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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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10여 년간 AI 시대 인류와 구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다행성 종족으로 변화하게 될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 저술한 다수의 칼럼을 모으고 다듬었다. 부디 이 책이 독자 여러분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주머니 속 든든한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장현 교수는 문과 출신으로 공학 교수를 하면서 AI융합교육을 부르짖고 있는 보기 드문 올라운드형 지식인이다. 정보기술, 데이터과학 분야 해외 학술지편집위원, 다수의 권위 있는 학술지 논문 게재, 국내와 기업, 공공기관 컨설팅 경력만으로 그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지혜를 찾아 떠나는 탐험 안내서다. 1장(현실로 다가온 AI 혁명)에서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불러온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알아본다. 2장(AI 특이점이 온다)에서는 자의식과 감성, 창의성을 지닌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3장(양날의 검, AI의 공습)은 가짜뉴스, 개인정보 침해, 사회적 고립 등 AI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다룬다. 4장(AI 시대, 인간의 역할)에서는 변화하는 일자리 환경, 교육의 혁신, 세대 간 기술 격차 속에서 인간 고유의 능력이 어떤 방식으로 재정립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지막 5장(AI 시대를 살아가는 법)에서는 알고리즘을 꿰뚫는 시선, 플랫폼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AI 기초 소양 교육의 중요성 등, 우리가 AI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 전략과 인문적 성찰을 아우른다.


AI 혁명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가져올 것이다. AI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또한 AI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AI 기반의 감시 시스템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으며, AI 기반의 무기는 인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 문제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AI 특이점이 온다


흔히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서버나 클라우드로 가져가서 그것을 AI 모델에 집어넣어 처리한 결과물을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위해 데이터가 생성된 단말기 자체에서 바로 AI 처리를 하는 기술이 등장했는데 그것을 흔히 '엣지 AI'(Edge AI)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보면 서로 다른 AI가 서로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급기야 서로 다투는 경우까지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장면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챗GPT, 클로드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용자와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의 맥락을 되살려 그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고, 필요시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도구에 접근해 더 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개방형 기술규약이 있는데 이것을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라고 한다. MCP 덕분에 AI를 중심으로 다양한 데이터와 앱을 불러들여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AI의 공습


AI 로봇, 드론 등 스스로 알아서 떼로 움직일 줄 아는 지능형 비대칭 무기가 전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차, 전투기, 생화학 무기가 그랬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그랬듯이 새로운 기술은 곧 전투의 승리를 의미한다. 


기존 강대국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국가와 정치 세력들이 점점 더 첨단 무기로 무장하면서, 어느 쪽도 일방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AI 시대, 인간의 역할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는 한 가지 더 있다. 새로이 부상하는 산업 분야가 기초과학과 거리가 멀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수학의 발전이 새로운 AI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결국 기초 학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의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를 푸는 핵심은 적시성適時性에 있다. 실업자 보호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일자리를 이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공 전환 프로그램 제공 역시 중요하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새로운 IT 기술도 급하게 오남용했다가는 큰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가 갖는 그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환각’이라고 해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질문과 관계가 없는 내용을 사실과 섞어서 답으로 내놓는 바람에 그것을 검증하고 사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점이 그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시간에 쫓겨 실제 있지도 않은 판례를 생성형 AI로부터 받아 재판정에서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AI 시대에도 한자 교육은 의미가 있다. 텍스트 분석에 AI를 적용하는 영역을 흔히 자연어처리(NLP)라고 부른다. 자연어처리 기술에는 실시간 통번역 기술도 포함되는데, 요즘 해외여행 할 때 자주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 같은 앱들이 바로 여기 포함된다. 앞으로 통번역이 AI에 의해 더욱더 자동화될 텐데 굳이 외국어나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경제경영 #AI충격파 #김장현 #성균관대교수 #AI인사이트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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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따위는 없다 - 교양으로서의 동양철학
신메이 P 지음, 김은진 옮김 / 나나문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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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 에세이'다. 나는 학자도 아니고 승려도 아니다. '한 사람의 백수가 동양철학을 이렇게 받아들였구나.'라고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내가 7명의 철학자들을 알게 되고, 어떻게 '허무감'을 극복했는지에 대해 읽어 보시기를! - '시작하는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신메이 P는 동경대학 법학부를 졸업, 대형 IT기업에 입사해 해외 사업 관련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누볐지만 회사 일에 재능이 없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자 조용히 퇴사한 후 가고시마 현의 섬으로 이주해 교육사업을 벌였지만 이 또한 재능 없음으로 인해 퇴직하고 역전인생을 노리고 개그맨 콘테스트에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함에 따라 은퇴 백수로 히키코모리가 되어 동양철학을 만나 당시의 심정을 써 내려간 글들이 화제가 되어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인도편, 중국편, 일본편으로 나뉘어 붓다의 철학, 용수의 철학, 노자와 장자의 철학, 달마의 철학, 신란의 철학, 구카이의 철학을 소개하며 우리들에게 무아無我, 공空, 도道, 선禪, 타력他力, 밀교密敎 등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붓다,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다


