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공존 - AI 시대의 세계관 확장 수업, 당신의 세계관을 확장해줄 다섯 문장
김태원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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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의 발명이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증기기관이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튜브 물감이 화가들을 공방의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이끌어낸 것처럼, 모든 위대한 전환은 기존의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 더 큰 세계를 열었습니다. AI가 만들고 있는 이 거대한 ‘낯섦’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인 동시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계적인 미술관을 리노베이션하는 긴 여정엔 수많은 의사결정과 논쟁이 필요했다. 그림의 배치 방법, 관객을 위한 동선動線을 구성하는 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결정들이다. 그런데,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전시실 벽면의 색깔이었다. 네델란드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 미술관'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던 날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는 이미 우리 일과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마치 라익스 미술관의 벽 색깔처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배경색’을 이루고 있다. 이 배경색을 단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나 신기한 기술의 집합체로만 인식한다면, 우리는 AI가 가진 진정한 의미와 잠재력, 그리고 그것이 드리울지 모를 그림자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배경은 과연 우리의 일과 삶을 어떤 빛깔로 물들일까? 그것은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밝고 따뜻한 색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간 소외를 심화시키는 차갑고 불안한 색일까?

첫 번째 수업: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진다
 

아래 그래프를 잠시 보자. 파란색 선은 '삶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고, 노란색은 '일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다. 사람들은 삶과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질문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지극히 인문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그래프)


이전의 기술적 변곡점들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우리에게 매우 근본적이고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인문학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아이로니로 인해 지금 이 시대가 매우 흥미롭다.


두 번째 수업: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선느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 재고'만 하염없이 쌓여갔다. 이때 돈을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빅데이터를 모으는 솔루션이나 서버를 파는 회사들이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빅데이터는 모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를 도구족 관점으로 접근한 탓아며, 그래서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으며 AI가 데이터 생산에 가담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데이터의 홍수Data Flood’가 아니라 ‘인사이트의 홍수Insight Flood’이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열광했던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던 걸까?

신용카드 회사들의 오랜 고민거리는 바로 해킹문제였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잘 들여다보면 분명 해커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효가 없었다. 그래서 신용카드 해커를 만나 심층 인터뷰한 결과, 훔친 카드 정보로 구매한 물건을 어디에 배송시켜야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을까?였던 것이다. 인사이트가 그리 쉽게 얻어질 거란 생각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세 번째 수업: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이제 모든 산업이 AI라는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장대높이뛰기 선수라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농구, 배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장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도대체 벤치마킹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예를 들어 장대를 손에 쥐는 그립이 약하다면 유도 선수의 그립법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과 확장해야 할 세계관의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 넘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지적 겸손함’이다. ‘우리 산업, 혹은 우리 부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어쩌면 이 업계 바깥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거다.

네 번째 수업: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 것인가에 대한 최종적인 방향키는 결국 인간의 손에 쥐어져 있다. 

AI는 이미 인간의 많은 지적, 창조적 활동 영역에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기술의 물결 앞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책의 저자는 그 답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매료되고 싶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이를 향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노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수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원대한 꿈을 착착 진행하는 이는 바로 일론 머스크이다. 스페이스X의 최근 5번째 시험 비행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발사 후 임무를 마친 1단 로켓 '슈퍼헤비'가 지상으로 귀환하며 발사대에 설치된 거대한 로봇팔(젓가락 로봇팔)에 의해 정확히 붙잡힌 것이다. 이는 재발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 인류가 여러 행성에 거주할 수 있다는 큰 발걸음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든든한 파트너, 우리 시대의 위대한 거인이 될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롭고 과감한 상상을 허락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인류의 더 위대한 문제 해결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품어도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익숙했던 세계의 끝에서 미지의 망망대해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곳. 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우리는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하게 하리라는 믿음이다.


