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트렌드 2018
허건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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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무술년에는 독고다이 자영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고다이는 특공대特攻隊의 일본어 발음인 '돗코타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단체나 조직이 아닌 홀로 움직이는 사람을 일컬을 때 우리는 이 말을 쓴다. 이제 대한민국 자영업은 직원을 줄인 상태로 운영하는 '독고다이 자영업'이 되고 있다. 또한 무술년에는 생존 기술인 '무술武術'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특공대' 같은 자영업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 '머리말' 중에서

 

 

자영업자들이여, 독고다이 영업으로 전환하라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적 이슈였던 갑을관계의 해소를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한민국이 현재에 처한 경제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졸속한 선심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렇찮아도 어렵게 꾸려가던 영세한 자영업자들에게 철퇴를 내리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결국에는 최우선적으로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표만 남는 것이다.

 

편의점 사장은 아르바이트 인원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줄여서 지출되는 인건비를 최소화한다. 주유소 사장은 급유를 담당하던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아예 셀프 급유 방식으로 전환시키며, 식당은 손밈들이 붐비는 시간에만 시간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아예 집안 식구들을 총출동시켜 영업을 진행한다.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확대정책과는 영 반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해마다 출간하는 '자영업 트렌드' 시리즈의 집필에 참여하는 행복한가게연구소 소장인 허건 저자를 비롯, 총 6명의 전문가가 600만 자영업 사장들을 위한 성공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018년의 자영업 환경은 최저임금 인상 뿐만 아니라 금리의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필수적인 애로사항이 뒤따라 자영업 사장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가 물가의 상승분이 고스란히 재료비와 임대료 등에 반영됨으로 인해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반면에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경기 상황 탓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음에 따라 매출은 쉽게 증가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므로 영업을 지속할수록 오히려 영업손실의 발생과 이에따른 빚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이처럼 국내 경제와 자영업 환경이 점점 녹록하지 않게 전개됨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자영업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을 통해 최근 2년간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이런 결과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5년 8월에서 2017년 8월 사이에 전체 자영업자는 8만 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11만 명이나 증가한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4만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매장을 기반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 자영업은 매장내에서 쉼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일하는 직원이 효율작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동선動線을 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매장 내 직원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에 관해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인 맥도날드를 꼽을 수 있다.

 

 

맥도날드 창업주 형제는 텅 빈 테니스코트에서 바닥에 분필로 매장의 모습과 기구 배치들을 그려놓은 뒤 각 직원이 해당 위치에 서서 일하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동작을 해보도록 했다. 직원들의 동선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주방 기구들의 배치는 적절한지 계속적으로 테스트를 해 본 것이다. 잘못 배치된 공간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맞는 위치에 놓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산성을 높이는 과학적인 매장 운영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쉽게 장사하려고 프랜차이즈 회사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가맹본사(프랜차이저)가 가맹점주(프랜차이지)와의 계약을 통해 권한을 위임하는 대리 관계다. 한정된 자원으로 타인의 힘을 빌어 브랜드를 확장시키는 최적의 효율을 가진 수단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는 대부분 하나의 작은 가게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성공한 매장이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나아가는 순간부터는 오너보다는 직원들의 손때가 더 묻게 된다. 그리고 그 직원들은 회사를 대신하여 점주들과 소통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는 중요한 접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만병의 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한때 대만 왕카스테라 가맹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물론 초기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성업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폐업한 점포가 많다. 신뢰를 잃으면 영업의 영속성은 사라지고 만다.

 

 

작은 동네 빵집일지라도 대박 행진을 벌이는 가게가 있다. SBS TV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했던 홍미당이 그러하다. 2016년 10월에 오픈해서 2017년의 매출은 전년도 대비 약 600% 이상 상승했다. 매장의 규모도 14평 정도, 장사하는 시간도 불과 5시간도 채 안된다. 동교동에 위치한 이 가게가 대박 행진을 벌이자 수요가 생겨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과 압구정에 출점까지 했다.

 

 


성공의 배경엔 수제 버터가 효자였다고 한다. 빵 제조과정에 수작업이 많이 요구되므로 전종철 대표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최우선시했다. 즉 정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최대한 짧게 유지하며, 직원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한다. 또한 더 좋은 제품을 위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제조 방식 혹은 원재료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게 지원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홍미당의 다양하고, 질 좋은 빵을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적지만 다양한 빵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건강하고 정직한 빵집이라고 고객들에게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홍미당은 포화된 외식 시장에서 틈새와 차별화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매장인 셈이다.