붓다의 집안은 왕가王家이며 붓자 자신은 왕자였다. 호화로운 성城 안에서의 생활에도 그는 '허무감'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안고 살아갔다. 붓다는 보통의 백수와는 달리 너무나 진지한 고민끝에 야밤에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성밖으로 가출家出,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당시의 인도 곳곳엔 수행자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모두 '자아自我 찾기'의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사정없이 몸을 혹사시키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풍조에 동참하고 잇었다. 그래서 수행을 시작한 붓다도 이런 유행에 동참했던 것이다. 수행의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밤마디 뾰족한 가시 침상에서 잠들기'

'어마 무시하게 많은 양의 머리카락 쥐어뜯디'

'겁나게 긴 시간 숨 쉬지 않기'


연속된 고행은 6년간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붓다는 여전히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진심을 다해 수행했음에도 말이다. 이에 '어쩌면 이런 일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더 좋은 방법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그러나, 이미 붓다의 기력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극심한 단식 때문이었다.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만약 여기서 붓다가 죽음을 맞았다면 불교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방에 사는 처자 수자타가 붓다에게 죽 한 그릇을 갖다 주었다. 과연 붓다는 이 죽을 먹을 것인가? 양자텍일의 상황에 놓였다. 죽을 먹는다면 지금까지의 고행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런데, 붓다는 죽을 먹음으로써 보게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경지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식후 최고의 컨디션으로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명상에 들었다.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다. 붓다가 찾은 답은 바로 '무아無我'였다. '나'라는 건 없다는 뜻이다.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나'란 그저 '망상'일 뿐이다.

사실상, 이 세계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알수 있다.


붓다는 인간이다. 어느 날, 한 청년이 갖자준 버섯 요리를 먹고난 후 식중독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나이 80세, 많은 사람들이 붓다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글로 적어 후대에 전했다. 바로 '경전'이다.


선禪, 언어를 초월하는 경지


'선禪'은 중국에서 태어난 불교로 '말을 버려라'고 가르친다. 즉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언어를 버리면 된다. 이를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한다. 이는 논리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겉보기엔 조용하게 보일지 몰라도 내면에선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래서일까, 중국 '선'의 대가들은 꽤나 살벌한 모습이다.


달마대사는 인도인으로 붓다 탄생으로부터 약 1천년 후의 인물이다. 심하게 말이 없는 타입인 달마에게 인생 전환점이 찾아온다. 스승이 달마에게 '너, 중국에 가서 불교를 좀 알리고 오너라'라는 미션을 부여햇던 것이다. 이를 흔히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으로 표현한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타입인 달마는 어떻게 불교를 전할 수 있을까? 달마는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중국 황제 양무제梁武帝를 만나게 되는데, 더구나 이 황제는 불교의 광팬이었다. 당시 중국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위험지역이라 황제가 만나고 싶다고 전령을 보낸 것은 안전 보증수표였던 셈이다.


