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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ㅣ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평점 :
'역사를 보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적 사건의 기원과 전개 과정 및 영향을 설명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야기를 전하며, 물어보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던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노력합니다.역사에는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진리를 늘 염두에 두면서 말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아프리카, 중동 국경이 자로 잰 듯한 이유
자를 대고 그은 듯 직선인 국경선은 모두 서구 열강이 한 것이다. 보통의 국경선은 직선이 아니고 삐뚤빼뚤하다. 일반적으로 국경의 기준이 산, 강, 바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자연 환경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반면 중동 국가들의 경우 상당수가 직선으로 된 국경선인데, 이를 두고 ‘기하학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구 열강은 값싼 원료 공급지와 판매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 시야에 중동 지역이 들어왔다. 하여 중동 지역, 특히 아프리카를 두고 전투적으로 쟁탈전이 벌어졌다.
서구 열강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1884년 11월 15일, 당시 독일 제국의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하에 베를린에서 회담이 열렸다. 이듬해 2월 26일까지 열린 ‘베를린 회담’을 통해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쟁탈전 이해 당사자들 열네 개국이 모여 아프리카 식민지를 분할하고자 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이 일직선에 가까운 기괴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의 분할’이라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선은 다양한 분쟁을 유발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다양한 부족들이 오랫동안 고유의 문화를 공유해 왔는데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여버리고 만 것이다. 즉 서구 열강이 근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중동 지역에 국민국가들을 양산한 것이다.
지구상의 가장 미스터리한 곳, 버뮤다 삼각지대
194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된 선박과 비행기가 수없이 많다. 특히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뜬 비행기가 남쪽으로 갈 수 없다. 특히 세계의 수도 뉴욕을 대표하는 관문이라 할 만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상·항공 교통의 요지로 엄청난 교통량이 밀집해 있는 거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소련의 항공기 제작사 투폴레프에서 만든 여객기 ‘Tu-154’의 경우 유독 사고가 많이 났는데, 서방에서 ‘날아다니는 관짝’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기체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닌 Tu-154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가장 많이 운행했기 때문인 것이었다. 물론 부주의와 실수에 의한 사고도 많았지만. 그러니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운행했다는 통계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안정적인 비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욱 교수도 유학 시절 Tu-154를 수없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제로 발견된 미스터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미스터리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버뮤다 삼각지대의 통행량이 터무니없이 많으니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미스터리의 정체를 알고나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연히 발견된 국보급 보물들
백제 금속 공예 최고의 걸작, 나아가 한국 고대 시기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도 굉장한 우연으로 발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하나인 부여 왕릉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1993년 주차장 공사를 실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논을 갈아엎고 주차장 터를 파는데, 진흙 웅덩이 속에서 금동으로 된 향로가 발견된 것이다. 향로 주변에 섬유 조각이 함께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그 섬유 조각이 향로를 감싸고 있던 게 아닌가 추정되었다.
이후 조사해보니 향로가 나온 곳은 백제 시대 왕실이 지은 사찰의 공방지工房址 나무 물통이었다. 학자들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 멸망이 임박하자 황급하게 숨긴 거라고 추정한다.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명품 국보 중 하나가 여전히 땅 어딘가에 처박혀 있거나 언젠가 발견되었더라도 온전하지 못한 형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연치곤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나침반 없어도 가능했던 고대의 바다 네트워크
지중해 세계에서 기원전 2000년경부터 크레타섬에서 시작된 미노스 문명과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그리스, 미케네 문명들이 지속적으로 교류를 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문명들이니까 당연히 서로 교류를 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지중해는 한반도 서쪽의 황해보다 훨씬 큰 바다이기에 결코 쉽게 교류할 수 없었다.
연안을 따라 항해하는 게 보통의 일반적인 항해 방법이었지만, 지중해에는 섬이 많았다. 특히 크레타섬의 경우 육지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크레타섬까지 충분히 자주 오갔다. 그 교류의 흔적을 보면 다이내믹하다. 구체적으로 뚜렷한 문헌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관련 유물들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유물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다 보니, 앞서 말한 지역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이 지중해 네트워크망을 지속적으로 이용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기원전이라면 나침반이, 그것도 제대로 된 나침반이 실용적으로 활용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 소장 또한 고대에는 나침반이 없어도 충분히 광범위한 해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에 없는 미승인 국가들 이야기
203개국 중에서도 유엔 기준으로는 국가로 치지 않는 정치체들이 있다. 이를테면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이 대표적인데, 두 국가의 경우 유엔 옵저버(유엔에 정식 의석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의나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미가맹국)이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의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유엔의 기준으로 북한은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1991년 동시로 유엔에 가입한 바 있어서 북한은 엄연히 유엔 회원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도 2023년까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국가로 인정했다.
그리고 중화민국, 즉 대만의 경우 유엔 비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았다. 코소보를 비롯해 몇몇 나라 가 비슷한 경우다. 그런가 하면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이나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같은 경우 엄연한 유엔 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대인이 옛날로 가면 말이 통했을까
경희대학교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고려 시대에 가도 약간만 고생하면 금방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한다. 그는 19세기부터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기원으로 하는 고려인과 얘기를 나눠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모든 맥락과 콘텍스트를 지워버린 후 발음 하나하나를 따로 떼서 보면 절대 알 수가 없다.
말이라는 게 음소를 하나씩 떼어 따로 이해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이해한다. 고려 시대 말도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주고받으면서 뜻을 통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려는 다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섞였던 게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크로드의 경우 수십 개 언어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아예 다른 어족들이 섞인다. 그런데 어느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봐도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물건을 팔지 못했다는 걸 보지 못했어요. 물론 통역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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