 

 

브랜드는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젠 자영업 가게도 소셜미디어로 타깃 홍보와 함께 고객 관리를 한다. 동네의 작은 과일 가게가 연 매출 100억 원의 전국 과일 유통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서 떡을 만들던 청년이 매출 10억 원의 쇼핑몰 운영자가 되었다. 지방에서 양복점을 하던 62세의 자영업 아재가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유명한 이미지 컨설턴트가 되었고, 자동차 매매센터에서 중고차를 팔던 딜러가 도로교통부가 공인한 중고차 가격 조사 산정사가 되었다. 모든 것이 소셜미디어 덕분이다. 단순한 홍보 마케팅을 넘어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브랜드 구축이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 브랜딩의 시대가 도래했다.

 

 

모바일 또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이용하면 경비가 제법 든다. 하지만 현재 많이 이용하고 있는 구글 설문지는 경비가 들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그렇다. 구글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를 조사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부족하다. 자영업 사장이라면 조사를 넘어 미케팅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설문을 종이로 하는 방법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있을지 몰라도 효율과 효과가 떨어진다. 매장 테이블 한쪽에 종이 설문지를 비치해두고, 원하는 고객은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은 불평 가득한 손님의 한풀이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효과적으로 설문을 활용하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자영업에서도 모바일로 생생한 고객 목소리를 담고 모바일 설문 툴을 십분 활용해서 자영업 매장을 좀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프랜차이즈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가맹점들이 덩달아 매출에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했다. 가맹본부 오너의 부도덕한 행태 등이 밝혀지면 오너는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만, 문제는 사퇴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져서 억울하게도 가맹점 매출에 타격을 입는 점이다.

 

실제 미스터피자의 경우 폭행사건 이후에 전체 가맹점의 14% 정도가 폐점하는가 하면,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가맹점 매출이 최대 40%까지 떨어졌다. 현행 법에서는 가맹본부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한 가맹점의 손해 보상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정말로 억울한 것이다. 호식이방지법은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이미지를 믿고 창업한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 생각된다.

 

 

"컬쳐 300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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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환율의 비밀 - 원화는 왜 급등락을 거듭하는가?
최기억 지음 /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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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에 개방된 경제체제에서의 돈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중요한 축은 '환율'이다. 환율이 '돈'이라는 쉬운 개념 속에 포함된 것임에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이 두 개 돈의 '교환비율'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화폐를 바꿀 때 적용하는 데다, 고정된 게 아니라 24시간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환율은 살아 움직인다

 

돈의 교환비율이 개개인의 경제적 삶과 어떻게 비밀스럽게 연결되어 있는지, 교환비율의 작동엔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이다.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도 남 는 것은 오히려 빚 뿐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의식주 등의 생활물가는 뛰는 반면, 소득은 제자리이니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한국인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환율이라고 강조하는 이 책의 저자 최기억은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후 연합뉴스에 입사하여 1990년 시장평균환율제 출범 당시부터 서울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해온 외환, 채권, 금융 전문 기자다. 1995년 미국 시카고의 레프코 사에서 선물·옵션 분야를 연수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금융뉴스 및 금융정보 서비스인 연합인포맥스 출범에도 참여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팀장, 금융증권부장, 취재본부장, 이사를 거쳐 현재 연합인포맥스 금융공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재경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발전 심의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는 <초보자를 위한 알기 쉬운 환율가이드>, <금리, 채권지식이 돈이다>, <국제금융지식이 돈이다>, <부자들의 저녁식사>,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1/3> 등이 있다.

 

한국경제는 자원이라고는 오직 사람, 경제규모도 작으면서 대외에 완전 개방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보다는 외부여건에 의해 경제활동이 좌지우지된다고 봐야 한다. 내수시장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는 수출입, 특히 수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은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 모든 국가가 다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첫 번째 비밀~ 한국경제는 외부 요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핵심은 바로 환율이다. 모든 경제변수 중 환율이 제일 중요한 셈이다.

 

 

 

 

북한조차도 달러에 목숨을 건다

 

달러강세 현상이 생겼다. 왜 그럴가? 이는 미국의 정치적 안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에 있고,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을 훌륭하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미국 경제가 다소 침체되었을지라도 유럽국가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환비율, 즉 환율에 있어서 유리하게 먹고 들어간다.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경제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이에 따라 양국 통화의 교환비율도 수시로 변한다. 대체로 세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번째, 한국의 경제상황이 그대로인데 미국의 경제상황이 변하는 경우다. 두 번째, 반대로 미국의 경제상황은 불변인데 한국의 경제상황이 움직이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경제상황이 동시에 각자 같은 방향으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변하는 경우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교과서에서만 가능하며, 현실세계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 현실세계에서는 세 번째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미제 승냥이를 때려잡자고 그토록 외치는 북한조차도 미국달러 앞에선 기를 못 편다. 그래서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인다. 북한의 핵개발로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금융을 제재함으로써 달러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북한은 달러의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면 더 이상 핵개발을 진척시키기 어렵다. 정책적으로야 미국을 최상위 적국으로 분류하면서도 미국달러에 목을 매는 것도 바로 시장의 심리 탓이다.


