의상의 구분일 뿐 둘의 공부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나의 문제의식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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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05-17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마지막에 나온 공부의 정의를 아침에 보니까 책 읽고 글 쓰는 의욕이 생겨요. 이제 출근해야 해서 당장 실천하지는 못하지만.. ㅋㅋㅋㅋ 공부의 정의를 간직하면서 책 읽고 글 쓸 수 있는 저녁을 기다려야겠어요.

Redman 2023-05-17 09:2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하루 되십쇼 cyru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