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마음 - 선묵혜자 스님과 함께 떠나는 마음산책
선묵혜자 지음, 오순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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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묵혜자 스님은 청담스님을 은사로 열네 살 때 동진 출가한 후 오십여 년 간 오직 수행에 정진하면서도, 대중 불사에도 앞장서서 실천하는 '국민스님'으로 불린다. 특히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결성, 2006년부터 9년 동안 한국의 유명 사찰들을 회원들과 함께 순례했는데, 여기에 동행한 신도만도 무려 60여만 명에 이른다.


 

삶의 통찰이 가득한 시와 에세이

 

이 책은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한 구절 한 구절 자꾸 되내게 만들 정도로 저자인 선묵혜자 스님만의 촌철살인 같은 지혜와 혜안을 느낄 수 있다. 스님은 50년 넘게 수행하는 동안 108산사 순례뿐 아니라 불교신문사 사장과 도선사 주지를 지내며 왕성한 포교 활동을 펼쳐 왔다.

 

책표지에 실린 시詩는 "우리들의 인생은 모르는 마음으로 떠나는 긴 여행이다"라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한다. 책은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다면',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사람은', '생각보다 세상은 아름답다', '모르는 마음', '컵은 깨어지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부자가 되는 마음', '존재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 7장으로 구성돼 있다. 덤으로 가족과 자연을 소재로 그린 화가 오순환의 작품이 삽화로 들어있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마음

 

그 모르는 마음을 찾아 떠나는

더디고 안타까운 여행이

우리의 인생이다.

 

 

 

불안한가요?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잘못되어 투자금을 몽땅 날리고 거지 신세가 되지 않을까 불안하고 두려운가요. 자신의 생각으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준비했음에도 혹시 시험 성적을 망칠까봐 좌불안석인가요.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하려고 산부인과의 분만실에 들어간지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불안에 떨고 있나요.

 

그렇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미리 갖는 게 바로 '모르는 마음'이다.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거나 확인했다면 불안이 아니라 슬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사실 불안하다는 것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다. 즉 불안감은 우리들의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 낸 막연한 허상일 뿐이다. 책에서 선묵혜자 스님은 "이제 근거 없는 불안한 마음이나 불편한 마음들은 모두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세요"라고 말한다.

 

어느 날 혜가慧可스님이 불안한 마음 때문에 마음의 안식을 구하고자 스승인 달마대사를 찾아갔다. 이 스님은 눈 속에서 자신의 왼팔을 절단하면서까지 구도求道에 정진햇던 일화로 유명한 선정禪宗 2조祖 스님이다. 당시 그는 불안감 때문에 곧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 달마대사는 기가 막힌 선문답으로 깨달음을 주었다.

 

"스승님, 마음이 불안합니다. 마음의 평화를 주십시오"

"지금, 그 불안한 마음을 내놓아라. 내가 너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겠다"

"스승님, 그 불안한 마음은 형상이 없어 지금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부터 너의 불안한 마음을 내가 가져왔으니 이제 너에겐 없다"

 

 

 

 

울고 싶을 땐

 

살다가 보면 힘겨운 날도 있습니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누가 내게 던져준 상처 때문에
혹은 어떤 슬픈 일 때문에
잠시 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실컷 목놓아우세요.

울다가 지치면 하늘을 보세요.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여전히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듭니다.
오늘 내가 힘들다고 해서
내 인생의 전부가 힘든 게 아닙니다.

울다가 깨어보면 우울함도 그치고
여전히 내 앞에는
새로운 하루가 열립니다.

울고 싶을 땐 실컷 우세요.

 

요즈음은 '힐링'이란 말이 대세인 시대이다. 뭔가에 짓눌린 듯하고 머리가 멍멍해서 답답한 심정이 갑자기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드는 게 바로 '힐링'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충분히 위로해주지 못할 때는 이처럼 이불 뒤짚어쓰고 실컷 욕하고 펑펑 울고 나면 마음에 맺혔던 응어리가 어느 새 사라지고 훨씬 마음이 가벼워진다. 억지로 참지 말자.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가중될 뿐이다. 눈, 코, 입 구멍으로 갇혀 있던 모든 걸 토해내자. 그리고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느껴보자.

