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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의 세계는

정열적 살인과 죽음의 애정

아름다운 퇴폐와 고혹적인 악취

백색의 설원에 펼쳐진 붉은 피와

부드럽고 뾰족한 가시와

가지 않는 시간과 날짜

끔찍한 범죄가 남긴 화려한 흉터

동물적인 감정과 치욕적 상실과 싫어할 수 없는 욕구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끝을 알리는 복수와 사랑

할머니의 할머니가 들려줄 것 같은

발목 잘린 초현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까슬까슬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건 손톱 옆의 홈에서 살갗이 바늘처럼 삐죽 비어져 나왔을 때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잡아 뽑아 버리자니 살갗이 죽 딸려 나올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고 가만 놔두자니 여러 손가락이 자꾸 까슬까슬한 것을 느끼려 그곳으로 간다. 놔둘수도 버릴수도 없는 까슬까슬한 그것이 꼭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너와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까슬까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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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이 영화는 짐 자무쉬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짐 자무쉬의 영화를 꾸준히 봤다면, 짐 자무쉬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면 어렵거나 이상한 영화가 아닐 것 같다

 

이브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문학과 아담이 하는 음악, 아담과 이브에게 영감을 얻은 수많은 작가들과 음악가들 그리고 다윈을 비롯한 과학자들 마저 아담과 이브를 통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예술’로 살짝 바꾸면 짐 자무쉬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은 아주 기이하고 기묘하여 술 없이도 취할 수 있다. 그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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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는 82년작으로 저 뒤에 나온 호소자 시리즈보다 리마스터링 덕분에 필름상태가 훨씬 좋다. 이티는 개인적으로 참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몰이해와 비상식 그리고 우주적 관점, 무엇보다 클리셰 덩어리인 이종과의 우정을 기분 좋게 풀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티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아이들의 영화다. 그러니까 아이일 때 보는 이티와 어른이 된 다음에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이티는 같을 수 있다. 마치 둘리는 그대로인데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된 것처럼. 이티는 아이들의 영화다. 그 말은 지금 아이들이 봐도 이티를 좋아할 것이다. 아이의 눈에는 그래픽의 수준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사실 이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또 이티의 내용은 대체로 어? 글쎄? 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민이 뭔지는 알지만 무민이 도깨비인지를 모르는 것과 무민이 어느 나라의 작품인지 모르는 것과 흡사하다

 

1, 2번은 거티가 엘리엇에게 무엇이라 하면서 들어왔다가 이티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 귀여운 드류 베리모어를 보라. 만약 이 영화에 거티가 없었다면 영화는 이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을 수 있다. 거티는 그야말로 ‘아이’ 이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이티를 대한다. 놀라는 거티를 만난 이티 역시 목이 주욱 늘어나면서 눈을 크게 뜨고 놀란다

 

3번은 삼 남매가 드디어 고요하게 이티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옷을 입히고 가발을 씌우고 배고프지 않게 하려고 먹는 것을 주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4번은 이티와 엘리엇은 감정이 연결이 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뭐랄까 교감신경 같은 것들이 이티와 엘리엇은 서로 교류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집에서 이티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셔서 취하게 되자 학교에 있던 엘리엇도 딸꾹 취하게 된다

 

5번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패러디 한 장면 같다. 그 영화를 이티가 집에서 시청하고 있다가 이 장면이 연출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6번은 마음에 드는 몇 장면 중 한 장면이다. 실험용 개구리를 해부하려고 하는데 개구리들을 모두 풀어주는 장면으로 반 아이들도 모두 동참하는데 짜릿하고 통쾌한 장면이었다

 

7번은 거티가 엄마에게 새로운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는 장면인데, 이티는 마구 다닌다. 하지만 정신없는 엄마는 옆으로 이티가 지나가는데도 바쁘기만 하다. 거티는 이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내내 귀엽기만 하다

 

8번은 처음으로 이티가 거티의 말을 따라하게 된다. 과하게 놀라지도 않고 무심하지도 않게 그저 친구를 대하듯 말하는 거티

 

9번의 장면이 가장 두근거리는 장면 중 하나인데 바로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일보 직전의 장면이다. 거대한 숲과 엘리엇이 모는 자전거와 보자기를 뒤집어쓴 이티. 곧 마법이 펼쳐질 것 같은 긴장감

 

10번은 이티의 주제곡이 흐르면서 하늘로 오르게 된다. 슈퍼맨이 등장할 때도 나오는 음악이 있고, 스타워즈가 시작할 때, 정전자의 도신이 도박장에 나올 때 흐르는 주제곡도 있다. 최근에는 원더우먼이 등장하면 흐르는 주제곡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 장면에서 이티의 음악이 흐른다. 이 짜릿하고 황홀한 공중부유는 후에 집단으로 또 한 번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중반부로 이티와 엘리엇은 행복하기만 하다. 이 꼬마 삼 남매는 이티를 돌려보내기 위해 어떤 일을 펼칠까