(양무제) 지금껏 1천개의 절을 지었으니 이담에 복을 받는 게 맞지?

(달마) 못 받습니다.

(양무제) 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뭔가요?

(달마) 그런 건 없다

(양무제) 헐, 그럼 당신은 뭐야?

(달마) 모른다


두 사람 간의 대화는 원만하지 못했지만, 양무제는 '선禪'을 알리고 싶어서 달마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런데, 달마의 행동은 정상적인 궤도를 한참 벗어났던 것이다. 달마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벽을 바라보고 9년간이나 앉아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면벽수행面壁修行'이다. 이에 감동한 중국 승려 혜가가 찾아와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달마는 단칼에 '거절한다' 혜가의 끈기도 만만치 않았다. 혜가는 자신의 한쪽 팔을 베어 버리면서 자신의 확고한 결심을 밝혔다. 마침내 제자로 받아들인다. 이후 '선禪'은 중국에 퍼지게 되었다.바로 '선문답禪問答'이다.


일본 승려 '신란親鸞'의 철학


신란은 800년 전 헤이안 시대의 일본 스님이다. 사실 불교엔 수많은 종파宗派가 있다. 그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을 만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공空'의 경지에 이르는가? 걸어서? 전철을 타고? 비행기 타고? 사실, 그런 수준은 아니다.


신란의 철학은 아주 급진적이면서도 독특했다. '공空'이 오히려 다가온다는 거다. 신란은 불교계의 최고 이단아로 지목받는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신란은 서민적인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이기에 그렇다. 사진을 보면 그의 목둘레엔 목도리가 감싸고 있을음을 보여준다. 비록 춥더라도 대부분의 스님은 추운 법당에 홀로 앉아 경전을 외우거나 명상을 하지만 그는 방한용 의복을 입고 있다. 이런 친근감이 그의 매력인 듯 싶다.


(사진, 신란)


목도리가 따뜻해 보이는 검은 (가사의) 중

이놈의 설법이 천하제일

- 잇큐 소준


신란은 교토 태생의 엘리트 계층이었다. 불교계의 정점인 '히에이산比叡山'에서 기거, 9살 때 이곳에서 가장 훌륭한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부패의 온상이었던 것이다. 정치권력과 밀착해 있었으며, 스님들 또한 돈과 직위를 둘러싼 분쟁과 다툼에 매몰된 상황이었다. 신란이 살았던 '헤이안시대 말기'의 교토는 일본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대였다. 전쟁, 감염병, 대기근, 대진진, 대화재 등 모든 재앙이 발생했다.


수많은 시체들로 인해 악취가 넘치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수많은 대중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태평하게 산속에서 살고 있는 신란은 자신의 모습을 고뇌했다. 불교의 존재 이유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함인데,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에 그는 히에이산을 떠나 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심햇다. 29살 봄날이었다.


당시의 불교는 일반 서민들에겐 매우 어려웠다.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이었다. 좌선, 명상 이 따위들은 일번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한다. 끊임없는 고민 끝에 그는 지금까지의 불교를 뒤집어엎을 만한 '타력他力'의 철학에 도달한다. 즉 깨달을 수 없음을 인정할 때, '공空'이 이쪽을 향해 다가와 준다는 것이다.


