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리커버)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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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들은 엄마와 이성(異性)이라는 이유로 많은 문제가 생기는 반면, 딸은 엄마와 동성(同性)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딸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고 성공을 거두기를 원하기 때이다. 그리고 엄마의 이런 바람은 '딸의 인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지나친 욕심으로 변질되면서 매우 위험한 모녀 관계를 초래하기도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딸을 엄마의 과거로 만들지 말라

 

책의 저자 마츠나가 노부후미는 일본 최고의 교육설계사이자 '기적의 과외 선생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7년 동경에서 출생,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교육설계사로 활동하면서 주사위 학습법, 단기 영어 학습법 등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오랫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남학생과 여학생들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즉 어렸을 때 충분히 놀아본 사내아이일수록 공부도 잘한다는 사실과 딸의 인생에는 역전 홈런이 없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에 맞는 현명한 교육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는 현재 이러한 아이들의 성별 특성을 기반으로 학습 상황에 따른 공부법을 제공, 매년 수백 명의 학생을 최고의 명문 대학에 합격시키고 있다. 저서로는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딸은 세상의중심으로 키워라>, <아이가 스스로 책상에 앉는다>, <아들의 평생 성적은 열 살 전에 결정된다> 등이 있다.

 

일본 최고의 교육컨설턴트인 저자는 아이들의 성향, 학습 환경, 부모들의 태도 등을 집중 분석한 결과,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사이의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아들은 열세 살 이전까지 몸으로 부대끼며 놀았던 경험이 학습능력으로 이어져 청소년기에도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지만, 여자아이는 한번 길들여진 습관을 좀처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아이는 어릴 적 차곡차곡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 선행학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다룬다.

 

 

 

 

'수다'에서 시작되는 대화기술

 

많은 여성들은 쉴 새 없이 얘기하면서 상대방의 표정 관찰, 관심도 측정 등을 살펴 임기응변으로 화제를 바꾸는 대화기술을 구사한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의 '수다의 역사'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대화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향상된 아이는 국어 실력이 금방 늘어난다.

 

그러므로 여자아이의 수다능력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가끔 딸의 수다 능력을 무시하는 부모가 있다. 예를 들어 "밥 먹을 때는 떠들지 마!"라며 불같이 화를 내는 봉건적인 할아버지, 아니면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라며 모처럼 꺼낸 딸의 이야기를 중단시켜버리는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아빠, 그리고 수다를 잘 못 떠는 엄마가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긴 엄마가 수다를 못 떠는 상황이 제일 심각하다. 따라서 성격상 평소에 말을 별로 하지 않는 엄마일지라도 "응응", "그래서?"라고 맞장구를 침으로써 딸이 많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딸의 인생, 습관으로 결정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습관을 쉽게 들이지만 한번 몸에 밴 습관은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수도꼭지에서 따뜻한 물이 쏟아지는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이 찬물로 설거지 하기가 쉽겠는가 말이다. 또 전화 한 통으로 장보기와 배달이 되는 걸 경험한 사람이 매일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골라 귀가하는 일은 너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한번 올라간 생활수준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더라"

 

여자아이는 쉽게 습관을 들이고, 습관이 되면 이를 쉽게 고치지 못한다. 젓가락으로 밥을 떠먹거나, 쩝쩝 소리를 내며 먹거나, 의지에 발을 올려 놓고 식시하는 등의 행동은 빨리 고쳐야 한다. 나중엔 바로잡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들의 이런 행동을 일일이 지적한다. 물론 지나친 자적질이 아이를 위축되게 만들어, 심하면 부모의 지시 없이는 아무일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딸은 엄마의 잔소리에서 뭔가를 배운다. 밥을 먹는 자세에 대해 엄마로부터 잔소리를 들었다면 할머니집에 가서는 오히려 바른 자세로 밥을 먹는다. 어릴 적에 엄하게 교육받은 딸이 나중에 성장해서는 그토록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회상한다. 그렇다. 여성들은 이렇게 쉽게 습관을 들인다.

 

 

힘들어도 계속하는 인내력

 

엄마들 대부분은 딸에게 악기를 배우게 한다. 사실상 악기를 익히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엄마 자신이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특정 악기를 연주할 줄 안다면 더구나 악기를 가르치려고 한다. 악기를 배운다는 게 인내심을 배양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스스로 경험한 탓일 것이다. 그래서 악기를 배우던 딸이 중도에 투정을 부리거나 포기하려 해도 계속 시킨다.

 

모든 공부는 고비가 있다. 이를 넘기면 재미를 느끼고 즐거워한다.

 

여자아이의 학습능력은 꾸준하고 착실하게 공부함으로써 향상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재미없고 힘들어도 계속하는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면 중도에 그만두게 하면 안 된다. 달래고 어르고, 그래도 싫어한다면 야단을 쳐서라도 날마다 연습하게 해야 한다. 끝까지 배우는 습관이 여자아이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피아노를 잘 치면 똑똑해진다, 이를 명심해라.

