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감독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관한 리뷰는 짤막하나마 이전에 한 번 올렸기에 영화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션 베이커 감독이 이 영화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2018년에 나온 영화 중에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버닝이 그랬고 로건이 그랬다. 션 베이커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배우들을 한 배우를 빼고 몽땅 신인으로 촬영했다. 헬리(브리아 비나이테)는 션 감독이 그냥 인스타그램을 보고 뽑았다고 한다

 

모두가 신인인데 윌렘 대포 같은 명 배우를 집어넣은 것은 관객의 시선 때문이다. 여기 시네플레이의 블로그에서도 말하지만 스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보는 이들, 즉 관객의 시선을 션 감독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션 베이커가 마지막 무니와 젠시가 뛰어가는 뒷모습을 아이폰으로 촬영을 했다. 역설적이게도 카메라로 담은 이전의 장면보다 아이폰으로 담은 이 장면에서 우리는 그만 무니에게 이입이 되고 만다

 

무니가 웃으면 관객이 따라 웃게 되는데 그건 션이 카메라를 통해 감독이나 영화의 감정을 무니에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니가 표현하는 감정에 그냥 그대로 이입을 할 수 있었다

 

무니는 사실 불행을 모르고 지낸다. 무니를 괴롭히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이 그저 신난다. 오늘은 무니가 무엇을 하며 신나게 노는 것일까. 카메라로 담은 무니의 일상을 보는 우리는 무니가 오늘도 침을 뱉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폰으로 촬영을 하면서 무니의 불행이 영화에 드러나게 된다. 무니의 불행을 이 작은 이상한 매체인 아이폰으로 그것을 브라운관 밖으로 끄집어 낸다

 

션 베이커는 이전의 영화 탠저린은 몽땅 아이폰으로 촬영을 했다. 그래서 탠저린이 좀 별로인가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기존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이제 올림픽에 춤이 정식종목으로 들어가게 되고, 폰으로 영화를 촬영을 해도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의 거장인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나 찰스 부코스키는 말년에 들어 글쓰기가 두렵다고 했다. 거침없고 막힘없이 글을 그동안 써왔던 테오도르가 그렇게 글쓰기에 겁을 집어먹은 것은 정신적인 에너지의 소진이라고 한다. 역시 찰스 부코스키 역시 자신의 마지막 저서인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에 그러한 내용이 잘 나온다

 

거장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은 아무래도 기존의 글쓰기 방식으로 죽 끌고 온 것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34년생인 이어령은 아직도 글을 쓰고 있는데 그가 암에 걸렸어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은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변화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어령은 모니터도 몇 대에, 가지고 있는 태블릿도 여러 대가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이 글을 쓰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미 그것이 오래 전인데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변함없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션 베이커는 무니의 뒤를 따라가면서 아이폰으로 무니와 젠시의 달려가는 그 진동을 표현했다. 전혀 잡스럽지 않다. 그 장면을 통해 화면 밖의 우리는 드디어 무니의 불행을 감지하게 되었고 세상의 모든 무니에게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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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 #아이폰 #촬영

#씨네플레이 #블로그 #사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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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내다 보면 알 수 없는 깨달음에 도달할 때가 있다. 남들에게 표를 내진 않았지만 내가 나에게 고집을 부려 지금까지 끌고 온 것들에게서 얻는 깨달음 같은 것들. 그렇다고는 하나 무슨 득도를 했다는 말은 아니다

 

몇 달 동안 에스프레소의 맛에 빠져들었는데 거기에 또 제임슨의 맛에 슬슬 중독이 되어 간다. 이런 맛에 빠지게 되면 한 모금의 여유가 가져오는 일상의 도피와 흔히 도파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몸속에서 와아 하며 쏟아져 나오는 대 만족감, 무엇보다 시각적인 풍류와 듣기 괜찮은 이야기와 궁합은 말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간 주로 마셨던 맥주, 와인, 막걸리는 묘하게도 배가 불러야 취기가 조금 오르는데 포감만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임슨은 맛도 맛이지만 몇 모금 홀짝홀짝하고 나면 나에게 일상의 도피를 가져다주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무엇보다 캐러멜 같은 끝 맛이 우우우 하며 미미하게 죽 남아있다

 

제임슨을 마시게 된 건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시리즈 때문이기도 하다. 실시간으로 볼 때는 몰랐다가 두 달 전부터 루크 케이지, 데어 데블, 퍼니셔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너도나도 제임슨을 맛있게도 마시는 것이다

 

첫 장면은 데어 데블 시즌 3에서 케런 페이지가 자본으로 권력과 내무부(우리나라로 치면)를 휘어잡은 킹핀인 윌슨 피스크에 모든 것이 무너져 끝까지 내몰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을 때 마시던 장면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장면은 루크 케이지 시즌 1의 나이트 형사가 제임슨을 들고 마시는 장면이다. 캡처를 하지 못했지만 퍼니셔에서도 마다니 형사가 쪼그리고 앉아서 수통에 담아서 마시는 술이 제임슨이 아닌가 생각한다

 

데어 데블은 9살에 화악 약품이 눈에 들어감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대신 다른 기능들이 대거 발달해서 악을 물리치는 영웅의 이야기고 루크 케이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총알을 막아내는 피부를 가진 거침없는 헐크 같은 모습의 히어로로 악을 물리친다

 

데어 데블과 루크 케이지의 공통점은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점은 데어 데블은 변호사라 법이 악의 모습 그 위에 있음을 알리려고 하다 보니 고구마를 먹은 듯한 모습으로 악에 맞서는데 루크 케이지는 시원시원하다. 무엇보다 총알이 루크 케이지의 몸을 뚫지 못한다. 원래 형사였던 루크 케이지는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악을 물리치려 하다 보니 또 이런저런 상황에 말려든다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히어로가 그저 한 인간인 퍼니셔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악을 행하는 악당에게 자비는 1도 찾아볼 수 없다. 악당의 이야기를 듣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방아쇠를 당겨서 얼굴에 구멍을 낼 뿐이다

