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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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상당히 긴 편이라서, 부르기 편하게 줄여서 <직지>라고 한다. 이 책은 고려 말에 국사를 지냈던 백운 스님이 선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이다. 책은 원래 상하 두 권이었는데 현재는 하권만 남아 있고 그것도 첫 장은 없어진 상태이다.

 

<직지>는 1377년에 인쇄되었으니, 1455년에 인쇄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구텐베르크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금속활자 발명은 직지보다 훨씬 앞서서, 기록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진 <고금상정예문>이라는 책은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이상 앞선 인쇄물이다.

2001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데, 이 책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 책이 한국의 것이며 금속활자로 인쇄됐다는 것을 밝힌 분은 박병선 박사님이다. 박사님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계시면서 이 책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혼자 노력으로 이 책이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저자 김진명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작가이다. 대부분은 작가들이 신춘 문예나 전국적인 규모의 문학상을 통해서 등단한 반면 그는 그러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장편 소설 두 권으로 문단에 나타나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로도 발표작마다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문학적인 평론에 있어서는 그리 큰 작가로서 취급되지는 않고, '극단적 민족주의자', '과도하고 거친 상상력의 작가'라는 일종의 꼬리표를 달았다.

 

대표작으로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형도를 펼쳐 보였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일제의 문화재 약탈과 광개토대왕비의 비밀을 파헤친 <몽유도원(구판 : 가즈오의 나라)>, 금융 대란과 함께 찾아온 우리의 정신 문화 위기와 그 극복을 위한 <하늘이여 땅이여>, 10.26을 통해서 미묘한 한미 관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 <1026(구판 : 한반도)>, 고대사 문제를 새롭게 조명해낸 <천년의 금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나라 고구려의 이야기를 최근의 국제정세와 함께 풀어낸 <고구려> 등이 있다.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베테랑 형사조차 충격에 빠뜨린 기괴한 살인현장을 취재한다. 무참히 살해된 시신은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했다. 놀라운 것은 드라큘라에게 당한 듯 목에 송곳니 자국이 선명하고 피가 빨렸다는 점이다. 피살자의 신원은 고려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형우 교수로 밝혀진다. 과학수사로도 용의자를 찾을 수 없는 가운데, 기연은 이 기묘한 사건에 점점 빠져든다.

 

이후 살해된 전 교수의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최근 목적지가 청주 '서원대학교'임을 알아내고, 그의 휴대폰에서 '서원대 김정진 교수'라는 사람을 찾아낸다. 김정진 교수는 <직지> 알리기 운동을 펼치는 인물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뿌리가 <직지>임을 확신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캐고 있다.

 

바티칸 비밀수장고에서 오래된 양피지 편지가 발견된다. 그것은 교황 요한 22세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로, 직지 연구자들은 이것이 <직지>의 유럽 전파를 입증해줄 거라 믿고 편지의 해석을 전형우 교수에게 의뢰했지만 전 교수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해석을 내놓았고, 연구자들은 그에게 분노한다. 기연은 처음으로 범행동기가 나타났음을 깨닫고 직지 연구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러나 범행동기와 살인현장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모순적 상황에서 고민하던 기연은 전 교수의 서재에서 결정적 단서를 발견한다. 그것은 남프랑스 여행안내서와 책에 적힌 두 사람의 이름, 스트라스부르대학의 피셔 교수와 아비뇽의 카레나다. 기연은 전 교수가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가 두 사람을 만나보려고 프랑스로 날아간다. 거기엔 기연이 상상도 못한 반전과 충격적 사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가독성이 매우 높은 소설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흥미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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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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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스토리는 1876년에 일어났던 일과 1976년에 일어나는 일, 즉 100년이라는 시간의 차를 두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펼쳐진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과거에 장일손이라는 인물이 경상도 섭주의 관아에서 사교邪敎의 교주로 몰려 처형당하는데, 죽기 전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린다. 장일손을 직접 칼로 벤 망나니 석발은 그 직후 망령에 시달리며 선녀보살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 둘은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다. 선녀보살은 죽기 직전 "두 개의 해가 뜨는 날에 그들이 돌아올" 거라고 예언하고, 과거의 살육과 공포는 정확히 백년 후 재현된다.