 

드류 베리모어는 유명한 연기 명문가의 집에서 태어난 죄?로 거티역과 동시에 스타로 떠올랐지만 거침없이 찌는 살과 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 이겨내고 요즘은 여러 배역(을 따지지 않고)을 해내고 있다. 드류베리모어는 나이는 들었지만 거티의 얼굴이 남아있는 묘한 얼굴이다. 이티는 후속편이 없는 것에 아주 감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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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거의 대부분 카메오로 나온다. 거의 대부분이라는 말은 내가 샤말란 감독의 모든 영화를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꽤 많이 본 샤말란 감독의 영화에는 캡처에서처럼 샤말란은 영화 속에 모두 등장한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마블의 할아버지처럼

 

이번에 개봉한 글래스를 보려면 앞의 두 영화를 봐야 한다. 보통은 앞의 영화들은 보지 않아도 된다,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샤말란 감독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소적이고 지 하고 싶은 대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영화 속에 일일이 이러쿵저러쿵 설명을 하지 않는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좋은 건, 하루키의 글이나 이창동의 영화처럼 굴곡 없이 그 음험한 분위기를 죽 끌고 가는 것이 좋다. 어째서 그렇지? 같은 설명은 하지 않는다. 샤말란 영화의 미장센에는 보는 이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장면이 대부분이다

 

감독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묘한 경험을 안겨 준다. 언브레이커블에서는 샤말란 식 슈퍼히어로가 등장하여 샤말란 식의 방식으로 영화가 이어지는데, 기차가 부서지고, 호텔이 타버리고,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것 역시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보는 이들의 상상 속에서만 폭발과 액션이 나타난다

 

23아이덴티티(그냥 제목을 원제 그대로 스프릿이라고 하지)에서 역시 샤말란은 카메로오 등장한다. 이 미친 영화 속에는 악당은 우리 주위에 있고 영웅은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맥어보이의 연기는 과히 칭찬받을만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했을 때 주욱 돋는 소름은 멋진 타격이었다

 

비스트가 되어 케이시의 친구인 클레어를 뜯어먹는 장면은 샤말란 식의 공포로 역시 상상의 세계를 공포로 확 덮어 버린다. 언브레이커블은 개봉했을 당시 외면받았다. 지루하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유였지만 샤말란의 영화 방식을 좋아한다면, 상상력을 가동하여 본다면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 히어로의 고뇌와 공포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영화들의 종지부를 찍는 글래스가 개봉했다. 앞의 두 영화 포스터를 이번 글래스와 이어 붙으면 금이 간 부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제목이 언브레이커블, 스프릿(23아이덴티티), 글래스인지도 알 수 있다. 좋아한 영화 싸인, 빌리지에서도 그렇지만 샤말란은 언제나 현실 그 너머의 초현실을 상상하게 만든다. 19년만에 완성된 샤말란 식 슈퍼히어로물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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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유쾌하게 흐르는데 슬프게 보이는 영화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린짱은 귀엽기만 하고 다이키치는 어설프기만 한데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나오면 슬프다

 

시답찮게 표현을 하면 육아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다이키치는 할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본가로 가서 6살의 린을 보게 된다. 린은 6살인데 표정이 참 슬프다

 

린은 누구지?

린은 할아버지와 만화 수습생 사이에서 난 딸이었다. 27살인 다이키치에게 6살 린은 이모인 샘이다. 린을 돌봐주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죽게 되고 린을 맡을 사람이 없자, 다이키치가 호기롭게 내가 맡겠다!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정말 유쾌하게 진행된다. 지루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 유쾌한데 슬프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묘한 힘 같다. 영화를 죽 끌고 가는 린짱의 얼굴은 6살이고 아이 같은데 얼굴의 너머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린짱이 밝게 웃을수록 눈물이 나는 묘한 영화다. 그건 린짱이 이미 죽음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함축된 대사가 많이 나온다

.

 

아이 때문에 희생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글쎄, 하지만 아이랑 보내는 시간도 날 위한 시간이니까

 

맞아, 나도 예전에는 애들은 알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아직 몰라서 그렇지 마음속은 어른만큼 복잡하다구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다

 

아이가 매달리는 사람이 자기를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린에게 다이키치는 그런 사람이에요

 

용기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는 거야

.

.

 

영화는 원작과 다르게 끝이 난다. 원작은 린과 다이키치가 결혼을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중간에 갈등도 있다. 린은 죽음을 봤기에 다이키치가 먼저 죽을까 봐 겁이 나고, 안 싸던 오줌도 이불에 싸고, 린짱이 열이 펄펄 나는 것도 다이키치는 모르고, 유치원에서 새로 만난 친구와 없어져서 모두가 발칵 뒤집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이키차와 린은 이 모든 것을 헤치고 행복하게 끝맺음을 한다. 영화는 아이, 어린이를 대하는 아이 같은 어른들의 이야기,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말하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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