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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평점 :
공존의 가치가 존중받는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며,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는 10명의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17년 차 윤리적 비건인 필자가 책 제목에 '비건' 대신 '채식'을 넣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시작하는 첫걸음을 환영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윤선은 고양이 집사이자 캣맘이다. 2009년부터 요가와 명상과 비건 라이프에 입문했으며, 2000~2008년엔 채식주의자로, 2009년부터는 채식인의 가장 엄격한 등급인 비건 생활 방식으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렀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도심 속 작은 정원 같은 <니콜의 흐름 요가>를 운영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식탁 너머 생각들(1부), 연민주의자들(2부),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3부), 직접 만들어 본 비건 요리 레시피(4부) 등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일상에 희미하게 스며드는 한 줄기 빛처럼, 고통이 없는 식재료들이 전해주는 순하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함께 느끼고 싶다고 말한다.
식탁 너머 생각들
1부에는 가지, 두부, 녹두, 팥, 봄동, 당근, 오이, 콩나물, 열무, 된장찌개 등의 음식 재료에 얽힌 얘기들이 이어진다. 채식菜食 위주의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매우 익숙한 재료들인 셈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탓에 나는 가지 밭에서 바로 딴 보라 빛 가지를 생生으로도 먹곤 했다. 내 입엔 살짝 단 풍미가 느껴졌지만 날 것으로 많이 먹으면 복통을 일으킨다고 어른들로부터 주의를 받은 탓에 조심스레 먹곤 했다. 아무튼 떫은 맛도 있어서 날 것으로 먹는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 주로 가지를 익혀서 먹는 이유도 가지가 지닌 특유의 독성 성분을 제거할 목적이라고 알고 있다.
사회로 나가기 전까지 내 식단은 주로 식물성 위주였다. 육류 섭취를 거부한다고 어머니로부터 핀잔도 많이 들으며 자랐다. 특별히 내가 좋아했던 음식은 두부 요리였으며 지금까지도 이 식성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동네 근처에 두부 공장이 있어서 두부를 사러 가는 심부름은 항상 내 몫이었다. 동상凍傷 걸린 손 치료를 위해 따뜻한 두부 물을 매일 아침 일찍 공장에서 얻어오곤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또 막걸리 애주가였던 아버지의 술안주는 두부 김치였으니 이래저래 두부는 나에게 매우 친근한 음식이다.
팥이 들어간 오곡밥을 내가 무척 좋아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붉은색 팥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져 서다. 또 동짓날 엄청 큰 솥에 끓였던 팥죽은 겨우 내내 먹었던 음식인데, 이를 만드는 과정에 비록 남자일지라도 한 손을 거들었다. 죽에 첨가되는 새알을 만들거나 죽을 쑬 때 바닥에 눌러 붙지 않도록 주걱을 젖는 일을 했었다. 오래 먹을 수 있도록 많이 만든 죽은 큰 통에 보관되어 있어서 입이 심심하면 항상 꺼내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추운 겨울밤에 살얼음이 살짝 덮인 동치미와 함께 먹던 팥죽은 그야말로 별미였다. 요즈음 일반 가정에서 이렇게 팥죽을 많이 쑤는 풍속도 이젠 많이 희미해진 듯해서 아쉽기만 하다.
옛날 여러 절에서 모인 스님들이 자기네 절이 크다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한 스님이 기거하는 스님들이 많아서 해우소도 이에 걸맞게 엄청 깊게 만들었는데 저녁에 일을 보면 아침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자랑했다. 이를 듣던 다른 스님은 우리 절에선 동짓날 팥죽을 쑤려면 초대형 가마솥에 보트를 타고 다니며 주걱들을 휘젓는다고 말하자 더 이상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당근의 쓸모는 무한하다. 고운 색으로도, 맛으로도, 영양으로도 결코 뒤지 않는 채소다. 김밥을 쌀 때도 시금치와 단무지는 기본, 당근은 꼭 넣어야만 했다."(32쪽)

원산지가 아프카니스탄으로 알려진 당근은 '홍당무' 로도 불리는 미나리 과의 쌍떡잎 식물이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채소라 요리에도 많이 활용된다. 볶은 당근을 간을 한 밥 위에 듬뿍 얹어서 말아내면 바로 '당근 하나로 김밥'이 된다. 과수원 한 켠에 당근밭이 있었는데, 여름방학 때면 밭에서 잡초를 뽑는다고 땀 흘리며 힘들게 일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연민주의자들
연민주의자란 타인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공감하고 마치 내 일인 것처럼 함께 아파하며 돕는 일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2부에선 여러 연민주의자들이 소개된다. 피타고라스, 다이애나 황태자비, 안토니 가우디, 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틱낫한 스님, 임수정 배우 등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사진, 피타고라스 어록)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든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학대 당하는 동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따뜻한 영혼을 가졌기에 자신의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채식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만물의 원리는 數'라고 말했던 그가 불교적 세계관인 윤회설輪廻說을 주장한 엄격한 채식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관습에는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면 살아있는 '100마리'의 소를 죽여 제단에 바치는 기념의식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제물이 될 소들이 겪게 될 고통과 희생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중략)찾아낸 해결책이 밀가루로 소 모양을 만들어서 제단에 바치는 거였다."(89쪽)
이 내용을 읽고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만두가 떠올랐다.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촉으로 귀환하던 제갈공명 군대는 강풍과 험한 물결이 일렁이는 노수라는 강에 도달했다. 마을 사람들은 무사히 도강渡江하려면 원혼이 깃든 귀신을 달래야 하므로 사람머리 아흔아홉과 흰 양과 검은 소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거다. 이에 공명은 무고한 생명을 또 죽일 수가 없어서 사람머리 모양의 만두를 빚어 제사를 한 후 안전하게 강을 건너는 이야기이다. 생명 중시란 공통점이 있다.

(사진, 160쪽)
3부(이토록 사소한 순간들)에선 먹자골목에서 흔히 만나는 유황오리집과 저자가 호수 산책길에서 만나는 오리를 대비하면서 생존의 이유가 아니라 단지 혀의 취향을 위해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행동을 안타까워한다. 마찬가지다. 애완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어찌 개고기를 먹을 수 있겠는가? 굳이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이라는 잡소리를 세계 만방에 외칠 이유가 전혀 없는 한국인의 애완견 사랑을 말이다. 생명 존중은 강요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깨달음과 실천하는 용기에 연결되어 있음을 어짜 모르는가.
마지막으로 4부(직접 만들어 본 비건 요리 레시피)에선 총 스무 가지의 레시피가 소개된다. 당근 하나로 김밥, 비건 샌드위치, 파프리카 실파 강회, 봄동 간장 비빔메밀, 채소 듬뿍 물냉식 메밀, 보양 채소탕, 채소찜, 두부 마요네즈, 비건 초밥 도시락, 채식 왕만두 전골, 녹두 부침개, 미역 샐러드 등을 통해 비건 요리 만드는 법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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