 

 

섭주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저주

 

이 책의 작가 박해로는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이색적인 상상력을 덧붙인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연이어 선보이는 중이다. 첫 번째 무속 공포소설인 <살: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의 성공 이후 전작을 뛰어넘을 야심으로 두 번째 장편 <신을 받으라>를 완성했다. 지금은 후속작으로 가상의 지역 섭주에서 벌어지는 세 번째 무서운 이야기 <독생자(가제)>를 쓰고 있다.

 

흔히 우리들은 토속신앙을 미신迷信이라고 폄하한다.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사를 과학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할 수 있을까 싶다. 토속신앙이란 고대를 살았던 인간들이 가졌던 종교다. 이를 형태별로 살펴보면 크게 샤머니즘, 토테미즘, 애니미즘으로 분류한다. 종교나 신앙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선 나약한 인간이 경외시되는 자연현상이나 초월적인 자연의 힘을 숭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태동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샤머니즘은 현실과 초현실의 세계를 넘나들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주술사(샤먼)가 종교의식을 주관했던 그런 신앙이며, 토테미즘이란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동식물(토템)을 신성시하는 원시 신앙이며, 애니미즘은 자연물에 깃들여있는 초자연적 존재(신, 정령, 요괴, 영혼)를 숭배하는 신앙이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흔히 무당이라고 표현한다. 무당은 '신내림'이라는 독특한 절차를 거침으로써 신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무당을 지역별로 달리 부른다. 즉 경상도에선 무당이나 보살로, 전라도에선 단골, 제주도에선 심방으로 부른다. 무당의 특징으로는 이들은 일반인과의 혼인이 금지되어 있으며, 자기들끼리만 결혼한다. 지금도 그 맥은 이어져오고 있다.

 

 

  

 

 

한국사에는 천주교 박해사건이 있다. 양반문화와 유교를 신봉하던 조선시대에 서양의 문물인 천주교가 잠입함에 따라 이를 부정하고 오랑캐로 매도하려는 그런 사건이었다. 이는 다분히 당시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양반들이 스스로를 지켜내려던 조잡한 정치적 행동이었다. 이 소설의 서두는 1876년에 벌어진 천주쟁이로 몰린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으로 시작된다. 

 

장일손이 천주쟁이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자 검은 구름이 몰려와 여름의 푸른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였다. 섭주 현령 김광신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집행 준비에 들어갔다. 사형(死刑)인지 사형(私刑)인지 분간 가지 않는 집행이었다. 김광신은 노기 띤 표정으로 수염을 떨며 망나니 석발을 데려오라 지시했고 명을 받은 군노와 사령들은 지체 없이 도살장으로 달려갔다.(9쪽)

 

당시 사람을 죽이는 일은 백정이 맡았다. 본시 백정은 소, 돼지, 닭 등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했지만 말이다. 장일손의 사형에 동원된 이는 석발이었는데, 그 또한 백정이었다. 사형을 주도한 사람은 경상도 섭주 석하촌石下村의 고을 수령인 김광신이었다. 그런데, 이 두사람의 관계가 장일손은 교주이자 스승이었고, 김광신은 장일손의 제자이자 신도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고을 현령인 김광신도 실은 천주교도 출신이었다. 아무튼 이 날의 사형 집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어쩌면 이는 사형死刑이 아니라 사형私刑인지도 모르겠다.

 

고을 수령의 명령으로 집행한 살인이었지만 이후 석발은 악령에 시달린다. 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참시 당하던 장일손이 두 눈을 무릅뜨고 자신에게 퍼부은 "망나니 네놈을 먼저 데려가겠다!"라는 저주 섞인 말이었다. 억울한 죽음으로 내 몬 당사자는 따로 있음에도 장일손은 자신의 목을 내리치는 망나니를 희생양으로 삼아 원흉인 김광신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공포감으로 안길 심산이었다. 석발은 연일 이어지는 악령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술에 의지하거나 절에서 가져온 목탁을 끼고 지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고 갈수록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바뀌게 된다.

