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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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5년,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놀라운 신기술에 접근할 수단을 가지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다. 이에 비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면 인류 자체의 멸종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의 여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다"

- 유발 하라리

 

 

저자 유발 하라리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예루살렘의 헤브루 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중세 역사와 전쟁 역사로,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는 무엇인가? 역사에 정의는 존재하는가? 역사가 전개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해졌는가?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이 책 <사피엔스>는 처음 이스라엘에서 출간되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어 아메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국 30개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의 북클럽에서 이 책을 읽기 도서로 선정하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는 첫 인류가 등장한 순간부터 인지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을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자리잡은 과정, 현대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의에 이르는 인류 역사를 종횡무진 써내려갔다. 이는 생물학과 인류학, 고생물학, 경제학 등 학문 분야를 포괄한 책이다.

 

저커버그는 이 책에 대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사회, 경제적 조직 생활을 이루기까지 인간 문명화의 '빅 히스토리'를 다룬 서사"라면서 "앞서 읽은 무카디마(Muqaddimah)가 1300년대 지성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였다면, 사피엔스는 비슷한 질문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던진 흥미로운 탐사"라고 평했다.

 

마크 저커버그의 북클럽 

 

"그동안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혁명이 있었지만 그래도 인간성(humanity)만큼은 불변이었다. 하지만 수십년 안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성 자체가 급격한 혁명(radical revolution)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신체와 정신도 유전 공학과 나노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에 의해 변형될 것이다. 이것은 엄청나게 새로운 기회와 더불어 경악할 만한 새로운 위험을 낳게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하는 것은 부질없다. 우리는 현실주의자(realist)가 돼야만 한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그것이 공상과학소설(SF)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면 지금 정부나 시민 개개인이 걱정하는 다른 대부분의 문제들은 하찮게 보일 정도다" - 조선비즈 2015년 5월 인터뷰 중에서

 

 

인간 문명화의 역사를 탐사하는 이 책에 따르면 농업혁명 이후 인간 사회를 지배해온 가부장제 문화 남성에게 지배적 역할(정치 참여)과 권리(투표), 의무(병역)를 부여했다. 반면 여성에겐 육아의 역할,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와 남편에게 복종할 의무 같은 것들이 주어졌다. 모두 남성과의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런 확고한 위계질서 안에서 우리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성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교육받는다.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었다.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가부장제가 정치, 사회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살아남았고, 거의 모든 문화에서 남성이 높은 위치에 있다면 보편적, 생물학적 근거가 있지 않을까? 그는 남성과 여성을 순서 짓는 여러 생물학적 이론들(남성이 육체적으로 더 강하고 훨씬 공격적이다, 공격적인 남성 유전자와 복종적인 여성 유전자 등 '가부장적 유전자'가 전해졌다 등)을 역사적으로 검토하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생물학적 실재를 찾아보려 한다.

 

그는 어떤 이론도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인간 사회에서 권력의 위계는 육체적 힘이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능력으로 정해진다. 남성은 공격적이지만 전쟁은 조직력과 협력술, 유화책이 필요한 복잡한 일이라 군대를 이끄는 일에는 협력적 여성이 훨씬 적합할 수도 있다. 가부장적 유전자 전달 주장도 협력적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영향력을 보자면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남성성과 여성성의 실재는 생물학적 근거가 아니라 "우연한 상상의 산물을 잔인한 사회구조로 바꾸어버린 사건과 상황, 권력관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드센 여자, 초식남이 득세하는 세상에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진짜 평등은 남성성, 여성성에 집착하지 않을 때 의미가 있다.

 

 

 

왜 사피엔스 종만이 지구상에 살아남았나? 인간은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문명은 왜 발전하였고, 이런 발전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는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수렵채집 인류의 시작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해온 인간 역사를 다양하고 생생한 시각으로 조명한 전인미답의 역작. 호모 사피엔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내려간 문명 항해기.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인지혁명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현대의 인류와 아주 비슷한 동물이 약 250만 년 전에 출현했지만, 수없이 많은 세대 동안 그들은 같은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많은 동물들보다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2백만 년 전의 동부 아프리카를 하이킹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마주칠 인간 군상의 모습은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종種으로 분류한다. 같은 종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예컨대 말과 당나귀는 같은 조상에서 최근 갈라졌다. 신체적 특질에 공통점이 많지만 이들은 서로에게 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교배를 유도할 순 있지만 그 후손인 노새는 불임이다.

 

호모 사피엔스도 하나의 과科에 속한다.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 동떨어진 존재로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거대 영장류라는 유달리 시그러운 과의 일원이다. 우리와 가까운 친척으로는 침팬지, 고릴라, 우랑우탄이 있고,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침팬지이다. 불과 6백만 년 전 단 한 마리의 암컷 유인원(꼬리 없는 원숭이)이 딸 둘을 낳았다. 이 중 한 마리는 침팬지의 조상,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종의 할머니가 되었다. 이 엄연한 팩트는 우리 인간의 숨겨진 비밀이었다.