 

 

산다는 것은

 

비갠 산사를 걸으면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새와 바람과 나무와 한 몸이 되어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홀로 책을 읽거나 창을 바라보며
그리운 이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서 안부를 묻고
한 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미소를 짓는 일입니다.
이렇듯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버리는 일입니다.

 

 

 

좋은 생각은 행복을 부르고 불길한 생각은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 또는 삶과 죽음을 가른다. 그러므로 지금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도 우리들은 항상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삶에 대해 지나치게 우울하고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고귀한 생명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코틀랜드 항구에 영국의 컨테이너 운반선이 정박 중이었다. 한 선원이 냉동창고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밖에 있던 다른 선원이 무심코 창고 문을 닫아버렸다. 안에 갇힌 선원이 아무리 두드려도 구출되지 못한 채, 이 배는 포르투갈을 향해 항해에 나섰다. 보름 후 배는 포르투갈 항구에 도착했고, 그 선원은 싸늘하게 죽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선원은 얼어서 죽은 걸까? 아니다. 제 풀에 죽고 말았다. 사실 냉동 창고엔 냉동용 화물이 적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냉동장치가 가동되지 않았다. 온도도 19도로 적당했고, 창고 안엔 먹을 것이 충분했기 때문에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이에 의아한 생각이 든 선장이 주위를 살피다가 컨테이너 벽면에 새겨진 작은 글씨를 보고 선원의 사인死因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선원은 자신의 손발가락이 얼어가는 과정을 그곳에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즉 그의 마음은 이미 냉동창고에 갇혔기 때문에 곧 얼어 죽는다고 단정짓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얼어 죽고 말았다.

 

 

"괜찮아"

"용기를 내"

"사랑해"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말은 유능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꼭 무엇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상처받고 아픈 이에게 따뜻한 한 모금의 위안수가 되어 주는 그런 사람이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처럼 쉬운 일도 그 마음 한 번 주기가, 그 말 한 번 건네는 것이, 어찌 그렇게도 어려울까요.

 

한 사람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찾아가 "저는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이는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에 부처님은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사람은 물러서지 않고 재차 "남에게 베풀 돈이 없습니다"라고 대응하자, 부처님께서 돈 없이도 베풀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깨닫도록 가르쳤다.

 

심시心施~ 어진 마음

신시身施~ 바른 몸가짐

안시眼施~ 따뜻한 눈빛

언사시言辭施~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

화안시和顔施~ 미소를 머금은 얼굴

좌상시座床施~ 자리를 양보

찰시察施~ 묻지 말고 헤아려 봐주라

 

 

'한 생'이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때를 말합니다. 따라서 '천생연분'은 죽고 태어나기를 천 번 했을 때 만나는 인연입니다. 이렇듯 귀중한 인연이 바로 부부입니다. -'천 번 태어나 만나는 인연' 중에서   

 

 

진리를 모르고 사는 사람에겐 인생이라는 기나긴 밤길은 그저 멀고 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가 인생이라는 멀고 험한 길을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진리를 깨닫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리라는 말은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 간단하다. 물처럼 흐르면서 사는 것이다. 물은 생명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씻

 

 

 

"진정으로 부유한 사람은 삶 속에 시詩가 있는 사람, 삶 속에 침묵이 있는 사람, 삶속에 뿌리가 있고 삶 속에 축제가 있고 내면의 정원에 꽃이 만발한 사람이다" - 라즈니쉬, 인도의 성자


도대체 무슨 뜻일까? '삶 속에 시가 있다'라는 말은 곧 '시와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고, '삶속에 침묵이 있다'라는 말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서 하는 사람'이란 뜻이며, '삶 속에 뿌리가 있다'라는 말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알고 열심히 살며 스스로 기쁨의 축제를 느끼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런 사람의 정원에 꽃이 만발한 것은 당연하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살아가면서 남과 자신을 위해 베푸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삶 속에 시가 있는 사람, 삶 속에 뿌리가 있는 사람이 되세요. 삶 속에 축제가 있고 내면의 정원에 꽃이 만발한 사람이 되세요. 세상 도처가 내 집이며, 누구보다 큰 마음속의 집을 짓게 될 겁니다. - '삶 속에 시詩가 있는 사람' 중에서

 

 

저자는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인 열세 살에 스님이 되었다. 배고픈 시절이라 입 하나 덜기 위해 친척의 손을 잡고 산문山門에 들어섰다. 승려의 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눈 내린 절 마당을 청소하고, 시린 손으로 빨래를 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도 출가자의 몸은 세속의 인연들을 모두 끊어야 한다는 큰스님의 말씀에 그리움을 속절없이 마음으로만 삭이고 삭여야만 했다. 그와 같은 그리움을 어찌 말로 다 풀 수가 있겠는가? 어떤 때는 산사에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리움들을 모두 삭여야만 했다.

