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르고스의 영화는 비슷한 듯한데 다르고, 복잡한 듯한데 단순하다. 정확하게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서 마니아들이 사족을 못 쓰게 만드는 아주 영리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 외적으로의 최고의 영화가 서브스턴스라면 내적으로의 최고는 단연 가여운 것들이었다. 불쾌한 골짜긴데 한 번 빠지면 거기서 나오기 싫은 영화들이다.
서브스턴스의 또 다른 히로인 마가렛 퀄리와 가여운 것들에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줘서 또 놀라게 했던 엠마 스톤, 연기 천재라 불리는 대포 형님, 그리고 이 사람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바로 제시 플레먼스. 자신의 아내와 함께 나온 영화와 시리즈도 많다. 가장 가까이는 시빌 워에서다. 그 무시무시한 말, 미국인이냐 아니냐 물었던 군인. 그리고 영화 파고의 흥행으로 인해 드라마 시리즈 5까지 만들어졌던 파고 시리즈 중에 시즌 3에서도 두 사람은 부부로 나온다.
파워 오브 도그에서도 부부는 함께 나온다. 제시 플레먼스는 늘 살이 쪄 있는데 살쪄있는 게 연기하는 것에 전혀 방해가 안 되는 이상한 배우다. 높은 억양으로 대사를 하지 않는데도 묘하게 몰입도가 높다. 심리극에 최적화되어 있는 배우 같다.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몹시 날씬해져서 나온다. 그래서 얼핏 보면 멧 데이먼의 모습도 보인다. 이 영화도 가여운 것들만큼(은 아니지만) 야하고 또 야하고 야한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까 요르고스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애초에 야한 장면이 있음을 알고, 받아들이고 출연하는 것 같다.
마치 일본의 아라키 노부요시의 모델이 되고 싶은 셀럽의 여자들처럼 말이다. 아라키의 사진 모델을 하려면 기꺼이 껍데기를 전부 벗어야 한다. 목욕탕을 제외하고 다른 곳,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금기고 불쾌하지만 아라키 노부요시라면 달라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세 편의 영화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배우들이 다른 역을 한다. 크게 복종, 불신, 숭배를 영화는 말한다. 권력 앞에 힘없이 복종하게 되어가는 모습이 기괴하게 그려지고, 사랑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모습 역시 기괴하고, 마지막 사이비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의 모습 또한 기괴하다.
기괴하고 기괴해서 기괴한 이야기 세 편이 있어서 요르고스의 팬이라면 기괴함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자꾸 말하는 건데, 이렇게 기괴한 영화가 나온들 지금 헌제에서 윤도리와 그의 변호인단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세상 기괴의 끝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