 

이보다 더 불편한 진실을 계속 비밀로 해왔다. 우리는 결코 유일한 인류가 아니다. '인간'이라는 말의 의미는 '호모 속屬에 속하는 동물'이고, 이 속에는 사피엔스 외에도 여타의 많은 종이 존재했다. 더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사피엔스가 아닌 인류와 다시 한 번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약 250만 년 전 인류는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진화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유인원의 한 속으로서 '남쪽의 유인원'이란 뜻이다. 약 2백만 년 전 이들 원시의 남녀는 고향을 떠나 여행을 시작해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 정착했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각기 살기 좋은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여러 종이 생겨났다.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즉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했다.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덕분에 빙하기의 추운 기후에 잘 적응했다. 아시아의 좀 도 동쪽 지역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똑바로 선 사람'은 2백만 년 가까이 살아남아, 가장 오래 지속된 인간 종이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동물은 언제 어디서 처음 진화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15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피엔스가 거주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약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는 데 동의한다.

 

 

 

 

 

농업혁명

 

인간이 250만 년간 먹고살기 위해 사냥했던 동물과 채집했던 식물은 모두 스스로 자라고 번식한 것들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동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마지막엔 호주와 미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야생식물을 채취하고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그 사는 방식을 유지했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부터 사피엔스는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바치기 시작했다. 씨를 뿌리고, 작물에 물을 대고, 잡초를 뽑고, 좋은 목초지로 양을 끌고 갔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과일, 곡물, 그리고 고기를 획득하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농업혁명이다.


인류가 좀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한 결과 막강한 변화의 힘이 생겼고 이것이 아무도 예상하거나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일부러 농업혁명을 구상하거나 인간을 곡물 재배에 의존하게 만들려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배를 좀 채우고 약간의 안전을 얻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은 일련의 사소한 결정이 거듭해서 쌓여, 고대 수렵채집인들이 타는 듯한 태양 아래 물이 든 양동이를 운반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발명품을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물려받은 것에 의해 생겨난 틈을 메웠다. 하지만 이런 협력망들의 출현은 많은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불안한 축복이었다. 그 그물을 지탱하는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그 망은 사람들을 서열로 구분된 가상의 집단으로 나눴다. 상류층이 특권과 권력을 향유하는 동안, 하류층은 차별과 압제로 고통을 받았다.

 

 

인류의 통합

 

역사는 교차로에서 교차로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처음에는 이 경로를 택했다가 다음에는 저 경로로 진입했다가 하면서 나아간다. 1500년경 역사는 가장 중대한 선택을 했다. 인류의 운명뿐 아니라 아마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의 운명까지도 바꿀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혁명은 서유럽에서, 아프로아시아의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던 지역에서 말이다.

 

왜 과학혁명은 하고많은 곳을 놔두고 하필 그곳에서 일어났을까? 어째서 중국이나 인도에서 일어나지 않았을까? 어째서 실제보다 2세기 앞이나 3세기 뒤가 아니라 두 번째 천년의 한중간에 일어났을까? 우리는 모른다. 학자들은 열몇 가지 이론을 내놓았지만, 특별히 그럴싸한 이론은 없다.

 

역사는 무수한 가능성들이 있는 드넓은 지평을 갖고 있으며, 이 중 많은 가능성들은 영영 실현되지 않는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역사가 진행되지만 과학혁명을 비켜가는 흐름도 얼마든지 상상 가능하다. 기독교나 로마 제국, 금화 없는 역사를 상상하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과학혁명

 

불과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은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자는 과학기술에 의해 호모사피엔스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수송 수단과 무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욕망까지 말이다. 따라서 우리의 후계자들은 신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즉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이를 지적인 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 가가운 세월 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지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그리고 비유기물공학이다.

슈퍼인간은 유전공학의 산물이다. 2020년대가 되면 유전자 치료가 거의 모든 질병을 완치시킬 전망이다. 정자나 난자를 다루는 생식세포 치료의 경우 변화된 유전적 조성이 그 환자의 모든 자손에게 대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질병 치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생식세포에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능, 외모, 건강을 개량하는 유전자를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아기가 생산된다. 2030년대에 주문형 아기가 출현하면 유전자가 보강된 슈퍼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인간으로 사회계층이 양극화된다. 슈퍼인간은 자연인간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해 그 자손을 퍼뜨려 결국 현생인류와 유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종으로 진화될 수 있다.

미래인류의 두 번째 형태는 사이보그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물을 뜻한다. 과학기술로 몸과 마음의 기능을 개선시킨 사람들, 이를테면 인공장기를 갖거나 신경보철을 한 사람, 예방접종을 하거나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한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에 해당한다.