두 번째 비밀~ 미국의 역대 정부가 시행한 경제정책도 환율이 핵심적인 변수였다. 그런데,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경제는 글로벌 달러 환율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이다.

 

 

화폐통합의 사례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화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폐가치의 변동이 한 국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주고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독일의 경우 통일 직후 서독 마르크화와 동독 마르크화의 1:1 화폐교환 비율의 결정도 그러했고, 브레튼우즈와 플라자합의 때의 환율결정도 그러했다.

 

독일이 통일할 때 서독과 동독의 마르크화 화폐통합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이는 현재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돈의 통일이 독일 통일에서 핵심이었다. 물론 동서독 마르크화의 전격적인 통합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전문가들도 남북한 통합에서는 화폐통합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 비밀~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은 언제든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크게 벗어나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선제공격이나 북한의 내부붕괴 현상이 발생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지금껏 박스권을 유지하던 환율(1,000원~1,200원대)이 크게 요동칠 게 분명하다. 이때 외국인들은 크게 한탕 할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달러와 금값의 역사

 

금값의 그래프를 보면 많은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즉 금은 달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달러가 승승장구한다면 금은 언제든지 다시 장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달라진다. 당연히 금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에게 그 지위를 빼앗겼지만, 인류 유전자에 새겨진 금에 대한 각인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체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의 위안화나 유로화가 이 슈퍼통화의 지위를 물려받지 못할 경우, 지구촌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는 지금으로서는 금 밖에 없다는 얘기다.

 


네 번째 비밀~주가와 환율, 이미 IMF 외환위기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이 덤으로 작용하는 한국 주식시장에 적극 개입해 큰 돈을 벌어갔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해당국의 환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중국 위안화가 미치는 영향


중국경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6년 기준으로 10년 전보다 3배로 커졌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 상승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크게 강화됐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오를 경우 한국은 2005년 1분기에는 약 0.1%포인트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0년이 지난 2015년 1분기에는 성장률 견인효과가 0.3% 포인트로 3배가 늘어났다.

 

반면에 미국은 2005년 1분기에는 0.25%포인트 상승효과를 가져왔으나, 2015년 1분기에는 0.1% 포인트로 효과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중국이 한국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밀~ 일본 엔화는 준기축총화이며, 우리들은 일본이 향유하는 권리를 먼발치에서 불구경하듯 쳐다봐야 한다. 



슈퍼통화의 출발


금값에 달러값을 고정시킬 때만 해도 최소한 화폐공급에 대한 정치가들의 양심과 도덕적 마지노선은 건재했다. 하지만 금태환제도 폐기선언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달러화는 미국이 마음대로 찍을 수도 있다는 슈퍼통화의 지위를 획득한다는 자기 선언이었다. 자국의 필요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화폐의 수량과 공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출발이었다.

 

물론 선언 직후에 달러를 마음대로 찍은 것은 아니지만, 이후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무후무한 '양적완화'라는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었다.

 


여섯 번째 비밀~ 미국 건국의 설립자들이 지폐에 최종 지불보증 책임에 신을 언급해 인쇄했다(IN GOD WE TRUST) 



훨씬 복잡해진 외환시장


세상이 더욱 복잡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날씨 뉴스가 서울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짚어보자. 지난 2003년 2월, 뉴욕과 위싱턴에 100년만에 큰 폭설이 왔다. 1.2미터의 폭설이 내렸는데, 폭설이 내린 미국의 주는 '재해지역'으로 선포되고 연방 방위군이 치안을 담당했다.

 

뉴욕시는 눈을 치우는데 2천만달러의 추가 경정 예산을 짜야 했다. 당시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CNN에 나와 울상을 짓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날씨로 인한 재해가 발생해 정부의 예산과 재정정책에 영향을 준 것이다. 당장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농업이 타격을 받는다. 또 여행업, 유통산업, 항공, 철도 운송, 호텔 숙박업 등의 산업에도 피해를 준다.


일곱 번째 비밀~ 미국 달러화가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기축통화로 군림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무력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국제무역에서 항상 일방적인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안정적인 환율과 국제수지 유지를 세계경제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이었지만, 유럽과 일본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관계로 끌고 간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상대적인 상호이익의 부합에 주력한 측면이 컸다.

