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독하는 뉴스레터인 '서울외계인'의 오늘자 레터를 읽었는데, 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 같은 책을 번역한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국어판에는 생략, 누락된 내용이 많았습니다.

저자가 역사학 석학인데 책을 이런 식으로 썼다는 게 좀 이상하긴 했어요. 참고, 인용한 책을 표시하는 각주나 미주가 하나도 없고, 내용은 조금 진지한 에세이 같았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영어판은 서문 중간 정도까지만해도 주가 60개를 넘었어요. 이 많은 걸 모두 무시하고 전혀 번역하지 않은 거죠.

그리고, 영어판은 352페이지이고, 한국어판은 328페이지에요. 언어 특성상 한국어판이 영어판보다 페이지 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요상합니다. 마법이라도 부렸는지. 미주 페이지가 빠졌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옮긴이의 말이 책 맨 앞에 배치된 것도 이상했고, 그 내용은 책을 읽고 쓴 게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변죽을 울리는, 핵심과 별 상관 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책은 <낭만적 은둔의 역사>. 출판사는 더퀘스트, 번역자는 공경희.

내가 무슨 책이 나와도 절대로 안 사는 출판사, 번역자, 저자 리스트가 있는데, 오늘 오랜만에 새롭게 리스트를 갱신했다.


나도 이 책을 사려고 했는데, 돈 아꼈다.

집에 있는 저들의 책을 다 버려야겠다.

심지어 그중에는 내가 읽으려고 사놓은 C.S.루이스의 소설도 있어서 더 충격이다.

다음은 같은 번역자가 번역한 민음사 <호밀밭의 파수꾼>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한 코멘트.

https://blog.naver.com/asnever/220173717219?

https://blog.naver.com/asnever/220138551705?


안타깝게도, 이 평가를 보니 저 역자에게 번역의 질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나는 일부 오역이나 번역체 투성이의 번역일지라도, 그 노고를 알기에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똑같은 지적(문장 누락, 맥락을 무시한 오역 등)이 들어오는데도 고치지 않는 역자라면, 이후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실상을 알려야 한다. (그나마 민음사는 새 번역자를 구해 <호밀밭의 파수꾼> 개정판을 내기라도 했다)


출판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 저런 무책임한 짓을 한 번역자와 출판사다. 다른 책에는 성실하게 임했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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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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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완성되지 못한 유고작이다.

그래서 퇴고를 거치지 않아 문장이 거칠고 정돈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가난과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카뮈의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주인공 자크 코르모리는 어머니의 권유로 자신이 1살 때 사망하여 얼굴을 본 적도 없는 아버지의 무덤을 처음으로 찾아간다. 무덤 앞에서 그가 본 것은 현재 자신의 나이(40살)보다 더 젊은 나이에 사망한 아버지(26세에 사망)였다. 그는 부조리("억울하게 죽은 어린아이 앞에서 다 큰 어른이 느끼는 기막힌 연민의 감정", 33)를 느끼고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나선다.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정체성과 가난에 대한 묘사가 합해져 이 소설의 깊이를 더한다.


"가난이란 일부러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없어지지 않고 줄곧 따라다닐 수는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76)


"가난한 사람들의 기억은 벌써 부자들의 기억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떠나는 적이 거의 없으니 공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고 그게 그 턱인 단조로운 생활을 하니 시간적으로 가늠할 만한 표적이 더 적었다...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는 것은 오직 부자들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그저 죽음이 지나간 길의 희미한 자취를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잘 견디려면 너무 많이 기억을 하면 못 쓴다" (90)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가난에 쪼들리지 않았지만 습관이 들어서, 그리고 또 삶의 고통을 견디어 온 사람들 특유의 불신 때문에 여전히 궁핍을 먹고 살았다. 그들은 동물적으로 삶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삶이란 또한 그 뱃속에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던 불행을 규칙적으로 낳아 놓곤 한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143)


그는 이민자인 아버지가 발 밟았을 항구에 도착하여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는 한 번도 본 일이 없고 키가 큰지 작은지도 알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 본 항구의 부두에서 기중기들이 여행 동안 무사히 견딘 보잘 것 없는 가구들을 실어 내리고 잃어버린 가구들 때문에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을 때의 그 이민들 가운데서 아버지를 본 것이다." (195)


그 이민자들은 마치 자크의 아버지처럼 "자식들을 낳아 놓고 사라졌다. 이렇게 그들의 아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그들의 아들과 손자들 역시 오늘 자크 자신이 그렇듯이 과거도 윤리도 교훈도 종교도 없는 채 이 땅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고 또 그렇게 된 것을...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세대의 사람들, 서로 다른 고장에서 지금은 어느새 황혼의 기미가 떠오르는 이 기막힌 하늘 아래로 찾아왔던 그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안으로 닫은 채 아무 자취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그들 위에는 엄청난 망각이 드리워졌다."


최초의 인간은 가난한 이주민들의 망각의 땅을 걸어가는 모든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지금을 사는 것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과거의 좋은 일도 힘든 일도 기억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를 잊고, 그저 동물적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자손들에게 남기는 자취도 없다. 그래서 자손들은 앞선 세대를 망각하고 저마다 새로운, 최초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203)


'최초의 인간'은 소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자크의 아버지, 또는 자신의 뿌리가 되는 최초의 인간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동시에 그 뿌리에서 잘려나가 세상의 모든 사태를 최초로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최초의 인간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전통은 무의미하다. 과거의 '종교, 윤리, 교훈'은 지금의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으며, 모든 인간은 삶의 지침이 되어줄 수 있는 과거와 전통으로부터 유리되어 전적으로 처음 접하는 세계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실존주의의 테제이며, <최초의 인간>은 실존주의의 인간관을 집약하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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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서유럽의 흑사병 - 사상 최악의 감염병과 인간의 일상 知의 회랑 39
이상동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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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정교하지는 않지만, 흑사병에 대한 배경지식을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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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순 2024-05-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리 감사합니다. 다만 플라톤 원전 번역자는 박종현 선생입니다. 백종현 선생은 칸트 번역자입니다.

Redman 2024-05-24 22:25   좋아요 1 | URL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두 분 선생님께 큰 결례를 저질러버렸네요

북다이제스터 2024-05-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몽주의 철학이나 칸트 넘어가시기 전에 흄 책 꼭 넣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Redman 2024-05-24 22:26   좋아요 0 | URL
흄은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