#인문 #AI시대의세계관확장수업 #낯섦과공존 #김태원 #휴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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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 - 대자유의 세계로 내딛는 사찰 주련 한 구절
목경찬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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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柱聯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柱에 잇달아聯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써 써 붙이는 글귀'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장식 그 이상입니다. 주련에 새겨진 경전 구절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사찰 전각이 단순힌 건축물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이 함께하는 수행 공간임을 일깨워 줍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목경찬은 부처님 가르침을 삼십년 넘게 공부하면서 사찰 문화 및 사찰 순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산사山寺의 일주문과 법당에서 만나는 여러 주련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글귀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일주문一柱門은 부처님의 세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들어가는 산사山寺의 첫 문이다.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스스로 잘나서 최고라고 우쭐대는 행동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향하는 모습이자, 어쩌면 가장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에게 어울릴 법하다. 


入此門來 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 

無解空器 大道成滿(무해공기 대도성만)


이는 경북 문경 김룡사 일주문인 홍하문紅霞門에 걸린 글귀인데, '이 문에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가지지 마라. 알음알이 없는 빈 그릇이 큰 도를 가득 채운다'라는 뜻이다. 


(사진, 문경 김룡사 홍하문)  

     

자기 나름의 지식이나 견해를 ‘알음알이’라 한다. 이같은 앎이 가득 차 있다면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대도大道)을 얻으려면 스스로를 비우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다른 가르침이 빈 자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해탈문은 산사의 마지막 문으로,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한다. ‘불이’는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 망상으로 인한 온갖 시시비비가 사라진 자리이자 깨달음의 경지다. 모든 번뇌 망상에서 벗어났기에 해탈이라 한다. 이 문을 들어서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부처님 나라, 불국 정토이다. (46쪽)


(사진, 해탈문과 주련)


해탈문 주련의 글귀는 1939년에 설호雪浩 스님이 지은 게송인데, 이를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마지막엔 뛰어난 몸으로 보리도량에 나아가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수행을 원만히 하여 금강보좌에 오르고 

가야산 가운데서 무상정각을 이루셨다. 

해인삼매 속에서 대화엄경을 항상 설하시는데, 

일백사십 공덕은 이승(성문승, 연각승)으로는 함께하지 못하고, 

팔만사천법문은 보살의 십지를 높이 뛰어넘는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화엄경>의 중심 부처님이다. '비로자나'는 광명光明이란 뜻인데, 비로자나 부처님은 지혜 광명, 진리 그 자체로 '법신불法身佛'이다. 무수한 화신化身을 통해 모든 중생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그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해인사는 의상 스님과 제자들이 세운 화엄십찰 중의 한 곳이다. 위 게송에서 '가야산伽倻山'과 '해인삼매海印三昧'는 가야산 해인사와 관련된 용어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지역인 가야(부다가야)를 가야산으로 언급한다. 이는 가야산 해인사도 무상정각을 이루는 도량임을 나타낸다. 


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即是(현금생사즉시)


(사진, 법보전)


해인사 법보전法寶殿 좌우 주련의 글은 남전 스님(1868~1936년)의 게송이다. 사실 난 이 게송을 무척 좋아해서 자주 필사를 하는 글귀이기도 하다. 마치 선불교의 선문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깨달음의 도량은 어디인가? 지금 생사가 있는 바로 여기다.'라는 뜻이다. 


원각圓覺은 부처님의 원만한 깨달음이다. '원각도량'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아래 또는 별도의 깨달음 세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번뇌가 보리이고, 생사가 곧 열반이다煩惱即菩提 生死即涅槃'라는 말처럼, 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이 바로 원각도량이다.   


해인사 장경각에는 독특한 연꽃이 핀다. 수다라장 중앙 통로로 들어가는 문턱은 약간 둥근 형태인데, 이러한 둥근 형태의 문턱과 지붕 기와가 햇빛과 어우러져 중앙 통로 바닥에는 빛과 그림자로 된 한 송이 연꽃이 핀다. 참배자는 자연스럽게 연꽃을 밟으며 부처님 나라에 들어선다.