 

 

 

 

미국의 전기 기술자인 제시 설리반은 2001년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잃었다. 오늘날 그는 '시카고 재활연구소'의 도움으로 두 개의 생체공학 팔을 사용한다. 이 팔의 특징은 생각만으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의 뇌에서 나온 신경신호는 초소형 컴퓨터에 의해 전기적 명령으로 해석되고 이 명령이 팔을 움직인다. 

특히 신경공학에 의해 뇌 기능이 향상된 사이보그가 출현할 전망이다. 가령 뇌에 이식된 송수신장치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직접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과학기술 발달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사이보그로 변신함에 따라 사람과 기계, 곧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진다. 사람과 기계가 한 몸에 공생하는 사이보그인간은 자연인간을 심신 양면에서 압도적으로 능가할 것이므로 포스트휴먼으로 분류된다.

 

 

신이 된 동물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의 한 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민 신경을 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동물이었다.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지구 생태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고 하는 참이다. 영생불사영생불사의 몸을 얻고 창조와 파괴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신의 능력을 소지할 태세를 갖추었다.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우리들은 아직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강력한 힘을 얻었지만, 이 힘을 어떻게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의 상태이다. 이런 사실들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의 친구들인 동식물과 그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위험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향후 200년 안에 부자는 신과 같은 사이보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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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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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이 홀대 받는 시대에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지니며 마을의 안전을 지키려는 그 자세가 무척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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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끝내는 MBA
벤 티글러.조엘 아츠 지음, 김경섭.윤경로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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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끝내는 MBA'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는 동안, 나는 다른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경영 분야의 최고 히트곡―들을 연주하는 가수가 된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세미나와 이 책은 리더십과 조직, 전략, 실행 분야에서 40명 이상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귀중한 이론과 가르침, 통찰―최고의 비즈니스 사상가들이 지금까지 제시한 가장 위대한 통찰과 조언―을 선별, 요약, 정리, 설명하고 연결한다. 그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 벤 티글러

 

 

하루 만에 끝내는 MBA 명강의

 

저자 벤 티글러는 네덜란드의 저명한 경영학 연구자이자 트레이너이다. 그는 25년 이상 변화와 리더십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의 사명은 "행동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25만 독자를 사로잡은 Dream, Dare, Do sold를 비롯해 2000년도 이후 그가 쓴 책이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저자로서의 명성이 높고,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지속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저자가 진행하는 'MBA in one day' 세미나에는 지난 10년간 17,000여 명의 리더들이 참가했으며,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독일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즈니스 강연회로 자리 잡았다.

 

또 한 명의 저자 조엘 아츠는 리더십과 리더십 개발 분야의 트레이너이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은 물론 MBA in One Day 강연 CD(세트)와 달력을 함께 만들었다. 그는 국제 경영학을 전공했고, 비영리 조직의 매니저로서 국제 리더십에 관련된 수많은 업무를 수행했다.

 

공저자들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사상가들의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세련된 솜씨로 소개하고 이를 실용적으로 응용한다. 누구라도 이를 활용한다면 고객들을 자신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고, 조직 구성원들을 의욕적으로 바꾸고, 자신의 리더십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리더십, 2부 조직, 3부 전략, 4부 실행이다.벤 티글러는 평생 배워도 부족할 내용을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서 제시한다. 해당 영역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핵심 내용을 정리한 후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구루들의 이론을 취급한다. 나아가 우리들에게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교훈을 제공하면서 마무리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벤 티글러의 '하루만에 끝내는 MBA' 세미나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정말 탁월한 방식이다. 경영서적으로 가득 찬 서가에서 찾아낸 가장 뛰어난, 가장 감화력 있는 통찰이 하루 만에 채워진다.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든다"  

 

성공한 경영사상가들의 아이디어의 특징

 

1. 간단하다

2. 돋보인다

3. 시대를 초월한다

 

 

구루 매트릭스

 

공저자들은 구조를 좋아한다. 리스트, 아우트라인, 박스 및 범주화 같은 것들 말이다. 구조는 일상 속 어지러운 현실, 쏟아져 나오는 경영개념과 통찰력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구루 매트릭스는 경영사상가를 리더십, 조직, 전략 및 실행이라는 네 가지 범주를 통해 분류하는 모델이다. 각 주제를 다룰 때, 먼저 해당 분야의 유명 경영사상가의 이론을 살펴본 다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상가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조금 더 발전된 개념을 제시한다.

 

 

 

1부(리더십)에선 리더십과 경영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 리더십의 책임 한계, 효과적인 리더, 리더로서 타인의 발전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등을 살펴본다. 이에 대한 해답을 줄 경영사상가로는 피터 드러커, 스티븐 코비, 로버트 퀸, 켄 블랜차드 등이다. 2부(조직)에선 조직의 모델과 장단점, 뭘 해야 우수성을 개발할지, 왜 조직을 재편성하는지, 조직 내에서 개인의 강점을 어떻게 만들지 등을 살펴본다. 여기서 만날 경영사상가들은 헨리 민츠버그, 톰 피터스, 마이클 해머, 마커스 버킹엄 등이다.