(사진)


#철학 #동양철학 #나자신따위는없다 #신메이P #무아 #선 #타력의철학 #나나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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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공존 - AI 시대의 세계관 확장 수업, 당신의 세계관을 확장해줄 다섯 문장
김태원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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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술의 발명이 지식의 경계를 허물고, 증기기관이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튜브 물감이 화가들을 공방의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이끌어낸 것처럼, 모든 위대한 전환은 기존의 세계를 낯설게 만들고 더 큰 세계를 열었습니다. AI가 만들고 있는 이 거대한 ‘낯섦’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인 동시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세계적인 미술관을 리노베이션하는 긴 여정엔 수많은 의사결정과 논쟁이 필요했다. 그림의 배치 방법, 관객을 위한 동선動線을 구성하는 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결정들이다. 그런데,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 중 하나는 전시실 벽면의 색깔이었다. 네델란드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 미술관'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던 날에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는 이미 우리 일과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마치 라익스 미술관의 벽 색깔처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배경색’을 이루고 있다. 이 배경색을 단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나 신기한 기술의 집합체로만 인식한다면, 우리는 AI가 가진 진정한 의미와 잠재력, 그리고 그것이 드리울지 모를 그림자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배경은 과연 우리의 일과 삶을 어떤 빛깔로 물들일까? 그것은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인간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밝고 따뜻한 색일까, 아니면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간 소외를 심화시키는 차갑고 불안한 색일까?

첫 번째 수업: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진다
 

아래 그래프를 잠시 보자. 파란색 선은 '삶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고, 노란색은 '일의 의미'에 대한 검색량이다. 사람들은 삶과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질문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지극히 인문학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그래프)


이전의 기술적 변곡점들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우리에게 매우 근본적이고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동시에 가장 인문학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아이로니로 인해 지금 이 시대가 매우 흥미롭다.


두 번째 수업: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귀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선느 활용되지 못한 '데이터 재고'만 하염없이 쌓여갔다. 이때 돈을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빅데이터를 모으는 솔루션이나 서버를 파는 회사들이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빅데이터는 모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를 도구족 관점으로 접근한 탓아며, 그래서 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으며 AI가 데이터 생산에 가담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데이터의 홍수Data Flood’가 아니라 ‘인사이트의 홍수Insight Flood’이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열광했던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긋났던 걸까?

신용카드 회사들의 오랜 고민거리는 바로 해킹문제였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잘 들여다보면 분명 해커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실효가 없었다. 그래서 신용카드 해커를 만나 심층 인터뷰한 결과, 훔친 카드 정보로 구매한 물건을 어디에 배송시켜야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을까?였던 것이다. 인사이트가 그리 쉽게 얻어질 거란 생각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

세 번째 수업: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이제 모든 산업이 AI라는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장대높이뛰기 선수라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농구, 배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장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도대체 벤치마킹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예를 들어 장대를 손에 쥐는 그립이 약하다면 유도 선수의 그립법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과 확장해야 할 세계관의 범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 넘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지적 겸손함’이다. ‘우리 산업, 혹은 우리 부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어쩌면 이 업계 바깥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과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거다.

네 번째 수업: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영감의 원천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 것인가에 대한 최종적인 방향키는 결국 인간의 손에 쥐어져 있다. 

AI는 이미 인간의 많은 지적, 창조적 활동 영역에서 놀라운 능력을 선보이며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기술의 물결 앞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책의 저자는 그 답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매료되고 싶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이를 향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노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수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원대한 꿈을 착착 진행하는 이는 바로 일론 머스크이다. 스페이스X의 최근 5번째 시험 비행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발사 후 임무를 마친 1단 로켓 '슈퍼헤비'가 지상으로 귀환하며 발사대에 설치된 거대한 로봇팔(젓가락 로봇팔)에 의해 정확히 붙잡힌 것이다. 이는 재발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 인류가 여러 행성에 거주할 수 있다는 큰 발걸음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든든한 파트너, 우리 시대의 위대한 거인이 될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롭고 과감한 상상을 허락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인류의 더 위대한 문제 해결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품어도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익숙했던 세계의 끝에서 미지의 망망대해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곳. 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우리는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또 다른 차원으로 성장하게 하리라는 믿음이다.