 

데어 데블은 시즌 4를 예고하며 끝났지만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블 티브이 시리즈가 자본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13부작을 10부작으로 하자고 넷플릭스는 디즈니사에게 여러 번 부탁 같은 것을 했다고 했지만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공룡 같은 넷플릭스도 더 이상의 마블 티브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에 무리가 온 것 같다

 

데어 데블에는 소설적인 대사가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장면이 많다. 요컨대, 왜 심각하다는 얘길 안 했던 거죠?라고 물으니, 말하는 순간 사실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야, 같은 말이라든가

 

우리 모두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을 끌어안고 살아가죠.

빠지는 게 아니라 빠지는 기분이에요, 전보다 깊게.

과거를 되돌릴 순 없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고 싶진 않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날 밀어내려 하면 힘을 내서 더 세게 잡아줘야 하는 거예요.

마지막엔 모두 괜찮아질 거다, 괜찮지 않으면 마지막이 아니다

 

같은 대사를 엄청 받아 적어 놨다. 워드로도 2페이지가 넘는 것 같다. 영화 속 이 녀석들 덕분에 제임슨에 맛이 홀딱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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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생각대로 안 된다. 꼽으면 반대로 껴지고, 날 잡고 가면 가는 날이 장날이고, 기껏 마음잡고 말했다가 타박만 당하고, 고르고 고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얼굴에 티가 나고,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나오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차려입고 나갔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짜증이 나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는 나에게 화가 치밀고, 참 생각대로 안 된다

 

스파이더맨은 이후 메리 제인과 결혼까지 하지만, 10년 내내 제대로 돈 벌지 못하고 사람들 구하느라 매일 날아다니며 드론에 맞고 빌런에게 맞고 숙모는 묘지에 들어가고 메리 제인과는 결국 이혼을 하고 수트를 벗으면 나온 배가 기껏 혼자만의 시간이 좋을 거라는 생각에 비수를 꽂아 버리고 스파이더맨이 6명이나 되지만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몸이 분해될 것이다

 

생각대로 안 되는 건 현실의 우리나 영화 속 히어로나 별반 다를 바 없다

 

힘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다. 히어로가 되면 나를 모르는 다른 누군가 들을 살리느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힘이 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하지만 그저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가면 어떤 식으로든 길이 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믿는 것이다. 자신을 믿는 것이 어렵지만 믿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우리 각자는 어쩌면 별 볼 일 없는 한 개인일지 몰라도

 

우리는 각자 누군가에게는 스파이더맨, 히어로, 영웅인 것이다

 

누구나 히어로의 마스크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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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죠스와 일 대 일 대결 이후 멋진 몸을 그대로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180이나 되는 큰 키에 이 영화 속에서는 멋진 미국 여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남편은 그녀보다 10센티미터나 더 큰 레이놀즈인데 두 사람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정말 파파라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카메라 세례를 엄청 받을 것 같다

 

레이놀즈는 소주도 좋아하고 욕도 맛깔스럽게 하는 것이, 어떻든 데드폴 이후 인기가 쑥쑥 올라갔다. 다른 할리우드 셀럽 커플처럼 이 두 사람도 옷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몸을 가졌고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라이블리라는 성은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물론 편견이다. 러블리라는 단어와 겹쳐져서 그런지 라이블리라는 단어는 러블리보다 좀 더 넓은 사랑스러움이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어떻든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렇게 여성을 전면적으로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상업 영화는 근래에 잘 없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죠스 대결기를 거치면서 용기를 잔뜩 낸 것 같다

 

영화는 막장의 이야기다.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로 시작해서 얽히고 꼬이고 속이면서 펼쳐지는 이야긴데 이 영화의 작가는 한국 막장드라마를 좀 더 공부했으면 한다. 이야기의 축이 되었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자동차에 치여 붕 날아서 처박히지만 일어나서 복수를 하려는 초현실적인 모습도 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멋진 모습을 좋아한다면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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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와이 슌지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허진호 감독이 있다. 허진호 식 멜로에는 꺼내보지 못한 깊은 사랑에 관한 숨은 매력이 가득하다. 차마 말로 할 수 없어서 목 바로 밑까지 차오르는 말들과 심장에 바늘로 찌르는 듯 저리는 느낌들이 허진호 식 멜로에 꽉 들어차있다

 

어쩐지 허진호 식 한국 멜로 이전에는 마치 연애를 해 보지 못한 사람이 억지로 연애 이야기를 만든 느낌이 있다. 박찬욱은 허진호에게 연애박사 허 감독이라도 한다

 

허진호 감독의 연애 이야기의 숨은 매력은 섬세함이다. 허진호의 스타일은 리허설을 할 때 배우들에게 "자 한 번 앉아보자, 그럼 니네같으면 어떻게 할까? 이렇게? 자 해보자" 식이다

 

그래서 한 컷을 건지는데 시간이 엄청 소요된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요소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비를 타고 사랑이 시작된 10년 전의 영화 '호우시절'은 마음까지 젖게 만든다. 정우성과 고원원의 러브레터 같은 수채화 이야기

 

책장을 넘기듯 넘어가는 테이크 1, 테이크 2

한 컷 한 컷에 진득하게 은유를 녹여내는 배우들과 감독

 

그건 마치 주인공이 되어 박동하의 마음에 이입이 되기 충분하다

 

비는 그렇게 사랑을 몰고 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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