 

 

엄마의 독서습관

 

양서良書를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법은 없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다. 지능 향상의 핵심이 바로 독서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양한 것을 알게 해준다는 것도 매력의 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책은 상상력을 길러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명작이 영화로 제작되었음이 이를 입증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들은 작품 속에 빠져들어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주인공의 얼굴에서부터 풍경과 거리의 모습, 때로는 냄새와 맛까지 상상에 한계란 없다. 만들어진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처럼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어디에서 경험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책을 읽고 상상하는 힘은 바로 감수성과 호기심을 넘어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똑독한 아이는 책을 많이 읽는다. 이 아이의 부모는 더 독서를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애정표현을 자주 해라

 

딸에게 통하는 애정표현은 사내아이와 다르다. 이에 관해 저자는 '네가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란 말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럴지라도 딸은 아마도 '사랑스럽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기분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말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결코 할 수없는 말이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로 '사랑스럽다'고 말해주자.

 

적절한 때에 아이에게 건넨 '사랑스럽다'는 말은 아이에게 '나는 사랑받고 있다,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고, 나아가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다'는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아이에게는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용기를 내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귀한 딸일수록 엄하게 가르쳐라', '여자아이는 인생모델을 흉내 내며 성정한다', '딸에게 눈치로 판단할 줄 아는 법을 가르쳐라', '올바른 쇼핑은 판단력을 길러준다', '좋은 아빠는 딸에게 이상형의 남자가 된다', '딸의 용돈을 줄여라' 등등의 딸의 교육법을 소개한다. 끝으로 호기심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 남성이 절대로 여성을 이길 수 없는 점은 바로 섬세한 감수성임을 인정한다. 

 

"엄마가 감수성이 풍부해야 딸도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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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건배사 - 특별한 날, 30초의 승부 스토리 건배사 시리즈 1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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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을수록 어려운 게 있다. 음익은 15초 CM송이 가장 어렵듯이 말도 건배사가 가장 어렵다. 던 30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게 바로 건배사다. 술자리 스타는 여럿 있다. 노래 잘해서 스타가 된 사람, 폭탄주 제조를 잘해서 스타가 된 사람. 그런데 건배사를 잘해서 스타가 된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짧고 이팩트 있는 말 몇 마디만 외워두면 당신도 술자리 스타가 될 수 있다. - '건배사,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중에서

 

 

스토리 건배사가 진짜다

 

책의 저자 김미경은 스타 CEO들의 스피치 선생님, 기업교육 강사이자 컨설턴트, 라이프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1964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난 그녀는 연세대 음대를 졸업했고, 중앙대 산업대학원 산업전문지도자 과정과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9세 때 독학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 16년간 여성 마케팅 전문 컨설팅 업체인 W.Insights와 미래여성연구원 대표로 재직하며 각종 교육 현장, TV, 라디오 등을 오가며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라이프 코치이자 전문 강사이자 기업교육 컨설턴트로 성공을 거뒀다. MBC희망특강 '파랑새'에서 그 어떤 주제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통찰력과 특유의 통쾌한 입담으로 '국민 강사'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음악에 숨어 있는 감동과 설득의 법칙을 찾아내 스피치에 접목시켰다. 이를 토대로 2008년 아트 스피치 과정을 개발해 스피치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주요 저서로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나는 IMF가 좋다>, <여자이기 때문에 당하지 말고 당차게 살아라>, <가족이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는 여성 마케팅> 등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건배사는 삼행시 또는 축약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생겨버렸다. 축하하는 모임이든 위로하는 모임이든 젊은이들이 모였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모였건 상관없다. 건배사는 무조건 '당나귀' 아니면 '재건축', '원더걸스' 등의 축약어 일색이다. 하지만 모든 말에는 이에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다. 건배사도 마찬가지다. 어울리는 건배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제 엉터리 삼행시나 축약어 스타일의 건배사는 모두 잊어버리라고 강조한다. 재삼 삼탕의 흘러간 유행어가 아니라 가장 짧은 순간에 수십 수백 명의 마음을 뜨겁게 하나로 뭉치게 하는 화산 같은 자작곡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웃자고 가볍게 내뱉는 건배사는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인물평점을 깎아먹을 뿐이다.

 

 

 

 

친구 결혼식에서

 

자기 아내 될 사람이 김태희보다 더 예쁘다는 친구는 콩깍지가 팍 씌운 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게 2년이 지나면 다 벗겨진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소신 있다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완전 똥고집이야"라고 말하고, 또 통이 크다고 좋아하더니 요즘에는 "왜 이렇게 낭비를 많이 하냐?"라고 말하며, 자상하다더니 지금엔 "쫀쫀해서 못 살겠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다들 이렇게 변한다.