#인문 #AI시대의세계관확장수업 #낯섦과공존 #김태원 #휴먼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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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절집 말씀 - 대자유의 세계로 내딛는 사찰 주련 한 구절
목경찬 지음 / 불광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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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柱聯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柱에 잇달아聯 걸어 둔 것을 말합니다. '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써 써 붙이는 글귀'라고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장식 그 이상입니다. 주련에 새겨진 경전 구절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함으로써, 사찰 전각이 단순힌 건축물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이 함께하는 수행 공간임을 일깨워 줍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목경찬은 부처님 가르침을 삼십년 넘게 공부하면서 사찰 문화 및 사찰 순례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산사山寺의 일주문과 법당에서 만나는 여러 주련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글귀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일주문一柱門은 부처님의 세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들어가는 산사山寺의 첫 문이다.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스스로 잘나서 최고라고 우쭐대는 행동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향하는 모습이자, 어쩌면 가장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에게 어울릴 법하다. 


入此門來 莫存知解(입차문래 막존지해) 

無解空器 大道成滿(무해공기 대도성만)


이는 경북 문경 김룡사 일주문인 홍하문紅霞門에 걸린 글귀인데, '이 문에 들어서면 알음알이를 가지지 마라. 알음알이 없는 빈 그릇이 큰 도를 가득 채운다'라는 뜻이다. 


(사진, 문경 김룡사 홍하문)  

     

자기 나름의 지식이나 견해를 ‘알음알이’라 한다. 이같은 앎이 가득 차 있다면 다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대도大道)을 얻으려면 스스로를 비우는 하심下心이 필요하다.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다른 가르침이 빈 자리를 찾을 수 있겠는가.


해탈문은 산사의 마지막 문으로,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한다. ‘불이’는 모든 분별이 사라진 자리, 망상으로 인한 온갖 시시비비가 사라진 자리이자 깨달음의 경지다. 모든 번뇌 망상에서 벗어났기에 해탈이라 한다. 이 문을 들어서면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부처님 나라, 불국 정토이다. (46쪽)


(사진, 해탈문과 주련)


해탈문 주련의 글귀는 1939년에 설호雪浩 스님이 지은 게송인데, 이를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마지막엔 뛰어난 몸으로 보리도량에 나아가서 

해탈에 이르는 길은 수행을 원만히 하여 금강보좌에 오르고 

가야산 가운데서 무상정각을 이루셨다. 

해인삼매 속에서 대화엄경을 항상 설하시는데, 

일백사십 공덕은 이승(성문승, 연각승)으로는 함께하지 못하고, 

팔만사천법문은 보살의 십지를 높이 뛰어넘는다. 


비로자나 부처님은 <화엄경>의 중심 부처님이다. '비로자나'는 광명光明이란 뜻인데, 비로자나 부처님은 지혜 광명, 진리 그 자체로 '법신불法身佛'이다. 무수한 화신化身을 통해 모든 중생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에 그 원력은 법계에 두루하다. 


해인사는 의상 스님과 제자들이 세운 화엄십찰 중의 한 곳이다. 위 게송에서 '가야산伽倻山'과 '해인삼매海印三昧'는 가야산 해인사와 관련된 용어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지역인 가야(부다가야)를 가야산으로 언급한다. 이는 가야산 해인사도 무상정각을 이루는 도량임을 나타낸다. 


圓覺道場何處(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即是(현금생사즉시)


(사진, 법보전)


해인사 법보전法寶殿 좌우 주련의 글은 남전 스님(1868~1936년)의 게송이다. 사실 난 이 게송을 무척 좋아해서 자주 필사를 하는 글귀이기도 하다. 마치 선불교의 선문답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깨달음의 도량은 어디인가? 지금 생사가 있는 바로 여기다.'라는 뜻이다. 