 

3부(전략)에선 마케팅의 실제 의미, 기본적인 전략들과 장단점, 전략과 내부 조직을 어떻게 연결할지, 일관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지 등을 살펴본다. 여기서 만날 경영사상가는 마이클 포터, 필립 코틀러,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등이다. 마지막으로 4부(실행)에선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만드는 요소, 효과적인 변화 전략 과정, 구체적인 대책,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등을 살펴본다. 여기선 짐 콜린스, 존 코터, 로버트 캐플란& 데이비드 노턴, 엘리 골드렛 등의 경영사상가를 만나게 된다.

 

 

리더십

우리는 리더십과 경영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워렌 베니스의 리더>의 저자 워렌 베니스(1925~2014년)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21세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리더 세대가 필요하다. 경영자가 아닌 리더 말이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는 맥락을 지배하지만 (…) 경영자는 맥락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베니스의 말이다.

 

그러나 대중적인 경영사상가 헨리 민츠버그는 이러한 구분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서 리드하지 않는 경영자는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리더십이 없는 경영자가 재미없고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경영을 할 줄 모르는 리더는 동떨어져 있다"

 

피터 드러커의 경영자 조건

 

1. 시간을 관리한다

2. 확실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3. 강점을 활용한다

4. 올바른 우선순위를 정한다

5. 효과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한다

 

말년의 드러커의 인터뷰를 보면, 그는 리더십 분야를 포함하여 인기 있는 경영자에 대한 사람들의 불합리한 반응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리더의 카리스마에 너무 많은 가치를 잘못되게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후반에 가장 카리스마 있던 리더는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무솔리니였다! 그들은 잘못된 리더였다. 과거 백 년 이래 가장 유능한 대통령은 해리 트루먼이다. 그는 1온스의 카리스마조차 없었다"

스티븐 코비(1932~2012년)는 인생을 농사짓는 것에 비교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시험을 보거나 업무 마감일을 벼락치기로 해서 성공할 때도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때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봄과 여름 내내 베짱이처럼 놀다가 갑자기 가을에 바짝 일해서 수확할 수는 없다. 농사는 그렇게 지을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말이다. 인생에도 자연의 법칙, 즉 원칙이 존재한다. 그것이 결혼이든,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든, 조직 내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든 마찬가지이다.


 

7가지 습관

 

1.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2.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3.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4. 윈-윈을 생각하라

5. 먼저 이해하고 다음에 이해시켜라

6. 시너지를 내라

7. 끊임없이 쇄신하라

 

 

제8의 습관

 

 

조직


우리는 조직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중요한 사회 이슈는 대개 조직이 만든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조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 동안 당신이 만난 조직의 수를 세어 보아라. 라디오를 듣고, 전화를 하고, 전기와 수도를 사용했다. 이 모든 것은 조직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다.

 

"조직 효과성은 합리성이라는 편협한 사고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냉철한 논리와 강한 직관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헨리 민츠버그

 

헨리 민츠버그는 경영에 관해 제너럴리스트의 관점을 고수하고, 관리 행동, 조직구조와 전략 개발에 관한 책을 열 권 이상 집필했다. 그는 100편 넘는 논문의 공동저자이며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에서 강의한다. 그의 국제적 인기는 1970년대 초 경영자의 일과에 대해 연구한 것에 크게 힘입었다.

 

조직의 6가지 기본 구성요소

 

 

 

톰 피터스의 초우량 기업 조건

 

1. 철저하게 실행한다

2. 고객에게 밀착한다

3. 자율성과 기업가정신이 있다

4. 사람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5. 가치에 근거해 실천한다

6.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7. 조직을 단순화한다

8. 엄격함과 온건함을 동시에 지닌다

 

 

전략

전략의 모든 것은 차별화로 귀결된다. 남들과 다르고 특별하고 독특해지는 것이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현은 어렵다. 컨설턴트로서 필자는 여러 사업가와 경영자에게 전략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답은 모두 같았다. 고품질 저가격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때 다음과 같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면 그들은 조금 짜증을 낸다. 고품질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 다른 경쟁회사와 정말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가격'은 최저가격을 말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기업은 많이 없다.

 

마이클 포터는 현대 전략 분야의 아버지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전략 사상가로 손꼽힌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에서 4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좋은 전략은 제대로 된 목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좋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목표는 월등한 수익률이다" - 마이클 포터

 

전략이란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는 세 가지 본원적 전략을 제안했다. 즉 원가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그리고 집중화 전략이다. 원가우위란 최저가를, 차별화란 독특하다고 인식되는 제품을, 집중화란 하나의 명확한 세분화된 시장에 집중하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또 조직 내부 활동의 설명, 분석과 조율을 위한 가치 사슬 모형을 고안해냈다.

 

 

 

실행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계획한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는 여러 변화 노력은 대부분 실패한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왜 CEO는 실패하는가>에서 CEO 강제 퇴임의 70% 이상은 그들이 계획한 것을 실행하는 데 실패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밝혔다.

