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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그룹 사고는 어떤 집단에 대한 잘못된 충성도에 기초해서 소집단 구성원이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양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룹은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내적 불일치를 제거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합은 그 집단이 내거는 신념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도덕적' 행위로 포장, 합리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룹 사고에서는 견해의 다양성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그룹 사고는 독립적 사고를 포용할 수 없다.
반면에 생각공유는 오로지 독립적 사고와 함께 이루어진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집단 사이에서, '옳은' 결정이나 결과의 기준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능해진다. 크라우드 지혜는 단지 최종적인 결과물일 따름이다. 연령대나 배경, 관심사, 전문성이 제각각인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 내의 다양한, 때로는 상호 충돌적인 관점이 이를 만들어낸다.
집단의 지혜(wisdom of crowd)는 얼마나 정확하고 유용할까?
집단이 한 개인보다 더 큰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100년도 더 지난 옛날의 아주 유명한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는 1907년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1822~1911년)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내용인데, 사람들로 붐비는 영국의 플리머스 시장에서 도살된 황소 한 마리의 무게 맞추기 대회를 개최한 바 800명의 군중 가운데 아무도 맞힌 사람이 없었다.
이번에는 군중들이 각각 개별적으로 추정하는 무게를 모두 취합하여 평균을 냈다. 놀랍게도 이 집단의 지혜는 가축 전문가들의 추정치보다 더 정확한 무게였다. 황소의 실제 무게는 약 543kg이었고 군중들이 개별 추정한 무게의 평균은 약 547kg이었다. 실험 결과가 발표된 후 사람들은 집단지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이 상황이 재현됐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리오르 조레프가 지식강연 테드TED에서 청중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500가지 이상 추정치를 스마트폰으로 알려왔다. 놀랍게도 청중들의 평균치는 813kg으로 실제 무게보다 단 1㎏ 모자랐다. 물론 실제 무게를 사전에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클라우드, 즉 군중(또는 집단)은 집단의 지혜를 얻을 수 있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편향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돈을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때 클라우드 의견을 구하면 효과적이다.
생각공유는 일종의 클라우드소싱된 생각의 프로세스로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창조성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삶에서 더욱 큰 편리와 기쁨을 창출해낼 수 있다. 혼자 생각하는 대신 소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여러 명으로 구성된 크라우드와 함께 생각할 수 있다.
클라우드펀딩은 클라우드소싱의 또 다른 사례다. 단독 투자자를 찾아 어떤 사업에 거금을 투자하게 하기보다는 여러 명의 투자자를 물색해 각자에게 소액씩 투자하도록 한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말라는 투자격언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결국 투자자가 1,000만 명이라면 훨신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공유는 전통적인 클라우드소싱과 다르다. 생각공유는 생각의 클라우드소싱이며, 클라우드소싱된 생각이다. 즉 의사결정의 클라우드소싱이다. 생각공유는 자기자신을 큰 클라우드와 만나게 하고, 이 클라우드에게 자신과 함께 생ㄱ각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클라우드를 찾아가서 자신을 위해 생각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클리우드라는 집단지성에 접속해서 이를 이용해 자신이 좀 더 똑똑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필요한 도움을 얻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상태에 관해 글을 올렸다. "내 다음 커리어는 뭐가 돼야 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직을 물러나기로 결심한 후 자신의 진로상담을 클라우드에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나아가 박사 학위, 강의, 컨설팅, TED 강연 등 자신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클라우드와 속속들이 공유했다. 결국 그는 16살 소년의 제안으로 진짜 황소를 강연에 등장시켜 단 번에 이목을 집중시켜 TED 스타 강사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가치를 제공하면 나의 클라우드 규모가 커진다
모든 것이 가치가 될 수 있다. 내가 쓴 어떤 것, 어떤 자료에 걸어주는 링크, 내가 발견한 흥미로운 동영상, 호기심을 자아내는 질문, 기타 우리 모두의 삶에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유하게 되는 정보 등 모든 것이 가치에 해당된다. 가치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때로는 삶의 신비에 경탄하도록 만드는 무엇이다.
생각공유에서의 가치란 좀 더 실용적인 것과 연관된다. 사람들을 도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만들어 주거나 나의 지식, 정보, 경험을 공유하도록 허락함으로써 누군가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일 등이 그에 해당한다. 물론 가치란 주관적이다. 그래도 고양이 동영상이나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찍어 올린 사진 같은 것은 가치가 될 수 없다.
