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화단에 귀여운 박새가 놀러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먹으러 왔다.

우리 막내랑 새모이 비스켓 세 개를 만들어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나무에 하나, 운동시설이 있는 작은 공터 나무에 하나,  그리고 우리집 화단 키작은 관목에 하나 달아주었다.

정말 와서 먹으려나...?

베란다 창문만 내다보면 빤히 보이는 곳에 걸어둔 새모이 비스켓을 보다말다보다말다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나한테 딱 걸렸다. 아침에 청소를 하려고 베란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새모이 비스켓 위에 앉아서 열심히 모이를 쪼고 있는 박새를 발견한 거다. 참새들은 그 아래서 떨어진 모이를 먹으려는 건지 열 마리도 넘게 모여 종종 거리고 있고..

재빨리 폰카를 찾아 들고 거추장스러운 방충망을 스윽.. 여는 순간 박새는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무지무지 추운 베란다에서 덜덜덜 떨어가며, 시린 발꼬락 꼬뮬거리며 참고 기다렸다가 기어코 폰카에 박새의 모습을 담았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박새는 지저귀는 소리도 예쁘고, 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곳한 인상에 참새만한 작은 크기, 흑백회색을 적절히 활용해 깔맞춤한 센스까지 겸비해서 외모로 따지면 어디 가서 꿀릴 외모도 아니다. 좀 바라보려고 하면 어찌나 날래고 잽싸게 날아가 버리는지 그게 좀 아쉽긴 하다.

박새를 찍고 나서 좀 있으니까 직박구리도 날아와 몇 번 쪼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곁에 있던 산수유 나무 위로 달아나 버렸다. 직박구리는 우는 소리가 "빽~!!"하고 악쓰는 것 같아서 '직박구리'라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그냥 내맘대로 '빽새'라고 불렀었다. 몸집은 박새보다 훨씬 크고 생김새도 박새처럼 다소곳 얌전한 인상은 아니다. 오히려 텁수룩, 언쩐지 험하게 살 것 같은 분위기다.

 

어제는 옆지기가 슈톨렌을 사왔다. 슈톨렌은 독일 빵인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잘라 먹는 빵이라고 한다. 예전에 강릉 테라로사에서. 생각해보니 그 때도 겨울이었구나.. 암튼 거기서 사먹은 적이 있었는데, 지난 번에 테라로사에 가서 배불러서 빵은 안 먹고 왔던 게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먹는 빵을 '우왕, 맛있다'면서 와구와구 먹어버렸다. 이러니 살이 찌지..

 

 

지금 우리 막내는 학교 친구들을 불러와서, 오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플스4 게임 JUST DANCE를 하고 있다.

아들녀석이 그러는데 하루에 저 게임으로 춤을 5곡씩만 추면 살이 쫙 빠질 거란다.

내가 보기엔 살 빠지기 전에 병날 것 같다.

막내는 하루에 20곡도 넘게 추고 있다.

어제는 배 나오고 뚱뚱한 우리 옆지기가 막내딸과 같이 춤을 췄다. 

중년의 남편이 그렇게 귀여워 보인 게 얼마만인지.

난 주방 식탁에서 사과를 깎으며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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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12-18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오늘 섬사이님 글은 넘 재밌네요~~~. 박새는 이름도 정겨워요,,,토종스러우면서 달리 생각하면 세련된 듯한???
섬사이님의 행복한 일상이 그려집니다,,,저야 말로 플스4게임인지 뭔지를 사서 춤을 춰야 할 듯요~~~~.ㅋ
암튼 이런 글 참 좋아요~~~. 더구나 귀한 사진까지!! 특별한 섬사이님표 글!!^^

섬사이 2014-12-18 10:58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아... 저 JUST DANCE라는 게임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나름 열심히, 제대로, 잘 따라한다고 했는데,
끝나고 제가 춤추는 걸 찍은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걸 확인하는 순간 좌절하게 돼요.
으아아아아아, 역시 나는 몸치였어.. 저걸 춤이라고, 흉해서 못봐주겠네..하는
자괴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죠.. ㅠ.ㅠ