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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피리언스 - 보고, 만지고, 느끼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진화
김대영.이철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평점 :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당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의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는 변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돌파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언제까지 혼란스럽다고만 할 것인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마케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SNS], 사물과 사물[IoT]이 촘촘하게 연결된 이 시대에 마케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너무 똑똑해져버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케팅 솔루션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마케팅 솔루션을 찾아서
P&G의 글로벌 마케팅을 맡았던 짐 스텐겔은 "기존 미디어에만 의존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를 잃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나이키의 마케팅 부사장이었던 호아킨 이달고는 "소비자들은 무엇이 멋진지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많은 제품보다 더 많은 경험을 원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언급에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위기의 마케팅을 위한 솔루션은 기술technology과 경험experience에 있다. 즉 테크피리언스는 바로 기술과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마케팅 용어다.
영원한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기술의 발전과 고객의 변화를 미처 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깆고 있던 자산, 역량, 기술만을 믿고 여유를 브리다가 결국 해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을 바보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이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부터의 변화는 발전과 퇴보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기술 변화를 선제적으로 마케팅에 도입하지 못한다면 이런 기업의 미래는 없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코닥, 충분히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생산 기술을 가졌던 노키아 등 한때 지구촌의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던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른 기업보다 좀 더 빨리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은 무모할 정도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200만 원짜리 가정용 로봇 사업에 진출했다. 애플과 구글은 무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으며, 심지어 애플의 주주들은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를 인수하라고 요청한다. 페이스북은 가상 현실 체험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2조 원에 인수했다. 이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마케팅이 바뀌어야 기업도 살아남는다
디지털 기술을 수 용하는 과정에서 살아남거나 도태되거나 혹은 예전보다 훨씬 큰 호황을 맞이하는 기업들이 각각 분류되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부터의 변화는 좀 더 발전하느냐 퇴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생존하느냐 반대로 망하느냐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기업의 미래는 없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크고 중대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술이 어떻게 고객의 삶을 바꾸게 될지를 예측하고 다른 기업보다 먼저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마케터들이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이제 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개발자나 IT 담당자들만이 해야 할 몫이 아니다. 마케터가 마케팅 테크놀로지스트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을 이해해야 고객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마케팅에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퓨얼밴드
왜 나이키는 일반적인 디지털 캠페인 대신 '제품'을 개발했을까? 퓨얼밴드 개발을 주도한 닉 로우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는 "나이키 퓨얼밴드는 일종의 광고 캠페인은 아니지만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변화를 소비자들이 실감할 기회가 많지 않다. 단지 첨단 기술을 알고 있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직접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 우리는 창조create와 소통communicate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퓨얼밴드를 개발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퓨얼밴드는 나이키의 핵심 제품인 '운동화'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선물한 혁신적인 마케팅 캠페인, 즉 테크피리언스 마케팅이었다. 나아가 2014년 나이키는 퓨얼밴드 사업 인력을 구조조정함으로써 이 사업이 자신들의 핵심 사업이 아닌 마케팅 영역임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디즈니랜드의 매직 밴드
디즈니랜드는 매직 밴드를 이용해 이것을 착용한 이용객이 어떤 행동 패턴을 보였는지 모두 데이터로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이다. 가령 A라는 어린이가 매직 밴드를 차고 있다면 어떤 놀이 기구를 몇 번 탔는지,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 테마파크는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 생일은 언제인지, 디즈니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인형을 구입했는지 등 모든 행동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계속 쌓이면 향후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캐릭터 인형 탈을 쓴 사람이 생일을 맞이한 어린이에게 작은 선물을 주거나, 아이가 지나가는 곳에 간판을 세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어두는 이벤트를 기획할 수도 있다. 이렇게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시험 운영한 결과 이용객 수가 40%나 늘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디즈니랜드는 첨단 기술을 동원해 새로운 놀이 기구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놀이 기구를 그대로 이용하되,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간단한 기술을 적용했을 뿐이다. 덕분에 어린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어린이들은 감동했다.
오스카 & 미스핏
2015년 2월, 미국의 신생 보험사 오스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업체인 미스핏과 협업하여 가입자의 운동량을 점검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50~60 달러 정도인데, 보험 가입자에겐 무료로 제공했다. 가입자는 미스핏을 이용해 1일 운동량을 달성하면 하루에 1달러씩 수령한다. 한달 최대 20달러를 보상받는다. 1년이면 최대 240달러까지 운동하면서 용돈벌이가 된다.
단기적으로 볼 때 디바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보상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므로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보험사인 오스카가 유리하다. 왜냐하면 정기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잠재적 중환자가 되지 않게 만들므로 막대한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상품 개발 프로세스와 마케팅 기획 프로세스를 점검하자. 각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 특정 단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기술들을 검토하고 있는가? 브레인스토밍하기 전에 소비자 조사 결과와 기술 동향에 대한 평가 절차가 있는가? 만약 프로세스 어디에서도 이 단계를 찾아볼 수 없다면, 테크놀로지는 개인의 열정과 관심에 그치고 만다. 곧 시들어버릴 공산이 크다. 바로 옆을 돌아보면 난해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있는데, 아이디어가 없다고 탓하며 포기할 수도 있다.
마케터로서 우리는 전문적인 마케팅 지식을 갖추고 소비자 동향을 파악하는 기존의 노력과 함께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도 키워야 한다. 기술의 영향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기술적인 솔루션을 이해하면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은 당분간 대체 불가능하다. 희소성이 크다. 진정한 마케팅 고수는 전략을 말하면서 마지막 실행 단계를 세심하게 살피는 사람이다. 아직 기술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에겐 약을 챙겨 먹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애드히얼테크 사의 스마트 필 보틀처럼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약통이 있으면 환자들은 제시간에 약을 복용할 수 있다. 이 약통은 환자가 언제 약통을 열고 닫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해 환자의 복용을 도와준다. 만약에 환자가 이를 놓쳤다면 약통에서 일라밍 울리고 조명이 켜진다. 게다가 보호자에게 문자나 전화로 이를 알려주기까지 한다.
기존 실무 프로세스부터 뒤집어엎어라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의 발전이 산업계에 단속 평형斷續平衡을 일으킬까? 이 책의 결론은 "단속 평형을 일으킨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산업에 커다란 격변이 지금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이미 증명했듯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회사 하나가 망하는 수준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없어지는 규모의 대격변이다.
단속 평형설은 급격한 환경 변화가 새로운 종의 폭발적인 출현을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대멸종의 시대에는 항상 수혜자가 있다. 공룡의 위세에 구멍 속으로 숨어들어가야 했던 포유류가 백악기 대멸종 이후에 마음껏 몸집을 키우면서 먹이 사슬을 타고 올라갔듯이 말이다. 지금 다시 벤처 붐이 일고 있다. 그동안 선도 업체에 눌려 있던 후발 업체들에게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미국의 명품 백화점 니만 마커스에 설치된 디지털 거울
단속 평형의 시대를 위기로 만들 것인가, 기회로 살릴 것인가는 지금 당신의 기업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