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선택 - 고전 단편으로 알아보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외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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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계에 선 순간,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냅니다. 어떤 이는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떠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남습니다, 말을 아낍니다, 혹은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이 책은 그 '하지 않는' 선택들에 대해 말합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총 여덟 명의 작가들이 쓴 고전 문학 작품들을 등장시킨다. 즉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1부)에선 이반 투르게네프의 '무무'와 토머스 하디의 '아들의 거부'를,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2부)에선 기 드 모파상의 '겁쟁이'와 셔우드 앤더슨의 '손'을.


이어서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3부)에선 안톤 체호프의 '내기'와 허먼 멜빌의 '필사원 바틀비'를,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4부)에선 에드가 앨런 포의 '심술궂은 악령'과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우리들 앞에 소환하여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남아 있기로 결정한 사람들


우리들은 때때로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심리 반응을 보인다. 변화, 탈출, 저항은 항상 강한 이야기의 힘을 갖지만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말없이 그 자리에 남기로 결정하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결정 장애를 겪는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는 조용하면서도 더 심오하다.


러시아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년)의 '무무'는 강아지 이름이다. 러시아의 한 여주인은 농사짓는 노예들을 거느리고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시골에서 데려온 게라심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힘이 세서 일을 무척 잘하는 남자 노예인데, 하녀 타티아나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여주인은 술주정뱅이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에 화난 성질을 죽이고 게라심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받아들인다.


하루는 강둑에서 허우적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 게라심은 '무무'라고 이름을 짓고 정성껏 돌본다. 지성과 사랑을 듬뿍받은 강아지는 8개월 만에 털이 수북한 스파니엘 품종의 멋진 개로 성장해서 게라심의 꽁무니만 따라 다녔다. 집안의 하인들도 무무를 좋아했다. 그러나, 여주인은 무무를 집밖으로 쫓아내라고 집사에게 명령했다. 


"오늘 안으로 치워버리게... 들었는가?"


이후 무무를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또는 내버리라는 게 여주인의 뜻임을 알게 된 게라심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한다. 무무를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게라심은 무무를 데리고 강으로 나가 익사시킨다. 그리고 그는 고향으로 떠난다.



말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


우리들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을 마주한다. 하지만 이 순간에 어떤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려워서일까? 아니다.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진심을 감추고, 상처를 숨기며, 오히려 오해 속에 자신을 맡긴다.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무너지고, 누군가는 끝까지 그 침묵을 지킨다. 이 침묵은 비겁한 선택일까?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년)은 단편 '겁쟁이'를 통해 인간의 선택 유형을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이 '말하지 않기로 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여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사교계에서 '미남 시뇰'로 불리는 공트랑조제프 드 시뇰 자작은 고아였으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멋쟁이'로 통했다.


"결투를 해야 할 때가 온다면 나는 권총을 선택하겠소. 그런 무기라면 상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으니까"


어느 날 저녁, 시뇰은 지인들과 함께 공연 구경을 마치고 식당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한 남자의 시선이 끈질기게 지인의 한 부인을 향하고 이 부인은 불편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인다가 마침내 남편에게 어떤 남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음을 알리게 된다. 남편은 힐끗 그 남자를 보고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이를 무시하라는 말투를 내보였던 것이다.


"무례한 사람들 하나하나에 머리를 싸매다간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을 거요"


하지만 자작은 그런 무례함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지인들이 이 식당에 오게 된 것도 자신 때문이었기에 그런 결례에 대처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판단하고 그 남자에게 다가가서 "무례한 짓을 그만두라"고 하자 오히려 상대는 "상관 말고 꺼지시지!"라고 반응했던 것이다. 이후 욕설이 난무하는 상대방의 뺨을 후려치고 말았다.


귀가한 후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 가지에 골몰했다. 바로 결투 신청이었다. 아침이 오자 그는 입회인을 찾아야 했다. 지인들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잘 알려진 인물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라 투르누아르 후작과 부르댕 대령이 딱 좋은 조합이었다. 입회인들은 권총 대결임을 확인하고 준비에 나섰다.


막상 결투를 신청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때때로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 상대방이 권총 사용에 능숙할까란 생각에 사수射手들에 관한 책까지 들처보았다. 결투 상대의 이름은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상지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리고, 손 안의 무기도 흔들렸다.