 
열아홉 살 때, 문득 어머니가 수백 리 길을 지나 저자가 머물고 있는 도선사로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흐르는 눈물을 안으로만 삼키면서도 어머니라 부르지 못했기에 그 때가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이제 오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출가의 길은 세속의 모든 인연들을 끊어 내고 마음의 번뇌를 끊어 내는 참으로 지난한 길임을 새삼 느낀다.

출가한 지 한참을 지난 어느 날 큰스님께서 "혜자야. 그래 지낼 만하냐? 나는 고등학교 때 길에서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시다가 어떤 스님이 '마음이 타는 것을 물로 식힐 수는 없다'하셔서 그에 발심하여 출가를 했구나. 그래, 너는 무슨 마음으로 출가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스님, 저는 어리고 수행이 부족해서 아직도 그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큰스님께서는 허허허 웃으시며 "그래그래. 그 모르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여 진정한 출가의 길을 깨달아라"라고 말했다. 그 순간 그는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환희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구나. 모르는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해 스님들은 오직 수행을 하시는 거구나'


'모르는 마음'을 찾고자 매일 기도하고 정진해 왔다.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결성하여 9년간의 긴 대장정을 회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산사순례는 그의 염원을 넘어 은사 큰스님의 원願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오나 추우나 더우나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또 참으며 오늘도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있다.

 

 

 

욕망은 채울수록 다 채우지 못하는 밑 빠진 항아리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욕망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쓰러지고 만다. 여기 욕망에 관한 왕과 신하 간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에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실려있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많은 재물을 가지는 것이 소원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이 땅 위에 그대가 금을 긋고 왕실로 돌아오면 그 땅을 모두 주겠다"

 

이 신하는 욕심이 지나쳐 해지기 전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어쩌면 왕은 욕망 때문에 복귀하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 같다. 인간의 욕망과 행복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언제나 반비례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나는 가장 적은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행복과 친숙해졌다"고 말한다. 중국의 고전<회남자淮南子>에서도 "대지의 곡식을 다 주고 강물을 다 준다 해도, 배를 채우는 것은 한 줌의 곡식이며 갈증을 달래주는 것은 한 사발의 물"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목숨을 부지할 만큼의 재물과 몸을 누일 집 한 채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타는 바닷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의 욕망은 밑 빠진 항아리와 같다.

 

 

 

'수처작주隨處作主'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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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박연미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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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박연미는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며,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북한 혜산에서 태어나 열세 살 때 탈북에 성공,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 인권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스물두 살이 되던 2014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 참석해 북한의 참혹한 실상과 인권유린 사태를 전세계에 고발했다. 이 연설은 언론과 인터넷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미디어 인터뷰와 연설 요청이 이어졌다. 2014년 영국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되고 국

 

 

오직 살기 위해서

 

 

 

박연미가 자란 북한은 그녀의 부모가 어린 시절 살았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북한 당시의 모습과는 달랐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엔 옷이나 의료, 식량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들을 나라에서 전부 해결해주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북한은 그동안 지원해준 공산주의 국가들에게 버림받았고 결국 나라의 경제가 붕괴되고 말았다. 북한은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어린 그녀는 자신의 집안이 1990년대 북한의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동안 어른들의 세계가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의 가족은 부모, 본인, 그리고 언니로 구성된 4인 가족이었다. 그녀의 부모들은 어린 두 딸이 잠든 후 어떻게 하면 가족이 굶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시름에 잠겨 하루도 밤자리가 편치 않았다. 결국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탈북 뿐이었다.