 

"하늘에서 머리통이 떨어지고 땅에는 뱀들이 기어 다닌다.

하늘을 쳐다볼 수도 없고 땅을 디딜 수도 없어"

 

주인 없는 도축장과 텅 빈 움막은 마을에 소문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음주 만취로 절벽이나 강가에서 발을 헛디뎌 죽었다거나, 도살당할 줄 아는 황소가 날카로운 뿔로 들이받아 죽었다거나, 또 어떤 이는 마을이 싫어져서 제 발로 떠났다는 등의 풍성한 루머를 자아냈던 것이다. 이는 모두 물증 없는 추측일 뿐, 오히려 사람들은 무고한 장일손을 죽였기 때문에 보복 당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사실 이 말은 마을의 선녀보살이 퍼트렸는데, 무당인 그녀는 자신의 신령님이 이를 가르쳐주었다고 했다.

 

 

1976년, 소설은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펼친다. 석하촌의 들판 구석마다 개구리가 와글거렸다. 한여름인 지금, 이 마을은 반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은혜로움이 넘치고 축복이 범람하는 하나님의 성소가 되었다. 땅은 기름지고 인심은 후해졌다. 온갖 벌레들도 전성기를 맞아 활개를 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공로를 한 사람에게 돌렸다. 바로 서울에서 섭주로 파견된 젊은 목사 김정균이었다. 미신과 우상이 판 치던 원시 마을이 이젠 주님이 인도하는 약속의 땅이 되었으니 말이다. 

"여기 나오는 거 네 엄마는 아니? 네 엄마 말야!"
"어디 무당 딸이 감히 교회를 나와?"
"이 성경 어디서 났어? 훔친 거지?"
"이런다고 목사님이 너한테 눈길이라도 줄 것 같아?"
"부정 탄다, 부정 타! 썩 꺼져!"
"어휴, 냄새. 이렇게 하고 교회에 들어가겠다고?"
"좀 씻어라! 목사님이 이런 꼬라지 좋아할 거 같니?"
"얘네 산신령은 좋아하겠지"

 

위 대화의 당사자는 묘화昴華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로 엄마는 무당이며, 사는 곳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인데, 실상은 갇혀 지내는 셈이다. 어디론가 떠난 엄마가 소식 없는지 오래였기에 그렇다. 사회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은 여전하다. 주님의 성지로 변한 듯한 이곳에 마을 소녀들은 뻐젓이 묘화를 괴롭힌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젊은 목사는 모른 채하고 그냥 지나친다.

 

만인에게 평등하게 행동해야 할 목사가 이를 회피하는 데엔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추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그도 어릴 적에 신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무당을 가까이 할 경우 혹 신병이 도지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별로 용하지 않았던 무당 월수보살의 딸이었던 묘화는 어느날 갑자기 금빛 나는 십자가를 품은 후, 마을 사람들에게 기적을 보인다. 자연스레 교회에는 찾아오는 이가 줄어든다.

 

'나 진짜로 예수를 봤다니까!'  

 

앉은뱅이 조필순 할머니를 걷게 하고, 파천댁의 아들을 취직시키고, 어부 이바우에게는 만선滿船의 꿈을 이뤄준다. 이에 반해 평소 묘화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연이어 악몽을 꾸고, 결국엔 기이한 사고로 죽어나간다. 교회를 중심으로 통일되었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분열하고, 상호 살인을 저지르는 일들이 자행된다. 

 

갈수록 묘화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지금까지 묘화가 행한 기적은 예수님의 힘이 결코 아님을 직감하고 상대적으로 약화된 교세를 회복하고자 젊은 목사 정균은 그동안 회피로 일관했던 무당의 딸 묘화을 만나는 용기를 낸다. 석하촌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목사였음에도 그는 멀든 가깝든 간에 묘화가 있으면 몸이 쑤셨고, 이상한 환각 증세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과거로부터의 공포에 놀라기 일쑤였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목사가 겁을 먹고 묘화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한다고 비아냥댔다. 이제 묘화와 정균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

 

"묘화를 만나자 귀신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묘화가 예수라고 칭한 남자는 천한 백정의 모습이었어요. 아마도 그 석발이란 자겠죠"

 

 

 

과거지사는 현재로 연결된다.

