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환율의 비밀 - 원화는 왜 급등락을 거듭하는가?
최기억 지음 /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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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에 개방된 경제체제에서의 돈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중요한 축은 '환율'이다. 환율이 '돈'이라는 쉬운 개념 속에 포함된 것임에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이 두 개 돈의 '교환비율'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화폐를 바꿀 때 적용하는 데다, 고정된 게 아니라 24시간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환율은 살아 움직인다

 

돈의 교환비율이 개개인의 경제적 삶과 어떻게 비밀스럽게 연결되어 있는지, 교환비율의 작동엔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이다. 일개미처럼 열심히 일을 해도 남 는 것은 오히려 빚 뿐이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의식주 등의 생활물가는 뛰는 반면, 소득은 제자리이니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한국인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바로 환율이라고 강조하는 이 책의 저자 최기억은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후 연합뉴스에 입사하여 1990년 시장평균환율제 출범 당시부터 서울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해온 외환, 채권, 금융 전문 기자다. 1995년 미국 시카고의 레프코 사에서 선물·옵션 분야를 연수했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환·채권시장을 취재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금융뉴스 및 금융정보 서비스인 연합인포맥스 출범에도 참여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팀장, 금융증권부장, 취재본부장, 이사를 거쳐 현재 연합인포맥스 금융공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재경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발전 심의위원회 위원이다. 저서로는 <초보자를 위한 알기 쉬운 환율가이드>, <금리, 채권지식이 돈이다>, <국제금융지식이 돈이다>, <부자들의 저녁식사>,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1/3> 등이 있다.

 

한국경제는 자원이라고는 오직 사람, 경제규모도 작으면서 대외에 완전 개방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보다는 외부여건에 의해 경제활동이 좌지우지된다고 봐야 한다. 내수시장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는 수출입, 특히 수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은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 모든 국가가 다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첫 번째 비밀~ 한국경제는 외부 요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핵심은 바로 환율이다. 모든 경제변수 중 환율이 제일 중요한 셈이다.

 

 

 

 

북한조차도 달러에 목숨을 건다

 

달러강세 현상이 생겼다. 왜 그럴가? 이는 미국의 정치적 안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에 있고,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을 훌륭하게 억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미국 경제가 다소 침체되었을지라도 유럽국가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환비율, 즉 환율에 있어서 유리하게 먹고 들어간다.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경제상황은 수시로 변한다. 이에 따라 양국 통화의 교환비율도 수시로 변한다. 대체로 세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 번째, 한국의 경제상황이 그대로인데 미국의 경제상황이 변하는 경우다. 두 번째, 반대로 미국의 경제상황은 불변인데 한국의 경제상황이 움직이는 경우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국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경제상황이 동시에 각자 같은 방향으로, 또는 반대 방향으로 변하는 경우다. 이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교과서에서만 가능하며, 현실세계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 현실세계에서는 세 번째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미제 승냥이를 때려잡자고 그토록 외치는 북한조차도 미국달러 앞에선 기를 못 편다. 그래서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인다. 북한의 핵개발로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금융을 제재함으로써 달러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북한은 달러의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면 더 이상 핵개발을 진척시키기 어렵다. 정책적으로야 미국을 최상위 적국으로 분류하면서도 미국달러에 목을 매는 것도 바로 시장의 심리 탓이다.


두 번째 비밀~ 미국의 역대 정부가 시행한 경제정책도 환율이 핵심적인 변수였다. 그런데,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경제는 글로벌 달러 환율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점이다.

 

 

화폐통합의 사례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화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폐가치의 변동이 한 국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주고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독일의 경우 통일 직후 서독 마르크화와 동독 마르크화의 1:1 화폐교환 비율의 결정도 그러했고, 브레튼우즈와 플라자합의 때의 환율결정도 그러했다.

 

독일이 통일할 때 서독과 동독의 마르크화 화폐통합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이는 현재 남북으로 분단된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돈의 통일이 독일 통일에서 핵심이었다. 물론 동서독 마르크화의 전격적인 통합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전문가들도 남북한 통합에서는 화폐통합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 비밀~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은 언제든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크게 벗어나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선제공격이나 북한의 내부붕괴 현상이 발생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지금껏 박스권을 유지하던 환율(1,000원~1,200원대)이 크게 요동칠 게 분명하다. 이때 외국인들은 크게 한탕 할 수 있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달러와 금값의 역사

 

금값의 그래프를 보면 많은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즉 금은 달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달러가 승승장구한다면 금은 언제든지 다시 장롱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반대의 경우라면 달라진다. 당연히 금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달러에게 그 지위를 빼앗겼지만, 인류 유전자에 새겨진 금에 대한 각인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달러체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중국의 위안화나 유로화가 이 슈퍼통화의 지위를 물려받지 못할 경우, 지구촌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는 지금으로서는 금 밖에 없다는 얘기다.