"불가능해. 이런 식으로는 싸울 수 없어"


그는 불명예, 클럽에서의 수군거림, 친구들의 거실에서 터져 나올 미소, 여성들의 경멸, 신문의 은밀한 비웃음, 그리고 겁쟁이들이 자신에게 퍼부을 모욕 등을 생각했다. 만약 상대방 앞에서 자신의 확고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는 겁쟁이라는 오명을 쓴 채 사교계에서 퇴출될 것임을 알았다. 그의 선택은 안타깝게도 자살이었다. 피가 흘러내린 책상 위엔 "이것은 나의 유언장이다"라는 글귀에 얼룩이 생겨 있었다.



지켜보는 쪽을 택한 사람들


삶의 어느 시점에서 우리들은 선택 앞에 선다.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세상은 종종 행동하는 인간을 높이 평가한다. 정의 앞에 나서고, 진실을 외치고,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반면에 어떤 선택은 그 반대편에서 작동한다.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오직 지켜보는 쪽에 선다.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1819~1891년)의 단편 '필사원 바틀비'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어느 필경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월스트리트의 변호사는 필경사 바틀비를 채용한다. 이 변호사는 배심원 앞에서 연설하기를 원하는 그런 야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온 속에서 부자들의 채권, 저당권, 부동산 권리증 사이에서 짭잘한 사업을 꾸려갈 뿐이다.


채용 초기엔 묵묵히 필사 업무를 잘 수행하던 바틀비가 어느 날부터 이를 거부한다. 필사원의 업무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대조하여 사본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그는 문서 검토 요청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폭탄 발언을 내밷었던 것이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후 그는 필사, 검증, 심부름 등 모든 업무를 거부하고 사무실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창 밖만 응시햇다. 이에 변호사는 과중한 업무 탓인지 그를 설득하기도 하고 나중엔 해고 시도를 하다가 결국 사무실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그러나 바틀비는 떠나지 않고 머물다가 경찰에 체포당하고 만다.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 


어떤 선택은 너무나 분명하게 자신에게 불리한 쪽을 향한다. 그건 이기심의 반대편에 있는 충동, 어쩌면 인간만이 지닌 가장 이상하고 슬픈 능력이다. 바로 스스로를 버릴 수 있는 용기다. 그 결단은 영광스럽지 않다. 그 선택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다.


"엄청나게 넓은 땅을 표시할 수 잇을 거야! 그가 생각했다. '히루에 35마일쯤은 거뜬히 걸을 수 있어. 지금은 해도 길고, 그만큼 돌아서 표시한다면 엄청난 땅이 내 것이 되겠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년)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의 욕심을 주제로 다룬다. 탐욕을 버리라는 철학적 교훈을 담고 있다. 주인공 파홈은 하루 동안 걸은 만큼의 땅을 주겠다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받고 해지기 전까지 출발점에 되돌아오면 그 거리 만큼의 땅을 모두 가잘 수 있다는 욕심에 이끌려 더 멀리 가다가 결국 몸이 지쳐 더 이상 되돌아 올 수 없었다. 탐욕은 결국 자기파괴에 이른다는 도덕적 교훈을 담고 있다. 정작 그에게 필요한 땅은 자신의 시신이 묻힐 만큼의 땅만 필요했던 셈이다.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누군가는 끝까지 진실을 고백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주어진 질서에 저항하기보다 그 안에서 남아 살기로 선택한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그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고전문학 #고전단편으로알아보는인간의선택 #선택 #고민 #고민상담 #심리상담 #이반투르게네프 #해밀누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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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충분했을까 - 살아온 날들의 무게보다, 살아갈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이송이 지음 / 하모니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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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죠. 늘 타인의 안부는 묻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안녕했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을까요? 가끔은 멈춰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다시 묶고 매듭짓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에세이의 저자 이송이는 감정의 결을 오래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즉 흩어진 마음의 조각들 속에서 문장이 되는 순간을 붙잡아 하루를 천천히 이해해가는 글을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한 여운, 도쿄>가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좀 독특하다. 총 11개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글의 자음들인 ㄱ, ㄴ, ㄷ, ㅁ, ㅅ, ㅇ, ㅈ, ㅊ, 트, ㅍ, ㅎ 등의 카테고리에 가족, 날씨, 다양함, 말, 사과, 약속시간, 저축, 청춘, 트라우마, 평범함, 헤어짐 같은 누구나의 일상 속에 들어오는 그런 단어를 주제로 삼아 글을 펼치고 있다. 

