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 - 대자유의 세계로 내딛는 사찰 주련 한 구절
목경찬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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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柱聯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柱에 잇달아聯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써 써 붙이는 글귀'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장식 그 이상입니다. 주련에 새겨진 경전 구절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사찰 전각이 단순힌 건축물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이 함께하는 수행 공간임을 일깨워 줍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목경찬은 부처님 가르침을 삼십년 넘게 공부하면서 사찰 문화 및 사찰 순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산사山寺의 일주문과 법당에서 만나는 여러 주련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글귀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일주문一柱門은 부처님의 세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들어가는 산사山寺의 첫 문이다.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스스로 잘나서 최고라고 우쭐대는 행동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향하는 모습이자, 어쩌면 가장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에게 어울릴 법하다. 


入此門來 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 

無解空器 大道成滿(무해공기 대도성만)


이는 경북 문경 김룡사 일주문인 홍하문紅霞門에 걸린 글귀인데, '이 문에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가지지 마라. 알음알이 없는 빈 그릇이 큰 도를 가득 채운다'라는 뜻이다. 


(사진, 문경 김룡사 홍하문)  

     

자기 나름의 지식이나 견해를 ‘알음알이’라 한다. 이같은 앎이 가득 차 있다면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대도大道)을 얻으려면 스스로를 비우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다른 가르침이 빈 자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해탈문은 산사의 마지막 문으로,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한다. ‘불이’는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 망상으로 인한 온갖 시시비비가 사라진 자리이자 깨달음의 경지다. 모든 번뇌 망상에서 벗어났기에 해탈이라 한다. 이 문을 들어서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부처님 나라, 불국 정토이다. (46쪽)


(사진, 해탈문과 주련)


해탈문 주련의 글귀는 1939년에 설호雪浩 스님이 지은 게송인데, 이를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마지막엔 뛰어난 몸으로 보리도량에 나아가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수행을 원만히 하여 금강보좌에 오르고 

가야산 가운데서 무상정각을 이루셨다. 

해인삼매 속에서 대화엄경을 항상 설하시는데, 

일백사십 공덕은 이승(성문승, 연각승)으로는 함께하지 못하고, 

팔만사천법문은 보살의 십지를 높이 뛰어넘는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화엄경>의 중심 부처님이다. '비로자나'는 광명光明이란 뜻인데, 비로자나 부처님은 지혜 광명, 진리 그 자체로 '법신불法身佛'이다. 무수한 화신化身을 통해 모든 중생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그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해인사는 의상 스님과 제자들이 세운 화엄십찰 중의 한 곳이다. 위 게송에서 '가야산伽倻山'과 '해인삼매海印三昧'는 가야산 해인사와 관련된 용어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지역인 가야(부다가야)를 가야산으로 언급한다. 이는 가야산 해인사도 무상정각을 이루는 도량임을 나타낸다. 


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即是(현금생사즉시)


(사진, 법보전)


해인사 법보전法寶殿 좌우 주련의 글은 남전 스님(1868~1936년)의 게송이다. 사실 난 이 게송을 무척 좋아해서 자주 필사를 하는 글귀이기도 하다. 마치 선불교의 선문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깨달음의 도량은 어디인가? 지금 생사가 있는 바로 여기다.'라는 뜻이다. 


원각圓覺은 부처님의 원만한 깨달음이다. '원각도량'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아래 또는 별도의 깨달음 세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번뇌가 보리이고, 생사가 곧 열반이다煩惱即菩提 生死即涅槃'라는 말처럼, 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이 바로 원각도량이다.   


해인사 장경각에는 독특한 연꽃이 핀다. 수다라장 중앙 통로로 들어가는 문턱은 약간 둥근 형태인데, 이러한 둥근 형태의 문턱과 지붕 기와가 햇빛과 어우러져 중앙 통로 바닥에는 빛과 그림자로 된 한 송이 연꽃이 핀다. 참배자는 자연스럽게 연꽃을 밟으며 부처님 나라에 들어선다.


(사진, 장경각 연꽃)


이때 연꽃은 부처님 나라를 상징한다. 연꽃을 통해 극락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연꽃을 통해 부처님 나라로 들어간다. 바로 여기가 부처님 나라, 극락이라는 가르침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해인사는 나와 인연이 깊다. 고시 공부한다고 한동안 머물기도 했으니 말이다. 성철 큰스님이 열반에 들자, 당시 해인사에선 다비식 준비로 분주했다. 아내의 친한 도반 중 해인사로 출가한 분이 있었는데, 대학불교학생회에서 매우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그분의 초대로 해인사에서 숙박하며 다비식 현장을 참관할 수 있었다. 절집 말씀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고승들의 깨달음이 응축되어 있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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