 

100년 전, 무고한 장일손을 무참히 살해한 섭주 현령 김광신은 자신이 예전에 장일손의 문하에서 천주교를 배웠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날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장일손의 목숨을 거두기로 작심한다. 100년이 지난 현 시점에 다흥 김씨의 후손인 김동우는 묘화를 죽이려고 계룡산의 법사 세 명(풍백, 우사, 운사)을 몰래 끌어들인다. 금생재륜교는 부활할 것인가?

 

"네오픽션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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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다 - 한국가전산업의 전설, 강국창 회장
강국창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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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나를 자랑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포기가 빠른 지금 이 시대, 실패 앞에 두려워하는 지금의 세대들과 끄트머리를 함께하고 있는 선배러서, 내가 느낀 인생의 정의, 행복의 정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들이 다시 일어서고 도전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메세지다. - '프롤로그' 중에서

 

 

누구나 금수저가 될 수 있다

 

책의 저자 강국창은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1943년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7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태백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태백에서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내다가, 1961년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합격하여 상경했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에는 육군 소위(ROTC 3기)로 전역했다. 이후 전공을 살려 동신화학(주)과 동남샤프공업(주) 등의 가전회사를 다니다가 1976년 성신화학을 창업했고, 1983년에는 동국전자(주)를 설립하여 30여 년이 넘는 동안 최고 경영자로 전자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에 멈추지 않고 왕성한 열정을 앞세운 그는 2000년 제주도에 수산 양식장을 지어 수산업에 뛰어 들었고, 2011년에는 스프링데일 골프&리조트를 개장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현재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경영 일선에서 새로운 도전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꾸준한 운동과 사회 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 열정적인 경영인이다.

 

총 5개 파트(세움, 배움, 채움과 비움, 돋움과 닿음, 나눔)로 구성된 이 책은 냉장고 도어 개스킷 등 가전부품에 들어가는 주요 성능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제조 기업 동국성신(주) 강국창 회장의 도전과 응전을 담고 있다. 즉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전형적인 흙수저로 태어난 한 소년이 승승장구하는 제조업체의 성공 경영인으로서 금수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삶은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의 합계가 아니라

무엇을 절실히 바라며 살아왔느냐의 합계다"

 

 

세움

 

실패라는 얼굴은 어느날 갑자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 실패가 찾아옴을 미리 안다면 어느 누가 실패를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실패란 갑자기 찾아온 손님처럼 보여지지만 사실은 사전에 예고편을 여러 차례 보여 준다. 단지, 이를 알아 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를 우리들은 '징후徵候'라고 말한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는 스토리를 쓴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도 갑자기 찾아온 부도에 사복형사의 눈을 피해 몸을 숨겨야 했고, 회사 재정 담당자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야속하기만 했다. 실패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대부분 이러하다. 초기에는 실패의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그 탓을 모두 외부로 돌린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성이 이성으로 바뀌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저자도 독점 상품의 개발 성공에 심취한 나머지 교만에 빠져 너무 일찍 포도주를 들이킨 셈이었다. 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의 세계에서 성공의 기쁨이란 잠시 누리는 것이지 영원히 계속된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일 뿐이었다. 후속 상품의 개발 의지도 느슨해지고, 실패를 대비한 플랜B도 구축하지 않은 채 지나친 욕심만 앞세워 무리하게 기업확장에 나섰기 때문에 부도 사태를 맞은 것이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깨달음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실패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패는 하기 마련인데, 중요한 건 실패 자체가 아니다. 실패했을 때 주저앉느냐 일어서느냐가 그 사람의 미래와 행복을 좌우한다. 주저앉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무기력함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본능을 이기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시 일어설 때 잡고 설 버팀목이 있으면 그 인생은 최고가 된다" (35쪽)

 

 

배움

 