(사진, 장경각 연꽃)


이때 연꽃은 부처님 나라를 상징한다. 연꽃을 통해 극락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연꽃을 통해 부처님 나라로 들어간다. 바로 여기가 부처님 나라, 극락이라는 가르침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해인사는 나와 인연이 깊다. 고시 공부한다고 한동안 머물기도 했으니 말이다. 성철 큰스님이 열반에 들자, 당시 해인사에선 다비식 준비로 분주했다. 아내의 친한 도반 중 해인사로 출가한 분이 있었는데, 대학불교학생회에서 매우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그분의 초대로 해인사에서 숙박하며 다비식 현장을 참관할 수 있었다. 절집 말씀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고승들의 깨달음이 응축되어 있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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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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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적 사건의 기원과 전개 과정 및 영향을 설명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야기를 전하며, 물어보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던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노력합니다.역사에는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진리를 늘 염두에 두면서 말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아프리카, 중동 국경이 자로 잰 듯한 이유


자를 대고 그은 듯 직선인 국경선은 모두 서구 열강이 한 것이다. 보통의 국경선은 직선이 아니고 삐뚤빼뚤하다. 일반적으로 국경의 기준이 산, 강, 바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자연 환경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반면 중동 국가들의 경우 상당수가 직선으로 된 국경선인데, 이를 두고 ‘기하학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구 열강은 값싼 원료 공급지와 판매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 시야에 중동 지역이 들어왔다. 하여 중동 지역, 특히 아프리카를 두고 전투적으로 쟁탈전이 벌어졌다. 


서구 열강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1884년 11월 15일, 당시 독일 제국의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하에 베를린에서 회담이 열렸다. 이듬해 2월 26일까지 열린 ‘베를린 회담’을 통해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쟁탈전 이해 당사자들 열네 개국이 모여 아프리카 식민지를 분할하고자 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이 일직선에 가까운 기괴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의 분할’이라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선은 다양한 분쟁을 유발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다양한 부족들이 오랫동안 고유의 문화를 공유해 왔는데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여버리고 만 것이다. 즉 서구 열강이 근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중동 지역에 국민국가들을 양산한 것이다.


지구상의 가장 미스터리한 곳, 버뮤다 삼각지대


194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된 선박과 비행기가 수없이 많다. 특히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뜬 비행기가 남쪽으로 갈 수 없다. 특히 세계의 수도 뉴욕을 대표하는 관문이라 할 만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상·항공 교통의 요지로 엄청난 교통량이 밀집해 있는 거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소련의 항공기 제작사 투폴레프에서 만든 여객기 ‘Tu-154’의 경우 유독 사고가 많이 났는데, 서방에서 ‘날아다니는 관짝’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기체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닌 Tu-154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가장 많이 운행했기 때문인 것이었다. 물론 부주의와 실수에 의한 사고도 많았지만. 그러니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운행했다는 통계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안정적인 비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욱 교수도 유학 시절 Tu-154를 수없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제로 발견된 미스터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미스터리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버뮤다 삼각지대의 통행량이 터무니없이 많으니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미스터리의 정체를 알고나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연히 발견된 국보급 보물들


백제 금속 공예 최고의 걸작, 나아가 한국 고대 시기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도 굉장한 우연으로 발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하나인 부여 왕릉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1993년 주차장 공사를 실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논을 갈아엎고 주차장 터를 파는데, 진흙 웅덩이 속에서 금동으로 된 향로가 발견된 것이다. 향로 주변에 섬유 조각이 함께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그 섬유 조각이 향로를 감싸고 있던 게 아닌가 추정되었다. 


이후 조사해보니 향로가 나온 곳은 백제 시대 왕실이 지은 사찰의 공방지工房址 나무 물통이었다. 학자들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 멸망이 임박하자 황급하게 숨긴 거라고 추정한다.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명품 국보 중 하나가 여전히 땅 어딘가에 처박혀 있거나 언젠가 발견되었더라도 온전하지 못한 형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연치곤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나침반 없어도 가능했던 고대의 바다 네트워크


지중해 세계에서 기원전 2000년경부터 크레타섬에서 시작된 미노스 문명과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그리스, 미케네 문명들이 지속적으로 교류를 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문명들이니까 당연히 서로 교류를 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지중해는 한반도 서쪽의 황해보다 훨씬 큰 바다이기에 결코 쉽게 교류할 수 없었다.