 

사실 그녀의 아버지는 밀수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집권하면서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 고통을 고스란히 주민들이 부담하도록 강요했다. 이로 인해 당시 질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한 사람이 적어도 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실정으로 북한 주민들은 생활고를 이겨내려고 장사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감시와 통제에 엄격했지만 수없이 죽어나가는 주민들에게 배급을 할 여력이 전혀 안되었기에 불법 시장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김정일이 국가가 관리하는 '장마당'을 허가하게 되었다. 이런 대변화는 불법적으로 밀수해 유통마진을 챙기던 밀수업자들에겐 대참사였다. 이젠 누구나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팔 수있게 되었으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2007년 3월 31일, 어둡고 추운 밤 그녀와 엄마는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덛듬거리며 건너고 있었다. 강둑 위아래엔 국경 수비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발각될 경우 그들은 총을 난사할 것이다. 이들 모녀는 지금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넌다기 보다는 오직 살기 위해서 중국 땅으로 탈출하려는 것이다.

 

당시 그녀는 열세 살, 체중 27kg, 혜산시 한 병원에서 장염을 맹장염으로 오진해 1주일 전에 수술을 받아 통증이 심해서 걷기가 힘든 상태였다. 모녀의 탈출을 돕는 이는 북한인 밀수업자로 경비대 소속 군인들을 돈으로 매수해 오늘밤에 반드시 결행해야 한다고 했다. 강둑을 내려가다 돌멩이가 굴러떨어지자 군인들이 소리쳤다. "돌아가! 가라!"

 

급히 가이드는 중국 쪽 사람과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뛰어!"라는 소리와 함께 가이드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이드의 손에 질질 끌려 얼음판을 건넜다. 드디어 국경 수비대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비록 강둑과 북한 땅은 어두웠지만, 북한의 반대편 중국 창바이長白은 불빛으로 반짝였다.

 

 

 

 

나는 종편방송 채널 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애청자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만갑'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내가 이를 시청하게 된 것은 우연히 신문에서 북한 측이 탈북 단체의 '삐라 살포'와 '이만갑' 때문에 남북교류가 어려워졌다고 불평한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방송에 출연했던 저자는 내 눈에 가냘프고 앳띤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녀가 이렇게 북한의 인권실태를 세계에 고발할 정도로 강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새삼 놀랐다. 북한의 인권을 논하려하면 현 야당 측 정치인들은 마치 신성불가침 영역인 듯 고개를 돌리는 꼴불견 추태를 보이는데 말이다. 나의 사견으론 야당 측 일부 정치인들 때문에 북한의 문호 개방이 더욱 늦어졌고 그통에 대북지원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자금으로 전용됨으로써 국민의 혈세만 낭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만갑'이란 프로그램은 외국의 언론사들에게 더욱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지금도 방송 현장에 외국 방송자의 취재진들이 직접 찾아와 이를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다. 아무튼 우연히 '이만갑' 프로그램의 시청을 계기로 지난 프로그램도 전부 다시보기를 통해 봄으로써 북한의 실상과 북한주민의 인권 실태를 소상하게 알게 되었고, 통일에 대한 생각도 재정립되어 펀드에 동참하는 행동으로 연결되었다.

 

"안 됩니다! 안됩니다!"

 

다시 박연미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굶주림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죽음의 고비를 넘어 중국 땅으로 탈출한 두 모녀 앞에는 불순한 손아귀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인간이란 참으로 더러운 동물이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겐 꼬리를 내려 살랑거리지만 약한 존재에겐 한없이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양반집에 빌붙어 사는 머슴들의 딸은 주인 양반의 성노리개감이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북하는 여성들을 그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현재 중국의 인신매매범들이라고 한다. 저자의 모녀도 그들의 마각에게 벗어날 수 없었나 보다. 마침내 중국 브로커가 어린 딸에게 성폭행을 가하려하자 그녀의 엄마가 기꺼이 대신 몸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그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이다.

 

 

 

 

그녀의 엄마는 북한 업자들에게 중국 돈 500위안, 즉 약 65달러(2007년 환율 기준)에 팔려왔고 인신매매단의 중간 알선책 지팡에게는 650 달러에 팔릴 예정이었다. 그녀가 북한에서 팔려온 가격은 약 260달러였고 지팡에게는 1만 5,000위안, 즉 2,00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렸다. 이처럼 다음 알선책으로 넘어갈수록 몸값이 올랐다.