가치는 양방향 도로와 같다.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홍보도 판촉도 아니다. 가치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느낌을 가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떤 확실한 믿음이자 분명한 관점에 관한 것이다. 크라우드로부터 피드백이 올 때 비로소 나의 공유에 가치가 부여된다.
생각공유를 망하게 하는 방법
1. 팔기~ 클라우드에게 뭔가 팔 생각만 하면 클라우드는 금새 자취를 감춘다
2. 무응답, 느린 응답~ 도움을 받았다면 재빠른 응답을 해야 한다
3. 잠수 타기~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클라우드가 알도록 해야 한다
4, 감정 상하게 하기~ 눈 앞에 없다고 상대를 모욕해선 안된다
생각공유를 통해 우리는 모두 창조적이 될 수 있다
생각공유를 하면 혁신안이나, 전에는 발견할 수 없던 해법, 장기적 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함께 사고하면 더 똑똑해질 뿐 아니라 더 창조적이 된다. 창조성이란 독창성originality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어떤 면에서는 기능성functionality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실행 가능한' 새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영감에는 효율성이 있어야 한다. 혁신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창조적이라는 말을 할 때 우리는 으레 독특한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창조성을 다소 신비함을 지닌 무엇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보물 창고의 열쇠를 가진 사람이고, 창조성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낡았다. 생각공유를 통해 우리 모두는 현실적인 일과 삶에서 더욱 창조적이 될 수 있다.
클라우드는 모두가 커플매니저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중매를 성직자나 다른 사람(부족 사회나 고대 문화에서)에게 아웃소싱 해왔다. 중매를 맡은 사람은 서로 꼭 맞는 사람을 꼭 맞게 연결시켜 주는 '성스러운' 소명을 수행했다. 그 시절 중매에서 '꼭 맞는다'의 기준은 아마도 의뢰인이 소유한 가축의 수에 따라 결정되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약간 복잡해졌다. 온라인 만남 주선 사이트에서는 알고리즘을 가동해서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 이러한 사이트가 매우 인기 있다는 것이 전혀 놀랄 만한 뉴스가 아니다. 2013년 퓨 리서치에서 수행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59퍼센트는 온라인 중매가 사람을 만나는 좋은 경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온라인 프로파일 상에서 매우 심하게 거짓으로 자신을" 보여준다고 응답한 비율도 54퍼센트나 된다.
소셜 네트워크 안에는 친구가 있고, 또 친구의 친구들이 있다. 그 내부에서 우리는 저마다 서로서로의 커플매니저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그라노베터 교수가 말한 <약한 유대의 힘> 이론을 되새겨 봄직하다. 구직에서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1973년,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마크 그라노베터 교수는 <약한 유대의 힘>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어떤 소셜 네트워크에서든 약한 유대가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약한 유대를 친한 친구나 가족이 아닌 '지인'정도로 정의한다. 예를 들면 나에게서 따로 떨어진 두 명의 이웃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것은 바로 약한 유대이다. 약한 유대는 생각공유를 하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어떤 '이질성'을 연결시키는 다리나 끈이 되어 준다. 그럼으로써 클라우드의 지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사랑을 찾는 데도 큰 힘을 쓸 수 있을까? 나와 강한 유대로 연결되어 있는 친구는 아는 사람이 나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약한 유대로 연결된 크라우드는 전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나를 접속시켜줄 수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만남과 사랑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잘 쓰면 보약, 잘못 쓰면 독약
저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지성을 얻고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혼자 내리는 결정은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 못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단지성을 얻는 방법으로 '생각공유mind sharing' 기술을 제시한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두는 것처럼, 일반인도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인맥을 통해 집단지성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생각공유를 위한 도구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있다.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얻으려면, 표본은 최소 30건이 넘어야 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글을 올리면 평균적으로 페이스북 친구 중 12%만 확인한다. 따라서, 30건이 넘는 답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250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페이스북 친구나 트위터 팔로워를 많이 확보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각공유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도움이 되는 집단지성을 얻기 위해선 자기자신도 온라인 친구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경험, 지식,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능숙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SNS를 활용하고 싶지만 마땅한 방법을 모르거나, 온라인상에서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