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골목에 겨울 어둠이 내리면 골목의 집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달의 뒤편 같은 그림을 만들어내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영혼들이 모여들어 고요한 축제를 펼친다.
작은 영혼들은 덜 지기 위한 것, 덜 불행한 것, 흔들림 없이 굳건한 진실보다 흔들흔들거리는 가능성을 믿는다.
차가운 겨울 골목의 겨울 어둠 속에서 영혼들은 전부이기보다 일부로서 만족하는 법을 배운다.
고요한 정적 속에 시계 초침이 짹짹짹짹 움직이는 소리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세상에는 이런 사소한 것들에게서 때때로 인간은 위로를 받는다.
반복되고 일정한 간격의 짹짹짹짹 움직이는 소리는 묘하지만 뭐랄까, 어떤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피하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처럼 정적 속에 듣는 시계 초침 소리는 강렬하게 원했을 때 도망갔던 그 무엇이 곧 다가온다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시계 초침의 소리가 말라버린 웅덩이처럼 느껴지면 딸각 불을 끄고 이불을 코밑까지 덮고 잠을 청한다.
명순응처럼 눈을 감아도 시계 초침의 짹짹짹짹 움직이는 소리가 부재의 형태처럼 귓가에 맴돈다.
그런 미묘한 느낌이 좋다. 겨울의 골목의 겨울의 밤에서야 느낄 수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