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질을 시작한 이래 내 즐찾은 상승일로를 달린 끝에, 8월 4일 현재 내 즐찾 수는 아홉명이나 된다. 특이한 걸 좋아하는 분께서 실수로 즐겨찾기 버튼을 눌러주신다면 꿈에 그리던 두자리 숫자가 될 수 있다. 열명에 흥분하는 건 물론 오버일 수 있다. 내가 돌아다니는 서재에는 즐겨찾기가 몇백명씩 되는 분도 여럿 있으니까. 하지만 내 즐찾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두자리 숫자가 된다는 건 분명 소중한 이정표이리라. 신경을 안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하나하나 늘어가는 내 즐찾 숫자는 날 뿌듯하게 한다.
이틀 전인가, 어떤 분이 이런 페이퍼를 올렸다. 그다지 열심히 안하는데도 즐찾이 꾸준히 늘어 8명이 되었다고. 그때 내 즐찾 숫자도 마침 여덟이었기에 난 그에게서 진한 동지애를 느꼈다. 수줍어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런 댓글을 남겼을 것이다. "반갑습니다. 저도 여덟인데요, 앞으로 잘해 봅시다" 물론 난 그냥 반가움만 느낀 채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지금은 그 서재 이름도 모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했다. '무명서재간의 즐찾 동맹'. 즐찾 숫자가 적은 사람끼리 서로 즐겨찾기를 함으로써 단기간에 즐찾이 급상승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미국과 소련같이 500명이 넘는 즐찾 보유자에 맞설 수도 있지 않을까. 일국 일표제인 UN에서 미국과 소련,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국가들이 큰 힘을 행사하는 것처럼.
잠시 후,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지워 버렸다. 즐찾의 증가는 서재 활동의 결과일 뿐, 목적은 아니다. 여러 명을 규합해-예컨대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 조카, 며느리 등-즐찾을 늘린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알라딘은 UN이 아니며, 따라서 중대한 일을 결정하는 투표 같은 것도 없다 (심심풀이로 투표를 하는 일은 많지만). 즐겨찾기가 없다는 건 그만큼 볼만한 게 없다는 말이며, 볼만한 게 없는 사람끼리 힘을 합쳐봤자 그건 마찬가지다. 하루에 최소한 글 하나, 일주에 리뷰 두개 정도는 쓰는 니콜 키크더만이 되자. 즐찾은, 내 서재가 볼만한 곳이 된다면 저절로 늘 것이다. 500명 이상의 즐찾을 거느린 분들 역시 시작은 0에서 했을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