연안을 따라 항해하는 게 보통의 일반적인 항해 방법이었지만, 지중해에는 섬이 많았다. 특히 크레타섬의 경우 육지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크레타섬까지 충분히 자주 오갔다. 그 교류의 흔적을 보면 다이내믹하다. 구체적으로 뚜렷한 문헌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관련 유물들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유물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다 보니, 앞서 말한 지역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이 지중해 네트워크망을 지속적으로 이용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기원전이라면 나침반이, 그것도 제대로 된 나침반이 실용적으로 활용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 소장 또한 고대에는 나침반이 없어도 충분히 광범위한 해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에 없는 미승인 국가들 이야기


203개국 중에서도 유엔 기준으로는 국가로 치지 않는 정치체들이 있다. 이를테면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이 대표적인데, 두 국가의 경우 유엔 옵저버(유엔에 정식 의석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의나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미가맹국)이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의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유엔의 기준으로 북한은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1991년 동시로 유엔에 가입한 바 있어서 북한은 엄연히 유엔 회원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도 2023년까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국가로 인정했다.


그리고 중화민국, 즉 대만의 경우 유엔 비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았다. 코소보를 비롯해 몇몇 나라 가 비슷한 경우다. 그런가 하면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이나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같은 경우 엄연한 유엔 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대인이 옛날로 가면 말이 통했을까


경희대학교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고려 시대에 가도 약간만 고생하면 금방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한다. 그는 19세기부터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기원으로 하는 고려인과 얘기를 나눠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모든 맥락과 콘텍스트를 지워버린 후 발음 하나하나를 따로 떼서 보면 절대 알 수가 없다. 


말이라는 게 음소를 하나씩 떼어 따로 이해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이해한다. 고려 시대 말도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주고받으면서 뜻을 통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려는 다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섞였던 게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크로드의 경우 수십 개 언어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아예 다른 어족들이 섞인다. 그런데 어느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봐도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물건을 팔지 못했다는 걸 보지 못했어요. 물론 통역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역사 #역사를보다2 #박현도 #곽민수 #강인욱 #정요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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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나를 깨우다 - 멈춘 사유의 감각을 되살리는 51가지 철학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편역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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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 삶과 세계가 단순한 원리나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의 사유는 삶의 본질과 세계의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진지함 덕분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사랑하고, 매일매일을 자기 의지로 살아가려는 독자라면 쇼펜하우어의 통찰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 '편역자의 글; 중에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단순히 삶의 불행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이라는 실존의 조건 아래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사유한 철학자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이야기들을 펼쳐 나가며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묶어두지 마라', '천재는 두 개의 지성을 타고난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을 때' 등 51가지의 철학을 소개한다.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평가에 묶어두지 마라


나는 타인이 아닌 고전의 인물들로부터 위안을 얻었다. 피타고라스와 에픽테토스 같은 사상가들은 모두 내면에 귀 기울인 자들이다. 나는 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했다. 세상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자평해왔다. 사실 진리는 타인의 박수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종종 명예를 잃으면 자신의 품위가 손상되었다고 느낀다. 하지만 명예를 지킨다는 것은 남의 시선을 지키는 일일 뿐, 진정한 자아와는 무관하다. 명성은 간혹 생전에 얻어지지 않는다. 시류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잊힐 수 있고, 때로는 죽은 뒤에야 평가가 올라간다. 내가 존경했던 작가들, 글로 진실을 말했던 자들은 그들의 시대를 초월해 모든 시대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생전에 가난했고 외면당했다.

그래서 나는 ‘무無’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무의 충만함. 아무것도 갖지 못했지만 결핍을 느끼지 않는 상태,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허기를 느끼지 않는 상태.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면의 독립과 정신의 풍요로움이 필수적이다. 외부로부터 무엇을 얻지 않고도 견디는 자, 외부의 인정 없이도 살 수 있는 자가 진정으로 되고 싶었다.