원각圓覺은 부처님의 원만한 깨달음이다. '원각도량'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아래 또는 별도의 깨달음 세계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 '번뇌가 보리이고, 생사가 곧 열반이다煩惱即菩提 生死即涅槃'라는 말처럼, 지금 생사가 있는 이곳이 바로 원각도량이다.   


해인사 장경각에는 독특한 연꽃이 핀다. 수다라장 중앙 통로로 들어가는 문턱은 약간 둥근 형태인데, 이러한 둥근 형태의 문턱과 지붕 기와가 햇빛과 어우러져 중앙 통로 바닥에는 빛과 그림자로 된 한 송이 연꽃이 핀다. 참배자는 자연스럽게 연꽃을 밟으며 부처님 나라에 들어선다.


(사진, 장경각 연꽃)


이때 연꽃은 부처님 나라를 상징한다. 연꽃을 통해 극락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연꽃을 통해 부처님 나라로 들어간다. 바로 여기가 부처님 나라, 극락이라는 가르침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해인사는 나와 인연이 깊다. 고시 공부한다고 한동안 머물기도 했으니 말이다. 성철 큰스님이 열반에 들자, 당시 해인사에선 다비식 준비로 분주했다. 아내의 친한 도반 중 해인사로 출가한 분이 있었는데, 대학불교학생회에서 매우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그분의 초대로 해인사에서 숙박하며 다비식 현장을 참관할 수 있었다. 절집 말씀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고승들의 깨달음이 응축되어 있다.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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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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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적 사건의 기원과 전개 과정 및 영향을 설명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야기를 전하며, 물어보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내던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노력합니다.역사에는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진리를 늘 염두에 두면서 말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아프리카, 중동 국경이 자로 잰 듯한 이유


자를 대고 그은 듯 직선인 국경선은 모두 서구 열강이 한 것이다. 보통의 국경선은 직선이 아니고 삐뚤빼뚤하다. 일반적으로 국경의 기준이 산, 강, 바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자연 환경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반면 중동 국가들의 경우 상당수가 직선으로 된 국경선인데, 이를 두고 ‘기하학적 국경’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구 열강은 값싼 원료 공급지와 판매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 시야에 중동 지역이 들어왔다. 하여 중동 지역, 특히 아프리카를 두고 전투적으로 쟁탈전이 벌어졌다. 


서구 열강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1884년 11월 15일, 당시 독일 제국의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하에 베를린에서 회담이 열렸다. 이듬해 2월 26일까지 열린 ‘베를린 회담’을 통해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쟁탈전 이해 당사자들 열네 개국이 모여 아프리카 식민지를 분할하고자 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이 일직선에 가까운 기괴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아프리카의 분할’이라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선은 다양한 분쟁을 유발했다. 중동 지역의 경우 다양한 부족들이 오랫동안 고유의 문화를 공유해 왔는데 서로 무차별적으로 섞여버리고 만 것이다. 즉 서구 열강이 근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중동 지역에 국민국가들을 양산한 것이다.


지구상의 가장 미스터리한 곳, 버뮤다 삼각지대


1940년대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된 선박과 비행기가 수없이 많다. 특히 1970년대까지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뜬 비행기가 남쪽으로 갈 수 없다. 특히 세계의 수도 뉴욕을 대표하는 관문이라 할 만한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상·항공 교통의 요지로 엄청난 교통량이 밀집해 있는 거다.


비슷한 사례로 과거 소련의 항공기 제작사 투폴레프에서 만든 여객기 ‘Tu-154’의 경우 유독 사고가 많이 났는데, 서방에서 ‘날아다니는 관짝’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기체 자체의 결함 때문이 아닌 Tu-154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가장 많이 운행했기 때문인 것이었다. 물론 부주의와 실수에 의한 사고도 많았지만. 그러니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또 운행했다는 통계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안정적인 비행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욱 교수도 유학 시절 Tu-154를 수없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제로 발견된 미스터리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미스터리가 아니라 통계적으로 버뮤다 삼각지대의 통행량이 터무니없이 많으니 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미스터리의 정체를 알고나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다.