 

2002년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뇌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분한다. 이 둘은 서로 대립하는데, 시스템1은 아무 노력 없이, 빠르고, 자동적으로, 무의적으로, 무질서하게 반응하며, 시스템2는 의식적이고 계획적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은 시스템1이 대부분 지배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연습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배트와 공의 가격은 모두 1달러 10센트이다.

야구배트는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높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대부분 곧장 '10센트'라고 답변하는 오류를 범한다. 만약 10센트라면 야구배트와 공의 합산액은 1달러 20센트가 되므로 오답이다. 정답은 5센트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바로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는 시스템2를 통해 굉장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지만, 실행을 할 때는 시스템1이 가동되어 제한을 받는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이자 경영 구루인 엘리 골드렛(1948~2011년)은 '한 명의 바보가 조직을 망친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더 골>을 통해 제약조건이론TOC을 소개했다. 다른 경영사상가 내지 컨설턴트가 들으면 매우 기분이 상할 주장을 한다.

 

"내 접근법은 대부분 상식이다. 그 말은 요즘 기업들 대부분이 몰상식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경영사상은 허튼소리이다. 전략은 장기적인 허튼소리이고, 활동기준회계는 굉장히 정확한 허튼소리이다. 하지만 결국 다 허튼소리일 뿐이다"  - 엘리 골드렛 

 

 

 

배우고, 가르치고, 실행하라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배운 내용을 남에게 가르쳐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에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지 않도록 배운 내용을 동료들에게 '한 시간에 끝내는 MBA'로 설명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하루 만에 끝내는 게 힘들다면, 하루에 1파트씩 독파하는 것이 어떨지 싶다. 경영자와 경영학도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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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그룹 사고는 어떤 집단에 대한 잘못된 충성도에 기초해서 소집단 구성원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양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룹은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내적 불일치를 제거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합은 그 집단이 내거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도덕적' 행위로 포장, 합리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룹 사고에서는 견해의 다양성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그룹 사고는 독립적 사고를 포용할 수 없다.

 


반면에 생각공유는 오로지 독립적 사고와 함께 이루어진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 사이에서, '옳은' 결정이나 결과의 기준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능해진다. 크라우드 지혜는 단지 최종적인 결과물일 따름이다. 연령대나 배경, 관심사, 전문성이 제각각인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 내의 다양한, 때로는 상호 충돌적인 관점이 이를 만들어낸다.
 

 

 

집단의 지혜(wisdom of crowd)는 얼마나 정확하고 유용할까?

 

집단이 한 개인보다 더 큰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100년도 더 지난 옛날의 아주 유명한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는 1907년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1822~1911년)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내용인데, 사람들로 붐비는 영국의 플리머스 시장에서 도살된 황소 한 마리의 무게 맞추기 대회를 개최한 바 800명의 군중 가운데 아무도 맞힌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군중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추정하는 무게를 모두 취합하여 평균을 냈다. 놀랍게도 이 집단의 지혜는 가축 전문가들의 추정치보다 더 정확한 무게였다. 황소의 실제 무게는 약 543kg이었고 군중들이 개별 추정한 무게의 평균은 약 547kg이었다. 실험 결과가 발표된 후 사람들은 집단지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이 상황이 재현됐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리오르 조레프가 지식강연 테드TED에서 청중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500가지 이상 추정치를 스마트폰으로 알려왔다. 놀랍게도 청중들의 평균치는 813kg으로 실제 무게보다 단 1㎏ 모자랐다. 물론 실제 무게를 사전에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클라우드, 즉 군중(또는 집단)은 집단의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편향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돈을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때 클라우드 의견을 구하면 효과적이다.

 

생각공유는 일종의 클라우드소싱된 생각의 프로세스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창조성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삶에서 더욱 큰 편리와 기쁨을 창출해낼 수 있다. 혼자 생각하는 대신 소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여러 명으로 구성된 크라우드와 함께 생각할 수 있다.

 

클라우드펀딩은 클라우드소싱의 또 다른 사례다. 단독 투자자를 찾아 어떤 사업에 거금을 투자하게 하기보다는 여러 명의 투자자를 물색해 각자에게 소액씩 투자하도록 한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말라는 투자격언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결국 투자자가 1,000만 명이라면 훨신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공유는 전통적인 클라우드소싱과 다르다. 생각공유는 생각의 클라우드소싱이며, 클라우드소싱된 생각이다. 즉 의사결정의 클라우드소싱이다. 생각공유는 자기자신을 큰 클라우드와 만나게 하고, 이 클라우드에게 자신과 함께 생ㄱ각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클라우드를 찾아가서 자신을 위해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클리우드라는 집단지성에 접속해서 이를 이용해 자신이 좀 더 똑똑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도움을 얻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상태에 관해 글을 올렸다. "내 다음 커리어는 뭐가 돼야 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직을 물러나기로 결심한 후 자신의 진로상담을 클라우드에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나아가 박사 학위, 강의, 컨설팅, TED 강연 등 자신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클라우드와 속속들이 공유했다. 결국 그는 16살 소년의 제안으로 진짜 황소를 강연에 등장시켜 단 번에 이목을 집중시켜 TED 스타 강사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가치를 제공하면 나의 클라우드 규모가 커진다