 

오늘 결혼하는 신랑 신부는 몇 년이 지나도 눈에서 콩깍지가 떨어지지 않게 사랑의 본드로 꽉 붙였으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꽉 붙여'를 외치면 여러분은 다 함께 '콩깍지'를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꽉 붙여 콩깍지

 

참고로 이때 똥고집, 낭비, 자상, 쫀쫀 등은 딱딱 끊어서 말하면 청중들이 몰입하므로 마지막 구호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나는 참 빈틈이 많은 사람입니다. 실수도 많고 경험도 부족하죠. 그러나 저는 제 빈틈이 제 자산입니다. 가만히 보니까 제 빈틈을 사람들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어떤 분은 불쌍하다고 채워주고 어떤 분은 착하다고 채워주고 또 어떤 분들은 인간적이라며 제 빈틈을 채워주더라고요. 옆에 앉아 있는 동료를 한 번 봐주십시오. 빈틈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서로 조금씩만 채워줍시다. 제가 '빈틈을'이라고 외치면 여러분은 '채워주자'라고 외쳐주세요.

 
빈틈을 채워주자


이 건배사는 나 혼자 말하는 게 아니라 청중도 함께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서로를 쳐다보게 하는 퍼포먼스를 잘 연출해야 재미있다.

 

 

친구의 첫 취직 기념자리에서

 

그동안 우리가 깡소주에 새우깡으로 버티느라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그런데 이제 우리에게도 드디어 물주가 생겼습니다. 만날 빈대 붙던 길동이가 드디어 취업을 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고기 안주에 양주를 먹어보게 생겼습니다.


오늘 새로운 물주의 탄생을 축하하며 건배합시다. 제가 '화끈하게'라고 외치면 다 같이 '쏴라'를 소리 질러주세요.


화끈하게 쏴라

 

 

계약이나 프로젝트를 실패했을 때

 

이상한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망한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만 골라서 뽑아요. 프로젝트에 실패한 사람에게 먼저 승진 기회를 줍니다. 그러고도 회사가 잘 굴러갈까 싶지요? 그런데 참 잘 굴러갑니다.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 회장이 CEO이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간단합니다. 실패도 능력이라는 겁니다. 실패를 해봐야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 수 있고 성공하는 방법도 알게 된다는 겁니다. 여러분, 성공하고 싶으시죠? 그럼 이제부터 질리도록 실패해봅시다. 제가 '실패도'라고 외치면 다 함께 '능력이다'를 외쳐주세요.

 
실패도 능력이다

 

 

신년회에서

 

얼마 전에 트위터의 황제 이외수 씨가 재미있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이제 나이가 드니 알겠다. 여자의 모든 변덕은 사랑해달라는 말이라는 것을'
여러분 동감하십니까? 아내의 잔소리가 바가지로 들리면 여러분은 아직도 철이 덜 든 것이고 순정으로 들리면 드디어 철이 든 것입니다.


우리 새해엔 남자들이 철 좀 들자는 의미에서 제가 '아내의 바가지는'이라고 외치면 여러분은 '순정이다'라고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아내의 바가지는 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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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 광狂, 폭暴 - 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황제들의 기행
천란 엮음, 정영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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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의 황제는 하나같이 어리석은 군주나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어리석고 황당무계한 행동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이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나라를 거의 그 지경까지 몰고 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20명의 어리석은 황제들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여 거의 미치광이와 같은 기이한 행동을 일삼다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도 패망으로 이끈 어리석은 황제들이다. 이 책을 엮은 천란은 북경대 중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고대 문학 석사. 고대 문학, 고대 역사 방면에 깊은 조예가 있으며, 관련 분야의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황궁의 비밀>, <청소년을 격려하는 365가지 역사 이야기> 등이 있다.

 

비록 오래 된 중국사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군주의 행동일지라도 현재의 시각으로 봐도 기이함의 극치를 보인다. 즉 주색에 빠져 끝내 복상사한 황제, 유모와 놀아난 황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고모를 후궁으로 삼은 황제, 신선이 되려고 한 황제, 전쟁을 군사놀이로 알고 궁을 빠져나가 몰래 전쟁터로 달려간 황제, 사랑하는 여인에게 재미난 전쟁 장면을 구경시켜 주려다가 적에게 포로로 잡힌 황제 등이 바로 그들이다.