 

자신의 눈 앞에서 사고파는 상품으로 전락해 몸값 흥정이 진행되는 장면을 몇 시간 동안 목격할 때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추워졌고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막에서 죽을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뼈를 발견하거나 무덤을 표시해줄까?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냥 잊힐까? 세상에서 자신이 완전히 혼자라는 깨달음은 살면서 느낀 가장 무섭고 슬픈 일이었다. 그날 밤부터 그녀는 김정일을 싫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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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피리언스 - 보고, 만지고, 느끼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진화
김대영.이철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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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의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는 변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돌파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언제까지 혼란스럽다고만 할 것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마케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SNS], 사물과 사물[IoT]이 촘촘하게 연결된 이 시대에 마케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너무 똑똑해져버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케팅 솔루션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마케팅 솔루션을 찾아서

 

P&G의 글로벌 마케팅을 맡았던 짐 스텐겔은 "기존 미디어에만 의존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를 잃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나이키의 마케팅 부사장이었던 호아킨 이달고는 "소비자들은 무엇이 멋진지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많은 제품보다 더 많은 경험을 원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언급에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위기의 마케팅을 위한 솔루션은 기술technology과 경험experience에 있다. 즉 테크피리언스는 바로 기술과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마케팅 용어다.

 

  

영원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기술의 발전과 고객의 변화를 미처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깆고 있던 자산, 역량, 기술만을 믿고 여유를 브리다가 결국 해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을 바보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이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의 변화는 발전과 퇴보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마케팅에 도입하지 못한다면 이런 기업의 미래는 없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코닥, 충분히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생산 기술을 가졌던 노키아 등 한때 지구촌의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던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기업보다 좀 더 빨리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은 무모할 정도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200만 원짜리 가정용 로봇 사업에 진출했다. 애플과 구글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애플의 주주들은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인수하라고 요청한다. 페이스북은 가상 현실 체험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2조 원에 인수했다. 이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케팅이 바뀌어야 기업도 살아남는다

 

디지털 기술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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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의 힘 - 하루 5분 나를 성장시키는
신정철 지음 / 토네이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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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는 작은 습관이 어떻게 삶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그에 대한 그림과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권의 책으로 엮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써온 모든 노트와 메모를 다시 읽어보며 정리하고 종합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 또한 그러한 여정을 다시 경험했음을 밝힌다. - '프롤로그' 중에 

 

 

메모가 인생을 바꾼다

 

남다른 메모와 노트 습관을 블로그에 올려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메모의 달인' 신정철이 밝히는 메모의 기술을 담고 있다. 업무에 필요한 주간업무계획서 작성법이나 독서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그가 밝히는 메모의 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의 전통적인 메모부터 디지털 방식인 모바일 앱을 이용한 메모까지 아우른다.

 

"메모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생각을 구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준다. 메모와 함께한다면 삶의 변화가 가속화할 것이다" - 신정철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메모의 달인이 되기까지의 3년간의 시간을 역순으로 추적하면서 메모 습관이 일과 삶에 가져온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서울대 응용화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LG전자 소재기술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물질의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공학도지만 사람의 심리에도 관심이 깊어 한양사이버대에 진학해 상담심리학을 공부했다.

 

'소재'라는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심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물질세계, 양쪽을 오가며 인간과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는 그는 자신의 앎을 타인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 현재 <마인드 와칭>이라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심리학, 마음공부, 소셜 미디어, 스마트 워킹에 관한 글을 쓰면서 삶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현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반복적으로 빨리빨리 처리해야 할 과업들에 늘 짓눌리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의미를 곱씹을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러면서 어떤 행운이 찾아와 나의 삶이 한순간에 바뀌었으면 하고 헛된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에게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와 같이 인생을 단숨에 바꿀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모퉁이 뒤에서 불쑥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삶에 의미를 더하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매일의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내 안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길뿐이다. 어차피 범상한 많은 이들의 변화는 점진적이다.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만이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낸다. 누구나 메모를 사용한다. 그런데, 메모가 가진 다른 힘을 발견해서 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적다.

 

저자는 2012년 9월부터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노트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은 독서와 관련된 메모다. 책을 읽을 때 흥미롭거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밑줄을 좌악 긋고 이를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여기에다 자신만의 느낌을 색깔있는 펜으로 적었다.