 

그러다 1970년 닉슨의 금태환제도 포기 선언으로 이 체제가 무너졌다. 이때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은 금값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었다. 이후 환율정책은 개별 국가의 재량권에 맡기는가 싶더니 중국이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이제 환율문제는 국가 간의 분쟁대상이 되었다.


여덟 번째 비밀~ 해방 후 외화를 취급하는 업무는 권력자 또는 지배 엘리트층의 영역이었다. 달러 해외차관은 일부 권력자와 정책집행자의 전유물이었다. 이후 수출증가로 달러 사정이 풍족해졌음에도 외환관리의 풍토는 변하지 않았다. 현재 외국환의 취급은 은행만이 할 수 있다. 특히, 합리적 증빙 없이 내국인(법인)이 해외로 재산을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령화가 원화가치에 미치는 영향


노동인구 감소는 기업의 신규고용과 퇴직 등 생산관리에 큰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일할 젊은 사람이 없는데 성장이 담보될 리가 만무하니 실물경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골병든다. 처음에는 감속성장이 일상화되다가 차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시장의 변화로 금융산업 재편은 말할 것도 없다. 사회보장 및 복지정책도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연금납입자는 적은데 수혜자만 늘어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사회 안정성을 깨진다. 


2023년에는 1,400만 채가 빈집으로, 전체 가구의 20%를 차지하게 될것이라고 한다. 이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엔 현실이 되고 말 대한민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아홉 번째 비밀~ 달러-원 리얼타임 시세는 외환딜러만 볼 수 있다. 대기업조차도 늦거나 가산율(스프레드)가 붙은 시세를 볼 수 있다. 달러와 원화의 거래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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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3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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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갓 구운 빵 한 조각,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 한밤의 깊은 단잠, 이런 것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은 세상의 칭송도,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큰 기쁨'만 좇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범한 것을 폄하하는 낭만주의적 시각을 물려받아, 독특하거나 손에 넣기 어려운 것, 이국적이거나 낯선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즐거룸을 줄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서문' 중에서

 

 

작은 기쁨, 무시하지 말라

 

살다보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묘하게도 기쁨이라는 것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종잡을 수 없는 무언가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추구하는 삶은 방식은 제각각 다양하기 때문에 값비싼 것을 구입했거나 선물 받았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적은 비용으로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는 평범하고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소소한 즐거움이란 우리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나 기쁨의 양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사실 소소한 기쁨도 커다란 기쁨과 다르지 않다. 당연히 대접받아야 할 행복의 원천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크고 화려한 행복만 좇느라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52가지 작은 기쁨의 원천을 소개한다. 그저 사소하고 소박한, 그런 즐거움이다. 예컨대 고용한 어둠 속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달콤한 무화과의 맛, 아끼는 낡은 스웨터 등처럼 일상 속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작은 기쁨들이다.

 

책의 저자 THE SCHOOL OF LIFE는 현대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자기 이해, 연민, 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문화적?감성적 삶을 위한 중요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움과 위로와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을 출간하고 있다.

 

작가 알랭 드 보통과 그가 설립한 인생학교 팀은 1년이 52주이니까, 한 주에 하나씩 이 책을 통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각 순간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해서 결코 그 행복의 양이 적거나 보잘것없어서가 아니다. 무화과 맛보기, 갓 구운 빵 한 조각, 침대에 누워 이야기 나누기, 일요일 아침 등 우리 삶에 만족을 더해주는 평범한 것들이 그동안 세상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외면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소한 즐거움은 더 이상 소소하지 않으며 그 어떤 것보다 큰 감동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생선 가게

 

생선 가게에 가면 변화에 대한 소박한 계획을 마음속에 그려보게 된다. 생활에 여유가 좀 생기면 문턱이 닳도록 이곳을 찾아오겠다는 계획 말이다. 어떤 해산물 요리는 눈 감고도 할 만큼 능숙하게 차려내게 될 것이다. 생선 가게에 들어가면, 연어를 졸이고, 바닷가재 샐러드를 뒤적이고,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친구들을 초대해 부야베스(생선과 조개를 넣은 프랑스식 해산물 스튜-옮긴이)를 대접하는 자신의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하게 된다. 담백하고 영양 만점인 해산물 요리를 노상 만들어 먹고, 비리지만 매혹적인 생선 요리의 풍미에 푹 빠져 사는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한다.