독서하던 중 저자의 에세이 글 중에서 지난 내 삶에 있었던 경험이나 추억과 오버랩되는 내용들을 추려서 소개함으로써 책의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건강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줘서 고마워. 숨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29쪽)


우리 모두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칠십대 중반인 이 몸도 어제와 오늘이 다름을 느끼고 있다. 사실 현재도 최근에 찾아온 몸살 기운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책을 읽고 글을 써던 일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방한防寒을 위해 현관 부근에 커튼을 설치해 보겠다고 망치를 들었다가 손을 다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조차 다소 버거운 실정이다.

내 거주지는 원룸 임대아파트 1층이다. 산 아래에 위치헤 있어서 사전 입주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엔 소규모 아파트 단지 주변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어 내 취미인 야생화 감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교통이 불편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입주하기로 결심했었다. 6월 초에 입주했는데 1층인지라 모기들의 극성에 곤란을 겪었다. 주위에 산이 있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1층은 산이 막고 있어서 오히려 바람부는 게 부족했다. 또 동절기엔 왜 그리 추운지 추위를 잘 타는 나에겐 최악이었다. 난방을 올렸더니 관리비가 많이 나온 것이다.

젊었을 땐 매주 주말엔 북한산, 청계산, 종종 이름난 강원도 산 등지로 동호인들과 함께 산행을 즐겼고, 또 한 때는 마라톤에 꽂혀서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를 찾아 다녔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무리하게 움직인 만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법임에도 전업투자자로 살다 보니 몸 관리는 뒷전이고 무리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던 인생이었다. 지나고 보고 깨닫는 게 있다. 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피곤하면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를 게을리한 까닭에 몸은 망가지고 좋아했던 술담배 또한 완전 끊어야만 했다. 하루하루 숨 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독거노인의 푸념이다.

날씨

사람들은 종종 "그날 날씨가 기억나?"라는 말로 추억을 꺼내곤 하잖아요. 결국 날씨가 감정의 기록장이었다는 뜻 아닐까요. 그날의 햇살, 바람, 온도가 기억의 표지처럼 우리 안에 새겨져 있었던 거예요.(54쪽)


저자의 글 중 검색창에 'ㄴ'을 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날씨'라고 하길래 한번 따라 해보았다. 정말이었다. 이 정도로 임팩트있는 키워드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사실 누구나 모두 날씨와 관련된 추억이나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슬픈 추억을 소환해본다.

고시에 낙방한 후 대학시절 교제하던 여성과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졸업 후 난 서울에서 중견행원으로 은행에서 근무 중이었고 상대 여성은 학업을 더 연장해 박사학위까지 염두에 두고서 경기도 소재 대학에서 조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서로 바쁜 일과로 살다 보니 만남의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 날, 여성의 모친이 은행을 방문해 결혼 얘기를 꺼내길래 둘이 만나서 이를 상의하겠다고 답하고, 이후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현재 집안 형편이 어려워 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임을 알려주며 결혼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당시 좋은 혼처가 들어와 여성은 부모로부터 맞선을 종용받고 있었기에 차마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어서 나를 포기하라는 매정한 말로 만남을 끝냈다. 이날 귀가길 버스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핍

그런데 ‘제대로 된 연애를 몇 번이나 했냐’는 질문 앞에 서면, 저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작 한 번 정도라고 답할 것 같아요. 횟수나 길이와는 별개로, 제 안에 단단히 남겨진 관계는 손에 꼽혔으니까요.(34쪽)