 

너무나도 황당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목공이나 기예에 뛰어난 재주를 보인 황제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나라의 경영을 내팽개치고 다른 일에 탐닉했던 것은 어쩌면 살벌하게 죽고 죽이는 냉혹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도피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살아남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 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

 

 

진나라 2대 황제 영호해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진나라의 시황제 뒤를 이은 2대 황제는 본디 황제가 될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환관이자 스승인 조고의 간계로 인해 유서가 조작되면서 형인 부소를 제치고 황제의 위에 올랐다. 이때 진시황에게 중용되었던 이사도 조고의 유혹에 빠져 조작에 동참하고 만다. 그런데, 이게 2대 황제의 치명적인 약점이었기에 이름만 황제인 호해는 나라를 주무르는 실력자 조고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호해와 관련된 유명한 고사성어가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이 고사를 좀 더 살펴보자. 조고는 함께 유언 조작에 나섰던 승상 이사를 제거하고 자신이 승상 자리를 꿰차면서 대권을 손에 쥐었지만 늘 불안한 것은 과연 환관 출신인 자신을 대신들이 따라줄지의 여부였다. 이때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게 바로 이 고사의 탄생이다. 즉 아침 조회 모임에서 그는 호해 황제에게 말 한 필을 선물한다면서 사슴 한 마리를 데려왔던 것이다. 이에 황제는 사슴이 맞다고 말하고, 조고는 계속 말이라고 우겼다. 할 수 없이 황제는 대신들에게 말인가, 사슴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신변의 두려움을 느낀 대부분의 대신은 말이라고 답했다. 이때 사슴이라고 답한 신하는 조고가 나중에 구실을 만들어 죽이고 말았다고 한다.    

 

20살에 황제가 된 그는 욕심 많고 무지몽매한 탓에 자신의 안위와 향락을 위해 20여 명의 형제자매와 나라의 대신들을 미친 듯이 살해했다. 이런 과정에 조고는 어린 황제에게 충성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수단으로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노루를 말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불충한 인물, 즉 역심을 품은 인물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만든 간신이다. 이처럼 나라가 위기의 끝을 향할 때는 어리석은 군주와 간신이 반드시 만나는 법이다. 호해 황제는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미치고 만 것이다. 

 

 

첩들과의 육욕에 빠져 아들까지 죽이다

 

고대 중국의 어리석은 군주를 나열해 보면 한나라 성제 유오가 단연 으뜸이다. 그는 19세에 황위에 올랐지만, 주색에 빠져서 늘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오'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천리마'와 같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천리마에는 한참 못 미치는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인물이었다.

 

이미 주색에 빠져 지내던 그는 황제가 된 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개버릇 남주나'라는 말처럼, 그는 한눈에 반해서 자신의 고모뻘인 황후 허씨와 부부의 연을 맺고, 이도 양에 차지 않아서 하급 궁인의 미모에 반해 이를 취하고 신분까지 상승시켜 반 첩여(비빈들의 서열상 '소의' 바로 아래 서열임)를 곁에 두고 육욕을 즐겼다.

 

반 첩여는 미모뿐만 아니라 재능과 학식까지 골고루 갖춘 여인이었기에 성제의 지나친 방탕을 제지했다. 하지만, 성제는 여인의 재능보다는 오직 미색만을 탐했다. 마침 그의 눈에 조비연이라는 춤 솜씨가 빼어난 무희가 눈에 쏘옥 들어왔던 것이다. 이 여인은 쌍둥이(의주, 합덕 자매)로, 둘 중 언니의 춤은 워낙 출중해서 마치 제비가 나는 듯한 자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붙여진 이름이 '조비연'이다. 그날로 바로 그녀는 '첩여'의 지위를 얻었다.

 

성제가 조씨 자매를 총애했지만, 자식을 낳지 못한 이 자매들은 나중에 내팽개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후궁들이 성제의 아이를 출산할 경우, 모두 죽이는 잔인함을 보였다. 그런데, 조씨 자매가 임신을 하지 못한 것은 성제를 유혹하려고 항상 사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본디 사향은 피임이나 유산에 사용했을 정도로 임신과는 상극이었다. 이러는 사이에 나라는 외척 왕씨의 수중에 놀아나고 있었다. 결국 성제는 조합덕의 품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북제의 마지막 군주 고위

 

북제의 군주 고위(재위 556~577년)는 무능하고 호색을 즐긴 왕이었다. 예부터 북제의 황실은 음란하고 난폭하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것도 전통이라고 고위는 북제의 명맥을 마감시킬 정도로 매일 주색에 빠져 지내며 국정은 나몰라라 했다. 그는 풍소련을 알게 된 후 항상 그녀의 곁을 떠나질 못했다. 또한 요란스로울 정도로 궁을 짓고 극도의 사치를 즐겼다. 얼마나 웃기냐 하면 그가 기르는 닭, 말, 개 등 가축에도 관직과 녹봉을 주었으며, 이를 만류하면 대신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북주의 무제가 북제를 공격해올 때 그는 풍소련과 함께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이른 새벽부터 병사들이 북주의 침략을 세 번이나 보고했지만, 그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첨을 일삼는 신하는 황제 옆에서 보고하는 병사를 오히려 나무랐다. "황제께서 지금 사냥 중이신 것이 보이지 않느냐! 변경 지역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이거늘 왜 이리 보채는 것이냐!"라고 말이다.