 

 

깊은 밤 깨어 있는 시간

 

온 세상이 어둠에 잠긴 밤, 잠자리에 들었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고 눈만 멀뚱거린다. 하는 수 없이 잠자리에서 나와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클래식 명반을 틀거나, 고전 영화를 감상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자아와 대면하면서 깨어 있는 시간의 즐거움을 맛볼 때가 있다. 일상의 규칙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이미 꿈의 세계로 들어갔기에 이런 기쁨을 모를 것이다.

 

반면에 가끔씩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깊은 밤에도 아랑곳 않고 깨어 있으면서 의미있는 의식을 치르는 동안 그동안 잊고 지냇던 내면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해진다.

 

 

 

호텔 방에서 홀로 보내는 밤     

밤이면 밤마다 쉬이 잠들지 못하고 몇 주씩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지옥이다. 하지만 낯선 나라의 외로운 호텔방에서 겪는 불면증에는 치료약이 필요 없다. 그것은 약간의 괴로움을 동반하지만 영혼에 꼭 필요한 소중한 시간이다. 꼭 생각해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한 사색이 넝쿨처럼 뻗어나갈 기회를 얻는다. 당신은 고국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며, 30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멤버다. 이메일은 10분마다 수십 통씩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만큼은, 긴 복도 끝에 있는 작은 상자 안에 들어온 이 순간만큼은 그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돌볼 수 있다. 바로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무화과

 

무화과, 사실 생긴 모습은 별로다. 그렇지만 달콤한 묘한 맛이 있다. 빨간 속살을 입 속에 넣노라면 입안에서는 오독오독 씹히는 묘한 질감이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과일이다. 나는 오래전 여름 휴가 때 전라도 사찰 여행에 나섰다가 꽉 막힌 도로에서 상인이 권하길래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이 과일은 태곳적에 팔레스타인이나 시칠리아에서 번성했고, 그 지역 민족들의 우화에 단돌로 등장했다고 한다. 

 

퍽 묘한 일이다.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만나는 일을 그저 우연에 맡긴다. 게다가 즐길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다른 것이 우리를 방해하기 일쑤다. 앞에 있는 사람과 나누던 대화가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하고, 아기 침대에 누워 있던 어린 조카가 앙앙 울어대기 시작한다. 혹은 다른 음식과의 조합이 영 꽝이다(옆에 있는 진하디 진한 초콜릿이 무조건 이긴다. 무화과랑은 게임이 안 된다).

 

 

 

어둠 속에 누워 함께 나누는 대화

 

밤이 길다는 동짓날 밤, 전기가 귀한 산골 집은 칠흙같이 어둡다. 이 어둠 속에서는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도 상대방의 코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어둠은 나와 상대방과의 간격을 오히려 더 좁혀준다. 불이 모두 꺼진 캄캄한 어둠은 우리들의 원초적인 불안감을 잠재워준다. 어둠 속의 대화는 차단과 은둔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든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는 술꾼이다. 버려진 커다란 술통을 집으로 삼아 아테네 길거리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는 혼자 있을 때 기꺼이 하는 행동이라면 사람들이 많은 공공 장소에서도 떳떳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이 잇다.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이 인간에게 커다란 해방감과 자유를 선사한다는 사실 말이다.

 

어둠 속에서 친밀한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서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 할 만하다. 그 순간 우리는 홀로 있을 때와 동일한 해방감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옆에 누워 있는 이의 엉더이나 허벅지를 만져본다. 두 사람의 발가락이 마주 닿는다. 엉뚱한 상상은 금물이다. 지금 이 순간은 성적 욕구가 배제된 몸짓이다. 섹스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오래된 스웨터

 

낡은 스웨터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라 노년으로 향하는 길을 우리들에게 상기시켜주는 물건이다. 이는 어떤 대상에서 처음의 매력이 점차 없어지면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식고 정이 떨어지는 경향과 정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즉 낡은 스웨터에 관한 한, 우리의 애정은 시간이 갈수록 조용히 쌓여만 간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 안에는 이 낡은 스웨터처럼 소중함을 인정박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오래된 스웨터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누군가가 우리의 낡고 보기 흉해진 몸과 괴팍해진 성격을 용서해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모습 때문에 사랑해주기를 소망한다. 낡은 스웨터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움이 나에게도 물들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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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 로버트 무어는 저널리스트로 <뉴욕 매거진>을 포함한 여러 잡지에 기고해 오면서, 환경 저널리즘 부문 미들베리 장학금을, 그리고 비소설 부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은 '길의 기원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 등의 기록함으로써 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로 뽑힐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길은 그 위를 걸음으로써 만들어진다"

- 장자

 

2009년, 3,200킬로미터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쉬지 않고 종주하는 스루하이킹에 나선 저자는 5개월에 걸쳐 트레일을 걸으며 길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7년에 걸쳐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완전히 새로운 맥락의 트레일 대장정을 시작, 그 길에서 깨달은 길의 의미와 본질을 역사, 문화, 과학, 철학 등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들려준다.