우연히 발견된 국보급 보물들


백제 금속 공예 최고의 걸작, 나아가 한국 고대 시기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도 굉장한 우연으로 발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하나인 부여 왕릉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1993년 주차장 공사를 실시합니다. 그 과정에서 논을 갈아엎고 주차장 터를 파는데, 진흙 웅덩이 속에서 금동으로 된 향로가 발견된 것이다. 향로 주변에 섬유 조각이 함께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그 섬유 조각이 향로를 감싸고 있던 게 아닌가 추정되었다. 


이후 조사해보니 향로가 나온 곳은 백제 시대 왕실이 지은 사찰의 공방지工房址 나무 물통이었다. 학자들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 멸망이 임박하자 황급하게 숨긴 거라고 추정한다.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명품 국보 중 하나가 여전히 땅 어딘가에 처박혀 있거나 언젠가 발견되었더라도 온전하지 못한 형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연치곤 정말 대단한 우연이다.


나침반 없어도 가능했던 고대의 바다 네트워크


지중해 세계에서 기원전 2000년경부터 크레타섬에서 시작된 미노스 문명과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그리스, 미케네 문명들이 지속적으로 교류를 했다. 지중해를 둘러싼 문명들이니까 당연히 서로 교류를 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지중해는 한반도 서쪽의 황해보다 훨씬 큰 바다이기에 결코 쉽게 교류할 수 없었다.


연안을 따라 항해하는 게 보통의 일반적인 항해 방법이었지만, 지중해에는 섬이 많았다. 특히 크레타섬의 경우 육지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크레타섬까지 충분히 자주 오갔다. 그 교류의 흔적을 보면 다이내믹하다. 구체적으로 뚜렷한 문헌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관련 유물들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유물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다 보니, 앞서 말한 지역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이 지중해 네트워크망을 지속적으로 이용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기원전이라면 나침반이, 그것도 제대로 된 나침반이 실용적으로 활용되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 소장 또한 고대에는 나침반이 없어도 충분히 광범위한 해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에 없는 미승인 국가들 이야기


203개국 중에서도 유엔 기준으로는 국가로 치지 않는 정치체들이 있다. 이를테면 바티칸과 팔레스타인이 대표적인데, 두 국가의 경우 유엔 옵저버(유엔에 정식 의석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의나 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미가맹국)이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의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유엔의 기준으로 북한은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1991년 동시로 유엔에 가입한 바 있어서 북한은 엄연히 유엔 회원국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한도 2023년까지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024년에 국가로 인정했다.


그리고 중화민국, 즉 대만의 경우 유엔 비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았다. 코소보를 비롯해 몇몇 나라 가 비슷한 경우다. 그런가 하면 중화인민공화국, 즉 중국이나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같은 경우 엄연한 유엔 회원국이지만 일부 유엔 회원국에게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현대인이 옛날로 가면 말이 통했을까


경희대학교 사학과 강인욱 교수는  고려 시대에 가도 약간만 고생하면 금방 말이 통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한다. 그는 19세기부터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을 기원으로 하는 고려인과 얘기를 나눠봤다.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모든 맥락과 콘텍스트를 지워버린 후 발음 하나하나를 따로 떼서 보면 절대 알 수가 없다. 


말이라는 게 음소를 하나씩 떼어 따로 이해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이해한다. 고려 시대 말도 전체적으로, 맥락적으로 주고받으면서 뜻을 통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려는 다민족 국가였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가 섞였던 게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크로드의 경우 수십 개 언어는 기본이고 심지어는 아예 다른 어족들이 섞인다. 그런데 어느 기록이나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봐도 서로 말이 안 통해서 물건을 팔지 못했다는 걸 보지 못했어요. 물론 통역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역사 #역사를보다2 #박현도 #곽민수 #강인욱 #정요근 #믹스커피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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