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아마 제일 많이 본 영화가 이 영화 ‘하나와 엘리스’가 아닐까. 한 서른번쯤 봤을까. 아무튼 얼마나 많이 봤던지 대사를 어느 정도 외우고 있었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볼수록 새로운 상징이 드러나고, 모든 장면과 대사가 은유로 되어있어서 볼 때마다 영화가 손가락으로 나를 오라고 하며 이번에 숨겨 둔 매타포를 찾아봐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관한 것들을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많은 정보를 찾아봤다. 나는 단지 영화가 좋아서 여러 번 봤지만 한국에 진정한 하나와 엘리스 마니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니아들은 하나와 엘리스 영화 촬영지를 따라 다니며 여행을 하고 흔적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다. 마니아들은 대단했다. 하나와 엘리스 둘이 함께 등교하던 사쿠라 나무 밑이나 마크에게 본격적인 거짓말을 하던 카페에서 사진을 남기고 기록을 했다. 그때 이야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했다.

이와이 슌지는 다 아는 것처럼 아톰의 창시자 데츠카 오사무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 속에서 표현을 했다. 역 이름을 데츠카 오사무와 관계된 이름으로 한다던가, 창 밖으로 거대한 아톰 풍선이 천천히 지나간다던가. 아리스가 진학한 학교 이름 자체가 데츠카 고교다.

이 장면은 이와이 슌지를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서 오마주를 했다. 이 영화에는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잔뜩 나온다. 전부 카메오나 조연으로 등장해서 하나와 엘리스를 스포트해준다.

엘리스 엄마로 80년대 최고의 아이돌 윙크의 멤버 아이다 쇼코, 엄마의 남친으로 아베 히로시, 발레 선생님으로 기무라 타에, 히로스에 료코와 오사와 타카코 그리고 이토 아유미 등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두 배다.

극중 하나의 집은 온통 꽃밭이라 보면서도 왜 꽃이 저렇게 많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의문은 10년 후에 하나와 엘리스 2가 나오면서 풀리게 된다.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는 자아처럼 영원히 거짓말을 계속 해줘도 괜찮은 마음의 마크와 이젠 모든 걸 비밀로 하고 가야함을 고하는 아리스가와 데츠코. 비록 거짓말로 시작된 사랑이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동안 정말 워 아이 니하게 되었어. 이젠 안녕.

이 영화가 탄생된 배경이 재미있다. 영화 속에 기획사에게 러브콜 받은 엘리스가 오디션장에서 키켓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원래 이 영화는 키켓 광고용 단막극으로 이와이 순지가 극본 공모를 했다.

그때 사람들에게서 받아본 극본이 너무 좋았던 거였다. 그래서 죽 늘려 하나와 엘리스 영화가 되었다.

이와이 슌지는 대단히 꼼꼼하기로 유명하잖아. 하나와 엘리스를 보다보면 극에 드러나지 않는 마크의 감정도 그리고 마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지? 하는 것도 알 수 있다.

릴리슈슈 때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수많은 사람들을 연기하는 엑스트라 들에게 전부 다른 대사를 주었다고 한다. 엑스트라들이라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수 있지만 혹시 잡힌다면 그 대사가 나올 수 있도록 전부 연기를 할 수 있게 했다.

혼자서는 밥 먹는 모습도 괴상한 아리스가와 데츠코의 한걸음 자아 나가가기 대작전 이야기. 20주년, 다시보니 더 재미있는 하나와 앨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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