나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많은 것을 거절했다. 명예, 부, 사회적 위치, 학문적 지위 등을 외면했다. 내게는 글을 쓸 수 있는 방, 걸어갈 수 있는 산책길, 그리고 침묵을 지켜주는 사유가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나는 그런 삶을 비참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진정한 고귀함이 있다고 믿었다. 대중의 환호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진정한 삶이다. 행복을 부정하면서도, 그 부정을 통해 깊은 평정을 얻는 삶. 나는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삶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살 더 먹었다는 것, 한결 더 깊어졌다는 뜻


탁월한 정신은 절대로 다수와 어울릴 수 없다. 맑은 물이 진흙탕에 섞이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세속의 인간관계로 위안을 얻기보다는 홀로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견고히 쌓아가는 길을 택한다. 세상은 이들을 가리켜 차갑고 무례하다고 평가하지만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고귀함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타인의 친밀함조차 조심스레 거부하는 결단을 선택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사람들은 묻는다. 왜 어떤 이는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마치 그것을 성향인 듯 감수할 수 있는지. 그러나 이것은 본능이 아니다. 단지 삶의 부조리를 일찌감치 통찰한 자가 그 통찰을 견뎌내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일 뿐이다. 다시 말해 고통은 탁월한 정신이 세상과 맺는 유일한 관계이며, 그것이야말로 그가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삶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꿰뚫어본 자는 선택의 순간마다 쾌락보다는 고통을 택할 것이다. 그에게 고통은 회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존재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통로이며, 인간이라는 피조물의 실체를 가장 날카롭게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젊은 날의 갈등을 감내하며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내면은 침묵의 지혜와 더불어 더욱 단단해진다.


육체는 쇠하고, 욕망은 마멸되며, 타인과의 갈등은 점차 무의미해진다. 60세 이후, 인간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점점 둔감해지지만, 오히려 내면의 고요는 더욱 단단해진다. 이 단단함이야말로 나이가 들어가는 인간이 얻어낼 수 있는 지혜의 참모습일 것이다. 젊은 시절의 분노와 충돌, 갈망과 흥분은 생물학적 소란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은 삶의 본질을 직시할 준비를 끝마치게 된다. 


천재는 두 개의 지성을 타고난다 


천재는 두 개의 지성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자신을 위한 것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나머지 하나는 이 세계를 위한 것으로서 세계를 순수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다. 천재의 두 번째 지성이 곧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같은 순수 객관적인 파악의 핵심은 기술적 수련이 더해져 예술, 시, 그리고 철학으로 묘사된다. 


이에 반해 일반인은 첫 번째 지성, 즉 자신을 위한 지성만을 타고난다. 따라서 일반인인의 지성은 주관적 지성이며, 천재의 지성은 객관적 지성이다. 일반인의 주관적 지성은 아무리 높은 예지와 수준에 도달했을지라도 천재가 지닌 두 개의 지성과는 견줄 수 없다.


삶이 이토록 찢기는 동안에도 그 열매는 익어가고 있음을


지적인 생활은 본래의 타고난 운명, 예를 들어 경제적 형편이라든지 직업 선택의 자유, 신분상의 제약과는 무관하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지적인 생활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변화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 지적인 생활은 사유와 배움, 탐구, 수련을 통해 지속되며, 이 같은 생활이 차츰 삶의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게 되면 육체적인 삶은 목적을 위한 도구로써 지적인 생활에 예속된다.


이처럼 지적인 생활이 육체적인 생활과 전혀 다른 별개의 삶이라는 예를 우리는 괴테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전쟁으로 시대가 어수선하고 혼란이 극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색채학色彩學을 연구했다. 당시 괴테는 혼란을 피해 룩셈부르크의 한 작은 도시에 머물고 있었는데, 훗날 그곳에서 자신을 위로해준 유일한 친구는 조그마한 책상 위에 펼쳐진 색채학 노트였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괴테는 모든 이가 본받아야 할 삶의 모범을 보여줬다.