 

모든 것이 가치가 될 수 있다. 내가 쓴 어떤 것, 어떤 자료에 걸어주는 링크, 내가 발견한 흥미로운 동영상, 호기심을 자아내는 질문, 기타 우리 모두의 삶에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유하게 되는 정보 등 모든 것이 가치에 해당된다. 가치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때로는 삶의 신비에 경탄하도록 만드는 무엇이다.

 
생각공유에서의 가치란 좀 더 실용적인 것과 연관된다.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만들어 주거나 나의 지식, 정보, 경험을 공유하도록 허락함으로써 누군가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일 등이 그에 해당한다. 물론 가치란 주관적이다. 그래도 고양이 동영상이나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찍어 올린 사진 같은 것은 가치가 될 수 없다.

 

가치는 양방향 도로와 같다.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홍보도 판촉도 아니다. 가치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느낌을 가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떤 확실한 믿음이자 분명한 관점에 관한 것이다. 크라우드로부터 피드백이 올 때 비로소 나의 공유에 가치가 부여된다.

 

생각공유를 망하게 하는 방법

 

1. 팔기~ 클라우드에게 뭔가 팔 생각만 하면 클라우드는 금새 자취를 감춘다

2. 무응답, 느린 응답~ 도움을 받았다면 재빠른 응답을 해야 한다

3. 잠수 타기~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클라우드가 알도록 해야 한다

4, 감정 상하게 하기~ 눈 앞에 없다고 상대를 모욕해선 안된다

 

 

 

생각공유를 통해 우리는 모두 창조적이 될 수 있다

 

생각공유를 하면 혁신안이나, 전에는 발견할 수 없던 해법, 장기적 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함께 사고하면 더 똑똑해질 뿐 아니라 더 창조적이 된다. 창조성이란 독창성originality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기능성functionality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실행 가능한' 새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영감에는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 혁신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창조적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으레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창조성을 다소 신비함을 지닌 무엇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보물 창고의 열쇠를 가진 사람이고, 창조성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낡았다. 생각공유를 통해 우리 모두는 현실적인 일과 삶에서 더욱 창조적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는 모두가 커플매니저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중매를 성직자나 다른 사람(부족 사회나 고대 문화에서)에게 아웃소싱 해왔다. 중매를 맡은 사람은 서로 꼭 맞는 사람을 꼭 맞게 연결시켜 주는 '성스러운' 소명을 수행했다. 그 시절 중매에서 '꼭 맞는다'의 기준은 아마도 의뢰인이 소유한 가축의 수에 따라 결정되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약간 복잡해졌다. 온라인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는 알고리즘을 가동해서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 이러한 사이트가 매우 인기 있다는 것이 전혀 놀랄 만한 뉴스가 아니다. 2013년 퓨 리서치에서 수행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59퍼센트는 온라인 중매가 사람을 만나는 좋은 경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온라인 프로파일 상에서 매우 심하게 거짓으로 자신을" 보여준다고 응답한 비율도 54퍼센트나 된다.

 

소셜 네트워크 안에는 친구가 있고, 또 친구의 친구들이 있다. 그 내부에서 우리는 저마다 서로서로의 커플매니저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그라노베터 교수가 말한 <약한 유대의 힘> 이론을 되새겨 봄직하다. 구직에서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1973년,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마크 그라노베터 교수<약한 유대의 힘>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어떤 소셜 네트워크에서든 약한 유대가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약한 유대를 친한 친구나 가족이 아닌 '지인'정도로 정의한다. 예를 들면 나에게서 따로 떨어진 두 명의 이웃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것은 바로 약한 유대이다. 약한 유대는 생각공유를 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어떤 '이질성'을 연결시키는 다리나 끈이 되어 준다. 그럼으로써 클라우드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사랑을 찾는 데도 큰 힘을 쓸 수 있을까? 나와 강한 유대로 연결되어 있는 친구는 아는 사람이 나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약한 유대로 연결된 크라우드는 전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나를 접속시켜줄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만남과 사랑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잘 쓰면 보약, 잘못 쓰면 독약

 

저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지성을 얻고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혼자 내리는 결정은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단지성을 얻는 방법으로 '생각공유mind sharing' 기술을 제시한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두는 것처럼, 일반인도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인맥을 통해 집단지성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생각공유를 위한 도구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있다.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얻으려면, 표본은 최소 30건이 넘어야 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글을 올리면 평균적으로 페이스북 친구 중 12%만 확인한다. 따라서, 30건이 넘는 답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250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워를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각공유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도움이 되는 집단지성을 얻기 위해선 자기자신도 온라인 친구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경험, 지식,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능숙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SNS를 활용하고 싶지만 마땅한 방법을 모르거나,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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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우먼 - 여성 리더 15인의 운명을 바꾼 용기있는 결단의 순간
김선걸.강계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여성이든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복잡다단한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는 뜻이다. 이 드라마 속에서 여성들은 인생의 새로운 관문을 거칠 때마다 좌충우돌하게 된다. 임신과 출산 문제를 비롯해 육아 문제가 있다. 이런 새로운 관문에 맞닥뜨리는 순간, 여성은 인생의 분수령이 될 만한 중요한 선택과 결단을 내리게 되곤 한다.