미국 메인 주에서 시작해 뉴펀들랜드 섬,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개발에 참여하고 그 길을 하이킹하는 과정에서 19세기 들어 도시인의 안식처로 시작된 하이킹 트레일이 어떤 역사를 거쳐 슈퍼트레일로 진화하고 있는지, 그것이 인터넷망 같은 새로운 길이나 현대인의 사고의 길과 어떤 면에서 닮아 있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생흔학자(생물체의 흔적을 연구하는 학자), 곤충학자, 역사학자, 언어학자, 트레일 건설자, 사냥꾼, 목동, 오지 원주민, 스루하이커 등 수많은 길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의 조언과 지혜를 구하고 생명, 철학, 문학, 과학, 역사 등 방대한 분야의 자료를 아우르며 다양한 배경과 관점에서 파헤친 길의 총체적인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장시간에 걸쳐 걸으면서 연구한 결과물을 담고 있다. 지구의 선캄브리아대에서부터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르기까지 트레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제1장(길의 기원을 찾아서)은 지구상의 가장 로래된 화석 트레일을 살피며 동물들이 이동을 시작한 이유를 탐구하며, 제2장(맛, 냄새, 그리고 집단지성의 길)은 건충무리가 그들의 집단지성을 극대화하고자 어떻게 트레일 네트워크를 만드는지 조사한다.

 

제3장(길들여자는 동물, 가축, 야생동물에게서 배운 것들)은 코끼리, 양, 가젤 등 포유류의 트레일을 따라가며 이 동물들이 어떻게 길을 찾아가는지 연구하고, 제4장(인생과 역사와 이야기가 얽히는 길)은 고대 인류 사회가 길의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그들의 지형을 연결했는지 살펴보고, 제5장(걷는 자들을 위한 길)은 애팔래치아 트레일, 이와 비슷한 다른 현대 하이킹 트레일이 구불구불한 기원을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제6장(길이 다시 야생 숲이 될 때:정보망과 국제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메인 주에서부터 모로코까지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긴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가며 트레일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현대식 교통 체계와 통신망을 만들고 나아가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우리 모두를 어떻게 하나로 연결해 주는지를 살펴본다.

 

 

 

 

'개미의 길'은 영리하다

 

책은 다양한 종류의 길에 대한 연구들을 다룬다. 특히 개미의 길은 너무나 영리해서 지금까지도 우리 우간들에게 영감을 주는 길로 받아들이며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즉 한 개체로 보면 개미는 보잘것 없지만, 무리로 뭉치면 엄청난 효율과 영리함을 보인다. 상향식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비결은 개미들이 길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단순한 피드백 규칙에 있다.

 

개미들은 먹이를 구해 돌아오는 길에 '페로몬'을 남기는데, 먹이의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페로몬을 남긴다. 그리고 나머지 개미들이 그 길을 따라가며 돌아오면서 더 많은, 신선한 페로몬을 남긴다. 이처럼 먹이가 많을수록 개미가 더 많이 지나가게 되고, 길은 더 개선된 방향으로 미세조정 되어 먹이와 개미집 사이에 점점 더 곧은 길이 형성된다. 반면 먹이가 줄어들면 페로몬은 점점 약해지고 휘발되어, 그 길을 따르는 개미가 줄어들고, 길은 결국 사라지게 된다.

 

이런 최적의 길을 만드는 데는 현장감독도 지도자도 필요 없다. 개체들이 직접 만나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환경 속에 누적된 신호에 따라 반응하는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된다. 이런 협업 메커니즘을 '스티그머지stigmergy'라고 한다. 스티그머지에 따라 수많은 초기 경로가 탐사된 후 최적 경로는 증폭되는 반면 효율이 떨어지는 나머지 경로는 쇠퇴하는 것이 개미 군집 알고리즘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알고리즘은 영국의 전자통신 네트워크 개선, 효율적인 운송 경로 설계, 경제 데이터 분류, 재난 구호물자 공급 과정 개선, 공장에서의 과제 일정 편성 등에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무어는 개미들이 활용하는 이러한 단순한 규칙 알고리즘이 무인자동차 시대에 응용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서

 

화석은 오래된 생명체의 흔적이다. 저자는 생명체 최초의 길(움직임의 자취)을 찾아 뉴펀들랜드섬에 가서, 5억 6500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의 생명체가 남긴 흔적을 살펴본다. 이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이 화석을 발견한 옥스퍼드대 생흔학자와 함께 동행했다. 생물체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는 이 학자는 해저에 이 고대 생물이 길을 남긴 이유를 설명해준다.