흙수저가 금수저로 바뀌려면 뭔가 자극을 통한 변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의 자극이란 바로 '배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배움의 과정은 '대충'이 있을 수 없다. 진지한 자세를 견지하며 진정한 갈망과 절실함이 충일할 때 비로소 그 꽃을 피운다. 저자 또한 "배움을 향한 정성스러운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행운이라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승진할 기회, 평생 동반자를 얻을 기회, 큰 돈을 벌 기회 등등. 그렇다면 이런 기회는 찾는다고 잡을 수 있는 걸까?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들에게 "기회는 개개인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즉, 기회라는 것이 공중에 둥둥 떠다녀서 우리가 그걸 하나씩 붙잡는 게 아니다.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의 사건들 사이에 여러 가지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회는 어느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되거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특징을 지녔다. 지금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수저 타령'만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셈이다.

 

탄광촌의 아이들이 대부분 광업소에 취직, 광부가 되는 길을 택했다. 사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문율 같은 것이었다. 저자도 다른 애들처럼 탄광촌의 유일 학교인 태백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그의 꿈은 광업소 취직이 아니라 대학교에 진학, 더 많은 공부를 해서 더 큰 기회를 만나고 싶었다. 다행스럽게 교육에 관한 한 너그러웠던 부모님과 운좋게 강원산업에서 인재를 양성한다는 후원 정책 덕분에 그 꿈을 현실에 옮길 수 있었다. 그는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합격했다. 

 

 

돋움과 닿음

 

성공이라는 기회를 잡으려면 스스로의 인생 목적과 삶의 방향성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 뚜렷한 방향이 없다면 마치 배가 망망대해를 떠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이 오르고 싶다면 발돋움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돋움과 닿음을 설정한 끝에 비로소 자신의 인생 표지판이 분명해지고 또렷해지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이는 지나침이 심하면 오히려 안 함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바로 '견제와 균형'을 제대로 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기업 현장도 그렇다. 여러 부서의 힘이 톱니바퀴 물리듯 잘 돌아가야 원하는 목적과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모든 부서가 골고루 동반 성장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특정 부서나 부문에만 힘이 쏠린다면 결코 회사나 조직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하려는 회사를 추구하는 경영인이라면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이다.

 

갈수록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기업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창의력'이 더욱 요구된다 하겠다. 지구라는 행성의 중생대를 지배했던 큰 덩치의 공룡이 일시에 절멸한 것도 결국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었던 것처럼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도 반드시 도태되고 만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하나의 방법을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즉 한 우물을 파더라도 변화에 적응하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저는 전형적인 흙수저 인생입니다. 탄광촌 출신의 돈도 빽도 없는 뼛속가지 흙수저 인생이엇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를 흙수저라 부르는 사람도 없고, 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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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지음 / 라온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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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된다. 무대 매너, 목소리, 성량, 정확한 발성 등 여러 가지 재능을 수월하게 해내야 훌륭한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 보험설계도 마찬가지다. 보험의 여러 기능을 잘 파악하고 고객에 맞게 자유자재로 설계할 줄 아는 설계사가 있다. 그들은 정말로 고객에게 필요한 보장이 어떤 보장인지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들은 보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맞춤 설계를 찾아낸다. -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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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최성진은 현재 (주)글로벌금융판매 GA보험회사에서 영업팀 실장을 맡고 있으며 전화로 하는 영업부터 직접 대면하는 영업에 이르기까지 13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 결과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가 보상의 정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험의 중요성과 가치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며 사람 중심 보험을 전파하고 있다.

 

