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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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가방, 액세서리들이 홀 안에 예술적 감각으로 진열되어 있다. 매장은 온통 유백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어서 환하고 고급스럽다. 옆의 여종업원은 명품들에 대해 심플하면서도 사려 깊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전문가다운 목소리에 (성적)매력을 느낄만한 외모다. 마치 궁전에 들어온 기분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어디선가 사근사근 불어오고 대리석은 사람을 고양시키며 옆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멋진 음성으로 귀를 간질인다. 여기에 진열된 구두, 가방, 액세서리들은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있을 만한 자리에 있어야만 하는 자리에 알맞게 자리잡고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도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다. 아니, 그 중 어는 것 하나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이곳은 장소 전체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서 감상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 곳을 떠나기가 몹시 아쉽다.  

머리말에서 신형철은 이 글이 자신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밝혔다. 정확하다. 평론집이 될 수 없는 작품이다. 화려한 감수성을 고급스런 사유의 실로 수려하게 직조한 듯한 문장들은 이 산문에서 인용하여 다루는 모든 시들에 대한 독자의 감수성을 무디게 만든다. 명품매장을 비유로 했는데 이 명품매장의 유일한 슬픔은 진열되어 있는 명품들이 다른 명품들로 대체된다 해도 독자는 별로 상관하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이 매장의 진경은 각각의 명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장소 그 자체에 있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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