인간은 지상의 소금으로서 비록 육체적인 삶은 세상의 풍파에 시달릴지라도 지적인 생활만큼은 항상 유지할 수 있는 정신 상태가 필요하다. 또한 육체라는 시녀의 산물이 아니라 자유로운 정신의 산물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언덕 위에서 조용히 잎사귀와 열매를 나부끼는 외로운 나무이다. 이 고독한 문양에 나는 한 줄의 글귀를 더하고자 한다. “내가 이토록 찢기는 동안 저들이 익었노라” 또는 “참혹한 고통을 당했으나 우리는 열매를 맺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을 때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했을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두 배의 가치를 누리게 된다. 알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으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셸링과 그의 추종자들처럼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의 의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쇼펜하우어의 재탄생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칸트가 남긴 인식론에서 출발했지만, 칸트처럼 인식이라는 인간의 고유한 기능에 매몰되기보다는 인식을 좌우하는 인간의 표상과 형태에 천착했다. 생전에 그의 철학은 이단이라고 할 만큼 냉대를 받았고, 다른 철학자들로부터 미치광이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그는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철학자 중 일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쇼펜하우어 철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철학 #교양철학 #쇼펜하우어나를깨우다 #51가지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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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 세계 최고의 투자 수업
워런 버핏.찰리 멍거 지음, 임경은 옮김, 알렉스 모리스 편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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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31년간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내용에서 1,700개 이상의 질문을 검토했는데, 버핏과 멍거의 답변은 투자와 비즈니스의 보물 창고와 같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보물 창고의 문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 '머리글' 중에서 



워런 버핏은 평생 투자에 몰입한 95세의 현역 투자자이자 60년간 연평균 수익률 20%를, 누적 수익률 5,500,000%를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1965년 인수한 섬유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가총액 1조 달러(2024년 8월)를 돌파한 지주회사로 키워내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일생에 걸친 그의 투자 활동은 막대한 수익률과 세계 최고 주식 부자, 그리고 월가의 구루라는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하마 출신으로 ‘오하마의 현인’으로 불리는 그는 2025년 5월, 버크셔 헤서웨이 60번째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의 절친이자 유일한 동업자로 망해가던 섬유 회사를 거대 기업으로 일군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전략의 기본 틀을 마련한 설계자이자 투자자로 버핏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기업 경영,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등에 관한 깊은 통찰로 현자들의 현자, 가치 투자의 귀재, 기업계의 거인이라 불렸다.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철학을 지켜내는 모습은 수많은 투자자에게 본보기가 되었으며, 투자자를 넘어선 인생 구루로 평가받았다. 2023년 11월, 9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총 13부로 구성된 책은 6백 여 페이지에 달하는 가히 벽돌책으로 가치투자, 가치 평가와 내재가치, 자본 배분, 경영진과 이사회, 버크셔 해서웨이, 보험사업, 회계, 능력 범위, 미스터마켓, 경제환경과 투자, 시즈캔디/코가콜라/소비재브랜드, 가이코와 미국 자동차보험, 기타 순으로 금세기 최고 투자 구루들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즉문즉답을 소개한다.


그런데, 제공받은 가제본 도서는 3부까지의 내용만 담고 있어서 부득이 도서의 전체 내용이 아닌 부분 내용만을 리뷰할 수 밖에 없었다.  


가치 투자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가치 투자 외엔 다른 유형의 투자란 없다는 입장을 2009년 주총에서 밝혔다. 비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면서 '가치란 오늘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이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수익'임을 밝혔다. 그리고 사람들이 두 사람을 가리켜 '가치 투자자'라고 부를 때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가치 투자가 아닌 투자는 뭐란 말인가?'


또 2012년 주총에서 버핏은 많은 경영대학원에서 투자 과목을 강의하는데, 그때그때 유행하는 금융 이론에 집착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며 대개 수학에 기반을 둔 투자는 실상 그렇게 복잡하지 않으므로 자기가 개설한다면 딱 두 과목, 즉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과 '시장을 바라보는 방법'이라고 했다. 현재의 투자 교육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졌음을 지적했다.