관리하는 고객들에게 '울보 설계사'로 통할 만큼 눈물이 많지만 그만큼 고객과 소통하며 사람 중심 설계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설계사에게 인정받는 설계사'로 통할 만큼 늘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해 야만 고객 감동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이 보험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장(제대로 든 보험 하나가 큰돈 지출을 막는다)와 제2장(보험설계의 중심은 사람이다)에서는 저자가 보험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을 담고 있다. 즉 사람 중심의 설계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고객과 현장에서 소통했는지 사례별로 소개한다. 제3장(신규 보험은 애초에 유지 가능하게 설계한다)에서는 보험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제4장(기존 보험은 점검하여 바로잡는다)에서는 이미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본인의 설계가 어떤 보장을 받는지를 잘 모르는 고객, 보험료에 맞게 보장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한 고객, 아는 설계사를 통해서 가입은 했지만 어떤 내용의 보험인지를 잘 모르는 기존 고객들을 위해 필요한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서평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평탄한 직장생활을 거쳐 고위직을 은퇴한 후 사업에 나서 큰 부를 일구었다. 그래서 평소에 보험 가입은 왠지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갑자기 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고 믿었던 후배에게 투자자문사를 맡겼다가 소위 '한 방에 훅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말았다. 현재 새롭게 뭔가를 도모하고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나이다. 지나간 세월의 물을 먹으며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은 쌓였을지언정 앞으로 치고 나가는 동력은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피지컬 컨디션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잦다. 변변한 보험 계약이 한 건도 없기 때문에 늘 노심초사의 심정이다. 최근엔 아내가 자주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더욱 걱정이다. 이런 때 이 책을 만나 꼼꼼하게 읽으면서 밑줄을 여러 곳에 긋고 그었다. 깨달은 바는 보험에도 믿을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보험도 재테크이므로 가급적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고객들을 위해 영업한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병원에 잘 가는 편이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도 잘한다. 이때 보험회사는 심사를 해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기록을 남겨 보관한다. 이런 경우 고객이 이후 보험 리모델링을 하려고 하면 기존의 병원 기록 때문에 리모델링에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런 방식으로 고객에게 부담보가 생기는 것을 저자는 지적한다.

 

부담보는 특정 신체 부위가 말 그대로 특정 기간 혹은 보험 기간이 끝날 때까지 아예 보장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디스크 진단이 많은 편이다. 그러면 척추 전체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보험을 보장받는 기간 동안 척추로 인한 질병, 예를 들어 목뼈(경추), 등뼈(흉추), 엉치뼈(천추) 등 척추로 연결된 많은 부분들은 전혀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록 척추 관련 암을 진단받아도 의사의 질병 코드가 척추와 관련되어 있으면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보는 고객에게 그만큼 불리하다. 

 

"조목조목 따지고 비교해서 고객이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설계를 한다"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은 한 고객이 울면서 전화로 이 사실을 전해왔다. 그녀는 저자와 보험 리모델링을 1년 전에 한 고객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없었고, 친정 식구들도 없었다. 오직 어린 자녀만 2명뿐이었다. 사실 보험 가입 후 피검사를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고객이다. 매일 암 진단금을 받는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이런 고객의 형편을 알기에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전화를 끊자마자 이 고객의 보장 내용을 살펴봤다. 다행히 유방암 진단금이 5,000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의료실비도 가입했기 때문에 당장의 치료비는 감당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면 의료실비가 없었기에 보장받을 게 거의 없었다. '내가 정말 좋은 일을 한 거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뿌듯해졌다.

 

 

고객의 보험 유지에 집중하라

 

보험을 해지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의료실비 정도는 남겨야 아프거나 다쳤을 때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건만 가입해둔 종합보험 안에 의료실비, 진단금, 수술비 등 모두가 구성된 경우라면 적어도 의료실비는 남기고 다른 보장들을 해지하면 된다. 그런데 종합보험은 대개 보험회사가 의무적으로 사망이나 후유장해 보장 등의 조합을 가입하도록 설계해놓은 특징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의료실비만 남기려고 해도 보험료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료는 대부분 장기적 납입 기간을 선택한다. 짧게는 10년, 보통은 20년에서 30년까지도 납입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는 동안 고객의 경제 상황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처음부터 분산해서 가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특히 성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해지하는 것을 자주 반복하는 고객도 있다. 고객의 보험 유지를 위해 고객의 성향과 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보험은 가입이 목적이 아니라 유지가 목적이다"

 

 

사람 중심의 재무 설계

 

재무 설계는 각자 소득의 범위를 고려해서 저축과 소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길어진 노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설계사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단계이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의 직업, 나이, 목표, 라이프스타일 모두가 재무 설계에 반영된다.