 

북주의 군대가 평양성(현재의 산시 린펀)을 함락시키자, 결국 대군을 이끌고 직접 출정하여 평양을 향해 곧장 진격했다. 이때도 그는 풍소련을 두고 가기가 아쉬워 동행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북주의 군대를 어떻게 격퇴해서 잃은 땅을 되찾느냐가 아니라 내친 김에 풍소련에게 주변의 명승고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북제는 전쟁에서 패했다. 패잔병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무기도 지천으로 널렸다. 정신없이 도망가던 고위는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사람을 진양으로 보내 황후의 조복과 인수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바로 풍소련을 황후로 봉하기 위한 것이었다. 황후의 예복을 입은 풍소련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는 흐뭇해했다. 정말 한심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전쟁 중에 몇 차례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풍소련이 말도 안 되는 간섭을 한 탓에 그는 승산이 있던 전쟁에서 끝내 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게 패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풍소련에게 아무 탈이 없으면 됐지, 전쟁에서 진 게 무슨 대수인가?" 마침내 도망치던 그는 아들과 함께 북주의 무제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이는 그에게 그다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풍소련까지 포로로 잡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무제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풍소련을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역사는 이 인물을 '걱정 없는 천자'로 기록하고 있다.

 

 

환관들에 추대되어 황제가 되다

 

중국 역사는 당나라 목종, 문종, 무종, 선종, 의종, 희종, 소종 등 일곱 명의 황제들은 환관들에 의해 황제 자리에 오른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희종은 12살에 황제가 되었지만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고작 닭싸움, 활쏘기, 검술, 음악, 장기, 도박 등이 전부였다. 그는 나라의 모든 정치 권한을 자신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환관 전령자에게 모두 일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령자는 권력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주물렀다. 이에 마침내 '황소의 반란'이 발생했다.

 

황제를 쉽게 다루려면 어렸을 적에 길을 잘 들여야 한다. 당나라 의종은 아들이 일곱 명이었는데, 환관들은 궁리 끝에 황제가 위독한 틈을 타서 큰 아들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겨우 열두 살밖에 안 된 희종을 즉위시켜 '문생천자門生天子'(환관에 의해 판정된 천자)로 삼았다. 희종은 자신을 황제로 추대한 환관 유행심과 한문약을 공작에 봉했다. 가장 큰 총애를 받은 환관은 전령자였다.

 

당나라 때의 대환관 구사량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문생천자 길들이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황제를 한가로이 내버랴두지 말고 수시로 미인들과 음주가무에 빠지도록 유혹하라. 게다가 수법을 자주 바꾸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마라. 그와 동시에 가능하면 책을 멀리 하도록 하고, 특히 학자들과 가까이 할 기회를 절대로 주지 마라'라고 말이다. 지난 왕조들의 멸망 사례를 보기라도 하면 자신들을 멀리하고 배척할 게 뻔하니까. 

 

 

제국을 몰락으로 이끌다

 

이밖에도 책은 황후와 함께 미친듯이 재물을 긁어 모았던 당나라 장종, 자신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려고 신선이 되려 했던 명나라의 세종,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똑똑한 동생을 제치고 바보임에도 황제가 된 진나라 혜제 사마충, 친누이와 고모를 후궁으로 들인 송나라의 전폐제 유자업, 황궁에 시장을 차려놓고 상인 역할에만 몰두한 동한의 영제 등의 이야기가 제국의 멸망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무릇 리더하면 이런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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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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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든 수도원에서든 혹은 전쟁터에서든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이들의 만남은 열정으로 가득 찼고 좌절과 희망이 교차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만남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조명되며 긴장감 넘치는 사유의 길로 독자를 이끌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역사는 만남의 연속이다

 

이 책의 저자 헬게 헤세는 독일의 기획자이자 작가이며 대학에서 철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단편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주요 언론에 문화, 역사, 경제에 관한 칼럼과 시리즈 기사를 다수 연재했으며, 다양한 학술 참고문헌을 편집했고, 저서로는 독일의 역사잡지 <다말스DAMALS>'올해의 역사책'으로 선정한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를 비롯해 <단 한줄의 역사>, <처칠 스타일로 승부하라> 등이 있다.

 

 

책은 철학, 과학, 정치, 예술, 대중문화 등의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인 인물의 만남을 추적한다. 즉 불세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같은 경쟁 혹은 대립 관계뿐 아니라,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같은 사랑까지 말이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역사의 경계에 섰던 두 사람의 만남과 그 시대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다양한 문제와 의미를 되새긴다.