 

 

 

독서 노트를 쓰면서 책 읽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을 노트에 옮겨 적고, 거기에 내 생각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과의 만남이 바뀌었다. 저자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노트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쓸 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노트에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이제는 그 책과 저자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

 

 

 

 

메모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내 생각을 적어나가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나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메모는 나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져다주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바라지 않았던 부수적인 성과까지 얻었다. 나는 메모를 통해 내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메모는 나를 관찰자로 만들었고, 내 삶을 바라보고 방향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메모에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경이로운 힘이 숨겨져 있다. 메모를 꾸준히 한다면 극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곧 질문하지 않는 사람이고, 메모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를 소비하면서 느낌표만 있는 사람이다. 메모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이고, 질문하는 사람이다. 물음표를 가진 사람은 해답을 찾는다. 정보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정보로 다른 이에게 느낌표를 안겨준다.

 

언제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우리는 미리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다. 생각을 새로운 조합으로 연결해 창의적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이는 내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연결하는 자'는 누구인가?

 

 

 

 

 

아날로그 메모 활용법

 

첫째, 알아볼 수 있게 쓴다

둘째, 중요한 내용을 강조한다

셋째, 질문을 적는다

넷째, 내 생각을 적는다

 

 

 

데이터는 사건들에 관한 동떨어진 사실의 집합이다. 정보는 데이터에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생겨난다. 지식은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개인의 판단, 통찰, 아이디어, 경험이 더해질 때 만들어진다. 정보를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지식이다. 지혜는 지식에 '왜?'라는 질문이 더해진 것이다. 관련된 모든 자료, 전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데이터와 정보를 잔뜩 수집해놓고서 스스로 지식을 얻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자료를 에버노트에 줄기차게 저장한다고 해서 지식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얻은 정보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 통찰을 더해야 지식과 지혜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메모생각을 수집하는 메모. 메모를 정보 수집 용도로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지식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지식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지혜로 발전시키려면 자신만의 생각을 꾸준히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메모보다 중요한 것이 내 생각을 수집하는 메모다.

 

저자는 종이 노트에 펜으로 메모하면서 생각을 수집한다. 노트에 새로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 노트는 외부 자극(정보)에 대한 자신만의 반응(생각)을 수집하는 훌륭한 공간이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에버노트와 같은 디지털 메모앱은 외부의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에 더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소셜 미디어의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얻어라고 주문한다. 사람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바뀐다. 즉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 책 속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의 일부가 바뀐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법에 변화를 가져왔다. 소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듣고 거기에 반응하라.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소셜의 바다에서 떠다니게 하라. 자신의 손을 떠난 아이디어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아줄지도 모른다.

 

저자가 블로그를 권하는 이유

 

1. 블로그 글감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쌓이는 게 많아진다

2.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많이 배운다

3.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성장한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공개된 곳에 써야 글쓰기가 는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중에서 

 

 

 

개인적인 경험의 가치는 한정적이다. 당사자 또는 주변 사람에게만 혜택을 줄 뿐이다. 그러나 경험을 공개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의 범위에 제한이 없어진다. 공유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의 공유는 전자회로에서의 증폭기 같은 역할을 한다. 공유를 통해 가치가 증폭된다. 공유가 더 큰 가치를 만든다. '마인드 와칭'(위 사진)은 저자가 운용 중인 블로그이다.


 

뭔가 쓸 만한 정보나 기발한 아이디어, 이런 것만 메모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속에 생겼다 사라지는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기록해보자. 미루지 말고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메모해보자.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므로 자각력이 커지게 된다. 메모와 관찰은 서로를 동반 상승시키는 관계가 있다. 마음을 자주 메모하다보면 마음을 관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마침내 일상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 더 나아가 인류가 쌓은 경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 자기를 비춰서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 탐구해야 한다. 타인의 경험을 이용하여 '나' 자신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독서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고 글로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나'를 알게 된다.

 

메모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생각을 구체화하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도와준다. 삶을 성장시키는 루프를 만든다. 메모는 화학반응에서의 촉매와 같다. 촉매와 마찬가지로 메모 자체로는 어떤 산출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촉매가 화학반응의 반응 속도를 높여주듯이 메모와 함께한다면 삶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메모의 진정한 힘은 우리를 삶의 관찰자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게 될 때 삶에 변화가 시작된다.