 

 

비혼주의非婚主義 고객은 월급의 50% 정도를 노후 대비에 쓰고 싶어 한다. 이런 분들에게는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는 연금상품을 제안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고객이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시로 인출이 가능한 별도의 목적 자금 상품에 적립이 더해진 플랜을 제안해도 좋다. 반대로 결혼을 생각하는 고객의 목표는 주로 결혼 자금 마련이다. 은행처럼 자유로운 입출금 방식은 고객이 자주 인출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대신 확정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

 

"재무 설계는 고객의 입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랜을 찾는 단계로,

고객의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이다"

 

 

의료실비보험, 고객에게 정말 필요하다

 

신규로 처음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은 대부분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위험하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무조건 의료실비보험이다. 각종 다양한 질병과 상해가 있지만 고객한테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장 영역이 넓은 보험을 1순위에 두는 것이 고객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암 진단율이 높기 때문에 암보험에 가입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더라도 일단은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것이 고객한테는 무조건 도움이 된다. 가족력과 직업, 고객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보험을 만드는 것이 고객이 탈 수 있는 보험에 근접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전문가의 도움을 거쳐야 완성된다.

 

 

보험 설계에 따라 보상 결과가 달라진다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도 이를 설계하는 보험설계사도 보험의 가치는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중점을 둬야 한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젠 장수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건강 100세 시대가 아니라 유병장수有病長壽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100세 시대가 되었다. 이에 보험에 관심을 갖고서 설계한 보험은 길어진 평균수명을 살아감에 있어서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젠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무쪼록 이른 시기에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나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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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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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세입자 출신으로, 철거민들이 만든 논골신협을 운영 중인 유영우 이사장이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하며 출자금을 내지 않고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여쭤봤는데, 정작 본인은 "무임승차"가 무슨 말인지 몰랐던 것이다. "이타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운영이 안 된다"는 그의 대답은 "타인의 '무임승차'를 노여워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는" 자신을,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터주었다. - '서문' 중에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의 저자 조문영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류학과에서 서울시 신림동 난곡 지역의 가난과 복지의 관계를 다룬 연구로 석사학위를, 스탠포드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중국 동북 사회주의 노동계급의 빈곤화 과정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과 한국의 빈곤, 노동, 청년,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THE SPECTER OF "THE PEOPLE">, <정치의 임계, 공공성의 모험>(공저), <헬조선 인 앤 아웃>(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분배정치의 시대>가 있다.

 

빈곤이라는 주제가 점점 한국 사회 공론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 게 아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던 저자는 총 10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세 가지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 사회 빈곤 문제의 쟁점은 무엇인지, 빈곤 활동이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청년들에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빈곤은 어떤 모습인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띄고 있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해당 문제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책은 용산참사로 포문을 연다. 현재 용산4구역은 주상복합단지로 변신 중이다. 당초에 세웠던 용산국제업무지구 - 역세권 개발사업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초유의 대규모 PF사업이라고 떠들썩했던 이 프로젝트는 투기거품만 만들어내면서 경제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몬 이후 결국 무산되고 만 결과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인근의 땅을 매입, 시세차익을 본 용산구 국회의원 진영은 4선 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이며, 과잉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현재 경주시의 국회의원이다.

 

 

 

 

먼저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장 지글러는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심정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저술, 출간했다. 몇 년 지난 도서이다. 고통의 외면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장 지글러의 도서가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가? 

 

이는 개개인의 도덕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 사회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 대목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변모해있다. 그렇지만 결코 로봇이 인간화될 수 없음을 학자들은 지적한다. 왜 그럴까? 이 또한 로봇에게는 인간 본연의 감정인 도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의 행위는 로봇 같은 기계에 못지 않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역사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일어난 나치의 행위, 어리디 어린 꽃봉오리를 무참히 짓밟은 일본 군국주의가 자행한 위안부 사건, 또 열 살 미만의 지구촌 어린이가 5초마다 1명씩 아사餓死하는 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식량농업 독점세력은 수확한 옥수수와 밀을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의 생산을 위해 소각하는 행위를 한다.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경험과 감정에서 비롯된다"

- 데이비드 흄, 철학자

 