 

힘들여 해저를 움직이며 길을 남긴 이유는 '말미잘처럼 단단한 곳에 붙어 지내다가 바닷물에 휩쓸리게 되자 다시 안정적인 자리를 찾아 움직였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무어가 처음에 가정했던 것처럼, 태초의 생명체가 길을 낸 이유는 먹이, 섹스, 위험 등이 아니라, '안정'의 욕구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저자 자신이 뉴펀들랜드 섬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매달릴 수 있는 익숙한 무언가를 찾길 간절히 바라던 경험을 상기한다. 나무의 고정성을 포기하고, 기꺼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 생명체가 길을 낸 근원적인 이유, 그토록 오래 자연을 떠돌던 자신의 행보가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제 집으로 돌아가고픈 욕망, '안정성'에 대한 욕망일 수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의 길

 

코끼리는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해 최근에 비가 내린 땅을 정확하게 찾아가기도 하고, 경사가 낮은 길을 찾아내고, 샛강에서는 수면이 얕은 곳을 용케 찾아 건너기도 한다. 이른바 '길 만들기 선수'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끼리는 몸 자체가 길을 만드는 데 특화돼 있다. 놀라운 청각과 후각이 먹이를 찾아가는 데 유용하고, 넓은 어깨로 덤불숲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엄청난 체중 때문에 평지에서 1미터를 갈 때보다 수직으로 1미터 올라갈 때 25배나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므로 이동시 어떻게 해서든 경사가 낮은 길을 찾아내려고 한다. 


기억력도 비상하다. 이동할 때 암컷 우두머리가 풀밭과 물웅덩이 위치를 기억하는 역할을 맡는데, 이동이 반복되면서 어린 코끼리들에게 이런 경로가 전수된다. 하지만 이젠 그동안 대대로 이어지던 코끼리의 이동경로, 미네랄과 물, 먹이가 있는 곳을 찾는 그들의 생명선은 무분별한 벌채와 개발로 인해 끊어지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길


지금까지 인간들은 다른 누군가의 길을 착취하며 그들의 삶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을 되풀이 해왔다. 저자는 체로키족 레저베이션에서 이들의 트레일을 하이킹하며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간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효율적인 길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리고 15~16세기에 유럽인들이 왔을 때 원주민들은 이들에게 호의적인 길잡이가 되어 복잡한 지형의 네트워크를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 측량사, 선교사, 농부, 군인 등이 이동했고 불행하게도 더불어 질병도 흘러왔다. 


엄청난 수의 외국인들이 몰려왔을 때, 정작 쫓겨난 사람은 그 땅을 수천 년간 길들인 원주민이었다. 원주민 강제이주령으로 1만 6천 명의 체로키족이 추방당했고, 그중 다수는 1,600킬로미터에 이르는 험난한 길(눈물의 길)을 걸어가다가 4분의 1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모든 역사와 문화를 구전으로 남기던 인디언 원주민들에게 '자연의 지형과 길'은 비록 죽더라도 영원히 남는 무대였다. 그러나 자연보다는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졌던 유럽 이주민들은 원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방식으로 모든 환경을 재단하고 말았다.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


무어는 하이킹을 하면서 자신의 발은 물집과 굳은살로 박히고, 다리는 온갖 흉터로 뒤덮힌다. 또한 자신의 몸에 비축된 지방질과 근육 덩어리는 수척해 말라비틀어지는 경험을 한다. "한두 곳은 늘 유지보수를 애걸하는 몸"으로 변해간다. 고된 몸이지만 상당한 거리를 주파한 날에는 상쾌함을 느끼고, 아름다운 자연미와 숨어있는 지혜에 감탄했다. 반면에 걸어도 걸어도 같은 자리를 맴돌며 길을 잃게 만드는 숲에서는 불가사의한 경외감을 느꼈다.


미국, 아이슬란드, 모로코까지 대륙을 넘어 이어지는 19,300킬로미터의 국제애팔래치아트레일을 직접 걸으며 하이킹의 의미를 고찰해본다. 이처럼 길고 복잡한 길은 그 어떤 곳이든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모든 이들과 연결하고픈 현대인의 욕망을 담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노드와 커넥터로 이어지는 인터넷의 길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이킹 트레일은 복잡한 삶을 벗어나 단순함을 선사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었고, 인터넷은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다루려고 하는 게 그 주된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이 점점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슈퍼트레일은 그 자체로 반드시 안내가 필요한 복잡한 미로가 되어 버렸고, 인터넷 또한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얽히고설킨 길이 되고 말았다. 출발은 단순함이었지만 결말은 복잡함으로 바뀐 모양이다.