난 사귀었던 그 여성의 결혼식에 조용히 참석했었다. 결혼식 소식은 그 여성의 절친으로부터 연락받아 알게 되었다. 혹시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지 않으려다 근무지인 은행에서 가까운 거리였고 해서 발걸음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우리들은 대체로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를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없어지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은 혼처가 생겨 부모님들도 권하니 날 떠나도 좋다는 식의 호기를 부렸지만 막상 결혼식 소식을 듣고나니 내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흔들리는 내 마음의 뿌리엔 결핍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난 결혼이 많이 늦었다. 굳이 그 여성 때문이었다고 말하진 않으려 한다. 홀로 지내는 게 무척 편했고,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릴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의 위안이었다. 나이 마흔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승진 문제와 집안 막내 동생의 결혼 때문이었다. 내가 모시던 회사 대표가 사석에서 미혼자에게 임원 승진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나보다 열 살 아래인 막내가 결혼을 재촉받는다는 이런 압박이 없었다면 아마도 계속 비혼을 고집했을 수도 있었을 듯하다. 아무튼 결핍은 나를 흔들기도 했지만 결국 성장하도록 도와준 셈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말, 스트레스, 인정, 죽음, 집착, 추억, 트라우마, 헤어짐 증과 같은 주제어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을 펼쳐 내보인다. 우리 모두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속엔 다양한 모습을 한 후회, 행복, 외로움 등이 자라하고 있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내 인생은 어땠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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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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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규제로 인해 공장 가동이 멈추고 심지어제조시설이 녹쓸어가는 미국 제조업의 실태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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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일 1땀 - 내 몸을 다시 켜는 순환 스위치
박민수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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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하루하루가 1일 1땀이라는 작은 목표로 채워진다면, 당신의 몸과 마음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달라질 것이다. 피로가 줄고, 숙면이 늘고, 감정의 기복이 적어지고, 체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울 속의 당신이 더 건강하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시작하며' 중에서



책의 저자 박민수는 25년 경력 가정의학 전문의로 <혈관력>이란 도서로 첫 인연을 맺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책은 건강한 땀을 주제로 하루 한 번 땀을 흘리자는 메시지를 담아 매일 이를 반복한다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면역과 순환을 최적화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건강이 늘 고민거리였다. 젊은 시절부터 '근력이 미약하고 또 풍질로 인한 질환으로 서무를 보기 힘들다'라고 고백했을 정도였다. 세종대왕의 공식적 사인은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편식이 심했고, 정사에 골몰해 운동과 신체 활동이 부족했다. 이 책의 주제인 '1일 1땀'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에어컨 보급율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장기간 땀을 흘리지 않을 때 우리 몸에 분포하는 많은 땀샘(약 200만~400만 개)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즉 작동의 필요성을 못 느껴 기능이 저하되거나 아예 퇴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처럼 제 기능을 상실한 우리 몸의 땀샘들이 많아진다면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된다. 체온이 올라가도 땀을 밖으로 배출시키지 못함에 따라 자율신경 전반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렇다. 건강한 땀샘을 유지하려면 매일 한 번이라도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런데, 운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사우나를 이용해 억지로 땀을 뽑아내는 경우인데, 이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내 과거 직장생활 경험을 하나 소개해 본다. 내 직속 상관은 오후 네다섯시만 되면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고 사우나로 향했다. 거의 매일 저녁 지인들 또는 거래처와의 음주를 즐기려고 미리 땀을 강제로 뽑아내곤 했다. 불행하게도 간경화증이 발생했다. 

"좋은 땀은 신체 온도가 올라가면서 서서히 배출되는 땀이다."

체내의 지방 조직은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백색 지방은 대부분의 지방을 포함하며 세포 내 중성 지방을 축적한다. 특히 렙틴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아디포카인으로, 비만과 관련된 에너지 섭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체중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 흘리는 땀은 내 몸에서 지방이 분해되고 근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일 1땀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외모뿐만 아니라 내부의 장기들마저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가장 좋은 땀은 운동을 해서 흘리는 땀이다. 운동과 땀은 불가분의 관계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운동을 해서 땀을 흘린다면 최고의 건강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땀의 질이 중요하다. 땀 상태를 살펴보면 마치 혈액 검사를 통해 건강검진을 하듯, 땀 상태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건강한 땀은 투명하고 냄새가 거의 없으며, 물처럼 흐르다가 적절히 마른다. 운동 후 흘리는 땀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땀은 체온을 조절하고, 혈액 순환을 돕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땀이 멈췄다는 것은 몸속 시계가 멈췄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운동을 해도 땀이 잘 나지 않거나 몸이 뜨거운데도 정작 땀은 나지 않고 머리가 띵한 경우가 많다면, 몸속 자율신경계의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율신경계가 무너지면 수면에도 문제가 생기고 자다가 흘러 내리는 땀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지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는 몸속 생체 리듬이 깨졌다는 명백한 증거일 수 있다.