 

 

저자가 던진 수수께끼 같은 질문은 던졌다기보다 역사가 묻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종교에 대한 믿음이 과학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 시대를 살았던 요하네스 케플러와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의 만남에 부쳐 "신앙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또 어디에서 끝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그의 일본인 아내 오노 요코의 삶 가운데 "내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 식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약 24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 교외, 올리브 나무 언덕에서 한 노인과 청년이 나란히 길을 걸어가며 열띤 대화를 주고받는다. 노인은 플라톤, 청년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들 앞에서 갑자기 올리브 열매 하나가 땅에 떨어진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올리브 열매를 찾으려고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숙인 채 열심히 바닥을 살폈다. 이리저리 몇 걸음오가다 결국 플라톤이 올리브 열매를 발견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올리브 열매를 집어 올린다.

 

이 올리브 열매를 놓고 두 사람이 다른 시각으로 인식한다. 플라톤은 모든 존재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는 올리브 열매의 이데아와 실제 오리브 열매가 어떤 관계인지를 탐구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금해 하는 것은 올리브 열매의 본질과 자연에서의 위상이다. 즉 플라톤은 모든 사물의 배후를 탐색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경험한 개별자의 본질에 주목한다.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1118년 어느 이른 아침, 사람들이 파리 골목길을 향하고 있었다. 간밤에 비명이 울려 퍼진 집에는 아벨라르가 거세된 채 방에 누워 있었다. 아벨라르는 당대의 유명인사들로부터 논리학과 변증법을 배운 탓에 이후 공개적 논쟁에서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승리했다.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그의 강의에 놀려들어 명성과 함께 부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는 스승을 노골적으로 비판함으로써 결국 대학에서 추방당해 파리로 돌아갔던 것이다.

 

1114년, 아벨라르가 도착한 파리는 인구가 3~4천 명 정도로 센 강의 중앙에 잇는 시테섬의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서 살고 있었다. 당시 성당에는 학교가 없어서 학생들은 아벨라르의 논리학 강의를 수강해야 했다. 1116년 어느 날, 아벨라르는 성당 주변에서 꽃다운 나이의 엘로이즈를 보게 되었는데,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즉각 신상을 수소문해서 그녀의 후견인인 삼촌 퓔베르의 집에 숙식을 요청했다. 그러자 퓔베르는 엘로이즈의 가정교사 노릇을 해달라며 쾌히 승락했다.

 

아벨라르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사냥감을 위협하거나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수학을 공부하거나 교회 성인들과 그리스, 로마 사상가들의 저서를 공부할 때 그는 이 젊은 여인을 맘대로 유혹했다. 그들은 책을 보는 대신 서로의 눈을 보았다. 곧 그들은 말을 주고받기보다는 키스를 더 많이 했다. 아벨라르의 손은 책장보다는 엘로이즈의 가슴에 더 자주 머물렀다. 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잠자리를 함께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애정 행각 장면을 목격한 퓔베르는 극도의 분노를 폭발하면서 아벨라르를 집에서 내쫓았다. 이때 엘로이즈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다. 1118년,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고향집에서 아들을 낳고 아벨라르의 여동생에게 양육을 맡겼다. 이후 아벨라르는 퓔베르를 설득해 비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와의 결혼을 원치 않았다. 결혼과 가족이 그의 학문에 방해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는 작은 예배당에서의 결혼식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비밀 유지를 어기고 풸베르가 결혼 사실을 퍼트리고 다녔다. 아벨라르는 퓔베르의 복수를 두려워했다. 결국 퓔베르는 친척들과 함께 잔인한 복수극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범죄에 동원된 하수인들은 시골에서 동물들을 상대로 거세를 연습까지 했다. 거사 당일 밤에 매수된 아벨라르의 하인이 하수인들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아벨라르는 이들에게 거세당하고 만다.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폴 고갱은 1882년 증시 붕괴 후 직장을 잃었다. 이때 그는 그림에 전념하는 기회로 잡았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넷, 나머지 인생을 온전히 예술에 바치기로 결심했다. 유부남이었던 그는 그림을 팔아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림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일감을 얻어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고집불통의 성격에 싸움이 잦아 일감을 구히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괴로워하지도,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고갱은 파리 미술계에서 테오를 알게 되어 그로부터 후원을 받았지만 1888년, 고갱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테오는 고갱에게 매월 한 점의 그림을 넘기고 아를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형과 함께 산다면 메월 150프랑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사실상 이 제안은 테오의 형 고흐의 아이디어였다. 어쩔 수 없이 고갱은 이를 수용했다.   


