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다는 것 - 채운 선생님의 예술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5
채운 지음, 정지혜 그림 / 너머학교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은 연구공간 수유 + 너머의 관계자들(?)이 저자들인데 이 시리즈를 아주 좋아라 한다. 다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읽기도 했고. 이 저자도 거기서 벗들과 함께 하고 있단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10대들에도 통할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까? 충실하게 담아내는 거야 그쪽 관계자들의 특기니 우려하지 않았지만, 10대에게도 통할 만큼 재미있고 쉽게 다가설지는 좀 의문이었다.  

아니, 이건 글을 쓰다가 지금 막 생각나 쓴 거다. 실은 내가 이 책을 산 이유는 느낀다는 것에 대해 짧지만 효과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내가 딱 10대 수준인가 보다. 저자 채운은 아주 쉽고 흥미롭게 느낀다는 것의 철학적 함의를 잘 전달하고 있었다. 역시 그쪽 관계자들은 상당수가 전달의 달인들인 게다.  

특히 <느낌의 달인들> 챕터가 좋다. 공감, 치유, 변신, 전달, 비움, 우정의 달인들을 소개함으로써 어떻게 해야 잘 느끼면서 살 수 있는지 그 기술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소설 장르를 일부러 가장 우선 순위에 두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내겐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자주 잊고 자주 다른데로 시선을 빼앗기지만소설 읽기는 모든 감성과 사유의 뉘앙스의 차이를 보다 섬세하게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산다는 것. 결국 느낀다는 것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기쁨의 느낌을 기쁠 때 제대로 느끼기 위하여 내겐 이런 종류의 책도 필요했던 것일 테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느낀다는것을 새롭게 조명해 봄으로써 내 마음도 좀 새롭게 정비를 한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편한 소설이다. 읽기에도 리뷰를 쓰기에도. 새엄마와 섹스를 나누는 어린 의붓아들 이라는 설정 자체가 그렇고, 침실에 들어가기 전 세심하게 자기 몸(, ..)을 세정하는 아빠 리고베르토 씨의 리추얼과 의붓아들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루크레시아 부인의 속마음을 엿볼 수 밖에 없는 나(독자)의 위치가 그렇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흥분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모든 고급(?) 소설들이 그렇듯 이 소설 또한 그 얘기만이 소설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 스스로 찔린다. 라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행위 자체의 포르노성을 배제한 섹스의 전과 후에 집중한 묘사와 상상/환상의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면서 흥분감을 지연시키기도 하는 중간중간 배치된 그림(서양명화)과 그림의 이야기, 그리고 인칭 변화의 교묘함(조명 받는 인물의 계속적인 교체) 때문이다.  

한편으론 터부시되는 행위(의붓아들과의 성행위)를 순수함(에로티시즘 그 자체)으로 승화시킨 듯한 작품의 뛰어남에 반하긴 했지만, 마무리 부분에서 드러나는 의붓아들의 악마성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뻔함은 아~ 그럴 줄 알았어 라는 탄식을 뱉게끔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축구화를 신은 소크라테스 1881 함께 읽는 교양 10
마티아스 루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보다 쉽지도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지도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서동욱 지음 / 반비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국어의 속살>>에서 고종석은 시를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장신구라고 명명했다. 실은 나도 철학의 개념을 가장 아름다운 까지는 아니더라도 틀림없이 하나의 장신구로 생각하고 있음을 이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되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신구를 달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하듯 철학의 개념도 분위기(맥락)를 잘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 거기엔 은근히 까다로운 원칙들이 숨어 있다. 호텔 뷔페에 들어가는데 한복은 안 된다는 드레스코드처럼 말이다. ㅎㅎ 

실은 조금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완전히 대척되게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 내 문제점은 매번 소개서 위주로 현대철학을 접해서 그런지 같은 개념이더라도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고 글을 쓰는 저자들의 견해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는 점이다. 아니 저자마다 실은 같은 말인데 독서할 때 내가 방점을 찍는 곳이 매번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현대철학에 관심을 가지려면 독서가 아니라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시대에 맞춤으로 장신구를 달기 위해선 우리 시대에 맞는 좋은 안내자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이진경, 강신주, 고병권, 강유원, 남경태 등에 이어 또 한 명의 길잡이를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두, 가방, 액세서리들이 홀 안에 예술적 감각으로 진열되어 있다. 매장은 온통 유백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환하고 고급스럽다. 옆의 여종업원은 명품들에 대해 심플하면서도 사려 깊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전문가다운 목소리에 (성적)매력을 느낄만한 외모다. 마치 궁전에 들어온 기분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어디선가 사근사근 불어오고 대리석은 사람을 고양시키며 옆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멋진 음성으로 귀를 간질인다. 여기에 진열된 구두, 가방, 액세서리들은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있을 만한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자리에 알맞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도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다. 아니, 그 중 어는 것 하나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이곳은 장소 전체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서 감상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 곳을 떠나기가 몹시 아쉽다.  

머리말에서 신형철은 이 글이 자신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밝혔다. 정확하다. 평론집이 될 수 없는 작품이다. 화려한 감수성을 고급스런 사유의 실로 수려하게 직조한 듯한 문장들은 이 산문에서 인용하여 다루는 모든 시들에 대한 독자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든다. 명품매장을 비유로 했는데 이 명품매장의 유일한 슬픔은 진열되어 있는 명품들이 다른 명품들로 대체된다 해도 독자는 별로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이 매장의 진경은 각각의 명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장소 그 자체에 있는 것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