길, 미래를 보존하려는 인류 공동체의 열망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대혼란의 들판을 방황하지만, 아무런 희망 없이 길을 잃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앞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모든 길, 이야기, 실험,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지구상의 모든 종류의 트레일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더 좋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유연한 방식으로 지혜를 나누고, 그것을 미래를 위해 보존하려는 인류 공동체의 거대한 열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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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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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과 불행 중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그 익숙한 불행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상담을 찾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을 통한 변화도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변화시킬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또한 나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저항을 수반한다.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마찰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은 넘어지기 쉽고 새로 익한 발걸음은 종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하는 마음 여행

 

저자 강현식(누다심)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람이 알고 싶어서, 사람을 돕고 싶어서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리학과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편하게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자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으며,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스테디셀러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심리학의 기초를 전달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아빠양육>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 역시 심리상담에 관한 내용이다. 즉 마음의 그림자를 지닌 세 명의 주인공(은주, 석영, 지선)이 치유와 변화를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상담의 방법과 절차, 제대로 된 심리상담가 찾기, 비용의 문제, 세간의 오해와 편견 등 독자들이 그간 궁금하고 불안했던 점들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특히 서늘한여름밤이 그린 열세 편의 그림일기는 '심리상담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받는 게 아닌지', '이런다고 내 삶이 바뀔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괜찮다', '함께 견뎌줄 테니, 당신이 행복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등으로 위로해준다.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의 윤리와 원칙, 내담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가를 꿈꾸는 심리학도들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은주~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 괴팍한 상사와 마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석영~사회학 전공 학생,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다

지선~미술 학원 강사, 중학생 때 남학생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남자가 불편하다

 

 

심리상담, 미친 사람이 받는다고?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자신의 마음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거다. 대부분 힘겨운 외부 환경과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혀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남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자신이 심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개선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심리상담센터라고 해서 뭐 특별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 동네 병원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른 것이라면 진료실 대신에 상담실이 있다는 거다. 병원처럼 안내데스크와 대기실도 있다. 병원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질문을 주고받는 등 다소 위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쉽게 말하자면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다.

 

그러나 상담실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담자가 개인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담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책상에는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내담자來談者'를 위해 마련된 화장지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교사와 학생, 혹은 의사와 환자와 달리 친구나 동반자처럼 평등한 관계를 추구한다. 평등하다는 것은 권리의 측면이 아니라 마음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즉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돼야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위로 또는 변화

 

심리상담의 목적은 위로와 변화이다. 그렇다고 상담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마법의 알약은 아니다. 주인공인 은주도 위로를 받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대부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는 게, 그것도 상담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부담스럽기도 해서 방문을 꺼려 한다. 사실 은주도 그랬다. 그렇지만 누구나 살면서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 저신이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바로 선택에 달려 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이다.

 

 

주변의 시선

 

심리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담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상담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믿어질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질문이 상담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심리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말로만 하는 위로보다 진심이 담긴 솔직함이  

심리상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진행한다. 개인상담 기준으로 보통 50분간 진행되며 상담자의 상태나 내담자의 기분에 따라 바뀌면 안 된다. 장소도 부득이하게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가급적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한다. 석영의 경우, 싱담시간이 상담자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늦었다. 상담비도 회당 2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석영은 고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는 먼 곳에서 직장을 다닌다고 이미 독립한 상태였다. 수능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겨 힘들게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 결국 독립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기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 장기 휴학을 신청하고 아예 취직했다가 회식날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렇게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고 착각에 불과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당시엔 앞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제대로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자라면 이런 경험을 한 내담자에게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비난을 멈추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석영이가 만난 사기꾼 상담가는 석영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석영이는 혹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상담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상담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연히 그는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졌다.

 

 

심리상담 목표 설정 

"정말 제 잘못이 아니라면 내면에서 '네 잘못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상담을 잘 받게 되면 그때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만남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삼키는 말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오늘은 저와 한 팀이 되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셔야 하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 검사자가 남자 선생님이라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심리상담이든 심리검사든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고 편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동성을 선호하는 반면, 동성보다는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음 심리상담이나 심리검사를 신청할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심리검사를 받으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심리검사는 수검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합심리검사는 자신이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리상담 기록이 나중에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상 이와같은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길 주저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IMF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정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손 가정이 생겨남에 따라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이전보다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사례가 무척 많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지금도 스스로 심리상담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감히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인 셈이다. 또한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므로 심리상담에 관한 모든 것을 미리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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