1998년 주총에서 버핏은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곧 기업을 보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즉 회사가 파는 제품, 경쟁의 성격,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위험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 5년, 10년, 15년 후에도 자본 상태와 수익력이 좋고 계속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현재도 안 좋고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려 한다고 밝힌다. 바로 '종목 선정'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인해 투자 위험을 낮추려면 무조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옳다고 신봉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물론 완전히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투자란 수익을 많이 거두기 위한 배팅'이므로 위험회피용 분산투자에만 지나치게 빠져들면 오히려 확실한 투자수익을 놓치는 과오를 범할 수도 있다. 이에 관해 찰리 멍거는 2008년 주총에서 아래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이나 로스쿨 학생들은 요즘 방식대로 기업 재무와 투자 관리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가 졸업 후 신문에 ‘투자의 중요한 비결은 다각화로 통한다’라는 기사를 씁니다. 그게 주문처럼 되어 버렸지만 완전히 반대로 간 사고방식이죠. 투자의 중요한 비결은 다각화하지 않아도 되게끔 안전하고 현명한 투자처를 찾는 것입니다. 정말 단순하죠. 분산투자는 투자 문외한이라면 모를까, 전문가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 '분산투자와 집중투자' 중에서


가치 평가와 내재가치


기업의 적절한 가격, 즉 내재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 연구의 핵심이다.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 수익을 달성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기본 가정을 살짝만 조정해도 내재가치의 계산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경영자의 자질 같은 무형의 변수를 평가할 때는 추측이나 짐작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1994년 주총에서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자산의 경제적 가치는 기업에 들어오거나 나갈 모든 미래 현금흐름을 적정 이자율로 할인한 현재 가치입니다." 어떤 주식의 현재 적정가를 알아도 앞으로 20년간의 현금흐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면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버핏과 멍거는 가격만 헐값인 불확실성보다 미래의 확실성을 더 좋아한다.


재무제표의 숫자는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얻을 방법을 알려 주는 지침이다. 그러나 재무제표 안에 답은 없다. 단지 답을 알아내도록 귀띔해 줄 뿐이다. 답을 찾으려면 당해 기업을 이해해야 한다. 내 아파트, 농장, 소규모 사업체를 구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얼마를 투자할 계획인지, 시간이 흘러 얼마나 벌 가능성이 있는지, 그만큼 벌 가능성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다른 대안과 비교했을 때 기회비용은 어떤지 알아내야 한다.


주식투자자들은 종종 가치주와 성장주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논쟁을 벌인다. 2000년 주총에서 버핏은 자신이 아는 투자 입문 지침이자 꽤 괜찮은 조언은 기원전 600년경에 이솝이 말한 "손안에 든 새 한 마리가 숲속에 있는 두 마리보다 낫다"라는 명언이라고 밝혔다. 대개의 사람들은 '성장주를 숲속에 있는 새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여긴다.


2001년 주총에서 버핏은 "성장과 가치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실 성장은 가치 공식을 구성하는 일부일 뿐이다. 성장주나 가치주 중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투자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자본 배분


M&A(인수합병) 같은 외부적 성장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를 위한 수익 환원으로 나뉘는 자본 배분은 정치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안타깝게도 특정 자본의 배분, 특히 자사주 매입의 근거는 종종 오해를 사곤 한다. 이는 경영진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주총에서 멍거의 발언은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사람들은 어떤 공식을 찾고 싶어 한다. 이를 '물리학 선망'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세상을 물리학적 관점으로 보고 싶어 하지만, 물리학계를 제외하면 세상은 물리학과 같지 않다. 공식에서 도출된 정밀한 거짓 값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뿐이다. 우리 모드가 그래야 했듯 먼저 일반개념부터 터득한 다음에 판단력을 서서히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1998년 주총에서 버핏은 "자사주 매입이라고 무조건 타당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은 엄청난 물량의 스톡옵션을 발행한 후 훨씬 높은 가격으로 재매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6살 때 투자서를 읽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처음 배운 내용이 ‘저가에 사서 고가에 팔아라’였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스톡옵션을 저가에 팔고 고가에 삽니다. 제가 배운 방식과 반대예요. 이처럼 우리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기업 관행이 몇 가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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