만성 피로, 체온 저하, 잘 나지 않는 땀 등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이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세포 에너지 대사가 흔들리고, 자율신경계가 리듬을 잃으며, 호르몬 조절이 미세하게 어긋날 때 이 세 가지 증상이 함께 드러난다. 

넬슨 만델라는 무료 27년 간의 수감 생활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잃지 않고 강한 체력을 유지했다. 그 비결은 바로 매일 땀을 흘리는 성실한 루틴에 있었다. 좁은 감방 내에서도 운동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아래의 운동 루틴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운동은 내 좌절을 풀어내는 통로였다" 

제자리 달리기: 매일 아침 30~45분
푸시업: 100회
윗몸일으키기: 200회
깊은 무릎굽힘 운동: 50회
스트레칭 및 맨몸 운동: 팔굽혀펴기, 스쿼트 등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아니라 잘 흘려야 한다"   

땀을 많이 흘려야 운동한 보람이 있다고 믿는다. 여름 한낮에 달리기를 하거나, 실내에서 난방을 높이고 두꺼운 옷을 껴입은 채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 나 또한 때 늘 땀복을 착용하고 운동했다. 당연히 이렇게 하면 땀은 빠르게 많이 흐른다. 하지만 억지로 짜낸 땀은 오래가지 않는다.

더운 환경에서 흘리는 땀의 상당 부분은 지방이 아니라 수분이다. 체중이 단시간에 1~2킬로그램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연소된 지방이 아니라 땀으로 배출된 빠져나간 수분인 것이다. 말하자면 착시인 것이다. 따라서, 물을 마시면 체중이 원상복구된다.

건강한 땀으로 인생을 바꾸자

몸을 그저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체중계, 혈압측정기, 건강검진표 등의 수치로 신체를 평가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몸은 이같은 일차원적인 수치보다는 고차원적인 의식 활동이다. 즉 생물학적 기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보아야 비로소 나 자신을 사랑하고 건강을 쟁취할 수 있다. 다이어트에 매진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1일1땀 #유노북스 #박민수 #신간도서 #건강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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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돈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 경제 현장에서 본 달러 이후의 돈, 디지털 화폐 이야기
김신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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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의 법정화폐인 '원'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은 없다. 사실 세상에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미국 달러 기반이다. 최근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어 국회에 관련 법이 여럿 계류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돈의 혁신을 놓쳐선 안 된다'는 찬성론과 '이미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있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은 불필요하며 자본 유출과 불법 행동만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김신영은 <한국일보>(2002년)를 거쳐 <조선일보>(2006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글로벌 경제 섹션 '민트'(현, 위클리비즈) 편집장을 역임했다. 또 뉴욕 특파원(2011~12년)으로 일할 때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 미국 국가 신용 등급 강등 등을 취재했다. 


여덟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돈의 본질을 묻다(파트1), 스테이블코인의 탄생(파트2), 스테이블코인의 미래(파트3), 스테이블코인, 위험과 경고(파트4),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이유(파트5), 원화 스테이블코인(파트6), 달러가 아닌 여러 형식의 스테이블코인(파트7), 스테이블코인 전문가 인터뷰(파트8)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뜨거운 논의의 흐름을 따라간다.


돈의 본질을 묻다


법정화폐(피어트 커런시)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권력이 명령해 가치를 가지게 되는 화폐'이다. 한국 정부가 세종대왕이 그려진 초록 종이에 대해 '1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명령 혹은 지시하면 그 종이가 1만 원의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돈이 돈 노릇을 하게 해주는 바탕은 '믿음'이다. 이같은 믿음이 없다면 종이로 만들어진 지폐는 돈이 아니라 단지 휴지 조각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돈은 가치 저장,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역할을 한다는 그런 믿음이 유지되는 사회 안에서만 돈 노릇을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어쩌면 금 태환 화폐에서 출발해 '신뢰'만을 바탕으로 통용되는 피어트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피어트 달러 태환 디지털 화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피어트 달러가 꼭 필요할까? 만약 달러의 출발점이 금 태환 증표였다면 금으로부터 달러를 건너뛰고 바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점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아예 피어트 달러를 건너뛰고 ‘금 태환 스테이블코인’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쩌면 간단한 개념인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그리고 달러에 관한 철학 자체를 흔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스테이블코인의 탄생과 미래