 

 

 

열다섯 명의 한국 여성들이 선택한 길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기도 한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섀릴 샌드버그는 세계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그녀는 미국 재무부, 매킨지, 구글 등에서 활약해온 여성 리더로 그 어떤 여성보다 큰 주목을 받는 소위 '잘나가는 여성'이다. 이런 그녀도 여성이기에 겪는 유리천장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뉴욕 맨해튼 사모펀드의 최고층 회의실에 간 그녀가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당신은 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한 첫 번째 여성이거나 아니면 화장실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첫 번째 여성일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즉 여성용 화장실이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남성들만의 세계에 최초로 진입한 여성들이 마주치는 현실을 짐작케 해준다.

 

이런 케이스가 단순히 셰릴 샌드버그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어머니부터, 우리의 아내, 우리의 여동생들이 이미 겪어왔고, 또 우리의 딸들이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그런 어려움이다.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에는 201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레이마 그보위의 스토리도 실려 있다. 그녀는 라이베리아의 독재자를 권좌에서 몰아낸 여성운동가이다.

 

그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날 셰릴의 집에서 레이마의 자서전 출간 파티가 열렸다. 당시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라이베리아 여성처럼 전쟁과 테러와 성폭력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질문하자, 레이마는 간단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영향력을 손에 쥔 여성들이 많아지면 됩니다"

 

그렇다. 리더의 위치에 올라서는 여성이 많이질수록 이들이 여성의 관심사항과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엔 세계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편 상황들이 점찾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한국의 15 명 여성들도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책에는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였다가 마흔 넷에 수험생 딸을 두고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회장, 로펌 일을 처리하느라 불철주야, 심지어 주말조차도 반납하고 일하는 가운데 육아도우미까지 계속 바뀌는 힘겨운 상황을 겪었던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순경 출신-고졸-여성'이라는 3대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퇴근 후 녹음해둔 대학 강의를 들으며 집안일을 해 온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무허가 판잣집에 살며 중학교 때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등 지독한 가난을 겪었던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 삼성증권 최초 여성임원인 이재경 상무, 포스코 역사상 최초 여성임원인 오인경 상무 등 각 분야 1호 여성이 1인자로 등극하기까지의 위대한 인생 드라마가 담겨 있다.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충북 청주 출신으로, 청주 대성여상을 졸업한 후 경찰공무원 시험을 통해 순경으로 시작해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경찰청 여성정책실장, 충북 진천경찰서장,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광주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거쳐 부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2014년 12월 경찰제복을 벗고 현재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며 제2의 경찰의 길을 걷고 있다.

 

그녀가 고3이던 열아홉 살 때, 5년째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자 그렇잖아도 어려운 가정 형편이 급격히 더 나빠졌다. 미대에 진학하려던 그녀의 꿈은 실현불가능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 5남1녀의 외동딸인 그녀는 혼자서 6남매를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결심을 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 있다. 그녀의 변곡점은 아버지의 죽음이 초래한 셈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대학이나 은행 취업을 선택했지만 그녀는 순경 시험에 지원했다. 엄마를 잘 보살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그녀는 순경 교육을 마치고 희망 배치 근무지로 청주를 선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평생을 경찰직에 몸담을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결혼하면 자연스레 가정주부로 돌아가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1982년 전국 몽타쥬 요원 선발시험에 응시해 덜컥 합격하고 말았다. 미술학도의 꿈을 이렇게 보상받게 되자 서울에 위치한 경찰청 과학수사과로 인사발령이 났다. 순경이 된지 5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승진시험을 치뤄 경장으로 승진했고, 그 무렵 교제하던 남친과 결혼을 했다. 과학수사과의 업무에 큰 보람을 느끼면서 진짜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녀의 남편은 유통 회사에 근무하므로 주말엔 일하고 월요일엔 쉰다. 맞벌이 부부의 인생이 어디 쉬우랴? 일요일에 그녀는 '남편 없는 과부'로, 월요일엔 남편이 '아내 없는 홀아비'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부의 슬하엔 세 딸이 있는데, '진짜 엄마'는 따로 있다. 바로 그녀의 시어머니다.            