 

 

 독서하며 메모하라

 

메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지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유명인사들의 공통된 습관 중엔 바로 '메모'가 자리잡고 있다. 저자도 책에서 칸트, 스티브 잡스, 니체, 다산 정약용 등이 메모광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메모는 단순히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창의력의 원천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5분의 메모 습관이 우리의 삶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한번 읽고 난 뒤 그 책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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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리더에게 - 대한민국 대표 CEO들에게 던지는 무례한 질문
이석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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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신학기 어느 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반장을 시켜 교실 뒤에 각자 이름을 쓰고, 그 옆에는 미래의 직업, 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쓰도록 했다. 다음날 담임선생님이 교실 뒤에 서서 제자들의 꿈을 흐뭇하게 읽어 내려가다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떤 놈이야? 자기 꿈이 회사원이라고 쓴 놈이!" 나이에 비해 조숙한 편이었던 K의 소행이었다. 선생님은 K를 호되게 야단쳤다. 구경하던 같은 반 친구들은 키득거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난 K는 회사원이 됐다. 그리고 미래의 꿈을 국회의원, 의사, 군인, 파일럿이라고 썼던 친구들도 대부분 회사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 회사원인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 '서문' 중에서

 

 

 

 

 


힘들게 입사한 후에는 한참 어렸던 시절 꿈의 리스트에 끼지조차 못했던 CEO라는 자리는 너무나도 높았다. 대기업일수록 CEO는 이미 실현 불가능한 꿈이고, 오를 수 없는 나무였다. 평사원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제때 승진하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헤드헌팅 업체인 유니코써어치의 자료(2011년)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임원이 되려면 직장 동료 105명과 경쟁해 이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100대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상근 임원 수는 6619명, 직원 수는 69만 6284명으로 임원이 되기 위한 경쟁률이 무려 105.2대 1로 나타났다. 이럴진대 단 한 명의 CEO가 되기 위한 경쟁은 이보다 몇 십배 더 치열하다. 이런 계산에 도달한 회사원은 스스로 사장이 되기로 결심한다. 치킨집, 피자집, 또는 호프집 사장 말이다.

 

책의 저자 이석우는 현직 기자이다. 그는 9명의 CEO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직장 초년병 때부터 CEO를 꿈꾼 적도 없었고, 어린 시절엔 아예 이런 꿈을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회사에서 꾸준히 오래 근무하다 보니 강력한 경쟁자들이 미리 퇴사하는 바람에 운 좋게 그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설마 운이 좋아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회사원이거나 직장인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참고서인 셈이다.

 

 

책에 등장하는 9명의 인터뷰이를 소개하면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전 커민스코리아 사장,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노연상 경동원 사장(전 에쓰오일 사장), 서병문경기컨텐츠진흥원장(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삼성전자 부사장), 신원기 전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삼성전자 전무, 이태용 아주그룹 부회장(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조봉연 팬아시아캐피탈 사장, 조성식 서울시녹색산업협회장(전 포스코에너지 사장), 조영철 (사)CEO 지식나눔 공동대표(전 삼성화재 부사장, CJ홈쇼핑 사장) 등이다.

 

 

 

백주 대낮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국회 청문회 TV 생방에서 수백만 월급쟁이를 머슴이라 부른 이가 있다. 1997년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제공한 사건 때문에 국회로 소환된 옛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이다. 당시 국민회의 국회의원이었던 이상수 의원이 질문하고 정태수 회장이 답했다.

 

Q: 한보 재정본부 차장 말로는 3000억 원을 대출받았어도 2개월 이상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A: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

 

이날 한보그룹 직원들은 머슴이란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노조에다 전화를 걸어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룹의 회장이 내뱉은 머슴이란 단어는 마치 산업사회를 농경사회로 되돌리는 듯한 시대착오적인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20여 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경영학자도 월급쟁이를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정의하지는 못했다. 회사원이 머슴에 불과하다면 회사는 밥벌이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직장으로 출근했다는 것 자체가 우울함의 이유가 되고, 내 인생의 비극 또한 직장에서 시작된다.

 

 

 

회사원 10명 중 7명이 직장에 출근하면 우울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준비생으로 살던 시절에는 회사원이 되지 못해 우울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30대 청년 백수들은 월급쟁이가 되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회사원이 되지 못한 백수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대인기피증에도 시달린다. 이들 취업 준비생이 당장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원이 되는 것뿐이다.