"이런 제기랄, 온통 노랑이야"

 

고갱이 고함을 쳤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나서다. 고흐는 태양의 강렬한 색과 하늘의 푸른색 등 자연의 색감을 좋아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노랑을 사용했다. 태양이 작렬하듯 노랗게 이글거리는 해바라기 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고갱은 화폭 여기저기에 노란색을 칠하는 고흐가 못마땅했다. 고흐가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은 고갱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둘은 늘 일상의 모든 것을 두고 다투었다. 싸우지 않으면 침묵하거나 각자의 작업으로 도피했다. 함께 동거한지 약 두 달이 경과한 12월 23일, 고흐는 미술상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쓴다. '내 생각에 고갱은 이 좋은 도시 아를도, 우리가 작업하는 노란 집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싫증이 난 것 같아' 라고.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다.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낸 고갱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흐를 어떻게 추억했을까? 자신의 오두막 앞에 노란색 해바라기를 심었다.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아서 밀러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영역에서 완벽을 추구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대표되는 아서 밀러는 미국 극작가이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배우 이브 몽땅, 존 F 케네디 등 유명인들과과 염문설을 뿌렸던 마릴린 먼로는 세계적인 섹시 심볼로 대변된다. 그런데, 이 둘이 5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책은 '완벽'이라는 키워드로 두 사람의 만남을 조명했다. 먼로가 주연을 맡았던 위대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15쌍의 역사적 만남

 

그 시대의 라이벌이자 친구, 연인, 혹은 소울 메이트로 연결되는 인물들은 앞서 소개한 빈세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말고도 여럿 있다. 책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와 매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등 그 이름도 쟁쟁한 총 15쌍의 역사적인 만남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들의 인물사를 통해 우리들은 무엇을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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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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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고, 다른 사람들과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인생은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운명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이러한 운명과의 싸움입니다. 이러한 싸움에서 우리는 좌절하면서 자신이 부딪힌 운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비해 너무나 가혹했고 인생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한탄할 수도 있습니다. 니체는 사람들에게 '그대의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할 것을 바라라'라고 외치며, 그런 운명과 투쟁하면서 장렬하게 죽을지언정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삶에 대하여 니체에게 묻는다 

 

이 책의 저자 박찬국은 서울대학교과 동 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학,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다. 2011년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로 제5회 '청송학술상', 2014년 <니체와 불교>로 제5회 '원효학술상', 2015년 <내재적 목적론>으로 제6회 '운제철학상', 2016년 논문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로 제6회 '반야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의 초판본인 <초인수업>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출간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 <니체와 하이데거> 등이 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작고한 장영희 작가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에 담긴 소설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감상한 글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는 귀절이 바로 니체 철학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다면서 니체가 생각하는 운명과 우리 자신 간의 바람직한 관계는 '사랑의 투쟁'이라는 말로 묘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랑의 투쟁이란 사람들이 서로 투쟁함으로써 서로를 고양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품게 되는 관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들은 가혹한 운명을 오히려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할 수도 있게 된다. 이때 비로소 우리들은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자신의 운명에게 한 것처럼 이렇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아, 나의 형제여, 나는 이제껏 너보다 아름답고, 강인하고, 고귀한 상대를 본 적이 없다. 자, 나를 죽여도 좋다. 누가 누구를 죽이든 이제 나는 상관없다"

 

 

 

 

니체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질문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

"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

"왜 인생이 자꾸만 허무하게 느껴질까?"

"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니체가 주창하는 정신은 고통과 험난한 운명을 자신의 고양과 강화를 위해 오히려 요청하는 패기에 찬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바로 니체가 말한 '초인초인의 정신'이다. 니체는 "초인이란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나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사람 간의 관계가 점점 각박해지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해 니체를 통해 해답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자.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안락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생존을 추구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많은 감각적 쾌락을 좇는 존재라고 보았다. 반면에, 니체는 인간은 짧게 그리고 험난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힘, 다시 말해 자신의 생명력이 고양되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본다.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장수와 안락한 삶이 아니라 힘의 고양과 증대라는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 힘이 증가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을 말한다"

 

이는 플라톤의 행복 5가지 조건과 닮아 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이들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의 생각보다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엇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할 때 청중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그렇다. 이 조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부족함'이다. 행복은 부족함에서 오듯이,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또한 안락한 삶이 아니다.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니체는 '인간의 정신은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사자의 정신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가는 것'으로 보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죽을 때가지 낙타나 사자의 정신 단계에 머무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니체가 말한 인간 정신 발달의 3단계는 이상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낙타는 황량한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아무런 불만도 없이 뚜벅뚜벅 나아가는 동물로,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인 셈이다. 그래서 니체가 말하는 낙타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 진리로 수용하고, 무조건 복종하는 정신을 뜻한다. 어릴 적의 우리들은 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이런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주입받는 교육을 받는다. 군말 없이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에 순종했다.

 

성장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삶의 허무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우리들은 낙타에서 사자로 돌변한다. 지금까지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 한 번도 않다가 갑자기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 허망함이 확대되면 '살아서 뭐 하나, 어차피 죽으면 끝나는 인생인데'라는 생각이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게 된다. 마침내 회색빛 인생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래서 무의미한 공부를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에 분노를 쏟아낸다.