 

경찰이란 직업은 해야 할 업무가 있으면 출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말에 현장 지문 등 감식이 들어오면 경찰청 사무실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사무실 구석이나 복도에서 동화책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절단된 신원 미상의 손가락 증거물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지만, 이를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다. 사실 책상 주변을 치울 여유도 없었다. 이렇게 그녀는 '엄마가 일하는 곳'을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혹시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있다면 단지 육아와 가사 때문에 멈추지는 마십시오. 정 힘들면 주변에 도움을 구해보세요. 어려운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여성 분들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이금형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서울 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로펌과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에서 일했고 한국시티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등을 지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 법과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주는 자신의 세 가지 행운을 평소에 즐겨 자랑했다. 첫째는 일찍 부모를 여읜 탓에 남들보더 일찍 철이 들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워낙 약골로 태어났기에 항상 건강 관리에 신경을 기울였기에 아흔이 넘어도 정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저학력 때문에 누구를 만나도 겸손하게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조윤선 전 장관은 마쓰시타 회장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여자이었기에 불모지에 뛰어든 결단 덕분에 '여성 1호' 타이틀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즉, 성차별이란 유리천장을 오히려 그녀는 블루오션으로 만들어낸 셈인데, 이는 결국 여성이란 핸디캡이 만들어 준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약사다. 평생 딸에게 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그녀는 밤늦게까지 부엌방을 공부방으로 차려서 한약사 시험을 준비하던 모습, 그리고 운전면허를 준비할 때 식탁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그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녀의 가슴에 '평생 배움과 전문성'이란 어머니의 가르침이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로서 그녀 역시 피할 수 없는 3대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즉 임신, 출산, 육아 문제였다.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애로를 토로한다. 이중에서 가장 큰 위기는 육아였다. 보모 아주머니가 너무 자주 바뀌어서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김앤장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한 금융기관에서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 이에 멘토로 모시던 원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그녀는 금융기관에서 일할 때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따져본 결과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 원로 변호사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나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일인데 그런 수준으로 생각해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후 생각을 고쳐, 자신이 그 자리를 맡아 일한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어떤 기분일까 등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를 생각하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걸 경험한 이후부터는 새롭게 도전할 때마다 항상 '내가 그 일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가슴이 뛰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기준으로 결정해왔다. 그렇게 내린 그녀의 결정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 세대에는 여성이 직장에 진출하는 것을 도와야 했지만, 이제는 여성이 직장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가 되었어요. 젊은 세대들이 우리 세대를 보며 너무 사치스로운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조윤선 

 

 

이민재 엠슨 회장

 

이 회장 역시 사업 초기엔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술 접대, 골프 접대는 물론 사우나를 함께 다니며 영업을 하는 경쟁사 남성들에 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좌절감에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특히 당시엔 구매 담당자나 기업체 대표 등이 여성이라면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몇 푼이나 번다고 돌아다니느냐"는 얘기도 여러 번 들었다.

 

"여성을 비하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존심이 상하고 비애를 느꼈어요.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엄마의 끈기라는 건 이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 회장은 주변에서 같이 사업하던 남성들이 자존심이 상해서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많이 봤지만 본인은 끈기를 가지고 그들보다 더 치열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어떤 얘기도 꾹 참고 웃으면서 명함을 내밀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은 바로 가족과 위기감 때문이었다. 마흔네 살, 평범한 전업주부 생활을 즐기던 그녀의 남편이 명예퇴직을 당하자 두 자식의 학비를 벌어야만 했다. 당시 큰 아이는 대학 1학년, 작은 아이는 고3이었다.

 

 

 

서울여상을 졸업하고 금성방직에서 5년간 일했던 게 전부였던 그녀에게 찾아온 위기는 바로 기회였던 셈이다. 아이들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녀를 필사적인 창업으로 내몰았다. 1987년 돈을 빌려 펄프지를 수입하는 작은 무역 회사를 설립, 18평짜리 사무실에서 광림무역상사가 출범했던 것이다.

 

"끈질기게 버티고 기다려야 합니다. 동물들도 새끼를 가진 후엔 모성애를 바탕으로 초월적인 힘을 낸다고 하지요. 그런 슈퍼파워를 잠재력으로 지닌 사람들은 여성뿐입니다. 몸속에 내재된 그 끈질긴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않고서는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요" -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

 

위에서 살펴본 3명의 여성 리더외에도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 여성 최초로 국내 금융사 CEO를 역임한 손병옥 프루덴셜생명 회장, 삼성증권 최초 여성 임원인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42년 포스코 역사상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오인경 상무, 1세대 여성 IT 벤처 기업가로 스물일곱에 창업해 20년간 기업을 건실하게 일궈온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 전국에 104개의 직영매장과 헤어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인생을 바꾼 드라마틱한 결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결정적 순간이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다양한 상황과 입장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중국 상하이로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가지 않고 아이들과 한국에 남아, 약 7년동안 워킹맘 생활을 하며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은 결단을 인생 최고의 결단으로 꼽았다.

 

이들이 내린 결단 중에서 한결같은 공통점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제대로 갖추겠다'는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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