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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진이다 - 아주 특별한 나에 대한 상상 ㅣ 마르탱 파주 컬렉션 3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지진이다?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던 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사람이 지진이라니.....' 거기다 무표정하고 창백해 보이는 소년의 모습은 왠지 내용이 암울 할 것 같은 느낌!
내 생각엔, 슬픔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는 커다란 슬픔이고, 또 하나는 우리를 세상과 우리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끌어내는 끝없는 슬픔이다. - 본문 11쪽
<나는 지진이다>는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슬픔으로, 자신을 '세상과 자신의 의식으로부터 끌어내버린, 끝없는 슬픔'에 빠져~ 한때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던 아이의 이야기다.
입양되어 양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이 주변에는 작은 변화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벽에 금이 가고 물건들이 흔들리며 건물이 무너지는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혼란스럽고 놀라워서 병원에 찾아간 아이와 부모는, 의사로부터 '지진'이라는 당혹스러운 병명 판정을 받게 된다. 의술로는 고칠 수 없다며 의사가 치료를 위해 추천한 사람은 바로, 지질학자!
하지만 지질학자로부터도 자신의 몸을 치료받을 수 없음을 알게 된 아이는, 자신을 사랑으로 보살펴 준 양부모님에게 자신도 모르게 불행을 안겨줄 것 같아 집을 몰래 나오게 된다. 숲 속에서 보낸 하루~ 아이는 자신이 아닌 주변의 동식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진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자연에 대해 배우고,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 가는 기분이었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지식을 배워 나가는 것은 지진을 막아 주는 그물을 짜는 것과 같았다. - 본문 59쪽
지질학자에 의해 숲에 숨어있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의 몸에서 일어나는 기현상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현상이 나타나려고 할 때 미리 감지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면 주변이 안전해진다는 걸 일러줌으로써 다시 사랑하는 가족 품에 안겨 생활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자라던 아이... 그 전쟁으로 엄마 아빠를 잃었을 때, 세상이 이 아이에게 준 그 상처는 끝없는 슬픔이 되었다. 끔찍한 고통... 그 고통은 양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도 완전한 치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일까? 아니면 자신이 자라면서 겪었던 불안과 공포스러운 전쟁 상황과 부모 잃은 슬픔과는 대조되는 현재 자신 주변의 평온함에 금을 내고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걸까?
하지만 아이는 자신에게 생긴 그 현상으로 인해, 어느 누구보다도 더 괴로워하기에, 글을 읽는내내 마음이 안타깝다.
상처의 크기가 다를 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서로서로 상처를 주거나 입으며 살아간다. 같은 크기의 상처라해도 치유과정이 다르고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듯, 자신이 입은 상처에만 집중하지 않고~ 자신감과 강한 정신력으로 자신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아마도 자연스럽게 치유되지 않을까? 그러한 확신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의 양부모님과 같은 깊은 사랑으로 보듬아 안아주는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단 생각을 해본다.
나 자신의 불행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다른 무언가에 정신을 빼앗겨야 한다. (중략) 그러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는 모두 지진이니까. - 본문 76~7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