 


네 번째 비밀~주가와 환율, 이미 IMF 외환위기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이 덤으로 작용하는 한국 주식시장에 적극 개입해 큰 돈을 벌어갔다. 이처럼 외국인들은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해당국의 환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중국 위안화가 미치는 영향


중국경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6년 기준으로 10년 전보다 3배로 커졌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 상승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크게 강화됐다. 중국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오를 경우 한국은 2005년 1분기에는 약 0.1%포인트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0년이 지난 2015년 1분기에는 성장률 견인효과가 0.3% 포인트로 3배가 늘어났다.

 

반면에 미국은 2005년 1분기에는 0.25%포인트 상승효과를 가져왔으나, 2015년 1분기에는 0.1% 포인트로 효과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중국이 한국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해, 주요 국가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 비밀~ 일본 엔화는 준기축총화이며, 우리들은 일본이 향유하는 권리를 먼발치에서 불구경하듯 쳐다봐야 한다. 



슈퍼통화의 출발


금값에 달러값을 고정시킬 때만 해도 최소한 화폐공급에 대한 정치가들의 양심과 도덕적 마지노선은 건재했다. 하지만 금태환제도 폐기선언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달러화는 미국이 마음대로 찍을 수도 있다는 슈퍼통화의 지위를 획득한다는 자기 선언이었다. 자국의 필요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화폐의 수량과 공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출발이었다.

 

물론 선언 직후에 달러를 마음대로 찍은 것은 아니지만, 이후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무후무한 '양적완화'라는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었다.

 


여섯 번째 비밀~ 미국 건국의 설립자들이 지폐에 최종 지불보증 책임에 신을 언급해 인쇄했다(IN GOD WE TRUST) 



훨씬 복잡해진 외환시장


세상이 더욱 복잡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날씨 뉴스가 서울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짚어보자. 지난 2003년 2월, 뉴욕과 위싱턴에 100년만에 큰 폭설이 왔다. 1.2미터의 폭설이 내렸는데, 폭설이 내린 미국의 주는 '재해지역'으로 선포되고 연방 방위군이 치안을 담당했다.

 

뉴욕시는 눈을 치우는데 2천만달러의 추가 경정 예산을 짜야 했다. 당시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CNN에 나와 울상을 짓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날씨로 인한 재해가 발생해 정부의 예산과 재정정책에 영향을 준 것이다. 당장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농업이 타격을 받는다. 또 여행업, 유통산업, 항공, 철도 운송, 호텔 숙박업 등의 산업에도 피해를 준다.


일곱 번째 비밀~ 미국 달러화가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기축통화로 군림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무력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국제무역에서 항상 일방적인 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안정적인 환율과 국제수지 유지를 세계경제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이었지만, 유럽과 일본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관계로 끌고 간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상대적인 상호이익의 부합에 주력한 측면이 컸다.

 

그러다 1970년 닉슨의 금태환제도 포기 선언으로 이 체제가 무너졌다. 이때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은 금값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는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었다. 이후 환율정책은 개별 국가의 재량권에 맡기는가 싶더니 중국이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이제 환율문제는 국가 간의 분쟁대상이 되었다.


여덟 번째 비밀~ 해방 후 외화를 취급하는 업무는 권력자 또는 지배 엘리트층의 영역이었다. 달러 해외차관은 일부 권력자와 정책집행자의 전유물이었다. 이후 수출증가로 달러 사정이 풍족해졌음에도 외환관리의 풍토는 변하지 않았다. 현재 외국환의 취급은 은행만이 할 수 있다. 특히, 합리적 증빙 없이 내국인(법인)이 해외로 재산을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령화가 원화가치에 미치는 영향


노동인구 감소는 기업의 신규고용과 퇴직 등 생산관리에 큰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일할 젊은 사람이 없는데 성장이 담보될 리가 만무하니 실물경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골병든다. 처음에는 감속성장이 일상화되다가 차츰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시장의 변화로 금융산업 재편은 말할 것도 없다. 사회보장 및 복지정책도 대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 연금납입자는 적은데 수혜자만 늘어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사회 안정성을 깨진다. 


2023년에는 1,400만 채가 빈집으로, 전체 가구의 20%를 차지하게 될것이라고 한다. 이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엔 현실이 되고 말 대한민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아홉 번째 비밀~ 달러-원 리얼타임 시세는 외환딜러만 볼 수 있다. 대기업조차도 늦거나 가산율(스프레드)가 붙은 시세를 볼 수 있다. 달러와 원화의 거래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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