자, 다시 용산참사로 돌아가보자. 왜 용산참사가 발생했을까? 이는 바로 돈과 직결되어 있다. 돈을 벌겠다는 개발 프로젝트와 이에 동참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은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경제적 약자들을 주거공간 내지는 삶의 터전에서 밖으로 내몰아낸다. 갈 곳없는 이들은 결국 공권력에 대항하며 죽음도 불사하는 항거에 나선다. 물론 이에 동참하지 않는 철거민도 분명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시사상식사전은 용산참사를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시민 5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그런데, 이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시에 진행되었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농성자들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였기에 억울한 당사자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빈곤한 약자들의 사회에 대한 부당한 항거와 농성에 대해서만 벌을 내리고 무리한 진압작전을 펼쳤던 공권력은 무혐의처분을 내림으로써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과거사위원회"검찰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하고 개발지상주의로 국가의 사회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수많은 희생을 보아야만 이를 멈출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생떼를 부리면서 개발행위를 막는 것도 분명한 위법이자 월권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럴지라도 이런 일은 해결은 우선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화두에서 출발돼야 한다고 본다. 즉,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수적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라는 그림 속엔 이미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삶을 살아가던 힘없고 가난한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담지 않는다. 이들이 이곳에서 쫓겨난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은 부족한 것이다. 이 땅의 실질적 소유자는 이어지는 매수희망자들의 투자로 인해 땅 값이 올라 배를 불리지만, 정작 여기에 세 들어 살던 가난한 이들은 아무런 혜택이나 대책도 없이 떠나야만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일방적 요구에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빈곤은 일부 소수가 스스로 만든 문제(?)

 

빈곤은 앞서 살펴본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경계선 밖에 고립되어 있다. 우리 사회 또한 빈곤은 소수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빈곤은 '극빈'과 '불쌍한 사람'으로, 동시에 본인 스스로 '자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의존적 인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빈곤사회연대는 이러한 빈곤의 재현에 맞서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조직하거나 사회구조나 제도상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갈수록 고립의 담과 울타리는 점점 높아지고 테두리가 넓어진다. '나도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빈곤을 탈피하고자 미국으로 월경越境하는 멕시코인들이 증가하자 희대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막고자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선에 높은 담을 둘러세우려 한다. 말하자면 '빈곤은 너희 사정이고 우리만 잘 먹고살면 된다'는 식의 비도덕적인 깡패 수준의 행위나 다름 없다.   

 

학교는 우리들에게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침으로써 어릴 적부터 우린 경쟁에 매우 익숙해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사회 모습이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누구의 탓이 아닌 본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알고보면 사회구조적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저항과 항거라는 반사적 행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맞아, 이건 권리야'라고 말이다.

 

 

 

 

빈곤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서울역 지하통로의 홈리스들, 쪽방촌 주민들, 철거민들,  리어카 노점상 등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빈곤의 모습은 근본적인 이유가 문제인지, 나아가 왜 이는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함도 동시에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공생共生과 연대 방식'으로 그 대안을 풀어가는 활동가들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자립'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문제점들을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최근에 발생한 '일본의 경제보복'도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 기업이 죽어야 한국 경제가 죽을 판이 되어야 일본 경제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동북아 경제를 주무를 수 있다고 아베는 판단한 것이다. 아마도 여기엔 아베와 트럼프 간의 사전 밀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미국도 자국의 반도체 사업 등에서 큰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빈곤은 경제학과 깊은 관련이 있음에도 이는 사회와 연결되는 사회학 분야이자. 사회구성원들을 컨트롤하는 정치학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빈곤은 여러 얼굴을 가진 모습이다. 따라서 책에서 소개되는 대학생 38인의 다양한 인터뷰 내용들은 모든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동의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빈곤이란 숨기려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치부이며, 이를 무시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공감을 통해 상호 이해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돕겠다는 '측은지심'이라는 도덕성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져라

 

장 지글러는 자신의 책에서 "매일 27만 명이 새로 태어나지만 10만 명이 매일 기아로 죽는 것이 지금 인간이 사는 지구의 현실이다"라고 강하게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빈곤을 남의 일로만 치부하지 말고 열린 귀를 갖고서 세상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한다. 이에 대해 우리들은 답해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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