 

니체는 '사자의 정신은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라고 얘기한다. 기존의 가치와 의미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니체를 이를 '허무주의(니힐리즘)'라고 명명했다.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는 가장 큰 고통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니체는 니힐리즘에 빠지는 게 우라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니힐리즘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정신의 단계를 '아이의 정신'이라고 니체는 말한다.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들이 재미있는 놀이에 빠지면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냥 이 놀이가 재미있어서 놀 뿐이다. 놀이의 재미가 사라질 때 비로소 '왜 이 놀이를 해야 하지?'라고 계속 놀이를 할지의 여부를 고민한다.

 

우리들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로 여겨지는 사람은 '이 놀이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삶이라는 놀이에 빠져서 그것을 즐길 뿐이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것은 삶이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때이다. 그때 우리는 삶을 무거운 짐으로 느끼면서 '왜 이 짐을 짊어져야 하지?'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부족함이라는 가혹한 시련은 자신을 단련시킨다

 

니체는 책이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로 전혀 유명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에 만족했고 그것을 긍정했다. 그는 설령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이 처한 운명적 상황을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니체는 심지어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야말로 자신의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경여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바로 니체의 운명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그는 직원 누군가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하늘의 세 가지 은혜를 입고 태어난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을 익혔다

허약하게 태어난 것~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부지런히 몸을 단련했다

못 배운 것~ 배우려고 한 덕분에 많은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었다

 

 

왜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가?

 

호메로스<일리아드>에서는 아킬레스가 자신의 동료를 죽였던 헥토르를 전차에 매달고 질주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슬인들은 이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승부욕에 불타는 사람들이었다. 니체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원래 야만적인 힘에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승부욕을 건설적인 경쟁심으로 승화시켜 고대 올림픽을 창시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협동과 협조는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경쟁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니체는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쟁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자신을 뛰어난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스포츠에서 동일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무한 경쟁을 도입하고 있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니체는 왜 신을 죽였나?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신을 죽인 자는 바로 우리다! 살하재들 중의 살해자인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위로할 것인가?"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야말로 니체가 남긴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니체의 이 말은 매우 역설적이다. 신이 인간과 달리 신일 수 있는 이유는 죽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이 죽었다'라는 니체의 말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상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것은 근대에 들어와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서양의 중세인들은 자신들에게 부딪힌 모든 문제들을 신에 의지하고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근대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힘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인간들이 겪는 고통은 보통 자연 또는 사회로부터 오는 것이다. 즉 폭우나 가뭄처럼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해, 전쟁이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고통처럼 말이다.

 

근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써 자연에서 비롯되는 재해를, 사회구조의 개혁으로써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극복하려 했다. 이렇게 자신들에게 부딪힌 문제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던 인간들의 노력은 많은 부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따라 인간들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 신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힘을 더욱 믿게 되었다.

 

 

연민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이젠 너무 들어서 듣는 것조차 짜증스러운 얘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누군가에 의해 자살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들의 주위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자살은 패배의 형태를 보인다. 인생의 고달픔에 좌절해서 '이렇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에 현실에서 죽음으로 도피하는 행동이다.

 

이런 자살은 용기가 아니라 나약함과 비겁함의 표현 아닐까? 삶의 고단함에 지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연민이다. 하지만 니체는 연민을 비판했다. 니체가 연민을 비판한 것은 그가 몰인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연민은 인간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연약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불쌍한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약하고 무력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연민을 받는 사람이 느끼고 있는 무력감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연민을 아무런 거부감없이 수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은 당연히 누구나 좌절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수용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노예가 되지 말라

 

이는 주체성에 관한 얘기다. 한국 사회는 특히 젊은 세대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즉 유치원 때부터 선행학습이나 영어 조기교육을 강요한다. 아이 때부터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공부라는 게 선한 효과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길들이는 과정에서 왜곡 내지는 병적인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삶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염증을 느끼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무한한 지원과 응원을 보내는 부모님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 강조한다. 우리들은 자신의 성격과 적성 그리고 환경 들을 고려해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에 합당한 시선에 맞추려는 노예가 되어선 안 된다. 즉 타인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항상 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고 남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니체는 이렇게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본다. 고대 노예제 사회를 생각해보라. 노예는 결코 자신을 평가할 수 없다. 오직 주인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노예의 지위로 하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라

 

니체의 시각에 따르면, 오늘날의 사회는 거대화되고 있는 반면,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들은 갈수록 점점 더 왜소화되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들은 사회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부품이 되는 대가로 안락한 삶과 향락을 즐길 수 있는 물자를 제공받는 셈이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 간다. 온갖 질병에 계속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사랑했던 니체, 그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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