 

월급쟁이가 되면 회사에 출근하는 것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구직자 시절에는 월급쟁이가 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린다. 또 월급쟁이 신세를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월급쟁이로 살아간다. 설문조사에선 출근하는 것 자체가 우울하다고 답했을지는 몰라도,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월급쟁이로 사는 데는다 이유가 있다. 단지 갈 곳이 없어서, 다니고 있는 직장 말고는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이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월급쟁이는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사의 CEO까지 올라갈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있다. 물론 엄청난 경쟁을 뚫고 CEO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경쟁률이 치열하더라도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회사를 다니는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창업에 비하면 매달 나오는 급여로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CEO의 자리에 그리고 임원의 자리에 도전하는 동안 퇴직금이 늘어나고, 월급을 모아 더 넓은 집으로 옮길 수도 있다. CEO에 도전하다 미치지 못해 임원까지만 올라가도 노후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도전도 어차피 회사 돈으로 하는 게임이다

 

부장, 차장급 직원에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책임과 권한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까? 좋다고 덥석 그 일을 떠맡을 회사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월급쟁이에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업무를 맡으라는 것은 너무 무거운 짐을 떠맡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믿고 일을 맡기는데 '못 하겠다'고 발을 빼버리면 그 회사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바둑판에서 양곤마兩困馬에 놓인 심정과 같을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외통수라면 두 눈 질끈 감고 일을 떠맡는 편이 낫다고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이 제안한다.

 

그가 꼽는 월급쟁이의 큰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거액의 계약이나 사업이라도, 어차피 '내 돈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사실 책임져야 할 범위는 정해져 있고, 실패해도 책임질 부분이 그리많지 않다.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수백, 수천억 원짜리 공사나 계약을 실패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사표를 쓰면 그것으로 끝이다. 대표 이사가 아닌 이상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설 일도 없다.

 

"뭘 망설여. 이건 성공만 하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횐데, 일단 한번 도전해 봐라" 

 

물론 이런 엄청난 결정을 할 때는 누군가로부터 '네 결정이 맞다'는 동의를 구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결정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뜬눈으로 밤을 새던 당시 삼성물산 현장소장이던 김종훈도 해외 건설 현장의 경험이 많은 대학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기대했던 대답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인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건설하기에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혼신을 다해 도전해보겠노라며 현장 소장직을 수락하고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선을 다해야 2, 3등도 가능하다

 

그는 선발대 7명과 함께 쿠알라룸프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실사에서 얻은 결론은 예상보다 훨씬 가혹했다. 이 공사는 일본이 한 달 먼저 착공을 시작했지만, 완공은 동시에 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공사를 하는 중간중간에 일정 목표치도 설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이런 조건들을 이행하면서 88층짜리 건물을 27개월 만에 완공해야 했다. 당시 현장에선 빌딩 한 층을 올리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을 정석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계획으로는 도저히 공기를 맞추기가 불가능했다.

 

시공사가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를 높은 곳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옮겨야 한다. 공사 경험이 많은 일본 건설사는 공사용 임시 엘리베이터를 가동해 1단계로 중간층까지 콘크리트를 운반하고다시 압력 펌프로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출발이 늦었던 김종훈은 엔지니어들의 의견과 각종 자료를 분석해 지상에서 곧바로 콘크리트를 400미터 이상 쏘아 올리는 '직접 펌핑' 공법을 도입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당시 이 공법은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에서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해서는 공기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본 기업과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공사를 제때 끝내더라도 승부에서 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김종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체면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완승하거나 완패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직장 생활에도 언젠가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대담하게 결정하고 승부를 거는 방식을 택했다. 적어도 그의 결정은 '2등만이라도 하자'는 식의 타협은 아니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2등이라도 하면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직장이란 곳에는 수많은 '2등 주의자'들이 버글거린다. 남성 직장인의 상당수는 군대에서 1등을 해선 득보다 실이 많음을 경험했다. 그래서 1등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우리에게는 숨어 있다. 회사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하는 것은 아무래도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소위 '머슴' 근성이 수시로 요동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 보라. 2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들어서는 실제로 2등을 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1등 하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야 2등도 겨우 하지 않던가. 김종훈이 말레이시아 건설 현장에서 "대충 공기라도 맞춰 공사를 끝내보자"는 식으로 일했더라면 사실 그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 선배들의 고언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거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수십 년 동안 생활하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배들이 직접 경험한 것이다. 이들이 바라본 직장생활의 원칙, 노하우, 마음가짐 등을 소개한다. 이미 장기간의 근속과 함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훌륭한 귀감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이직을 고민하거나 창업을 고려 중인 직장인, 그리고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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