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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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과 불행 중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그 익숙한 불행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졌을 때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상담을 찾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을 통한 변화도 언제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변화시킬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또한 나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저항을 수반한다.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그 마찰을 견디는 사람들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은 넘어지기 쉽고 새로 익한 발걸음은 종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하는 마음 여행

 

저자 강현식(누다심)은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람이 알고 싶어서, 사람을 돕고 싶어서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심리학과 심리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편하게 심리상담을 받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의 벽을 깨뜨리고자 심리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으며, 심리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스테디셀러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심리학의 기초를 전달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아빠양육>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 역시 심리상담에 관한 내용이다. 즉 마음의 그림자를 지닌 세 명의 주인공(은주, 석영, 지선)이 치유와 변화를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심리상담의 방법과 절차, 제대로 된 심리상담가 찾기, 비용의 문제, 세간의 오해와 편견 등 독자들이 그간 궁금하고 불안했던 점들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특히 서늘한여름밤이 그린 열세 편의 그림일기는 '심리상담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만 받는 게 아닌지', '이런다고 내 삶이 바뀔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누구나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괜찮다', '함께 견뎌줄 테니, 당신이 행복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등으로 위로해준다. 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의 윤리와 원칙, 내담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에 심리상담가를 꿈꾸는 심리학도들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은주~중소기업 인사팀에 근무, 괴팍한 상사와 마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석영~사회학 전공 학생, 복학 전 취업한 직장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다

지선~미술 학원 강사, 중학생 때 남학생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경험, 남자가 불편하다

 

 

심리상담, 미친 사람이 받는다고?

 

누구나 은주처럼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외부 환경이나 자신의 마음 중 하나가 문제이기 때문은 아닐 거다. 대부분 힘겨운 외부 환경과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부딪혀서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비슷한 처지의 남들보다 유독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히 자신이 심약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 때문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그냥 방치해둔 채 환경만 개선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마음의 취약한 부분이 그대로 있는 한 힘든 일은 또 다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문가를 찾아가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심리상담센터라고 해서 뭐 특별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 동네 병원과 비슷한 분위기다. 다른 것이라면 진료실 대신에 상담실이 있다는 거다. 병원처럼 안내데스크와 대기실도 있다. 병원의 의사는 일방적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와 질문을 주고받는 등 다소 위압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쉽게 말하자면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다.

 

그러나 상담실은 분위기가 다르다. 상담자가 개인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상담할 때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책상에는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내담자來談者'를 위해 마련된 화장지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교사와 학생, 혹은 의사와 환자와 달리 친구나 동반자처럼 평등한 관계를 추구한다. 평등하다는 것은 권리의 측면이 아니라 마음의 측면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주고받아야, 즉 원활한 쌍방향 소통이 돼야 상담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위로 또는 변화

 

심리상담의 목적은 위로와 변화이다. 그렇다고 상담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마법의 알약은 아니다. 주인공인 은주도 위로를 받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대부분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위로를 받는 게, 그것도 상담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부담스럽기도 해서 방문을 꺼려 한다. 사실 은주도 그랬다. 그렇지만 누구나 살면서 변화는 계속 일어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 저신이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바로 선택에 달려 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이다.

 

 

주변의 시선

 

심리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상담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질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상담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 믿어질 때까지 물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고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담자들은 종종 자신의 질문이 상담자에게 무례하게 느껴질까 봐 망설이는데, 심리상담은 어디까지나 내담자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에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말로만 하는 위로보다 진심이 담긴 솔직함이  

심리상담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진행한다. 개인상담 기준으로 보통 50분간 진행되며 상담자의 상태나 내담자의 기분에 따라 바뀌면 안 된다. 장소도 부득이하게 카페 같은 곳에서도 이루어지지만, 가급적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이어야 한다. 석영의 경우, 싱담시간이 상담자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늦었다. 상담비도 회당 20만원으로 너무 비쌌다.

 

석영은 고교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은 언니와 오빠는 먼 곳에서 직장을 다닌다고 이미 독립한 상태였다. 수능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겨 힘들게 대학에 입학했으나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 결국 독립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기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좋은 일자리가 생겨 장기 휴학을 신청하고 아예 취직했다가 회식날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렇게 했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수 있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자기비난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결코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고 착각에 불과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당시엔 앞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이므로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    

 

제대로 심리상담 훈련을 받은 상담자라면 이런 경험을 한 내담자에게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비난을 멈추라고 말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석영이가 만난 사기꾼 상담가는 석영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석영이는 혹시 자신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상담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상담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당연히 그는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졌다.

 

 

심리상담 목표 설정 

"정말 제 잘못이 아니라면 내면에서 '네 잘못이야'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상담을 잘 받게 되면 그때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요?"


우리는 힘든 일을 겪으면 그 일을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기억 자체를 지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런 작용을 하는 약물이나 수술법이 개발된다면 몰라도, 대화로 풀어가는 심리상담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심리상담을 통해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 사건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드러내다 보면 나중에 그 사건을 떠올렸을 때 이전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만남

 

"심리상담센터는 보통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삼키는 말도 얼마든지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오늘은 저와 한 팀이 되어서 심리검사를 진행하셔야 하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드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지선이는 그 말을 듣고 용기 내 검사자가 남자 선생님이라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심리상담이든 심리검사든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고 편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서 상대방의 성별이 중요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동성을 선호하는 반면, 동성보다는 이성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음 심리상담이나 심리검사를 신청할 때,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심리검사를 받으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심리검사는 수검자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합심리검사는 자신이 모호하게 알던 부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을 두드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개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리상담 기록이 나중에 자신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 사실상 이와같은 편견 때문에 사람들은 심리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길 주저한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IMF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정이 경제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손 가정이 생겨남에 따라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이전보다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 사례가 무척 많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하는 것 같다. 지금도 스스로 심리상담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감히 문을 두드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인 셈이다. 또한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므로 심리상담에 관한 모든 것을 미리 배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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