'스테이블코인'이란 용어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불분명하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가상화폐',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라는 표현이 사용되다가 어느 순간 '스테이블코인'으로 굳어진 셈이다. 사실 세계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가 나왔을 때 그 이름은 '리얼코인'이었다. 2015년부터 이는 '테더(USDT)로 변경했는데, 이후 'USDT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표현이 기사와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개한다. 월급이 들어오면 즉시 마트로 달려가 생필품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쓸어 담는다.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 이는 '오늘이 제일 싼 날'이라는 판단이 작동해서다. 실상은 한 달 사이가 아니라 하루에도 라면값이 25%나 오르기 떼문이다. 


(사진,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

아르헨티나에서 이같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뒤따르는데, '복지 퍼주기'를 내세운 좌파 포퓰리스트 정권의 장기 집권이 초래한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마구잡이 돈 찍어 풀기로 해결했던 부메랑 효과가 통화량 증가에 따른 돈 값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라는 개 가장 유력한 정설이다.     

이런 상황 하의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마치 단비와도 같다. 일단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넉넉해서 구하기가 쉽고 코인 시장은 온라인에서 24시간 운영되므로 굳이 암시장 환전상을 찾을 필요도 없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자 ‘레몬 캐시’라는 앱(사용자가 2백만 명이 넘는다)까지 등장했다. 자국 화폐보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위험과 경고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려는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커지고 시스템 곳ㄳ에 침투해 까딱하면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옹호하는 사람 중에는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디지털 포인트나 은행 온라인 예금과 큰 차이가 없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존재'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무지막지한 재앙은 뭘까? 다수의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화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어 금융 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스테이블코인의 세계를 수년 동안 침체에 빠뜨렸던 금융 위기급 충격을 일으킨다고 보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하지만, 경고하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위기의 발생 과정을 가장 명징明徵하게 정리해 보여준 보고서는 2025년 BIS(국제결제은행)에서 잇달아 나왔다. 마지막 장에 관련 인터뷰를 싣기도 한,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신현송 BIS 이코노미스트가 이끌어 많은 학자가 전문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여러 위험을 분석했고 그 어떤 국제기구보다 면밀한 보고서를 차례로 발표했다. 그중 신현송 이코노미스트가 직접 집필해 2025년 6월에 나온 ‘다음 세대의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위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보고서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선택 

트럼프 1기(2017~2021년)엔 가상화폐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 "비트코인은 완전 사기 같다"라고 말했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2기는 가상화폐의 든든한 서포터 역할을 보여준다. 트럼프 일가와 가상화폐의 단단한 관계를 보여주는 회사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USD1이다. 


(사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홈페이지)

이 회사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트럼프 일가가 75%, 윗코프 일가가 25%를 가져간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트럼프 일가가 이 회사의 사실상 소유주인 셈이다. 이후 이 지분이 50% 아래로 내려갔지만, 누구에게 지분을 넘겼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대한민국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 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점점 많이 사용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앱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상인들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수령할 것이다. 이렇게 모두 사용하는 세상이 된다면 원화를 사용할 일은 극히 적을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엄격한 '외국환거래법'을 통해 실물 달러를 특정 규모 이상 환전해 보유하면 신고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할 수는 없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각국에서 점점 더 많이 쓰이고 결국 한국까지 침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정하에 제기되는 화두가 ‘통화 주권’ 문제다.

여러 형식의 스테이블코인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경계한다. 무역 결제 대금에 위안화 비중을 늘리려고 애쓰는 중국 정부가 그냥 지켜볼 리가 없다. 중국 법원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조짐이다. 그리고 중국은 민간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대신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위안화 CBDC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미국보다 앞서서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했었다. 하지만 유로와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규모는 미미하다. '달러 승자 독식'이란 점이 작용하는 문제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EU와 일본의 규제가 미국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굳이 발행사가 이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매력이 없다는 거다.  

전문가 인터뷰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금융, 통화 경제학자인 신현송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025년 6월 BIS를 통해 낸 보고서 '다음 세대의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을 경제학자이자 통화 당국자의 시각으로 가장 면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한 문서로 꼽힌다. 책(파트8)엔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화폐 역할 하기엔 한계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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